‘Do Local - Go Global’.
베트남 게임쇼 게임버스 2026의 주제다. 한국의 지스타에 비견되는, 베트남 최대 게임 행사 ‘게임버스 2026’(GameVerse 2026)이 오는 5월 8일부터 9일까지 호치민시 최대 전시장인 SECC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에서 느껴지듯, 이제 세계로 본격적으로 나가는 흐름이 예상된다.
지난해와 같은 장소에서 열리지만, 올해 행사는 크게 네 가지 점에서 지난해와 다르다.

먼저 공간이 커졌다. 주최 측은 올해 100개 이상의 부스를 마련하고 전시, e스포츠, 코스프레, 워크숍, 비즈니스 네트워킹, 팬미팅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B2B 공간이 B2C 체험 구역과 더 분리됐다는 점이다. 팬들이 즐기는 축제의 성격은 유지하되, 기업 미팅과 해외 협력을 위한 산업 행사로 한 단계 올라서려는 시도다. 지난해에는 B2C와 B2B의 구분이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도 있었던 만큼, 올해의 공간 분리는 분명한 개선점으로 보인다.
입장 유료화도 올해의 변화다. 게임버스는 올해 처음으로 유료 입장을 도입했다. 1일권은 5만 동(약 2,770원), 2일권은 7만9천 동(약 4,380원)으로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무료로 운영됐던 행사가 유료화로 전환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히 관람객을 많이 모으는 행사에서, 관람 경험의 가치를 직접 측정받는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일정 수준의 재원 확보를 통해 행사의 수준이 올라가고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개발자의 무료 게임, 베트남 게임계 중심에 서다
올해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베트남의 문화가 담겨 있는 게임’의 부상이다. 그 중심에는 무료 인디 호러 게임 <하이 형의 쌀국수 식당>(Brother Hai’s Pho Restaurant / Tiệm Phở Của Anh Hai)이 있다. 이 게임은 베트남 독립 개발자 marisa0704가 만든 작품으로, 2025년 10월 itch.io에 먼저 공개된 뒤 베트남 이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화제가 됐고, 게임 속 공간과 캐릭터는 곧바로 여러 밈으로 확산됐다. 올해 1월 6일에는 Steam에도 출시됐다. Steam 기준으로도 무료 플레이 게임이며, 현재 이용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인터넷 밈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 형의 쌀국수 식당>은 올해 베트남 게임 어워드에서 ‘올해의 베트남 게임’ 등 가장 많은 부문에 최종 후보로 오른 작품이다. 대형 퍼블리셔의 상업 게임이 아니라, 개인 개발자가 만든 무료 게임이 어워드의 중심에 선 것이다. 베트남 게임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이 게임이 베트남 이용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한 이유는 분명하다. 하노이 외곽의 쌀국수집, 골목, 간판, 플라스틱 의자 같은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게임의 핵심 정서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베트남 게이머들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매일 보던 공간이 게임의 무대가 되는 경험을 했다. 함께 여러 부문에서 어워드 후보에 오른
이는 올해 게임버스의 주제와도 맞물린다. 베트남 정부와 업계는 최근 게임을 단순한 수출 상품이 아니라, 자국 문화와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매체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포럼에서도 ‘베트남다운 게임’에 대한 논의가 강조됐던 만큼, 올해 어워드는 그 흐름이 실제 작품 단위로 드러나는 장이 될 전망이다.

한국 게임, 베트남 무대에 모습 드러내다
한국 게임의 존재감도 올해 행사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현장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K-Game Pavilion이 마련되고, <크로스파이어>, <오디션>, <고양이와 스프>, <프리스톤 테일>, <귀혼>, <에픽세븐>, <열혈강호 오리진>, <카발 오리진>, <뮤 레전드>, <에이스 온라인>, <실크로드 온라인> 등 한국 IP 기반 또는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들도 VNG, VTC 등 파트너사의 부스를 통해 나온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VTC온라인과 함께 준비 중인 ‘스토브 베트남’을 앞세워 현장에 나선다. 론칭 시점은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모바일게임 중심 시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이 그렇듯 인디·PC·스팀 기반 게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스토브 베트남이 현지에서 어 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한국 중소·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국 올해 GameVerse 2026은 베트남 게임산업의 성장만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더 커진 전시장, 분리된 B2B 공간, 첫 유료 입장, 무료 인디 게임의 어워드 최다 후보, 한국 게임의 참여가 한꺼번에 겹친 행사다. 그와 함께 베트남 개발자를 잡으려는 글로벌 플랫폼의 움직임도 이어진다. 올해도 구글, 메타, 로블록스, 부두 등 세계적인 플랫폼과 퍼블리셔들의 ‘Go Global Together!’ 구애는 계속된다.
올해 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베트남은 어떤 게임으로 세계에 나가려 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한국 게임은 베트남 게임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