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게임을 즐겨 하는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가 "키보드와 마우스에 너무 익숙해져서 컨트롤러로 슈팅 게임을 하기가 영 벅차다"고 털어놓자, 그 친구는 도리어 "어떻게 키보드와 마우스로 슈팅 게임을 할 수 있냐?"며 반문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PC 보급률이 압도적인 한국에서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숨 쉬듯 자연스럽지만, 그 친구가 살던 남아공처럼 콘솔이 대중화된 지역에서는 컨트롤러가 곧 게임의 기본 조작계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PC에서 컨트롤러를, 콘솔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게이머들의 인식 속에는 'PC는 키보드와 마우스, 콘솔은 컨트롤러'라는 공식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와중에 PC 게임 플랫폼의 절대 강자인 밸브가 새로운 하드웨어를 내놓았다. UMPC인 스팀 덱의 성공에 이어, 이번에는 PC 게임용 '스팀 컨트롤러'다. 정식 발매 가격은 16만 8천 원. 일반적인 Xbox 컨트롤러와 PlayStation 듀얼센스와 비교하면 제법 묵직한 가격표다.
▶ UMPC '스팀 덱'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한번 PC 게임용 컨트롤러 개발에 도전한 밸브.
스팀을 주력으로 이용하는 PC 게이머 입장에서는 컨트롤러 자체가 낯설고 불필요한 주변기기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이미 키보드와 마우스에 완벽하게 적응했는데, 굳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새로운 패드를 사야 할까? 이런 근본적인 물음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PC 게이머들의 이런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밸브가 컨트롤러를 만들었다면, 거기에는 분명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감히 추측하자면, 컨트롤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손맛과 키보드/마우스의 정밀한 조작감을 하나의 기기에 담아내겠다는 뚝심이다. 노트북에서나 쓰던 널찍한 트랙패드를 꿋꿋하게 패드 한가운데에 집어넣은 것도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사실 밸브의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5년에 야심 차게 1세대 스팀 컨트롤러를 선보였지만, 지나치게 낯선 조작계 탓에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스팀 덱을 통해 값진 하드웨어 노하우를 쌓은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PC 컨트롤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과연 11년의 세월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스팀 컨트롤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밸브의 과감한 두 번째 시도를 한발 앞서 만나보았다.

# 손 안에 착 감기는 신선함
박스를 열고 스팀 컨트롤러를 처음 손에 쥐는 순간, 기존 컨트롤러에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낯설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Xbox 컨트롤러와 비교하면 양쪽에 나란히 위치한 아날로그 스틱이 어색하고, 그렇다고 듀얼센스와 비슷하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원래라면 오른쪽 스틱과 십자키가 있어야 할 자리를 널찍한 트랙패드 한 쌍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낯선 감각이 마냥 어색하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위쪽으로 밀려난 스틱과 버튼의 위치에 딱 알맞게 그립의 길이와 형태가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패드를 쥐어보면 상단의 트리거와 아날로그 스틱, 그리고 후면 4개의 버튼 위에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안착한다. 기자의 손이 제법 작은 편임에도 손에 착 감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페이스 버튼과 트랙패드의 위치 역시 양쪽 엄지손가락의 가용 범위 안에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 마침내 영접한 스팀 컨트롤러의 실물. 이렇게 보면 제법 크고 뚱뚱해보이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컴팩트하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아날로그 스틱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 스팀 컨트롤러는 기성 메이저 기기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한다. 최신 기술인 TMR(Tunneling Magnetoresistance, 터널자기저항) 방식을 도입한 덕분이다.
덕분에 스팀 컨트롤러는 아날로그 스틱의 물리적 마찰을 완전히 없애 마모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쏠림 현상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으며, 기존 알프스(ALPS) 및 홀 이펙트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빠른 반응 속도와 정밀한 조작을 자랑한다. 여기에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정전식 터치 센서까지 내장되어 있어, 손가락을 대는 것에서 시작해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완벽하게 인식해 반영한다는 점도 결정적인 차이다.
버튼과 트리거는 기본기에 충실한 단단한 마감을 보여준다. 왼쪽의 십자키는 상당히 묵직한 느낌인 반면, 오른쪽 페이스 버튼의 키감은 가볍게 통통 튀어 서로 다른 조작감을 명확히 전달한다. 다만 상단 범퍼와 트리거의 누르는 맛이 이에 비하면 살짝 약한 편이라는 점은 아쉽다.
▶ 손이 꽤 작은 편인데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다. 엄지손가락 가용 범위에 딱 맞게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후면 버튼 역시 스팀 컨트롤러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양손으로 그립을 쥐었을 때 중지와 약지가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4개의 버튼이 자리 잡고 있어, 기존 패드들이 겪는 고질적인 버튼 부족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굳이 손가락의 위치를 바꿀 필요 없이 엄지를 스틱이나 트랙패드에 고정한 상태에서도 언제든 빠르고 편안하게 추가 조작을 이어갈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된 그립 센스와 스팀 컨트롤러의 정체성인 거대한 트랙패드의 조합은 조작 경험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린다. 기본적으로 마우스 역할을 수행하는 트랙패드는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빠르고 직관적인 시점 이동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그립부 자체에 정전식 터치를 지원하는 그립 센스가 더해져, 컨트롤러를 길게 쥐고 놓는 자연스러운 동작만으로 자이로 기능을 부드럽게 켜고 끌 수 있다.
▶ 후면은 이렇게 생겼다. 충전 포트이자 무선 송신기 역할을 하는 '퍽'이 자석으로 붙어 있고, 아래에는 중지와 약지로 누를 수 있는 버튼 4개가 배치되어 있다.
고정밀 진동 모터가 만들어내는 햅틱 피드백은 이러한 조작감을 완성하는 숨은 공신이다. 기존 컨트롤러들의 진동이 주로 폭발이나 충돌 씬에서 기기 전체를 무겁고 강하게 떠는 타격감에 집중했다면, 스팀 컨트롤러의 진동 모터는 복잡한 파형을 처리해 훨씬 세밀하고 즉각적인 촉각 정보를 전달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트랙패드와의 연동이다. 물리적인 굴곡이 없는 매끄러운 패드 표면을 문지르고 있을 뿐인데도, 손가락이 미끄러지는 속도와 방향에 맞춰 미세한 진동을 손끝으로 정밀하게 쏘아 보낸다. 거친 질감을 가진 가상의 공을 손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 미세한 떨림과 함께 작동하는 트랙패드의 촉감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표면이 거칠거칠한 공을 손 끝으로 살살 굴리는 느낌이랄까...
# 스팀 컨트롤러, 직접 써봤습니다
디자인과 스펙을 꼼꼼히 살펴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실행해 스팀 컨트롤러의 진짜 능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스팀 컨트롤러의 상징과도 같은 양쪽 트랙패드는 기존 컨트롤러와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왼쪽은 스크롤, 오른쪽은 마우스 커서 역할을 맡는데, 조금만 익숙해지면 굳이 스팀의 '빅 픽처(Big Picture)' 모드를 켜지 않아도 스팀 조작과 일반적인 웹 서핑까지 거뜬할 정도로 쾌적하다.
여기서도 밸브 특유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왼쪽 터치패드는 손가락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스크롤 방향이 다르게 작동하는데, 이는 무한 스크롤에 최적화된 원형 스크롤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번거롭게 엄지를 위아래로 여러 번 뗐다 붙일 필요 없이 패드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원을 돌리기만 하면 화면을 끊김 없이 내릴 수 있다.
오른쪽 트랙패드 역시 손가락의 움직임을 쫀쫀하게 따라온다. 패드로 슈팅 게임을 할 때 아날로그 스틱만으로는 조준점을 휙휙 옮기기 벅차지만, 트랙패드를 쓰면 실제 마우스에 꽤 근접한 속도감을 낼 수 있다. 특히 과거 볼 마우스를 튕기듯 패드를 빠르게 훑으면 화면 속 커서가 관성을 타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데, 이 특유의 손맛이 제법 쏠쏠하다.
여기에 미세한 기울임까지 섬세하게 잡아내는 자이로 센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스팀 인풋 기능을 거치면 자이로를 마우스 커서나 방향키, 심지어 게임 내 휠 메뉴 조작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자이로 기능은 기본적으로 항상 활성화되어 있지만, 원할 때만 기능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조준처럼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할 때만 특정 버튼(예: 왼쪽 트리거)을 눌러 자이로를 켜는 식이다. 초기 세팅에 공을 들여야 하지만, 내 손에 알맞게 설정하는 순간 게임 플레이 감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 스팀 인풋에서 자이로 기능을 활용한 마우스 조작부터 방향 패드, 게임 내 휠 메뉴 조작까지 가능하다.
▶ 어떤 버튼을 입력해서 자이로를 활성화/비활성화할지도 설정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이 실전에서 뭉치면 어떤 시너지가 날까? 스팀 생태계 최적화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게임 중 하나인 <노 맨즈 스카이>를 켜봤다. 대체로 스팀 덱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게임들은 스팀 컨트롤러에서도 입맛에 맞는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 <노 맨즈 스카이>의 경우 도보 이동, 비행, 차량(엑소크래프트) 탑승 등 각 상황에 맞춰 자이로 활용법을 다르게 짤 수 있었다.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도보 이동에서는 자이로를 마우스 커서에 연동시켜 직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함선을 조종할 때는 자이로를 기체 조향에 직접 연결했다. 컨트롤러를 왼쪽으로 기울이면 함선이 좌측으로 선회하고, 차량을 운전할 때는 진짜 스티어링 휠을 돌리듯 패드를 기울여 조작하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었다. 게임 속 '아노말리'처럼 말이다.
▶ 상황별로 각 버튼과 기능의 조작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노 맨즈 스카이>. 스팀 덱 완벽 호환 게임들이 대체로 이렇다.
▶ 자이로를 활용해 버튼 입력 없이 비행기를 조종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조준과 사격이 필요한 슈터 게임 <톰 클랜시의 디비전 2>(이하 디비전 2)를 플레이해 보았다. <노 맨즈 스카이>처럼 게임 자체적으로 섬세한 컨트롤러 매핑 프리셋을 지원하진 않지만, 컨트롤러와 키보드/마우스의 딜레마를 스팀 컨트롤러가 어떻게 극복하는지 체감하기엔 아주 훌륭한 타이틀이다.
슈팅 게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면 정교한 조준이 가능하지만, 실제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트리거의 감각이나 타격 시의 진동은 포기해야 한다. 반면 기존 컨트롤러를 쓰면 손맛은 챙길 수 있지만 조준의 정확도가 떨어져 게임 시스템의 조준 보정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디비전 2>의 경우 이 조준 보정이 적의 몸통 쪽으로 강하게 쏠리도록 설계되어 있어, 마우스처럼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기가 쉽지 않다.
스팀 컨트롤러는 트랙패드와 자이로라는 두 가지 무기로 이 딜레마를 영리하게 해결한다. 트랙패드로 조준점을 빠르고 정교하게 옮길 수도 있고, 자이로 기능을 활성화해 컨트롤러를 미세하게 기울여 적을 직접 조준할 수도 있었다. 실제 총기를 조준하듯 패드를 움직이는 감각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강렬했으며, 사실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슈팅을 경험하게 해준다. 물론 마우스만큼 즉각적이고 쉬운 조준은 아니므로, 경쟁 중심의 PvP보다는 PvE 중심의 게임에서 활용할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격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이 과정에서 스팀 컨트롤러의 진동 모터가 얼마나 섬세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탄환이 발사될 때마다 그립 부분을 타고 기분 좋은 가벼운 진동이 전해졌다. 실제 총기의 반동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듯한 새로운 진동의 촉감은 전에 없던 독특한 타격감으로 다가왔다.
▶ 자이로 감도를 조절해 자이로만으로 조준하는 모습. 여기에 탄환이 발사될 때마다 전해지는 작은 진동까지 더해지니, 손맛이 정말 좋았다.
# 기기 뒤에 '착', 퍽 유용한 Puck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 자이로와 섬세한 햅틱 트리거의 짜릿한 손맛을 한바탕 경험하고 나면, 게임을 끄고 기기를 충전하는 일상적인 과정마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 매끄러운 경험을 완성하는 일등 공신이 바로 핵심 액세서리, '퍽(Puck)'이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퍽은 평소에는 PC에 USB 케이블로 연결되어 빠르고 안정적인 2.4GHz 무선 송신기 역할을 한다. 그러다 게임을 끝내고 컨트롤러 뒷면을 퍽 근처로 쓱 가져가면,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자석으로 착 달라붙으며 곧바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변신한다. 거추장스러운 스탠드형 거치대를 책상 위에 둘 필요도 없고, 매번 충전 케이블의 위아래를 확인해 꽂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무선 연결의 안정성과 충전의 편의성을 작은 부품 하나로 동시에 해결한 밸브의 영리한 아이디어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물론 퍽 외에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하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스마트 기기에서도 컨트롤러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퍽을 이용한 전용 무선 연결과 블루투스 모드를 오갈 때, 기기를 끄고 특정 버튼 조합을 몇 초간 누르고 있어야 하는 전환 과정은 다소 번거롭게 다가온다. 여러 기기를 수시로 오가며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살짝 피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구매 전 가장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한계점도 존재한다. 스팀 컨트롤러는 그 이름 그대로 스팀 생태계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다. 기기의 모든 기능을 정상적으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PC에 스팀 클라이언트가 실행되어 있어야 한다. 타 플랫폼에서 구매한 게임을 즐기려면 스팀 라이브러리에 외부 게임으로 등록하는 우회 과정을 거쳐야 하며, PS5나 닌텐도 스위치 같은 거치형 콘솔 기기에서는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철저하게 PC 게이머, 그중에서도 스팀 유저만을 타기팅한 기기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무선 송신기에 작고 가벼운 충전기 역할까지 수행하는 액세서리 '퍽'
# 그래서 살만한가? 답은 "YES"
새로운 스팀 컨트롤러의 정식 발매 가격은 16만 8천 원이다. 기본 콘솔 컨트롤러들에 비하면 제법 묵직한 가격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기가 품고 있는 스펙을 찬찬히 뜯어보면 오히려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마모 걱정 없이 압도적인 정밀도를 자랑하는 TMR 아날로그 스틱, 마우스의 영역을 훌륭하게 대체하는 두 개의 정전식 트랙패드와 정교한 자이로 센서, 4개의 넉넉한 후면 버튼, 그리고 직관적인 편의성을 자랑하는 자석 퍽까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타사의 프리미엄 라인업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방대한 스팀 인풋을 등에 업고 독보적인 활용도를 보여주는 기기다.
2015년에 등장했던 1세대 스팀 컨트롤러는 아날로그 스틱마저 배제한 채 너무 시대를 앞서갔던, 혹은 방향을 잘못 잡았던 기괴한 실험작에 가까웠다. 하지만 11년의 세월과 스팀 덱이라는 성공적인 노하우를 거쳐 돌아온 이번 신형은 근본부터 다르다.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게임 패드의 탄탄한 기본기를 완벽하게 다진 바탕 위에, 밸브가 그토록 꿈꾸던 '거실에서의 완벽한 PC 게임 경험'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해 냈다.
콘솔 호환 불가라는 명확한 한계선이 그어져 있지만, 반대로 스팀 생태계 안에서는 이보다 완벽한 맞춤형 기기를 찾기 어렵다. 오직 스팀 컨트롤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독특한 경험은 16만 8천 원이라는 가격을 충분히 납득하게 만든다. 11년의 기다림 끝에 밸브가 내놓은 대답은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스팀 게이머를 위한 궁극의 컨트롤러가 마침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