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중심으로 견고하게 굳어져 있던 한국 게임 산업은 이제 PC와 콘솔이라는 거대한 글로벌 무대를 향해 그 패러다임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상징하는 최전선에는 단연 네오위즈의 '라운드8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다.
라운드8 스튜디오는 <P의 거짓>을 통해 한국 게임사 최초로 글로벌 PC/콘솔 시장에서 상업적 흥행과 비평적 찬사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콘솔 시장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해 낸 기념비적이고도 최초의 사례로 산업적 관점에서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디스이즈게임은 글로벌 무대에서 '퍼스트 무버'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굳힌 라운드8 스튜디오의 박성준 스튜디오장을 직접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히 게임 하나가 성공했다는 무용담을 듣기 위함이 아니다. 글로벌 하이 리스크 시장을 직시하는 그들만의 시선과 뼈저리게 체득한 의사결정 체계, 즉 라운드8만의 '성공의 공식'을 명확한 언어로 짚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과연 박성준 스튜디오장은 앞으로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 콘솔 게임 산업이 마주한 현실과 과제, 그리고 라운드8 스튜디오가 새롭게 그려나갈 미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라운드8 스튜디오 박성준 스튜디오장
# 양극화된 생태계, 완성도 향상이 제1목표
Q. 간단하게 최근 근황을 묻고 싶다. 어떻게 지냈나? 최근 재미있게 즐겼거나 주목하고 있는 게임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박성준 스튜디오장: 프로젝트가 여러 개 가동 중이다 보니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GDC에도 다녀왔다. 우리가 퍼블리싱 사업도 하고 있어서 해외 게임들을 많이 살펴보고 평가하며, 개발 다각화를 위해 해외 팀과의 공동 개발 등 여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퍼블리싱과 관련해 <퍼시픽 드라이브>나 꾸준히 인기 있는 <활협전> 같은 게임들을 플레이해 봤다. 트렌드 파악을 위해 <클로버 핏>과 <볼X핏> 같은 소규모 인디 게임들도 많이 해보고 있다. 요즘 유저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Q. 최근 트렌드를 보면 소규모 인디 게임들이 작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아주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운드8도 이를 따로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박성준 스튜디오장: 나 역시 비슷하게 생각한다. 최근 스팀 같은 시장을 보면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졌다. AAA든 AA든 누가 봐도 잘 만든, 메타크리틱 85점 이상에 유저 평가도 좋은 게임들이 잘 팔리는 반면, 중간에 있는 애매한 포지션의 게임들은 고전하고 있다. 반대로 아주 작은 팀이 만들었어도 전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보여주는 인디 게임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완전히 양극화되어 중간 지점이 살아남기 힘든 시기가 된 것 같다.
우리의 전략도 비슷하다. 일단 유저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마감재가 좋고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동시에 작고 톡톡 튀는 게임에도 관심이 많아서, 최근에는 그런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소규모 조직을 셋업하려고 준비 중이다.

# <P의 거짓> 그 후, 달라진 'K-게임'을 향한 시선
Q. <P의 거짓> 출시 이후, 라운드8 스튜디오 내부의 개발 문화나 파이프라인 측면에서 얻은 성과나 변화가 있었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정말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가장 큰 성과는 DLC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다. 개발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본편보다 점수를 더 받고 싶어서 '메타크리틱 85점 이상'을 목표로 잡고 폴리싱과 계획을 진행했다. 기준선을 잡는 것부터 어려웠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 만든 결과물을 폐기하고 다시 만든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런칭했고, 목표했던 대로 오픈크리틱 86점을 받았다. 이 경험이 훌륭한 자산이 되었다. '이 정도로 완성도에 신경 쓰고 집요하게 노력해야 이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향후 게임을 제작할 때도 이 정도의 퀄리티 기준을 갖고 집중해야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걸 팀원들이 깨달은 것이 조직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Q. 전작의 평가가 워낙 좋았다 보니, 유저들의 기대치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 같다.
A. 박성준 스튜디오장: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DLC는 쉬울 줄 알았다. 게임의 틀이 다 짜여 있으니 '하던 대로 챕터 몇 개 더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 하고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얼마나 변화를 줘야 하는가'가 가장 큰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DLC니까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본편의 연장선인데 달라지는 걸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해서 내부적으로 고민과 혼선이 많았다. 현재 후속작을 개발하면서도 비슷하다. 너무 달라지면 팬들이 "내가 좋아하던 <P의 거짓>이 아니야"라고 할 테고,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 "이게 왜 2탄이야? 그냥 DLC 2라고 하지"라는 반응이 나올 테니까 말이다.
Q. 스튜디오장으로서 현재 팀원들에게 과거와 다르게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마인드셋이나 기준점이 있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스팀 유저 리뷰를 자주 보는데, 볼 때마다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신경을 덜 쓴 부분이 있으면 유저들이 굉장히 날카롭게 피드백하고 그에 따라 평가가 직결된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가 봐도 잘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신규 입사자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완성도가 매우 높아야만 유저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다. 하지만 뛰어난 디렉터라 할지라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디렉터가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며 이끌어가는 건 맞지만, 게임을 밀도 있게 완성하는 것은 참여하는 실무자들의 생각과 의도다.
우리 스튜디오 모토 중에 '실제로 작업하는 담당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다. 본인이 맡은 영역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어떻게 해야 더 재미있어질지도 가장 잘 안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의욕을 갖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게임에 담아낼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 라운드8 스튜디오의 모토 'Three Kings'. 입사자들을 위한 팜플렛에도 적혀 있다.
Q. 요즘 유저 리뷰나 커뮤니티 반응이 일종의 '낙인'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워진 여론에 대해 개발사는 어떻게 대처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보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정말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이다. 평판이라는 게 한 번 쌓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더라. 기대를 모았던 차기작도 문제가 생기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바이오웨어 같은 명가조차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걱정이 크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개발자 개인이 사견을 표출하는 건 자유지만,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개발자'로서 의견을 낼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신경 쓰는 점은 채용이다. 우리는 '게이머'만 뽑는다고 명시해 두었고, <P의 거짓> 후속작 팀은 서류에 스팀 플레이 리스트와 플레이 시간 등 게임 경험 증빙을 내야 한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게이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최적화나 스터터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진짜 게이머들은 이게 얼마나 유저를 불쾌하게 만드는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둔감할 수 있다. 진짜 게이머들이 모여서 만들어야 이런 잠재적인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Q. <P의 거짓> 출시 이후 글로벌 파트너사나 서구권 게이머들이 '한국산 콘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그렇다. 확실히 체감된다. 일단 관심이 정말 많아졌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네오위즈라는 회사의 인지도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어딜 가든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편해졌다. <P의 거짓> 개발사라고 하면 다들 알아봐 준다. 게임쇼에 우리 후드티를 입고 가면 팬이라며 너무 재미있게 즐겼다고 다가오는 분들도 많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콘솔 게임을 잘 안 만들다 보니 관심 자체가 낮았지만, 이제는 우리나 <스텔라 블레이드>처럼 좋은 게임들이 나오면서 "한국에도 훌륭한 콘솔 개발사들이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이 생겼다.
Q.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지려면 한국 스튜디오들이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우리나라에는 개발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충분히 좋은 게임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점은 모바일 게임과 PC/콘솔 게임은 개발 문법과 제작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안 해본 개발팀이 이를 겪으며 익혀가는 것도 숙제이지만, 무엇보다 '경영진의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모바일 게임의 호흡이나 관점에서 콘솔 개발을 보면 방식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고,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할 수도 있다. 개발팀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이 다른 호흡에 대한 이해도가 쌓여야만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Q. 아시아권과 서구권 유저들은 게임 취향이나 반응이 다르다. 차기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런 권역별 온도 차이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A. 박성준 스튜디오장: 나는 조금 다르게 느끼고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을 할 때는 확실히 국가별 성향 차이가 컸다. 서구권은 내러티브를 중시하고 아시아권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글로벌 평준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글 리뷰나 해외 리뷰나 똑같이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짚고 지적한다.
국가적 차이보다는 즐기는 '플랫폼'에 따른 성향 차이 같다. 콘솔 코어 유저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기대하는 바가 일관된 편이다. <붉은사막>은 되게 독특한 케이스라고 보는데, 전통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내러티브를 엄격하게 평가하지만 샌드박스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메카닉의 자유도가 훨씬 중요하다. <붉은사막>은 메카닉이 굉장히 다양하고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그쪽 유저들에게는 내러티브가 큰 흠이 아니었을 것이다.
▶ 출시 초기 기대와는 다른 게임성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붉은사막>. 현재는 평가가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 게임 개발 하이 리스크 시대... 라운드8의 파훼법은?
Q. 오늘날 AAA 게임의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이 커지고 있다. 라운드8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개발 전략을 짜고 있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되게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모바일 게임은 업사이드가 열려 있어서 대박이 나면 엄청난 수익을 내지만, PC/콘솔 시장은 상대적으로 닫혀 있다. 100만 장을 60달러에 팔아도 수수료를 떼고 나면 실제 개발사 매출로 잡히는 건 350억 원 남짓이다. 한 해에 100만 장 파는 것조차 굉장히 힘든데, 예전처럼 개발비를 쏟아부으면 사업성 자체가 나오질 않는다. 800만 장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이라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유저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가'에 방향성을 맞춘다. 메타크리틱 75점의 100시간 게임과 85점의 30시간 게임이 있다면 요즘 사람들은 모두 후자를 택한다. 다들 시간이 부족하니까 말이다. 옛날에는 긴 플레이 타임이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억지로 타임을 늘리기보단 게임을 콤팩트하게 압축하되 그 경험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유저들이 원하는 바이고, 이를 통해 개발비도 합리적으로 쓸 수 있다.
아트 역시 마찬가지다. 유저들이 언리얼 엔진 4와 5를 맨눈으로 명확히 구분하진 않는다. 아트 퀄리티를 90%에서 92%로 올리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 에너지를 차라리 다른 경험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쓰는 것이 맞다고 고민하고 있다.
Q. <P의 거짓>이 Xbox 게임 패스 데이원에 합류해 화제였는데, 이를 통해 얻은 실질적인 성과는 무엇이었고 앞으로 신작에도 적용할 계획이 있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재무적인 성과를 많이 물어보는데, 그것보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인지도 상승'이었다. 런칭 전까지만 해도 회사나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는데, 게임 패스를 통해 정말 많은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개발사와 IP에 대한 인지도가 단숨에 올라갔다. 우리는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며 하나의 IP로 키울 전략이었기 때문에 초기에 최대한 많은 분이 플레이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마케팅이나 글로벌 노출 면에서도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다.
향후 신작에 똑같이 적용할 것이냐는 프로젝트의 특성과 조건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할 것 같다.
▶ <P의 거짓>의 Xbox 게임 패스 데이원 합류는 장안의 화제였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Q. Xbox는 생태계 확장을, 플스나 닌텐도는 독점 전략을 펴는 등 플랫폼 방향이 갈라지고 있다. 한국 콘솔 개발사들은 파트너십 구축 시 어떤 방향을 가져가야 할까?
A. 박성준 스튜디오장: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다. 앞서 말한 개발비 이슈와 궤를 같이하는데, 개발비가 치솟다 보니 개발사 입장에서는 모든 플랫폼에 게임을 다 내서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특정 플랫폼과 특별한 계약을 맺어 프로모션을 지원받는 방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플랫폼을 고려하게 된다. 과거에는 각 플랫폼 비율을 1:1:1로 봤는데, 만약 특정 플랫폼 독점을 한다면 나머지 두 플랫폼에서 벌어들일 수익의 두 배 이상을 보전해 줄 조건이 되어야 말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타협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Q. 플랫폼 심사나 규정이 복잡해 어려워하는 경험 없는 개발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 플랫폼이 확장될수록 퍼블리셔의 중요도도 커질까?
A. 박성준 스튜디오장: 플랫폼사와 협업해 프로모션 서포트를 받고 싶다면 무조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사들은 이미 연간 포트폴리오 계획이 짜여 있기 때문에, 다 만들고 나서 도와달라고 하면 그쪽에서도 방법이 없다.
또한 런칭을 위한 서브미션 통과나 요구 사항 준비는 굉장히 복잡하고 양이 많다. 스팀이나 어드민 페이지조차 설명이 불친절하고 룰이 자주 바뀌어서 경험 없는 작은 팀이 직접 하기엔 매우 두렵고 벅찬 작업이다. 해외는 경험자나 물어볼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퍼블리셔와 함께 일하면 플랫폼 QA, 릴리즈 매니저의 지원, 로컬라이제이션 QA 등을 전문적으로 서포트받을 수 있어 확실한 장점이 있다.
▶ 3대 콘솔 플랫폼. 서로 다른 색깔만큼이나 오늘날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도 완전히 다르다.
# "85점 이상의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를 꿈꾸다
Q. 시나리오 라이터 출신의 디렉터 분들을 대거 영입하며 스토리텔링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라운드8이 생각하는 '내러티브'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A. 박성준 스튜디오장: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러티브가 게임에서 하는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몰입'이다. 유저가 세계관과 주인공에 몰입해야만 게임 속 모든 행동이 의미가 생긴다. 몰입하지 않으면 그냥 노가다지만, 몰입을 함으로써 훨씬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
최근 개발 비용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유저를 몰입시키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진승호 디렉터나 이상균 디렉터님이 우리와 핏이 잘 맞는 것도, 두 분 모두 게임에 훌륭한 내러티브를 담아낼 수 있는 탁월한 역량을 갖추셨기 때문이다.
Q. 진승호, 이상균 디렉터 같은 베테랑들이 라운드8 조직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융합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기대하는 시너지는 무엇인가? 또 라운드8에 필요한 디렉터의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박성준 스튜디오장: 내러티브가 우리의 매우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확실한 강점을 지닌 두 분은 우리 전략과 너무 잘 맞는 분들이다. 각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본인들의 장점을 잘 활용해 멋진 시나리오를 게임에 녹여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디렉터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잘 된 게임의 디렉터들을 만나보면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본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그것을 굉장히 디테일하고 정교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이 분명히 있어서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대답이 나온다. 조직 관리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디렉터로서의 가장 유니크한 자질은 바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실한 인지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 G-CON 2025에서 대담을 마치고 팬사인회를 진행 중인 라운드8 스튜디오의 디렉터들. 왼쪽부터 진승호 디렉터, 최지원 디렉터, 권병수 내러티브 디렉터, 이상균 디렉터.
Q. 소울라이크, 내러티브 기반 RPG, 서브컬처, 라이프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 중인데 스펙트럼을 넓힌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동시 관리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A. 박성준 스튜디오장: 경영진 차원에서 방향성을 정하고 의도적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소울라이크 성공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 개발진이 많으니 그쪽을 계속 파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작을 준비할 때 디렉터에게 세 가지만 묻는다. "첫째, 얼마나 유니크하고 재미있는가? 둘째,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해볼 만한가? 셋째, 우리가 이것을 만들 역량이 있는가?"
장르를 불문하고 디렉터가 이 세 질문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기획을 가져왔기 때문에 통과된 것이고, 결과적으로 라인업이 다양해졌다. 매니징의 어려움은 당연히 많다. 하지만 소울라이크를 또 만들어도 어차피 개발은 다 어렵다. 기왕 다 어렵다면, 디렉터 본인이 가장 만들고 싶어 하고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셉트를 밀어주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라운드8 스튜디오가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로 게이머들에게 각인되기를 바라나?
A. 박성준 스튜디오장: 특정 장르의 전문 스튜디오로 각인되는 것이 더 쉬운 길일 수 있겠지만, 이미 다양한 기획이 진행 중이라 그렇게 가긴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스튜디오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판매량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메타크리틱 85점 이상의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다. 80점도 훌륭하지만 85점 이상은 수작의 영역, 스페셜의 영역에 들어가는 기준점이다. 그래서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라운드8 스튜디오가 만들면 꾸준히 메타 85점 이상의 양질의 게임이 나온다"라고 전 세계 유저들에게 인지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베스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