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연간 다운로드 13억 건, 하지만 이용자 1인이 한 달에 쓰는 돈은 473원.'
베트남의 2025년 경제 성장률은 8.02%입니다. 한강의 기적을 쓰던 한국,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던 중국의 고도성장기에 필적하는 수치입니다.
게임 시장도 그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베트남 개발사들이 출시한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는 2024년 약 67억 건으로 세계 1위였고, 베트남 이용자들의 상위 1,000개 타이틀 합산 다운로드 횟수도 연간 13억 건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용자 한 명이 한 달에 게임에 쓰는 돈은 473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과 결제액의 큰 간극. 이는 베트남 시장의 한계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더 큰 잠재력과 기회를 의미할까요?
베트남 게임 퍼블리셔 가모타(GAMOTA)의 리포트를 포함한 국내외 자료를 통해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본 기사는 GAMOTA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GAMOTA 홈페이지)

# 소비 시장이자 생산 기지, 기회의 땅 베트남
가모타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은 지역별로 상이한 성장 주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베트남은 높은 유저 유입 추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베트남의 상위 50개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약 2억 8,498만 건으로 전년 대비 약 16% 성장했으며, 이는 한국의 동기 수치 대비 약 3.6배 높은 수준입니다.

▶ 중국·베트남·한국 Top 50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비교.
가모타의 예측 모델(ETS)은 이러한 양적 성장세가 지속돼 2026년 연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가 13.4억 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베트남은 모바일게임 생산 측면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엑솔라(Xsolla)와 구글의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개발사들이 제작한 게임들의 전체 합산 다운로드 수는 구글 플레이 기준 2024년 세계 1위(약 67억 건), 2025년 세계 2위(약 49억 건)였습니다.
이는 베트남이 대규모 소비가 일어나는 시장인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막대한 양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기지임을 보여줍니다.

▶ 가모타가 예측한 2026년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 다운로드 전망.
# 낮은 ARPU, 한계가 아닌 '수익화 상승 여력'
시장 규모는 확장되고 있지만, 인앱 결제(IAP) 매출 지표는 최근 견조한 흐름 속에서 숨을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가모타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모바일게임 스토어 IAP 매출은 2024년 3분기 5,220만 달러(약 771억 원)로 고점을 기록한 뒤, 2025년 3분기 4,630만 달러(약 684억 원)로 완만한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팬데믹 종료 이후 다시 급상승세를 탔던 모바일 게임 매출이 단기적인 역기조 현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 연간 IAP 매출 및 2026년 매출 전망.
주목할 점은 시장의 양적 성장세와 대조되는 낮은 개별 수익 지표입니다. 현재 베트남의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지출액(ARPU)은 약 0.32달러(약 473원) 수준으로, 한국(22.60달러)의 약 70분의 1에 불과합니다. GDP 격차(약 7배)에 비해 ARPU 격차(약 70배)가 벌어져 있다는 사실은 현재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의 수익화 구조가 경제 성장 속도와 괴리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모타 리포트는 이 지표를 시장의 한계가 아닌, 결제 환경 개선 시 현실화될 '의미 있는 수익화 상승 여력(Meaningful Headroom)'의 근거로 해석합니다. 수익 지표의 간극을 시장의 결함이 아닌, 향후 채워질 성장 잠재력으로 본다는 분석입니다.

▶ 0.32 달러를 기록한 베트남의 2025년 ARPU.
다만 이러한 잠재력이 지표상의 숫자를 넘어 실질적인 매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세 가지 구조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장벽은 현지 금융 환경과 글로벌 결제 방식의 불일치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의 베트남 지사에 따르면 베트남 이용자의 85%가 전자지갑을 선호하지만,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집계한 신용카드 보급률은 10% 미만에 그칩니다. 이는 신용카드 중심인 글로벌 표준 결제 방식이 현지의 소비 패턴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장벽은 무료 게임 선호와 광고 기반 모델(IAA)에 편중된 습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유저들은 광고 시청 중심의 무료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으며, 이는 유료 결제에 대한 높은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장벽은 베트남 유저의 체감 가치를 고려한 콘텐츠와 운영, 맞춤형 수익 모델의 부족입니다. 특히 스팀(Steam)이 중국 시장 등에서 지역별 가격 정책으로 구매 문턱을 조절했던 사례와 같이, 베트남에서도 유저들이 지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현지화된 가격 전략이 요구됩니다.
# 인프라와 BM의 결합이 가져올 질적 도약
베트남 시장의 다음 과제는 단순한 이용자 확보를 넘어, 앞서 언급한 수익화 상승 여력을 현실화하는 질적 성장입니다. 과거 중국 게임 시장도 같은 전환점을 지난 바 있습니다.
학술 논문 'Digital payments in China(2020)'와 당시 시장 통계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태동기였던 2011년 무렵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46% 급증했으나 결제 수단의 부재와 라이트 이용자 중심의 시장 구조로 인해 ARPU는 0.5달러 내외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 인프라가 자리를 잡은 2014년, 이용자 성장률이 15%로 둔화됐음에도 매출은 145% 급등했습니다. 결제 경로가 열리자 잠재력으로만 머물던 이용자 베이스가 단숨에 수익원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러한 최적화 과정을 앞당길 실질적인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이용자의 85%가 MoMo, ZaloPay 등 전자지갑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 근거입니다. 뒤처진 수익화 지표가 이용자 규모를 따라잡는 키맞추기(Catch-up)가 베트남에서도 머지않아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업계도 새로운 수익화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게임 산업 허브 게임긱(GameGeek)의 ‘베트남 모바일게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베트남 게임 스튜디오의 약 73%가 단순 광고 기반 모델(IAA)에서 인앱 결제(IAP) 또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 의존에서 벗어나 ARPU를 높이고 고객 생애 가치(LTV)를 확장하려는 업계의 전략적 전환입니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어 유저들의 지출 여력이 개선되면 인앱 결제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고 기반이 아닌 결제 중심의 수익 모델을 갖춘 게임들이 시장 성장의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이렇듯 외부적인 요건은 점점 무르익고 있습니다. 가모타 리포트는 이런 환경 속에서 베트남 시장의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만드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이라고 권고합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단순한 트래픽 확보를 넘어 유저의 장기 체류가 가능한 콘텐츠 설계와 운영 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베트남 유저의 커뮤니티 중심의 플레이 문화와 눈높이에 맞는 수익 구조 형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길드·팀 기반 협력 콘텐츠에 강한 선호를 보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소셜 기능을 중심에 두고, 정기 시즌 이벤트나 현지 명절·트렌드에 맞춘 인게임 캠페인을 운영한다면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현지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베트남 유저는 고가의 일회성 패키지보다 소액 반복 결제에 익숙하며, 지출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월정액 패스, 소액 스타터팩, 시즌 배틀패스 등 진입 장벽을 낮춘 결제 상품을 단계적으로 제공하고, MoMo·ZaloPay 등 현지 전자지갑과의 원활한 연동을 통해 결제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비결제 유저를 소과금 유저로, 소과금 유저를 중과금 유저로 전환하는 단계적 수익화 깔때기(monetization funnel)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결제 병목의 해소, 수익 모델의 다변화, 그리고 현지 맞춤형 운영 역량. 세 가지 동력이 시너지를 내는 시점이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가모타 리포트의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 핵심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