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60억 원 규모의 지원사업 '코리아 인디게임 데브캠프'(이하 데브캠프)를 놓고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개발 단계별로 '오디션' 형식을 거쳐 지원을 이어가겠다던 '데브캠프' 지원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들이 1차 합격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 가장 큰 쟁점이다.
지난 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데브캠프 오디션 첫 단계인 '우수 기획' 단계의 심사에선 '초기 기획 단계'에 있는 미개발 프로젝트 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들에 지원금을 줄 것이라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전에 게임쇼에 빌드를 냈거나, 개별 스팀 페이지 등을 통해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를 보여준 프로젝트들도 '우수 기획' 합격 명단에 올라, 심사의 신뢰도 및 형평성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 데브캠프 공고는 2월에 나왔고, 첫 지원 단계인 '우수 기획' 단계의 선정 결과는 4월 20일에 발표됐다.
콘진원은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및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확약 체결을 받아,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선정을 취소하고 개발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첫 단추에 해당하는 '기획' 단계 심사부터 잡음이 발생하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이다.
과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앞으로 이어질 다음 단계의 심사들이나, 내년의 심사에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기자는 객관적인 취재를 위해 해당 지원사업에 참여한 개발사 및 '데브캠프' 지원사업을 운영한 콘진원 등 각 주체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심사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한 콘진원도, 지원금만 노리고 이미 어느 정도 개발된 프로젝트를 낸 개발팀들도 모두 책임이 있는 사안이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신규 지원사업 '데브캠프' 취지는 좋았으나...
콘진원은 지난해에 기자를 만났던 당시에도, 2026년에는 '경쟁 오디션' 형태의 인디게임 지원사업을 마련해, 단계별로 더 우수한 프로젝트를 추려가며,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반에 걸친 지원을 할 계획이라 말했었다.
그렇게 올해 신설된 지원사업이 '코리아 인디게임 데브캠프'다. '우수 기획', '초기 빌드', '프로토타입', '버티컬슬라이스'까지 총 4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집중 지원을 하는 방식이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다.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3일까지 '초기 기획' 단계에 있는 게임들을 선발하는 1단계 '우수 기획' 지원 대상 모집을 진행했다.
▲ 기획, 초기빌드, 프로토타입, 버티컬슬라이스 총 4단계에 걸쳐, 지원 기업 및 개인의 수를 점차 줄여가고, 상위 단계까지 나아간 팀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각 평가 단계마다 결과를 계속해서 증명하게 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다고 본다.
지원금 지급이 단계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노리고 구색만 맞춰 내는 행태를 막는 효과도 기대할 만했다.
또한 PC/콘솔 개발 트렌드가 게임 산업 전반에 자리잡으면서,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출시는 지연되는 프로젝트가 많은 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버티컬슬라이스 심사 시기가 올해 11월로 제시될 정도로, 매우 빠른 개발을 유도하는 트랙을 만든 것은 일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데브캠프' 지원사업 심사가 이상적으로 진행됐을 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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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캠프 1단계 '우수 기획'의 지원 기간은 한 달이었으나, 선정 평가 기간은 4월 8일부터 9일까지 단 이틀뿐이었다. 지원 프로젝트는 무려 1,461건이다. '우수 기획' 선정 기업 명단은 4월 20일에 발표됐다.
아무리 평가위원장과 위원회를 구성했다 해도, 지원 프로젝트 수에 비해 평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전에는 없던 형태의 지원사업이다 보니, 기획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개발자들도 있었다.
관련된 안내와 설명을 콘진원이 남기긴 했으나, 그게 충분치 못하다 느낀 개발자들이 서로에게 정보를 묻는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콘진원의 '데브캠프' 공고를 보면, 얼리 액세스 및 정식 출시가 된 게임과 공고 마감일(3월 23일) 기준 3개월 내 출시 예정인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된 게임들은 해당 지원사업에 '신청 불가'라고 명시됐다.
1단계 '우수 기획' 지원 양식에서도 콘셉트 아트나 기획 의도, 앞으로의 방향성과 계획을 담은 내용을 중점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콘진원은 "기획 단계에 머물렀지만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거나, 우수한 기획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지원하는 것이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명시된 평가기준도 "플레이, 시스템 내러티브 등이 독창성과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70%), "목표, 조작, 구조 등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30%)로 '기획 의도의 창의성'을 보는 사항이 중점적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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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 팀의 개발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기획과 초기빌드, 프로토타입 등의 개발 단계를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발 진척도 또한 어디까지를 완성에 가깝다고 봐야하는 것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우수 기획' 단계의 선정 기업과 개인이 발표되기 전까지,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콘진원이나 개발자 커뮤니티에 관련된 내용을 계속해서 문의했던 상황이다.

한편 이번 데브캠프 지원사업에 신청한 개발사 A와 B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지 및 지원 양식 등을 통해 '초기 기획 단계의 프로젝트에게 지원할 것'이라는 콘진원의 의도 자체가 분명 읽히긴 했다"고 말했다.
다만, 개발사 A와 B는 "이번 지원사업의 '의도'에 대한 자세한 맥락과 인디 개발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등을 충분히 접한 것은, 이전에 콘진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을 때나, 개발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고 덧붙였다.
결국 콘진원의 지원사업 의도가 전달되긴 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 방식이 아주 명료하거나 설명이 충분하진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지원사업 방식이 도입되고, 심사기간까지 촉박했던 중에 나온 선정 결과는 어땠을까.
어느 팀의 어떤 프로젝트라고 굳이 명시해 저격하진 않겠지만, 이번 '데브캠프' 1차 '우수 기획' 기업 부문 선정 명단에는, 2024년 오프라인 인디게임 행사에서 기자가 직접 시연 빌드를 플레이하고 인사를 나눈 팀도 있었다.
콘진원의 의도와 달리 이미 빌드 시연이 가능했던 정도의 개발이 진행된 팀도 지원했고, 선정 기업 명단에 오르기까지 한 것이다.

다만, 콘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우수 기획' 선정 프로젝트 명단을 공개한 공지 하단의 안내에서도, "5월 20일 이전까지 검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 명확히 밝혔다.
또한 통화를 진행한 4월 23일 기준 "현재 확약서를 받고 있는 중이며, 아직 지원금은 일절 지급되지 않은 상태로, 재검증을 거치는 중"이라 설명했다.
선정 기업 및 개인에 대한 공지는 1차적으로 나간 상태일 뿐이며, 적합하지 않게 뽑힌 사례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다음 순위에 있는 프로젝트들을 올리는 등의 재검증 절차에 대한 설명을 함께 공지했다는 것이다.
▲선정 기업 및 개인 발표 공지 하단에 '향후일정' 항목에서 재검증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십분 양보해서, 지원 프로젝트의 수에 비해 일정이 촉박하고 심사 인력의 수가 부족했다는 현실적인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선정 기업 및 개인의 명단을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우수 기획' 단계 기준 최종 선정 명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4월 20일 해당 공지가 올라온 당시 기자도 이 명단을 최종 명단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발표 명단을 전하는 방식이나 시점에 대한 고민, 재검증 과정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더 필요했다고 본다. 지원사업 의도에 적합하냐 아니냐에 대한 기준 또한 더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전달됐어야 한다.
한편, 앞으로 있을 2차 '초기 빌드'(6월), 3차 '프로토타입'(8월), 4차 '버티컬슬라이스'(11월) 심사에선, 평가할 프로젝트 수가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형태로 1차 '우수 기획' 평가가 진행되어선 안 될 것이다.
단계별 경쟁을 유도하는 심사를 할 것이라면, 첫 단계에서 충분히 더 긴 심사기간을 가져야 하고, 재검증 및 스크리닝에 대한 안내도 더 명확히 진행되어야만 한다.
# '지원금 헌터' 또한 물을 흐리고 있다

다시 핵심 쟁점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수 기획'을 뽑는 초기 개발 프로젝트 선정 명단에 '이미 개발이 어느 정도 됐던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이었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이게 공지나 심사 진행에서 아쉬움을 남긴 콘진원만의 실책일까.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일명 '지원금 헌터'로 불리는 존재들이, 다수의 지원 팀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게 만든 점 또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른 해의 일반적인 지원사업이었다면, 지원금만 받고 개발 결과는 충실히 내지 않는 소위 '먹튀'를 일삼는 개발사들이 '헌터'였을 것이다.
이번 데브캠프에서는 지원사업 공지와 지원 양식을 통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던 '초기 기획 단계'의 게임을 선별해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이미 플레이 빌드를 선보이거나 영상으로 공개했던 수준의 프로젝트들이 초기 기획 단계인 척 위장해 '헌터'로 뛰어들었다.
데브캠프 공고를 보고 '진짜' 초기 기획 단계의 프로젝트를 낸 팀들은,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 그렇게 지원한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번 1차 '우수 기획' 선정 명단에 있는 팀 중에는 초기 기획안과 콘셉트 아트 등으로 매력을 담아내 '진짜' 신규 프로젝트로 선정된 우수한 팀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자는 선정 명단에서 기존에 알던 팀들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신규 프로젝트명들을 보며, 이 지원사업을 계기로 신작 개발에 더 의욕적으로 임하게 된 팀들이 많았다는 사실도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태다.
각 개발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개별 사례 또한 자세히 들어봤다.
예를 들어, 개발사 A는 기존의 2D 그래픽 게임에서 벗어나 3D 그래픽으로 스케줄러 컴퍼니(업무 및 공부 등을 할 때 배경에 켜두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의 게임) 스타일의 작품을 기획했다고 했다.
개발사 B는 환경보호를 소재로 한 임팩트 게임을 만드는 중이라 했으며, 개발사 C는 지금까지 시도했던 것과는 또 다른 장르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신작을 만드는 중이라 전했다.
콘진원의 '의도'가 제대로 통한, 응원할 만한 사례들도 분명히 있던 상황이다. 콘진원 측에서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들이 많았던 점은 고무적이었다"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렇게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헌터'들의 지원금 사냥은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의미 있는 신규 프로젝트로 선정된 팀들까지도 마치 불공정한 경쟁을 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금 헌터' 근절을 이야기하려면 게임 씬의 환경적 맥락도 짚어야만 한다.
대기업들조차 허리를 졸라 매는 업계의 겨울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고, 성공 가능성이 낮거나 불확실한 인디게임 분야에 VC(투자 자본)가 활발하길 기대하는 게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국내에서 인디게임을 전문적으로 투자하거나 퍼블리싱하는 주체가, 인디개발사의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절대다수의 인디 개발팀이 한정된 '정부 지원금'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번 데브캠프 지원사업에도 무려 1,461개 기업 및 개인이 지원하지 않았던가.
안타깝게도 정부 지원금이 중심에 있는 환경이 계속되는 한 '지원금 헌터'의 존재 자체가 없어지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
장기적으로 씬의 체질 자체가 개선되어야, 정부 지원금에 의해 모두의 희비가 엇갈리는 기형적인 상황도 완화되고, '헌터'의 수나 영향력도 줄어들게 된다.

모두가 각자 생존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 있게 쓰여도 아까운 세금이 '헌터'들의 손에 가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정부 지원금으로 지원사업을 만들고 심사하는 문체부, 콘진원 등이, 더 공정한 경쟁과 지원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디게임 개발사들 또한 이 '귀한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게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먹튀'를 하거나 '위장' 지원하는 팀들을 지탄하고, 우수한 팀들을 응원하고 조명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번 데브캠프 1차 심사 결과에 대해선 콘진원이 재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2차, 3차, 4차 단계를 비롯해 내년도 지원사업에서는, 지원한 개발사들도 인디게임 씬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아쉬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지원사업 운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또한 인디게임 씬의 자생과 공생을 위한 국내 게임 씬 전반의 관심과 노력도 이어져야만, 한정된 정부 지원금을 두고 과열된 경쟁을 하는 악순환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