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가면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해지는 게임들이 가끔 있다.
캐주얼 퍼즐 어드벤처라는 탈을 쓰고 있는 신작 <디-토피아>(D-topia)도 그런 작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목에서부터 유추가 가능하지만 '거짓된 유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다. 인공지능이 행복을 큐레이션해주는 미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슬로건이 계속해서 보이는 그런 기묘한 첨단 공간이 배경이다.

누가 봐도 이상한 세계지만, 게임을 소개하며 개발진은 "흉악한 적이나 인류 존속의 위기에 빠지는 사건이 나오는 게임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통해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유토피아를 행복으로 이끌거나 절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평온하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해보시라" 말한다.
개발진은 아트나 플레이 스타일 등을 설명하며 계속해서 "따뜻함", "느긋함", "편안함"을 강조했는데, 직접 데모를 해보고 나니 더 '이상한 세계'라는 확신이 들었다.
과연 <디-토피아>는 어떤 게임일까. 직접 짧은 데모 분량을 플레이하며 게임의 윤곽을 살펴봤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스타일 자체는 캐주얼하고 편안한 거 맞는데요...

"당신의 주민 적합성 진단 결과는 타입 D입니다."
주인공(플레이어)은 인공지능이 모든 행복을 결정하고 사람들의 삶을 돕는 기묘한 유토피아 도시 'D-topia'에 주민으로 입성하게 된다. 주민으로 들여도 문제가 없는지 그것조차 인공지능이 검사를 하며 시작한다.
주인공에게 배정된 업무는 '시설 정비공' 일명 '조율사'다. 문제가 발생한 곳에 가서 망가진 곳을 고치거나, 사람들의 말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일이다.

개발진의 설명처럼 '선택'이 중요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데모에서는 아직 대화를 확인하는 정도의 영향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디-토피아'의 행복이 늘어나거나 절망으로 향하게 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발을 내딛는 공간마다 뭔가 기묘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도대체 뭘 하는 공간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게임이다.
그림체가 둥글둥글하고 색감이 따뜻한 편이며, 이하 소개할 퍼즐 플레이 등을 포함해 탐색의 이동도 템포가 느긋한 편이라, 개발진의 설명 자체는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이 세계는 뭔가, 뭔가가 이상하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밥을 먹는 과정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그 선택의 근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얼핏 주인공이 결정'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을 하러 나서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옆으로 지나치는 방을 확인해보면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에 일어나 동일한 시간 만큼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노동의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의 직장인들보다는 유토피아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씁쓸한 시선도 가져볼 수는 있겠지만, 말 그대로 통제된 사회다.
일을 하는 공간까지 가는 동안 전광판이나 로봇들을 확인해보면 계속 같은 말들을 하고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주인공을 기준으로 이 세계에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터(공장)에서 주어진 '근무'를 처리하는 것과 문제가 발생한 곳에 가서 사람들의 일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데모를 기준으로 '근무'는 블록을 옮겨 퍼즐을 푸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숫자가 적힌 위치로 블록을 드래그해 옮기거나, 합이 주어진 숫자만큼 되게 배치하거나, 막힌 길을 열고 블록들이 가야할 자리에 가게끔 하는 식의 구성이다.
본편에선 어느 정도 난도의 퍼즐이 나올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우나, 개발진이 계속해서 말한 "편안하고 느긋한 플레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보면, 많이 어려운 퍼즐이 등장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근무'를 수행하면 이 도시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받는다.

일부 공간에서는 이런 식으로 음식을 사서 먹거나, 다른 인물들에게 구매 또는 습득한 물건을 주는 이벤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돈을 벌어야 할 이유'는 쥐어준 셈이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다시 복도로 나온 주인공의 앞에 통통한 소년 한 명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지나간다.
소년이 메모리 칩을 떨어트리고 간 것을 본 주인공은, 이를 돌려주기 위해 소년을 뒤따라간다.

스케이트를 타던 소년의 이름은 '이비'. 그는 상점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가보라 조언한다.
여기서부터 조율사가 하는 다른 일인 '해결'의 영역이 등장한다.
도착한 상점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기계가 망가진 상황이다.
조율사는 '블록사이드'라는 세계를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같은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봐서, 문제를 찾고 해킹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은 과정이다.


플레이 구성으로는 앞서 '근무' 때와 비슷한 퍼즐 풀이 과정이 이어진다.
게임에서 묘사되는 방식으로는, 이렇게 '블록사이드'로 전환해 보는 세상에서는 원래 세상에서 볼 수 없던 문제나 존재들을 인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편의 플레이에서는 이렇게 두 시선을 오가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인물들과 점차 가까워지면서, 중요한 여러 선택을 통해 '디-토피아'의 행복의 총량을 결정하는 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절망적일 것인지가 관건
개인적으로 기자는 여가 시간에 퍼즐게임이나 코지(Cozy, 아늑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게임도 많이 즐기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토피아>의 15~20분 안팎의 데모 플레이는, 취향에 맞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기도 했다.
뭔가 기묘한 분위기의 세계관, 둥글둥글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그림체, 이면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고 싶은 캐릭터들은 <디-토피아>의 확실한 강점이었다.
그러나 데모 버전을 기준으로 퍼즐 플레이는 다소 슴슴했고, 고정 카메라 시점 안에서 다소 느리게 반응하는 탐색 조작감은 약간의 답답함을 유발했다.
물론 그것까지도 의도한 플레이 경험일 수 있고, 본편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이동하던 '이비'처럼 더 빠른 이동이 등장할지도 모르니,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말이다.

100% 만족스러운 데모 경험은 아니었음에도, 게임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일단 주인공이 받은 적합성 검사의 결과 '타입 D'는 일종의 등급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 제목에도 'D'가 들어가 있는 만큼, 이 복선이 어떻게 회수될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또한 데모 플레이 말미에, 기사 상단에 함께 담은 영상인 '출시일 트레일러'가 재생됐는데, 그 안에는 데모 분량에서는 없던 더 절망적인 분위기의 모습들도 엿보였다.


개발진과 퍼블리셔는 게임을 소개하며, 여러분들의 결정이 거주자들의 삶에 영향을 주며 때로는 심오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과 가까워지고 친밀도를 쌓으며 복잡한 개인사도 알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조율사로서 해결하고 수리하는 영역들은, 문제가 생긴 AI 시스템의 '글리치'를 해결하는 방식도 있어서, 플레이어와 거주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문제까지도 고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기대와 희망으로는, '선택'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게임이라면 본편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결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수준까지를 포함했으면 한다.
기본적인 플레이 구성이 순한맛이기 때문에, 스토리나 전개에서라도 약간의 자극과 충격, 상상의 여지가 있기를 바라본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이 '기묘한' 분위기의 세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 것인지 주목되는 작품이다.
<디-토피아>는 2026년 7월 14일에 PC 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하 스크린샷들은 개발사와 퍼블리셔로부터 제공 받은, 데모 분량 안에는 없던 게임 본편의 모습 중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