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 게임을 올리려면 구청에 등록해야 한다.
처음 들으면 농담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실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을 제작하거나 배급하려는 사업자는 제작업 또는 배급업 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 관청은 시장·군수·구청장이다. 주소가 바뀌면 변경등록을 해야 하고, 시기를 놓치면 과태료(100만 원)가 나온다.
제25조(게임제작업 등의 등록) ①게임제작업 또는 게임배급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5조 중 일부)
최근 한 개발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폐지를 촉구한 게임기술자격증도 문제지만, 현장에서 더 답답한 건 이거라고 했다. 듣고 보니 이상했다. 모바일과 스팀의 시대에, 왜 일반 게임 개발사가 아직도 구청 등록에 발목 잡혀야 하나.
이 제도의 뿌리는 오락실과 게임장, 아케이드 유통을 관리하던 1999년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제정된 음비게법은 기존 음반·비디오물 법 체계에 게임물을 함께 넣으면서, 종전 공중위생법상의 컴퓨터게임장과 풍속영업 규제 영역을 이 법의 관리 대상으로 끌어왔다. 지역 단위 영업장과 유통 질서를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성격이 강했던 제도다. 등록 관청이 중앙정부가 아닌 시장·군수·구청장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나마 한때는 나아진 적이 있었다. 2001년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했고,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제작업과 배급업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다. 이 업종을 일일이 틀어쥐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2006년 게임산업진흥법 체제로 넘어가고, 같은 해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흐름이 뒤집혔다. 사행성 아케이드와 환전 문제를 잡기 위해 규제는 다시 강해졌고, 게임산업 전체가 더 강한 관리의 틀 안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겼다. 바다이야기와 싸우기 위해 강화된 규제의 그림자가, 한참 후 앱스토어와 스팀에 게임을 올리는 일반 개발사들에게까지 그대로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사행성 게임장과 환전, 불법 개조를 겨냥해 짜인 행정 체계를 디지털 게임 개발사 전체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동네 오락실 때문에 만든 규제를, 글로벌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이 똑같이 감당하고 있다.

▶ 사행성 아케이드 '바다이야기'.
현장에서 이 부담은 생각보다 작지 않다. 큰 회사라면 담당 팀이 처리하겠지만, 소규모 개발사나 1인 개발자, 공유오피스를 옮겨 다니며 버티는 팀에게 이런 절차도 비용도 적지 않은 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부담이 게임의 완성도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할 판에, 관할 구청 등록 여부가 무슨 산업적 의미를 갖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1년 정부는 한 번 맞는 판단을 했다. 지금 다시 그 판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반 디지털 게임 제작업과 배급업은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사행성 유통과 환전, 불법 개조 같은 영역은 따로 정밀하게 규제하면 된다. 앱스토어와 스팀에 게임을 올리는 일반 개발사들까지 같은 틀에 묶어둘 이유는 없다.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상황이 바뀐 뒤에도 손질되지 않으면,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된다. 지금 게임 제작·배급 등록제가 딱 그런 상태다. 바다이야기는 2006년의 일이다. 그 공포가 만들어낸 규제가, 20년 뒤 개발사들에게 아직도 구청 등록증을 요구하고 있다.
게임 산업은 오래전에 오락실을 떠났다. 행정만 아직 거기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