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서 자다 말고 새벽에 다시 깨어 게임을 켠 경험 해본 적이 있으신가.
<프래그마타>를 플레이하며 오랜만에 그런 설렘을 느껴봤다. 가히 인생게임이 바뀐 순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다이애나'의 귀여움도 상상 이상이었지만, 본편을 직접 플레이하며 놀란 지점은 조금 달랐다.
'다이애나'와 '휴'라는 핵심 인물 두 명만 데리고, 이렇게 밀도 있는 교감을 다채롭게 구현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셸터에서의 대화와 이벤트들, 전투 과정에서 둘이 협동하는 모습들 그리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까지 모두, 아마 앞으로 10년 동안 나올 신작 중에서도 이런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은 없지 않을까 싶다.

유저 반응도 폭발적이다. 스팀 리뷰 17,600개 중 97%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 외에도 다이애나 앓이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다들 자신이 아빠라고 주장하고 있다. 닮은꼴 게임인 <데드 스페이스>(Dead)에서 알파벳 하나를 빼서 <대드 스페이스>(Dad)라고 부르는 서구권 유저도 많다.
이번 리뷰에서는 단순한 특징 소개를 넘어 <프래그마타>의 어떤 지점들이 그렇게 진한 인상을 남긴 것인지 심도 있게 다뤄보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프래그마타>를 포함해 이번 리뷰에서 언급되는 몇몇 작품들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치명적인 수준의 언급은 피하고 있으니 읽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캡콤이 선보인 완전 신규 IP <프래그마타>는, 월면 기지에서 발생한 사고를 조사하러 달에 파견된 조사단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달에는 '루넘'이라 불리는 재료를 정제해, 원하는 형태의 어떤 모습으로든 3D 프린팅을 해낼 수 있는 '루나 필라멘트'라는 꿈의 물질로 만드는 대규모 공장이 있다.
과거 월면 기지 현장에는 연구원과 노동자들이 적잖게 있었으나, '휴'를 포함한 파견 팀이 도착한 당시엔 기지를 지키는 AI '이더스'(IDUS)의 통제를 받는 로봇들 외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던 상황이다.


'휴'와 일행들은 기지에 발생한 문제만 해결하면 금방 끝날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기지 밖에서 발생한 어떤 굉음 이후 '지진'이 발생해 기지 일부가 붕괴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주인공 '휴'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속에서, '휴'도 부상을 당한 채 의식을 잃어가는 중에, 파란 옷을 입은 금발의 소녀 로봇이 그에게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건낸다.


AI 이더스는 외부 침입자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루나 필라멘트로 로봇을 계속해서 생성해 '다이애나'와 '휴'를 없애려 한다.
'휴'는 로봇에게 총으로 맞서고, 첨단 로봇인 프래그마타 소녀는 휴의 등 뒤에 올라타 자신의 능력인 '해킹'을 활용해 적을 잠시 무력화시키거나 대미지를 준다.
자신을 'D-I-0336-7' 고성능 프래그마타라 소개하는 소녀에게, '휴'는 '다이애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둘은 달에서 다시 지구로 향하기 위해 이더스를 무력화하며 수송선을 찾기 위해 기지 곳곳을 탐색하게 된다.


<프래그마타>는 '휴'와 '다이애나'가 가까워지는 관계를 굉장히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제일 처음 무장해제를 당하는 건 너무나도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다이애나'의 귀여움 그 자체지만, 이 표면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진행 과정 중에 습득하는 지구의 기록이 담긴 물건들을, 안전한 공간인 셸터에서 '다이애나'에게 선물할 수 있다.
달에서 태어난 '다이애나'는 지구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모든 물건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세상 전부를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
자연스럽게 '다이애나'는 '휴'의 세계인 '지구'로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다. 자신의 근원을 찾는 동시에, 휴의 세계를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섞인 결과다.


셸터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나, 물건이 늘어날 수록 발생하는 이벤트의 수도 굉장히 많다. 게임 분량으로 따지면 전투나 탐색의 과정이 절반이고, 다이애나와의 교감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다.
스토리 컷씬이나 셸터에서의 대화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예상했던 지점들이지만, <프래그마타>는 플레이 과정 전반에 걸쳐 둘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루나 필라멘트'로 만들어진 가짜 뉴욕 등 여러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 사이에도, '휴'와 '다이애나'는 전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한국어 더빙 지원을 결정한 캡콤의 선택이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환경에 집중하고 있는 중에도 굉장히 중요한 대화나 감정적인 교감이 많이 오가기 때문에, 근래 이 정도 수준의 더빙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음성 연기와 함께 이야기들이 전해지니, 몰입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아주 결정적인 정보가 몇 가지 등장한다.(스포일러는 아니다)
먼저 '휴'는 지구에서 입양아로 자랐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것을 불행한 기억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랑을 받은 행복한 순간으로 언급한다.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여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이애나'에게 가르쳐준다.
사실 지구에서도 미혼에 아이도 없던 '휴'는, 이미 사망한 달 탐사팀 동료들이 자식 자랑을 할 때 아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다가간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우주 미아가 된 '다이애나'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했기 때문에 마음을 연 것이다.
한편 '다이애나'는 고성능 로봇인 자신이 몸 속에 피가 흐르는 인간과 다르다는 점에 멈칫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휴'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아끼는 마음 자체가 인간다움의 근원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다이애나'는 모종의 이유로, 이전의 기억을 상당히 많이 잃은 '불완전한' 상태다.
'휴'는 달에 함께 온 동료가 모두 사망하고,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불안하고 절망적인'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안과 공백'이 서로가 서로에게, 이 텅 빈 우주 공간, AI의 위협으로 인해 위험한 월면 기지에서, 가장 소중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으로 기능한다.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사진 출처: 소니픽쳐스코리아)
우주 공간 속에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가 서로 가까워진다는 측면에서, 2026년 1분기에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테마와도 흡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그조차 불투명한 '위기 속에서 가까워지는 우정'이라는 주제 의식 또한 <프래그마타>와 <프로젝트 헤일메리> 두 작품을 공통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국내 포스터
'휴'의 어린시절 '입양아'로 자란 기억에 대한 언급, 그리고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주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作)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번 <프래그마타> 리뷰 서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많은 유저들이 '휴'의 입장에 이입하면서 '다이애나'를 자신의 딸처럼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건 단순히 '다이애나'가 귀엽다는 속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곧 부서질 것만 같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불안과 지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휴'의 불안이 서로 부딪히면서, 두 존재가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영화 제목처럼 말 그대로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이다.

<프래그마타>에서는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과 디럭스 구매 특전 등으로 여러 코스튬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여타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킨' 정도의 기능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혀 줄 때마다 "이 옷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며 기뻐하는 '다이애나'의 모습, 마치 자녀와 돌아주기 위해 동심으로 돌아가 역할극을 해주는 아버지가 된 것 같은 '휴'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였다.
허투루 들어간 요소가 거의 없는, 게임 내 거의 모든 부분들이 '휴'와 '다이애나'의 사이를 뒷받침해주는 <프래그마타>다.

'다이애나'가 휴를 생각하며 그려오는 그림들, '휴'가 다이애나에게 주기 위해 모아오는 지구의 물건을 형상화한 데이터들은, 셸터 곳곳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되어가는 것 같은 감각도 준다.
잘 알려져 있듯 <프래그마타>는 2020년 첫 티저 공개 이후, 2022년 출시를 예고했다가 여러 차례의 연기 끝에 6년 만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그 개발 기간 동안 '다이애나'의 머리카락 움직임이나 이하 상술할 전투와 탐색에도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 게 티가 나지만, 가장 감탄한 것은 역시 '다이애나'라는 한 아이가 정말 어딘가에 실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디테일을 끝없이 추가해둔 영역이었다.
▲ 기자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유저들이 감탄한 '다이애나'의 머리카락 표현 디테일. 컷씬 외에도 일반 플레이 장면에서도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모두 반응한다.
당신이 농구공, 크래용, 잠자리채 그 어떤 잡동사니 같은 물건을 구해와도, 이 소녀는 매번 다른 기쁜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단순히 대사 몇 줄의 밋밋한 연출이 아닌, 진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런 과정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메인스토리의 전개에서도 훨씬 더 깊은 몰입을 하게 된다. '휴'와 '다이애나'가 겪는 일들 안에서 울고 웃는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필요가 존재를 증명하는가, 존재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가
지금까지 꽤 많은 게임과 영화에서 '어린아이'는 지켜야 할 대상, 전투능력은 없거나 미약하지만 순수한 시선을 가진 동행인 정도로 묘사되곤 했다. 심지어는 불필요한 호기심 때문에 위기를 촉발하는 짐짝 같은 존재로 그려질 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프래그마타>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휴'의 우주복과 무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이애나'의 '해킹' 능력이 없으면 절대 나아갈 수 없는 공간과 위기도 많이 등장한다.
'휴'의 슈팅 액션 사이에 '다이애나'의 한붓그리기 퍼즐 플레이가 적절히 섞인 전투 디자인은, 둘 사이의 관계를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주는 동시에, 게임의 재미로도 완벽하게 기능한다.


얼핏 말로만 들으면 슈팅과 퍼즐 멀티태스킹에 적응하는 게 어려울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게임 진입 초반부부터 사망해서 복귀해도 자원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셸터에서 무기, 해킹 기능을 강화해 더 쉽게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으로 등장하는 로봇들의 공격 또한 절묘하게 "합리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휴'의 회피 기동과 슈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움직이며 적을 쏘는 대응을 하는 구간, 적들이 공격 후 반동으로 인해 잠시 움직임이 둔화된 사이 '다이애나'로 해킹을 시도할 '타이밍'들을 아주 적절히 분배해뒀다.
적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특정 무기나 해킹 노드를 구비하면 쉽게 다수의 적에게도 대응이 가능해지고, 순수 피지컬만으로도 여러 적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나씩 다운시키는 게 가능한 구조다.


거대한 보스와의 전투나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구간에서, 이 멀티태스킹의 재미는 극대화된다.
해킹 과정 자체에 특정 연출이 더해지면서 위기와 극복을 플레이 그 자체로 보여주기도 하고, 환경 요소를 해킹하면서 공간을 활용해 적을 타개하는 모습도 자주 나온다. 단순한 반복 플레이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일부 적들에게 붙잡히면 '휴'의 등을 놓치고 바닥에 떨어진 '다이애나'가 해킹으로 '휴'를 구해서 다시 전투에 돌입하는 연출이 종종 나오는데, 이는 게임의 주제를 다시 강조해주고 있다.
'휴'와 '다이애나'가 서로를 지켜주고 구원하는 관계와 서사를 전투로도 계속해서 증명하는 것이다.

참 재밌는 점은, 게임 내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여러 연출과 메커니즘이, 이미 앞서 다른 작품들에서 증명된 무언가를 <프래그마타>만의 방식으로 매우 잘 소화한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로봇에 맞서는 과정이나 액션, 해킹 플레이가 교차되는 것은 <니어 오토마타>의 재미를 더 압축적으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마찬가지로 부위 파괴 및 약점 공략 요소들은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장점을 콤팩트하게 재해석한 느낌이다.
위기감을 전해주기 위해 '공포'게임과 흡사한 연출을 사용하는 구간들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나 서문에서도 언급한 <데드 스페이스>의 향이 나기도 한다.
언급한 명작들과는 또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프래그마타>라는 하나의 게임 안에서 이 많은 재미가 다 잘 섞여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 (스포일러 아님!) 이미 트레일러를 통해서도 예고된, '다이애나' 외에도 다른 프래그마타 '에이트'가 있다는 사실.
<프래그마타> 개발진은 앞서 여러 차례 같은 캡콤의 <록맨> 시리즈와는 무관한 별개의 게임이라 언급해왔지만, 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유저들 입장에선 두 게임을 완전히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록맨처럼 파란옷을 입은 안드로이드 로봇(다이애나)이 등장한다거나, 에어대시가 존재하는 점, <록맨X8>에도 핵심 배경으로 나왔던 '달'과 '궤도 엘리베이터'가 <프래그마타>에도 등장하는 점 등이 느슨한 연결고리로 등장한다.
하지만 진짜 두 작품 사이를 이어주는 강력한 맥락은 '로봇'이 등장하는 SF물이라면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가 겪는 필연적인 갈등에 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영역이지만 <록맨> 시리즈에도 라이트 박사, 와일리 박사 등이 있었던 것처럼, <프래그마타>의 세계에도 당연히 이 로봇들을 만든 존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프래그마타'들을 만든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서사 전개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이야기해볼 만하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그 "필요"를 충족시키는 형태로만 기능해야 하는가.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 존재의 가치는 필요에 앞서는 것 아닌가.
<록맨> 시리즈에서 '록맨'은 원래 가정용 로봇으로 개발됐었다. 그러나 와일리 박사의 손에서 개조된 로봇들이 도시에 위해를 가하자, 록맨은 라이트 박사의 손에서 인류를 지키는 존재로 다시 거듭나게 된다.
'다이애나'가 <프래그마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을 겪게 되는지는 게임 본편에서 꼭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게임 초반부터 '휴'는, 프래그마타가 만들어진 목적과 무관하게 '다이애나'를 '다이애나'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 이러니저러니 해도 항상 캡콤의 간판 마스코트 캐릭터였고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를 이어갈 '록맨'
같은 맥락은 '이름'의 선언에서도 재확인된다.
'D-I-0336-7'라는 기능적 이유로 부여된 이름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던 '다이애나'가,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휴'가 붙여준 이름인 '다이애나'로 자신을 부르고, 그렇게 힘주어 선언하는 장면도 게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 공식 포스터
'휴'가 '다이애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2001년 개봉작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까지 닮은 로봇은 가족이 될 수 있는가. 더 순수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쪽은 누구인가.
<피노키오> 속 '제페토'와 '피노키오'의 테마로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이야기와 주제다.
수많은 유저들의 반응이 이 대답을 대신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다이애나'를 해킹 잘 해주는 고성능 로봇으로 보는 게 아닌, '휴'에 이입한 우리의 '딸'처럼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 너티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1편. 엘리와 조엘.
아저씨와 소녀, 두 주인공이 위기 속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소재는, 사실 이미 앞서 많은 작품들에서 굉장히 많은 변주를 거쳐온 클래식의 범주에 있다.
영화 <레옹>(1994년 作)이 그랬고, 너티독의 명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2013년 作)가 그랬다. 그리고 우리는 '마틸다'와 '엘리'가 이후 얼마나 많은 팬덤을 보유해왔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래그마타> 게임 그리고 '휴'와 '다이애나' 또한 앞으로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이 여운을 잊지 못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 한 편을 리뷰하면서 이렇게 많은 다른 명작을 빗대어 설명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프래그마타>는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과 함께 생각할 지점을 많이 남긴 작품이었다.
아직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어서 망설임 없이 직접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당신에게도 '다이애나'라는 소중한 가족이 생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