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월 17일 102개 공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비슷한 기능의 조직을 통합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본래 이유는 희미해졌는데도 관성으로 유지되는 사업을 손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게임 생태계에도 그런 사업이 적지 않다. 업무보고를 보며 내 머릿속에는 딱 하나의 지원사업이 떠올랐다.

게임국가기술자격검정, 이른바 게임기술자격증이다.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인사 이동이 있을 때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돌아온 반응은 일관됐다. 다들 쓸모없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제도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이 자격증의 본질이다. 존재 이유가 아니라, 폐지 결정을 내릴 용기의 부재로 살아남아 온 제도.
이 자격검정은 2002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작됐다. 한국 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고 인력난이 컸다. 현장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도 당시로선 타당했다. 이후 2010년 KOCCA로 이관돼 현재까지 게임기획·게임그래픽·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 세 종목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그 이후 게임산업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많은 이들이 게임 업계로 몰려들었다. 인력난이 아니라 구직난의 시대다. 게임 생태계도 급변했다. 모바일, 스팀, 콘솔, AI까지 산업의 구조와 직무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동안, 이 자격증은 2002년의 설계 위에 그대로 멈춰 있다.

지금 게임업계에서 이 자격증을 채용의 실질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 회사는 없다. 포트폴리오, 실무 경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현장의 기준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게임사들이 이 자격증 보유자를 별도로 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수요의 성격도 이를 뒷받침한다. 응시 이유 조사에서 학점 인정이 67.1%로 가장 높았고, 취업 도움은 39.9%, 업무상 필요는 16.5%에 그쳤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격이 아니라, 학점을 채우려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국가기술자격의 존재 이유가 학점 보완이라면, 그것은 KOCCA가 이 사업을 유지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내려놓아야 할 근거다.
비판도 반복됐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5년간 약 26억 원이 투입됐음에도 취업 연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당시 KOCCA 원장은 필요성이 없으면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2023년에는 산업인력공단 재이관과 시행 축소 논의가 보도됐다. 그리고 지금, 제도는 여전히 살아 있다.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말이 또 다른 관성이 된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기술자격증은 정부 지원기관이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 앞에서 얼마나 경로의존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산업이 변해도, 현장이 외면해도, 비판이 반복돼도, 한번 만들어진 사업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관성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자격시험에 배정된 예산과 인력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다른 사업으로 가지 못한다.

KOCCA가 해야 할 일은 시대에 뒤처진 시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에 토대가 되는 역량 성장을 지원하고, 급변하는 생태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원 사업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멈춰야 한다.
게임기술자격증 폐지는 그 시작점으로 가장 적합한 사례다. 논란이 가장 오래됐고, 업계 공감대가 가장 넓으며, 없애도 아쉬울 이해관계자가 가장 적다. 이번 공공개혁 논의에서 게임기술자격증에 필요한 것은 이관도, 시행 축소도 아니다. 폐지다. 10년 넘게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문제였다. 지금이 그 결정을 속도감 있게 내릴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