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이 예뻐도 사람이 예쁜 건 조금 다른 문제고, 마찬가지로 재료가 좋아도 요리가 맛있어 지는 건 아니다.
기자에게 <몬길: 스타 다이브>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캐릭터들의 겹치지 않는 성격 분배, 전투에서의 역할 등 큰 그림 안에서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 잘 있기는 한데, 밑그림과 구성의 매력에 비해 도약을 잘 못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재미는 있고, 기자와 같은 잔뼈 굵은 오타쿠들이라면 척 보면 알아볼 요소들도 많지만, 기대하는 바를 다 채워준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제 첫발을 뗀 라이브서비스 게임인 만큼, 앞으로 이 좋은 재료들이 더 멋진 요리로 거듭나길 바라보며, 기자가 <몬길: 스타 다이브>를 플레이하며 받은 인상을 가감 없이 소개하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재료는 정말 확실히 좋은데...
게임 타이틀에서부터 <몬스터 길들이기>의 줄임말로 <몬길>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첫단추에서부터 '익숙한 맛' 위에 '새로운 맛'을 쌓는 게 관건인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꼭 원작 <몬길>을 알아야 재밌는 작품은 아니다. 이번 작품을 단독으로 즐기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이번 <몬길: 스타 다이브>의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아는 맛'을 담아내는 것에는 충실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주인공 클라우드는 '몬스터'의 말을 알아듣는 모험가고, '베르나'는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딴지를 걸고, 길드에서 만나는 몬스터 연구원 '힐리아'는 몬스터의 매력에 눈이 뒤집어지는 등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안정적인 맛'이다.
이제는 국내에서 넷마블 만큼 카툰 렌더링 그래픽 표현을 잘 하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픽 표현도 준수하다.
컷씬들의 카메라 구도나 동선과 동세, 시선 처리도 딱 전달해야 할 내용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잘 활용됐다는 느낌이다.
▲ 주인공 '클라우드' 그리고 플레이어와 내내 함께 다니는 비밀이 많은 존재 '야옹이'
▲ 몬스터 연구원 '힐리아'
하지만 동시에 밑바탕이 좋으니,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포지션으로 등장했던 인물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다.
당장 몬스터 연구원 '힐리아'만 봐도 그렇다. 서브컬처 게임을 찾아서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진격의 거인>에서의 '한지' 등 비슷한 스타일의 캐릭터들이 보여줬던 매력의 고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몬길: 스타 다이브>의 '힐리아'가 <진격의 거인>의 '한지' 정도로 진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기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충분히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유는 명료하다. 그 성격의 '타입', '속성'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오필리아
출시 이후 왜 적잖은 유저들이 <몬길: 스타 다이브>의 스토리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리에만 충실히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오필리아'라는 캐릭터는 콧대가 높은데 길치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 또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설정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좀 많이 봤다 하는 분들이라면 당장 비슷한 캐릭터가 많이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들의 '특징'은 '이야기 전개'에 영향을 주거나, 확실하게 인상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로 이어져야 그 빛을 발한다. "얘는 이런 인물이랍니다" 같은 자기소개에 그쳐선 안 되는 것이다.
▲ 프란시스
TMI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본인은, 기자가 되기 전에 소설을 꽤 오래 썼고, 연기자로 일한 시간도 길었다.
연기자들 사이에선 한 가지 만고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인물을 풀어낼 때 "형용사로 표현하지 말고 동사로 표현하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다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쾌활하기 때문에 어떤 동작을 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나리오 작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다. 캐릭터의 매력은 말투나 차림새가 아니라 '사건 속 반응'에서 나온다.
서브컬처의 시선으로 보면, 단순히 더 섹시하거나 귀여운 외형을 하고 있거나, 인물 사이의 러브라인이 있거나 없다고 해서 '설렘'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상황과 맥락' 안에서 서로가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특정인물이 조금씩 스며들 때 캐릭터끼리, 그리고 플레이어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 에스데
그렇다면 <몬길: 스타 다이브> 속 캐릭터들은 어떤가.
몬스터 애호가나 길치가 그 속성을 보여주는 장면은 한 번씩 등장하지만, 사건이나 전개에 영향을 줄 것 같은 느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구성 정도다.
단장이었던 시절의 연을 끊고 메이드가 된 '에스데'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점부터, 이 공기가 조금 바뀌긴 한다.
누가 누구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런 감정이나 이해관계 속에서 인물들의 움직임으로 사건이 변화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조금이지만 생겨나기 시작한다.

다만, 이 '에스데' 관련 에피소드에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아니라, 주차장 주변에서 시운전을 하는 느낌이었던 점은 아쉽다.
전투에 능했던 인물이 메이드가 됐다는 설정을 보면, 아마 기자처럼 <젠레스 존 제로>의 '빅토리아 하우스 키핑' 캐릭터들을 떠올리는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몬길: 스타 다이브>의 경우엔, 이들의 이면에 있던 이야기나 그 후에 현재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윤곽만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 린과 란
'린'과 '란'처럼 판을 흔들어주는 캐릭터가 등장한 뒤, 4장과 5장에 들어서면서 이야기에 집중하는 힘도 조금씩 더 생기는 편이지만, 아직까지는 강렬한 인상을 크게 주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만, 출시 이전 현장 시연 등에서 나온 일부 반응인 "유치하다"거나 "표현이 올드하다"는 걱정은 크게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출시 버전을 기준으론, 연출 및 표현이 이런 측면에서 아쉽다고 느껴지진 않았던 편이다.
그저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인물들과 서사의 깊이가 계속 얕은 수준에서만 다뤄지는 게 아쉬울 뿐이다.
캐릭터들의 성격적 특징을 지금처럼 직선적으로 활용할 거라면 이들이 서로 얽히는 방식에서 더 변주를 줬어야 하고, 서사를 직선적으로 끌어갈 것이었다면 각 인물들의 면모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구간을 넣었어야 했다.
이제 출시한 작품이고 판을 깔고 시작한 셈이니, 앞으로의 전개에선 더 나아진 모습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 깔끔해서 좋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전투, 성장
<몬길: 스타 다이브>의 전투는, 서브컬처 액션 모바일게임을 많이 즐겨본 분들이라면 익숙할 구성을 가지고 있다.
3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만들어, 적의 액션에 실시간으로 회피하며 공격을 넣고, 교대로 방어 가능한 패턴 및 스킬 쿨타임 등을 고려하면서 주기적으로 캐릭터를 교체하며 전투를 하는 방식이다.
<몬길: 스타 다이브>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점프가 없다'는 점, '몬스터링'을 통해 스탯 상승이나 특성 외에도 전투에 '보조 공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교체한 뒤에도 온필드에 남거나 특정 상황에선 3명의 캐릭터가 필드에서 협동해서 공격을 한다는 점이 있다.



특수 기술이나 필살기 연출도 호쾌한 편이고, 단순 연타가 아닌 길게 눌러서 사용하는 공격이 다른 기능을 가진 사례도 많다. 연이은 공격을 넣는 게 유리한지 아닌지 등이 전략적으로 다른 디테일도 좋은 편이다.
PC에서의 액션은 시야가 넓고 반응이 더 매끄러워서 좋고, 모바일에서의 액션은 진동으로 오는 피드백이 몰입감을 키워줘서 좋았다. 모두 괜찮은 타격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들이다.
캐릭터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이나 메커니즘에 적응하는 과정도 빠른 편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리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캐릭터는 아직은 많지 않은 편이다.

발을 깊게 들이다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가 변화하는 동시에 가벼운 맛은 사라져간다. 제대로 된 파티가 갖춰진 직후의 재미가 가장 좋았던 편이다.
일단,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스토리에서 만나는 보스들도, 던전이나 토벌 등의 콘텐츠도 5분 또는 3분의 시간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딜 사이클을 뽑아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다.
이 준비를 마치기 위한 과정이 쉽진 않은 편이다. 3명의 파티가 서로 도움을 주는 구성을 짜야 하고, 아티팩트(다른 게임의 전용무기)도 맞추는 쪽이 훨씬 유리하며, 스펙도 많이 챙겨야 한다.
▲ 기자의 경우 초반에는 오필리아 중심의 냉기 덱을 쓰다가, 중후반부터는 페니, 연화, 벤자민으로 번개 파티를 만들어 진행했다. 꼭 속성을 통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시너지는 고려하는 쪽이 좋다.
▲ 4성 남캐여도 1인분은 하는 편이다.
캐릭터 스펙을 맞추는 과정에서 캐릭터 레벨, 아티팩트, 장비, 몬스터링, 스킬 레벨 등 각기 다른 요소들을 모두 올리는 편이 유리하다. 그래서 돌아야 하는 콘텐츠도 필요로 하는 재화도 적지 않은 편이다.
기자처럼 리뷰를 쓰려고 하는 입장이 아녀도 빠르게 후반 콘텐츠에 도달하려 하는 유저분들이 꽤 계실 텐데, 그렇다면 아마 필연적으로 '열쇠'(던전 행동력)가 부족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열쇠'가 자동으로 채워지긴 하고, 일일 제한은 있지만 재화로 구매할 수도 있기도 하며, 게임 내에서 몇몇 탭을 통해 제공해주기도 함에도, 결과적으론 '열쇠'와 '성장 재화'가 항상 조금씩 부족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요구하는 레벨보다 스펙이 낮은 채로도 실력으로 깨면 되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기자의 경우엔 4장부터 스토리 보스 콘텐츠 5분 제한 시간에 항상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때가 많았다.
콘텐츠 소모 속도까지 고려해 의도된 레벨 디자인인 것 같지만, 성장 방지턱을 이렇게 잦게 배치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번 클리어한 던전에 대해선 소탕 기능을 제공해준다거나, 퀘스트 동선을 따라갈 때도 길 안내나 자동 이동이 제공되는 편의성은 좋았다.
다만, 보스전마다 조금씩 다른 특수 패턴이 있고,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잠입, 레이싱 등 미니게임이 중간중간 등장해 환기를 시켜주고 있음에도, 비슷한 전투나 콘텐츠 구성을 계속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은 잘 바뀌질 않았다.
성장 레벨 디자인의 이야기와 다시 연결된다. 같은 파티로 계속 진행하면 전투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심 파티 멤버를 과감하게 바꿀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요구되는 성장 재화나 열쇠가 많다 보니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보스전마다 약점 속성이 있어도, 이를 공략하는 속성 덱을 여럿 만들기 쉽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 이제 걸음마를 뗀 게임이니 기회는 많다
4월 15일 출시 후 아직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리고 서문에서부터 계속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몬길: 스타 다이브>도 밑바탕 자체가 좋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급한 사항들부터 하나씩 해결하고 개선하고 채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PC 및 모바일에서의 최적화나 일부 버그에 대한 수정, 재화의 수급의 커브 등 당장 신경써야 할 지점들이 먼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어질 후속 업데이트에 대한 콘텐츠 개발도 해야할 것이다.
다만, 급한 불이 어느 정도 꺼지고 나면, 초반부의 경험을 개선하거나 세밀한 연출의 볼륨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테스트 플레이 때의 피드백들을 받아 덜어낼 부분을 덜어내느라 불가피하게 지금의 구성이 된 측면도 있겠지만, 캐릭터나 집단의 특징적인 서사에 몰입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은 빌드업 과정이 너무 짧고 도달하는 지점도 그 깊이가 얕다.

시장에 잘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금까지의 서브컬처 게임들 또한 출시 초기부터 호평 일색이었던 타이틀은 거의 없던 편이다.
뼈대와 재료가 좋으면 운영 및 업데이트 과정에서 얼마든지 더 나은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콘솔 출시 시점 등 신규 유저가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시기는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많은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몬길: 스타 다이브>만의 재미의 흔적을 잘 남길 수 있는 타이틀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