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크래프톤은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콘텐츠 로드맵을 통해 게임의 저변 확대를 예고했다. 본게임 시스템에 깊이를 더함과 동시에, 아케이드 모드에서 가볍고 스트레스 없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시작된 아케이드 콘텐츠 <제노포인트>는 SF 설정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미라마’ 지역에 정체불명의 외계 세력이 쳐들어왔다는 설정으로 전개되며, 전용 적 캐릭터, 맵 디자인, 스킬까지 도입한 본격적 4인 코옵 PvE로 준비됐다.
그동안 다양한 아케이드가 운영되었던 <배틀그라운드>지만, 이번에는 월등히 많은 리소스가 투자된 점이 눈길을 끈다. 수 시간의 플레이를 통해 느껴진바, <제노포인트>는 개발진의 예고대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였다. 다만, 본편의 매력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군데군데 남는다.

# 간단명료한 콘텐츠 루프
<제노포인트>는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다. 게임은 ‘허브’라고 불리는 일종의 로비 공간을 거점 삼아 돌아간다. 허브에는 위협 단계(1~3) 별로 각각 3개 구역이 준비되어 있다. 세션이 시작되면 이 중 하나에 진입해 전투를 진행하면 된다. 전투를 마치거나 사망하면 허브로 돌아오며, 다시 다른 방에 도전할 수 있다.
전투에 진입하면 맵이 반투명한 외계 장벽에 의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한 구역 내에서 주어진 임무(거점 점령, 적 소탕, 보스 처치)를 해결하고 나면 다음 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식이다. 적을 죽이면 업그레이드 자원인 ‘슈퍼 조각’과 ‘스킬포인트’가 주어진다.
▶ 한 구역씩 미션을 해결한다.
라운드를 마치고 허브로 돌아가면, 수집한 슈퍼 조각과 스킬포인트를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 조각은 '슈퍼'라고 불리는 강력한 액티브 스킬을 얻는 데 쓰고, 스킬포인트는 '블루칩'이라는 이름의 패시브 스킬들을 획득하는 데 사용된다. 언락한 스킬은 계속 유지되어(원한다면 블루칩은 초기화할 수 있다), 캐릭터를 영구적으로 강력하게 해준다.
맵에서 허브로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은 무기 및 장비들이다. 무기와 장비는 모두 티어 시스템을 따르고 있으며 높은 티어일 수록 성능이 좋다. 무사히 맵을 클리어하면 그대로 다음 세션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임무에 실패하면 전부 사라지게 된다. 이런 기본 룰 안에서 끊임없이 전투를 반복하며 조금씩 강해지는 것이 <제노포인트> 게임플레이의 골자다.
▶ '블루칩' 업그레이드는 패시브 스킬들이다. 하나하나 인게임 성능 체감이 확실하다.
# 맛은 안정적이야
<제노포인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들여 제작된 리소스들이다. 무기는 본게임에서도 보던 것들이지만, 외계 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변형된 맵이나, 적 캐릭터, 스킬, 장비 등은 새롭다. 위협 단계 3을 클리어하면 도전할 수 있는 ‘모선’ 맵의 보스도 꽤 힘을 준 모습이다.
성장에서 오는 쾌감도 잘 챙겼다. 기간 한정 모드답게 <제노포인트>의 캐릭터 성장은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되며, 따라서 강해지는 즐거움도 빠르고 확실하다. 슈퍼나 블루칩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인게임에서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개선되며, 그만큼의 즐거움이 뒤따른다.
▶ 콘텐츠에 공을 많이 들였다.
'파밍'에도 신경을 썼다. 동일 유형의 무기라 해도 티어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부착물이 붙어있어 위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다. 무기 종류가 다양한 만큼 취향에 맞는 고 티어 무기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커진다. 본 게임의 풍성한 무기/부착물 체계를 콘텐츠 결에 맞게 잘 각색하여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설 티어 아이템에 부착된 특수 옵션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템파밍 콘텐츠에 매력적인 자극을 더하는 양념이다. ‘조금 더 강한 무기’를 얻는 것만으로는 슬슬 감흥이 없어져갈 때쯤 등장하는 이들 아이템에는 적에게 화상 효과를 부여하는 등 별도 메커니즘이 있어 획득의 기쁨이 배가된다.
▶ 상자에서 나오는 빛줄기로 내용물을 짐작할 수 있다.
# 아쉬운 '호환성'
로드맵 발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제노포인트>는 본편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잠깐 식히기 위해 부담없이 즐기는 '휴식 코너'에 가까워 보인다. 따라서 일반적인 4인 코옵 슈터에 비견될 만한 깊이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심지어 본편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재미를 ‘억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가령 '슈퍼'가 대부분 '화력 투사' 형이어서 사용하는 재미가 대동소이하다는 점, 유저 간 시너지나 스킬·아이템 간 시너지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 진척도 차이가 큰 유저끼리 매칭이 자주 이뤄져서 고수 유저가 매칭을 포기하고 이탈해 버리는 일이 빈번한 점 등은 감안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
▶ 본편에 없던 화끈한 맛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본편의 매력을 '변주'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한 듯한 플레이 감각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본편의 장점은 한두 가지로 한정되지 않으며, 그중에는 이러한 스핀오프 콘텐츠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만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침착함과 정교함이 강조되는 <배틀그라운드>의 전투는 게임의 독보적 아이덴티티 중 하나다. 그런데 <제노포인트>의 전투는 4인 코옵 슈터의 일반적 문법을 답습해 수없이 쏟아지는 적을 지워 나가야 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의 전투가 주는 고유의 템포와 스릴을 거의 느낄 수 없고, 대신 신속하고 파괴적인 난사로 게임을 꾸려 나가야 한다.
▶ 본편과는 전투 감각이 매우 다르다.
그 나름대로도 재미는 있지만, 신선함을 안기면서도 본편의 매력을 더 잘 살리는 방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감상이 남는다. 결국 본편의 골수 유저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배틀그라운드>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 전환 효과를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제작진의 의도는 적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크래프톤이 향후 '아케이드' 섹션에서 벌일 또 다른 실험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 가마괴 (리뷰어)
가마괴는 까마귀의 옛말입니다. 반짝이는 걸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