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기대작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이하 디파잉 페이트) 가 다시 한번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6월 진행된 알파 테스트 이후 약 10개월 만에 공개된 이번 빌드는 연출, 마을, NPC, 의상 등 부연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고 '개선된 전투 시스템' 의 본질을 검증하는 데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10개월 전에 있었던 알파 테스트에서 쏟아진 유저 피드백을 수용해 한층 정교해진 액션의 합(合), 그 변화의 핵심을 짚어보았다.

※ 테스트 빌드의 실제 영상 및 스크린샷 비공개 요청에 따라 넥슨에서 제공한 스크린샷만 사용했음을 미리 알립니다.
#'밀도'와 템포가 달라지고 경쾌함을 더하다
이번 빌드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전투의 '밀도' 와 '템포' 다. 소울라이크 특유의 느릿하고 묵직한 호흡을 유지했던 지난 빌드와 달리, 이번에는 확연히 경쾌해진 리듬감이 돋보인다.
단순히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타격 및 피격 시의 역경직과 카메라 셰이크, 파티클 연출이 대폭 강화되어 '손맛' 이라 불리는 직관적인 피드백이 정교해졌다. 특히 무기가 신체에 닿는 순간 발생하는 시각적 효과는 전투의 무게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조작 체계의 변화다. 단순한 약·강공격의 조합을 넘어, 버튼 조합을 통해 기술이 파생되는 기술 연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마치 <철권>이나 <버추어 파이터> 같은 격투 게임에서 정해진 콤보를 이어가는 듯한 숙련도를 요구하며 액션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렸다.

#'가드 불가'의 삭제, 전투 주도권을 유저에게 돌려주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이른바 '붉은색 공격(가드 불가 공격)'의 삭제다. 이는 단순히 난이도를 낮춘 것이 아니라, 대응 수단의 다변화를 통해 전투의 흐름을 유저가 주도할 수 있게 한 설계적 결단이다. 지난 알파 빌드에서 가드 불가 공격은 전투 전체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최악의 경험 중 하나였다.
물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으니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일종의 휴식 또는 재정비 타임을 주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유리한 타이밍에 전세가 역전되거나, 한창 고조된 전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이를 삭제함에 따라 전투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플래시 액션과 프리시전 액션이 추가되면서 전투의 강렬한 쾌감과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가드 불가의 압박에서 벗어난 유저에게 주어진 첫 번째 변경점은 플래시 액션이다, 이는 적의 노란색 이펙트와 함께 발생하는 변칙 공격 타이밍에 맞춰 정확히 회피하는 '저스트 닷지' 성공 시 발동한다. 회피 이후 연계 공격이 이어진다.
과거 상대의 변칙 공격은 회피해야 하는 패턴으로만 작용했다면, 이제는 단순한 회피를 넘어 공격의 기점으로 전환되는 공방일체의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레벨을 올리고 어빌리티를 습득해야 사용할 수 있다. '피하는 것'이 수비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공격의 발판이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두 번째 핵심은 '프리시전' 이다. 파란색 이펙트와 함께 발생하는 상대의 극한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막아냈을 때(저스트 가드) 발동하는 이 시스템은, 성공 시 적의 빈틈을 파고드는 빠른 연계 공격 기회를 제공한다.
프리시전 액션은 캐릭터에 따라 회피 또는 가드 등 다른 형태로 구현되지만, 보스의 스태미너를 가장 효과적이고 치명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 전투의 핵심 조작으로 자리 잡았다.
퍼펙트 가드와 퍼펙트 닷지는 어빌리티의 강화를 통해 추가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강화 레벨에 따라서 쿨다운 감소, 상대 강제 경직 등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유저가 보스의 패턴에 단순히 당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전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캐릭터별 방어 기제의 차별화와 '뇌지컬' 액션
<디파잉 페이트>는 모든 캐릭터에게 동일한 조작을 강요하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방어 논리를 부여하여 육성의 재미를 더했으며, 덕분에 캐릭터 간 밸런스를 단순히 수치로 비교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오나의 하드 커버다. 피오나는 방패를 이용한 묵직한 가드를 여전히 자랑한다. 어빌리티 강화 단계에 따라 이전에는 뚫렸던 강공격조차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되며, 특정 한계치 이상의 피해를 받으면 발생하는 '가드 브레이크' 상황조차 유저의 컨트롤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반면 별도의 가드가 없는 리시타, 무기 가드로 간단한 방어가 가능한 델리아, 공격 그자체가 방어인 카록 등 나머지 캐릭터들은 플래시 및 프리시전 액션을 고유의 회피나 퍼펙트 가드 스타일로 운용해야 한다.
즉, 플래시 및 프리시전 액션은 완벽한 타이밍을 요구하지만, 성공 이후의 파생 액션이 풍성해짐에 따라 고레벨로 갈수록 캐릭터 운용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근거가 된다. 다만 완벽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만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소 족쇄처럼 느껴질 여지도 있다.
조작감은 아직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하기엔 이르다. 입력 딜레이와 엇박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조작적 특성 때문에 '무지성 연타'는 카운터를 맞는 지름길이다. 보스의 엇박자 공격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 캐릭터의 후경직을 정확히 인지하고 다음 액션을 선택해야 한다.
빠른 공방보다는 상대의 공격 조합을 파악하고 파훼법을 선택하는, 이른바 '뇌지컬 액션' 이 필요하다. 지난 알파 버전에서는 이 뇌지컬보다 피지컬의 비중이 더 컸기 때문에, 많은 테스터들이 소울라이크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선형적 월드 속에서의 '전략적 성장'
본작의 구조는 선형적인 클로즈드 월드(Closed World)다. 반복적인 보스 공략을 통해 아이템과 어빌리티 포인트를 수집하며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핵심이다.
디파잉 페이트〉가 RPG임을 실감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레벨링이 가져다주는 플레이의 질적 변화다. 10레벨과 20레벨의 캐릭터는 스탯뿐만 아니라 플레이하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레벨업에 따른 HP·치명타·방어력 등의 스탯 증가는 반복되는 전투의 난이도를 자연스럽게 낮춰주는 효과를 준다. 피지컬이 조금 부족한 유저라도 꾸준한 성장을 통해 이른바 '몸빵'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RPG 특유의 허용치를 마련해 두었다.
그로기 게이지의 시각화로 공략이 훨씬 직관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평타와 강공격, 스킬을 적절히 조합해 게이지를 깎아내리는 과정은 전투에 명확한 목표를 부여한다. 특히 4개가 주어지는 스킬은 연계 액션, 쿨타임 단축, 데미지 증가 등의 방향을 선택해 성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성장 방향의 차이는 같은 캐릭터라도 유저마다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능하게 한다. 레벨과 어빌리티에 따라 캐릭터의 운용 방식이 변하는 지점은 RPG 본연의 성장 체감을 확실히 전달한다.

#액션의 '정석'을 향한 유의미한 진보
이번 미공개 빌드는 "불합리함을 걷어내고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드 불가 공격이라는 편의적 장치를 과감히 버리고, 유저의 컨트롤에 반응하는 플래시와 프리시전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전투 부분에서 조금더 윤곽이 드러났을 뿐 아직 완성의 단계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전투가 보다 역동적이고 쾌적하게 변화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지난 알파시스템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플레이 환경에 따른 경험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프레임이 더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미묘하게나마 입력과 액션 딜레이가 줄어든 듯한 느낌도 있었다.
즉 아직까지 최적화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해결할 부분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반복 플레이 시 긴장감을 유지해 줄 보스 패턴의 다양화나, 묵직함이 답답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입력 딜레이의 정교한 튜닝 등 보완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는 피지컬의 한계를 전략과 성장으로 극복하게 만드는 액션 RPG의 모습에 한층 가까워졌고, 아직 바뀔 여지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지금의 전투가 좋다 나쁘다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마비노기 영웅전> 특유의 액션성을 계승함에 있어 자기만의 액션으로 유저들의 마음을 저격하기 위한 영점 조절의 단계다. 그리고 이 영점 조절을 위한 테스트에서 탄착군은 형성했으나 아직 완벽하게 영점을 잡지는 않은 듯 하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어떻게 영점을 잡아갈지 궁금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