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작 발표 이전에도 <메트로> 시리즈를 소위 '인생게임'으로 꼽는 분들이 꽤 계셨지만, 아마 <메트로 2039> 이후에는 그 수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을 걸고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신작 <메트로 2039>는, 게임 그 자체로도, 게임을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로도 주목 받을 만한 타이틀이다.
개발사 4A 게임즈의 자체 엔진 4A 엔진으로 <메트로>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에, 공포감과 악몽의 환상까지 더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 신작 <메트로 2039> 스크린샷
25개국 출신의 개발자들이 모인 글로벌 스튜디오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인이 다수인 개발사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몰타를 중심으로 진행된 개발 과정 중엔, 러-우 전쟁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신작 브리핑 과정에서, 전기가 끊기는 것을 대비해 예비 발전기를 가져다 놓고 개발하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드론 공습을 피해가며 개발했다는 것을 담담히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임의 핵심 소재이기도 한 '전쟁'은, 목숨 걸고 게임을 만드는 현실 속 환경이 됐다. 그리고 이번 신작은 <메트로>스러운 이야기를 정면으로 전달하고 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살리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너무나도 생생한 악몽과 현실
※ <메트로 2039>의 국내 이용 등급은 청소년이용불가입니다. 이하 소개할 트레일러 및 인게임 장면에는 다소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장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보시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잘 알려져 있듯 게임 <메트로> 시리즈는, 핵 전쟁과 생화학전 이후 '메트로'(지하철)를 중심으로 지하에 대피한 사람들을 다룬 소설 <메트로> 시리즈가 원작이다.
이번 작품 <메트로 2039> 또한 마찬가지다. 모스크바 지하철의 어두운 심부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하에서 분열되어 있던 생존자들의 파벌은 '노보라이히'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에 모이게 됐다. 그 중심엔 새로운 총통 '헌터'가 있다.
총통은 지상에서의 구원과 새로운 삶을 약속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전과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고통받게 만들 뿐이다. "적대적이면 죽여라"라는 것이 총통 아래 있는 자들의 신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더 어두운 톤으로, 절망적인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 FPS 구성을 따르고 있다.
▲ 이번 <메트로 2039> 공개 트레일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현실'과 '악몽'을 계속해서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트레일러의 장면으로 미루어 보자면, 총통 아래에서 고통 받은 이들 중엔 아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작품의 주인공 '스트레인저'는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메트로'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게임 본편에서는 왜 여러 생존자 그룹 중에서도, '아이들'과 주인공이 연결된 채 이야기가 이어지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번 트레일러에서는,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연출이 계속 반복되는 가운데, 주인공의 손에 유일하게 유형의 존재로 쥐어진 사물이 '총'과 '아이들이 그려진 그림'뿐이라는 것으로 맥락을 암시하고 있다.
▲ <메트로> 시리즈 특유의 상징적인 공간, 기물 등은 이번 작품에서도 당연히 등장한다.
<메트로> 시리즈의 게임적 특징 중 하나는, 잡다한 인터페이스로 정보를 알려주거나 아이템을 표기하는 방식보다는, 실제 인게임에서의 시야 안에 보이는 사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독면이 버틸 수 있는 정도를 시계로 표현해준다거나, 탄알집의 총알을 눈으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이 전작들에서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 '헌터' 총통을 찬양하는 이들이 배후에 있다. 주인공은 이들과 맞서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이 다 그렇지만,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다. 핵 전쟁 이후 방사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제 '괴물'도 물론 존재하지만, 결국 '인간이 가장 무서운 괴물'이라는 이 장르 특유의 근간은, 이번 <메트로 2039>에서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 세뇌와 선전 아래에서 아이들이 고통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또한 주인공이 보는 악몽 중 하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번 작품에는 공포게임 같은 환상에 대한 연출이 '악몽'과 '현실'이라는 테마 안에서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자체 엔진 기반의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앞서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메트로 2039>는 자체 엔진 4A 엔진으로 개발됐다.
지금은 보편화된 레이 트레이싱 기술도, 4A 엔진에서 선도적으로 적용된 이력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거듭난 것이 눈에 띈다.
이 아래로 이어지는 스크린샷들은 <메트로 2039>의 인게임 플레이 장면과 인게임 시네마틱으로 구성된 장면들이다.
▲ 일단 총기를 쥐고 움직이는 1인칭 시점에서도 계속 시계의 수치가 보인다는 것이 눈에 띈다.
총기의 금속 재질을 비롯해, 배경의 빛 표현도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 <메트로 2039>의 한 장면
▲ 2024년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바디캠>의 한 장면
▲ 아직 출시되지 않은 <언레코드>의 한 장면
트레일러 영상 속 움직이는 장면으로 보면, 마치 실사 그래픽을 보는 듯한 연출이 눈을 사로잡는다.
몇몇 장면은 <바디캠>이나 <언레코드>처럼 화면 구성을 실제에 가깝게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공간에서의 빛 표현이나, 카메라 흔들림과 시야의 움직임 등이 이번 <메트로 2039>에서도 그런 감각을 주고 있다.
▲ 하지만 <메트로 2039> 또한 역시 <메트로> 시리즈다. 괴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괴물이 주인공의 시야로 뛰어드는 과정, 대치 과정에서의 몸부림, 칼로 괴물을 찌르는 공격까지의 동세가 카메라 안에서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인상이다.
# 게임 안의 이야기, 게임 밖의 이야기
<메트로> 시리즈를 깊게 즐기는 분들 중엔, 드미트리 글루홉스키의 소설 원작들까지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신작 게임 <메트로 2039> 역시 마찬가지로 4A 게임즈가 드미트리 글루홉스키와 협업해 만든 작품이다.
개발진은 크게 두 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하나는 "프로즌 스토리"이고 하나는 개발 과정에서의 "현실"이었다.
▲ 신작 <메트로 2039> 스크린샷
<메트로 2039> 개발진이 "프로즌 스토리"라 부르고 있는 것은, 얼어붙은 순간들에 대한 비유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에 이유가 없는 배경은 없다는 것이다.
엎질러진 차, 끝나지 않은 카드게임, 문 앞의 가방들, 바닥의 탄피, 장전되지 않는 총을 든 시체... 그런 요소들이 모두 '대사 없이도' 장면을 설명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내러티브 그 자체에선 또 선명하고 강렬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 신작 <메트로 2039> 스크린샷
원작 소설의 작가 드미트리 글루홉스키는 러시아와 이스라엘 국적의 작가다.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우 전쟁'을 강하게 비판해 망명 중인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서문에 언급했듯,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도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4A 게임즈는, 전쟁 속에서도 개발을 이어가기 위해 발전기를 두고 개발을 하거나, 로켓, 드론 공습으로부터 대피하며, 이번 신작을 만들어왔다.
개발진은 "플레이어들이 침묵의 대가, 독재의 공포, 자유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며 게임을 마치기를 원한다. 여러분이 그것을 느끼고 의문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존 <메트로> 시리즈를 읽거나 플레이해보지 않은 분들이더라도, 이번 작품에 관심을 가질 연결고리가 많다는 사실은, 이번 기사를 통해 충분히 설명드린 것 같다.
오는 겨울에 출시될 이 게임이, 게임 안과 밖에서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하게 될지 기자 또한 지켜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