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세대의 유년기를 지배했던 둥근 귀의 실루엣이 서늘해져서 돌아왔습니다. 1930년대 러버 호스 애니메이션의 쾌활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마우스: 고용된 탐정(MOUSE: P.I. For Hire)>(이하 마우스)의 세계에서 100년 전 브라운관 속에서 활짝 웃던 손가락은 이제 톰슨 기관총의 트리거를 당기고, 고무호스처럼 휘어지는 팔다리는 경쾌한 춤 대신 피비린내 나는 도심의 뒷골목을 질주합니다.
12시간 동안 빠져들었던 <마우스>의 세계는 익숙한 얼굴로 신선한 쾌락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출시일: 2026-4-16 개발사: 푸미 게임즈 (Fumi Games) 유통사: 플레이사이드 (PlaySide) 플랫폼: PC, PlayStation5, Xbox, Nintendo Switch 장르명: FPS 리뷰 버전: PC 리뷰 빌드: 사전 리뷰 버전
# 1930년대 감성의 시청각 아트
이 게임에 매료되는 첫 단계는 역시 아트입니다. 종이를 오려낸 듯 2D의 캐릭터와 오브젝트들이 3D 배경에서 팝업북처럼 튀어나오는 입체적인 공간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화면 귀퉁이에서 깜빡이는 커서와 자그마한 소품은 물론, 철제 금고나 날카로운 총기마저 1930년대의 앙증맞은 곡선미를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시대감각이 농축된 경쾌한 재즈는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든든히 보조하고, 트로이 베이커가 연기한 주인공 '잭 페퍼'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는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톤을 맛깔나게 살립니다. <컵헤드>를 연상케 하는 전투 시작과 끝의 링 안내 스타일의 사운드도 감성으로나 기능적으로나 훌륭한 청각적 이정표가 되어 주고요.
이렇듯 고전 애니메이션을 세심하게 이식해 실속 있는 스타일로 완성한 덕에 매 순간 눈과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오프닝에서 반갑게 등장하는 <증기선 윌리>.
▶ 사립 탐정 '잭 페퍼'의 목소리는 트로이 베이커가 맡았다.
# 클래식의 정수에 위트를 더한 슈팅
슈팅 플레이도 일품입니다. <퀘이크>, <둠>과 같은 부머 슈터의 정수를 잘 담아냈는데요.
빠르게 이동하며 탄환을 피하고 묵직한 화력을 강조하는 클래식한 FPS의 조작감에, 피스톨과 토미 건부터 만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특수 무기들까지 시원한 타격감과 사운드 피드백으로 슈팅 본연의 맛에 집중했습니다. 정교한 조준 대신 보조 사격으로 무기의 쓰임새를 높이기도 하고요. 슈팅 감각과 시스템에서는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고수했습니다.
한편, 쟁여둔 치즈로 회복하고 고추를 먹고 화염탄을 쏘는 등 재치 있게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헤드샷을 맞으면 머리가 터지고, 폭사하면 눈만 덩그러니 남긴 채 검은 가루가 되며, 산성 용액을 맞으면 뼈만 빼고 녹아 없어지는 것과 같은 고어한 연출은 귀여운 비주얼과 대조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산성 용액을 터뜨리거나 광택제 제거기로 공격하면 뼈만 남는 적들.
▶ 야무진 발차기로 적을 기절시킬 수도 있다.
▶ 업그레이드하면 보조 사격을 쓸 수 있는 무기도 여러 개 있다.
# 다양한 지역과 매끄러운 레벨 디자인
새로이 얻게 되는 무기들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일 수 있는 전투는 공간과 대상을 다채롭게 마련한 덕에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이 게임은 사립 탐정 '잭 페퍼'가 사건의 단서를 추적해 가는 이야기로, 특별히 감흥을 일으킬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괜찮은 짜임새 안에서 넘치는 볼거리를 줍니다. 조사를 벌이는 공간들이 하나의 레벨로 구성되는데, 어느 정도 비선형적으로 탐색하게 되는 각 지역은 하나의 단편 애니메이션처럼 서로 다른 테마와 완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유명 영화의 패러디도 종종 만날 수 있고요.
새 지역에서는 새로운 타입의 적을 만나고 새로운 탐험 기술을 얻게 돼,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 많은 기술을 써서 이동하면서 더 많은 타입의 적을 상대하게 됩니다. 보스와의 조우나 보스전의 방식 역시 일률적이지 않고요. 부머 슈터다운 미로형 맵 구조도 지역마다 탐색의 묘미를 더하는 매끄러운 레벨 디자인과 친절한 발자국 가이드로 매우 쾌적했습니다.
▶ 탐정 사무실을 거점으로 삼아, 사건 진행에 따라 조사할 지역을 해금하게 된다.
▶ 이야기는 선형적이지만 어떤 지역을 먼저 조사할지 선택할 수는 있다.
▶ 쥐 꼬리를 갈고리로 쓰고, 빨판이 달린 신발을 신고 벽을 타는 등 탐험 기술도 추가된다.
# 부수적인 재미 이면의 폐쇄적인 구조
메인 퀘스트인 '본업' 외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것도 여러 가지입니다.
탐정 사무소에 들를 때마다 주변 캐릭터들과 대화해 얻을 수 있는 '부업'은 조사 지역에 방문해서 진행하는 사이드 퀘스트들로, 경험과 서사를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역할과 동시에 지역을 샅샅이 둘러보게 하는 확실한 동기를 유발합니다.
수집 요소인 신문과 만화, 야구 카드, 설계도는 각각 세계관을 깊이 있게 만드는 로어, 야구 미니 게임의 승률을 높일 덱, 무기 강화의 재화로 쓰여 모으는 재미가 있고요. 부패한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반영하듯 신문, 만화, 야구 카드는 지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찾지 못했던 것도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크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역을 한 번 마무리하면 재방문할 수 없다는 점을 비롯해, 수집과 업그레이드 등 도전 과제와도 얽힌 여러 활동이 엔딩 이후 완전히 막혀버리더라고요. 뉴 게임 플러스 내지는 엔딩 후 자유 탐험 모드가 없다는 점은 무척 섭섭하게 느껴졌습니다.
▶ 보블헤드 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미니 잭도 비밀 수집 요소 중 하나.
▶ 신문과 만화책은 '마우스버그'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 야구 카드로 플레이하는 미니 게임도 있다. 특수 보상이 걸려 있지만 엔딩 이후 도전할 수 없어서 미리 도전해야 한다.
# 총평
<마우스>는 러버 호스 미학을 현대적인 액션 게임으로 영리하게 재해석한 수작입니다. 화제성만 노리는 어둠의 미키 마우스나 <컵헤드>의 1인칭 버전에 그쳤을 수도 있을 아이디어를 재치 있는 연출과 호쾌한 타격감, 탄탄한 레벨 디자인으로 견고히 완성했습니다.
비록 엔딩 이후의 자유도가 제한적이라는 설계상의 아쉬움이 있지만, 부패한 경찰과 밀수업자들이 가득한 마우스버그 뒷골목에서의 시간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장르적 성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야말로 예술성과 오락성을 멋지게 결합한 게임이기에, 잉크 향이 퍼지는 고전 애니메이션의 향수와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손맛을 갈구하는 플레이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선택지일 겁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