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도 어느덧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순간을 자유롭게 포착해 간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 더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은 욕심을 갖기 마련이다.
평소 사진을 자주 찍지 않지만,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화면 안에 피사체를 적절히 배치하고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다. 프레임 안에 담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무작정 욱여넣거나 초점을 잃어버린다면,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민망한 결과물이 나올 테니 말이다.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게임 역시 사진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아내고자 하는 핵심적인 디자인을 정갈하게 압축해 보여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게임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반대로 게임 안에 넣고 싶은 요소가 너무 많아 제대로 정돈되지 못했다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큰 혼란만을 느끼게 되지 않겠는가.
어느덧 네 번째 타이틀을 맞이한 <오푸스> 시리즈의 신작,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OPUS: Prism Peak)>는 전작들에서 구축해 온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자 '카메라'라는 도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그 안에 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아쉽게도 이번 신작은 과유불급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작성=쿠타르크(블로거), 편집=한지훈 기자

# 카메라로 담아낸 낯선 무대
<오푸스: 빛갈래 봉우리>는 대만의 인디 게임 스튜디오 SIGONO가 개발한 내러티브 어드벤처 게임으로, 사진작가 유진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의문의 소녀 렌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카메라를 핵심 소재로 다루는 만큼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며, 환상의 세계가 품은 신비로움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비주얼과 사운드는 무척 훌륭하다. 플레이하는 내내 절로 카메라를 들어 눈앞의 풍경을 간직하고 싶어질 정도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지만, 앞선 세 편의 전작과는 여러모로 결을 달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래픽과 시점이다. 2D 중심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3D 그래픽으로 쇄신을 꾀했으며, 탑뷰와 사이드뷰를 오가던 시점 역시 1인칭과 3인칭 백뷰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여기에 전작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우주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배경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플레이어가 직접 유진의 관점에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하는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게임성 또한 전작들과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는 게임이지만 막상 한국어 더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빙은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고를 수 있는데, 일본어 더빙을 고를 시 한국어 자막과 일본어 더빙의 뉘앙스가 매우 달라 플레이 과정에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일본어 번역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일본어 더빙은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다.
▶ 오히려 <오푸스> 시리즈를 아는 이들에게 더 생소하게 다가올 만한 게임이다.
▶ 카메라로 시작해 카메라로 끝난다. 그만큼 카메라의 비중이 매우 크다.
기존에 출시된 그 어떤 게임보다도 카메라의 활용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이다. 그만큼 셔터를 누를 기회가 쉴 새 없이 찾아온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촬영할 수 있거나 촬영해야 할 피사체를 많이 접하게 되고, 스토리상에서도 카메라를 활용해야 전개가 이어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중반부에 접어들면 카메라와 관련된 상호작용도 점차 늘어난다. 더러워진 렌즈를 닦기도 하고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조절해 렌즈에 모이는 빛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다만, 줌 인/아웃 기능이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이렇듯 카메라를 활용해 이것저것 촬영하는 재미만큼은 확실해서, 어딘가 경치 좋고 촬영할 피사체가 많은 관광지 같은 곳으로 출사를 떠난 듯한 느낌 하나는 제대로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도 정말 많다. 화로에서 진행할 수 있는 토템의 수수께끼, 의문의 상형 문자 해독, 동물 친구의 정체 밝히기, 석판에 그려진 벽화 등 사진을 통해 밝혀낼 것들이 꽤 많다.
특히 토템 수수께끼와 동물 친구의 정체는 게임의 스토리 및 핵심 설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고, 수수께끼에 맞는 피사체가 무엇인지 궁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적절한 피사체를 찾아 촬영하는 과정도 그럭저럭 흥미롭다.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하는 재미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퍼즐도 꽤나 충실하게 갖춘 모습이다.
이렇듯 카메라로 이것저것 촬영하고 다니는 현장감과 더불어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꽤나 잘 살린 모습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것이 이 게임의 크나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 중요하다 싶은 건 전부 주요 피사체가 된다. 보이는 대로 이것저것 찍어두면 된다.
▶ 여담이지만 카메라의 빛 조절을 셔터 속도로 제어한다는 걸 이 게임을 통해 처음 알았다.
# 넘치는 피사체, 잡히지 않는 초점
이전 문단에선 카메라를 활용해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퍼즐에 대해 언급했다. 퍼즐이 많다는 것이 얼핏 보면 좋게 다가올 것 같지만, 정작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깔끔하고 명료하게 정돈돼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풀어야 할 퍼즐은 많은데 막상 어느 정도 퍼즐을 해결하더라도 새로운 정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한 가이드는 나름 적절히 제시되지만, 토템 수수께끼나 동물 친구, 상형 문자 같은 서브 콘텐츠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플레이어가 스스로 서브 콘텐츠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퍼즐이 너무 많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로 작용한다. 각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카메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 도리어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각종 퍼즐을 풀 때마다 잿가루가 소모되는데, 잿가루 획득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퍼즐 해결에도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른다.
그렇다고 정말로 메인 스토리에만 집중하면 이런저런 설정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다시 말해 메인 스토리와 서브 콘텐츠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데다가 각 서브 콘텐츠의 중요도가 뚜렷한 기준으로 나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야말로 화면 안에 피사체가 너무 많아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찍힌 사진을 보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퍼즐 각각에도 결함이 조금씩 있다. 이를테면 토템이 제시하는 수수께끼는 해당 구역을 벗어나면 아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설정 이해에 있어 한계에 부딪히고, 상형문자를 어느 정도 해독해도 글자는 여전히 상형문자 그대로 출력이 된다. 또한 상형문자와 벽화의 경우 중후반에 접어들면 반쯤 지워져 있어 방법을 모르면 해석조차 못 한다.
▶ 촬영할 수 있는 건 정말 많다. 그런데 어떤 걸 촬영해야 할지는 알기 어렵다.
▶ 그리고 이 상형문자는 도대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게임 플레이와 콘텐츠뿐만 아니라 스토리 또한 초점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스토리 초반부터 은유와 암시가 너무 많이 제시된다. 그리고 게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은유와 암시가 연이어 등장하며, 여정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동물 친구와 스토리상에서 비중이 높은 일부 존재의 명칭은 상형 문자로 나타나 플레이어로 하여금 혼란을 유발한다. 게다가 이전에 드러난 은유와 암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새로운 은유와 암시가 제시되니 그 혼란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구역에 진입할 때마다 맞닥뜨리는 카메라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문제로 인해 이를 완벽히 해결하고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그리고 콘텐츠가 서로 연계를 이루지 못한 채 삐걱거리니 게임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 떨어져 버린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 자체도 번잡하고 또 모호하다. 그야말로 중구난방, 오리무중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어울리는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여정 과정에서 마주치는 동물 친구가 무려 열 마리에 달하는데, 동물 친구의 숫자가 너무 많기도 하고 각 동물 친구의 사연도 모호하게 드러난다. 이런 동물 친구의 사연을 완벽히 드러낼 때도 카메라 퍼즐을 동원해야 하는데, 결국은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고 스토리의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40대 사진 작가 유진과 어린 소녀 렌의 이야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이 둘의 이야기 역시도 번잡한 은유와 암시에 파묻혀버릴 뿐이다. 그나마 최후의 순간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며 감동을 유도하지만, 그 과정이 워낙 애매모호하다 보니 그 감동을 온전히 받아들이긴 힘들다.
▶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암시와 은유가 너무 많다. 정말이지 도가 지나칠 정도다.
▶ 장면은 아름다우나, 이해하긴 난해하다. 이 게임에는 그런 장면이 정말 많다.
그래도 카메라를 활용한 다양한 퍼즐이 어느 정도 수집의 요소를 겸하기도 하니 2회차 이상 플레이가 쾌적했더라면 게임의 설정 및 스토리의 진실을 밝히는 재미에 큰 힘을 실어줬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이 게임은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대비마저도 부족하다.
한 차례 엔딩을 본 이후 챕터 셀렉트 기능이 해금되긴 하지만, 스토리 스킵을 지원하지 않아 한 번 봤던 장면을 스킵 없이 그대로 다시 감상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카메라 퍼즐 해결 및 수집 상황이 영구적으로 저장되지도 않는다. 결국 모든 카메라 퍼즐을 해결하고 100% 수집을 완벽히 달성하기 위해선 눈물을 머금고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여태껏 수많은 어드벤처 게임이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여지를 열어놓고 막상 그에 대한 편의성을 갖추지 못한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다. 그리고 이 게임 역시 그런 실수를 그대로 저지르고 있다. 이러면 마땅히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완벽히 마치겠다는 의욕도 꺾이기 마련이다.
▶ 한 차례 엔딩을 보더라도 스토리 스킵은 여전히 안 된다. 이런 불편함은 아무리 겪어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 이 한 줄 대사가 이 게임의 핵심을 관통한다.
# 욕심을 비워냈더라면 더 선명했을 풍경
어쩌면 개발사 입장에서 욕심이 좀 많았을는지도 모르겠다. 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고 그 모든 걸 담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게임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기우뚱한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카메라 화면 안에 피사체가 너무 많다면 욕심을 살짝 놓고 피사체를 조금 덜어내는 편이 좋았을 것이고, 아니면 한쪽으로 초점을 뚜렷이 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설정과 스토리 구성이 조금만 더 뚜렷했더라면 어땠을까, 각종 카메라 퍼즐이 정돈돼 있거나 몇 가지를 덜어냈다면 조금이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참으로 아쉬움이 크다.
<오푸스: 프리즘 피크>는 카메라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오푸스> 시리즈의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게임이자 그 의욕이 너무나 과한 면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기존의 <오푸스> 시리즈를 즐겼던 이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여지도 있고, 카메라라는 도구를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카메라 하나 들고 유유히 출사를 떠나는 심정을 느끼고픈 게이머에게 추천한다. 비록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하나의 세계관을 온전히 파헤치고자 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에서 나름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