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게임을 무단으로 도용해 생산되는 저품질 게임 '쇼블웨어(Shovelware)'와의 전쟁에 한창인 소니가 이번에는 특정 게임사의 게임을 완전히 퇴출시켰다.
외신 유로게이머 보도에 따르면 소니는 최근 PlayStation 스토어에서 '고게임 콘솔 퍼블리셔(GoGame Console Publisher)', 'VRC포지 스튜디오(VRCForge Studios)', '웰딩 바이트(Welding Byte)' 등 특정 퍼블리셔가 올린 카탈로그 전체를 일괄 삭제하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에 삭제된 게임들은 <슈퍼마켓 CEO 시뮬레이터>, <지저스 시뮬레이터> 등 기존에 흥행한 유명 게임의 제목과 유사한 이름을 짓거나, AI 및 재활용 에셋을 무단으로 짜깁기해 만든 전형적인 양산형 게임 형태를 띠고 있었다.
▶ PS Store에서 판매된 <지저스 시뮬레이터>의 트레일러. 현재는 스토어에서 퇴출된 상태다.
# 게임 생태계 위협하는 '쇼블웨어'
쇼블웨어란 본래 가치가 떨어지는 소프트웨어를 삽으로 퍼담듯 대량으로 유통한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용어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악용해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에 찍어낸 저질 카피 게임, 이른바 'AI 슬롭(AI Slop)'을 통칭하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쇼블웨어의 가장 큰 문제는 압도적인 물량과 기만적인 상술에 있다. AI를 활용해 이미지나 코드를 찍어내고 기존 에셋을 재활용하는 방식 덕분에 개발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짧아, 한 퍼블리셔가 한 달에도 수십 개의 게임을 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다.
이들은 게임성이나 독창성 없이 기존 인기작과 흡사한 타이틀 이미지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양산형 게임들의 범람은 플랫폼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정당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양질의 인디 게임들이 노출될 기회를 박탈하여 스토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 금일(6일) PS 스토어의 최신 게임 리스트. 무엇이 쇼블웨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 1분 만에 플래티넘 트로피? '꼼수'로 150억 챙긴 양산형 게임 개발사
소니가 게임 생태계를 교란하는 양산형 가짜 게임에 철퇴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소니는 '티게임즈(ThiGames)'라는 한 개발사가 판매 중인 게임 전체를 스토어에서 예고 없이 일괄 삭제하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해당 개발사는 감자튀김, 타코, 핫도그 등 껍데기 이미지와 이름만 바꾼 사실상 동일한 게임을 스토어에 무려 1천 개 이상 등록하며 PlayStation 내 게임 등록 수 최상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단순히 화면의 사물을 점프시키는 것이 전부인 조악한 구성에, 불과 1분 남짓한 시간에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트로피 수집을 목표로하는 이용자들의 비정상적인 소비를 유도한 것이다.
실제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개발사는 이러한 기만적인 상술만으로 스토어에서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랜덤스핀(RandomSpin)'과 같은 개발사 역시 AI 및 재활용 에셋 사용이 강하게 의심되는 조악한 시뮬레이터와 슈터 게임들을 한 해에만 수십 개씩 쏟아내다 소니의 자체 조사를 받고 조용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 삭제된 티게임즈의 게임 중 하나. 버튼을 누르면 타코가 뛰는 게 전부인데, 도전과제인 트로피는 정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 집계에 따르면, 해당 개발사는 자가복제한 게임들을 바탕으로 약 1,0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미지 출처: GameDiscoverCo)
# 방치된 생태계에 위협받는 인디 게임... "플랫폼의 큐레이션 책임 절실"
스토어 내 스팸성 게임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 퍼블리셔를 사실상 생태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킨 소니의 행보는 플랫폼 내 품질 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플레이스테이션만의 몫이 아니다.
스팀이나 닌텐도 e숍 등 주요 게임 유통 플랫폼 역시 저품질 카피 게임의 교란으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왔으며, 점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닌텐도는 지난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쇼블웨어가 꼼수로 차트 상위권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e숍의 차트 산정 방식을 판매량에서 '매출' 기준으로 변경하며 불량 게임들의 소비자 노출을 적극적으로 줄인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양산형 게임의 범람이 더욱 가속화되는 만큼, 플랫폼 홀더 차원의 강력하고 주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게임 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GamesIndustry.biz)는 최근 칼럼을 통해 "쇼블웨어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이며, 플랫폼 홀더들의 견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스팀처럼 누구나 게임을 올릴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과 달리, PlayStation이나 닌텐도는 엄격히 관리되는 '폐쇄형 생태계'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지니고 있다고 짚었다.
방치된 저질 게임이 정당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양질의 인디 게임을 가리고 노출 기회마저 박탈하는 상황인 만큼, 플랫폼 홀더가 생태계의 엄격한 관리자로서 더욱 적극적인 큐레이션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단속 과정에서의 주의점도 강조했다. 단순히 알고리즘에 의존한 일괄 제재는 자칫 독창적인 소규모 게임이나 레트로 게임까지 억울하게 퇴출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확한 가이드라인 수립은 물론, 숙련된 전담 인력을 통한 정교한 검증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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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는 양산형 쇼블웨어 중 하나. 이런 게임들의 범람을 막기 위한 플랫폼 홀더들의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