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항상 애증의 대상이었다. 돈 노드가 만든 전설적인 첫 작품 이후 주인공 '맥스'와 '클로이'의 팬들이 전 세계에 쏟아졌다. 기자도 그런 골수팬 중 하나다.
동시에 이 시리즈는 각 타이틀의 평가가 들쭉날쭉한 것으로 유명하다. '맥스'와 '클로이'가 나오는 일명 "정사"에 속하냐 아니냐로도 호불호가 갈렸지만, 스토리가 핵심인 장르에서 이야기와 캐릭터 표현으로도 실망을 준 때가 너무 많았다.
가장 신랄한 혹평을 들은 작품 중 하나는, 돈 노드가 아닌 덱 나인이 개발한 직전 타이틀 <더블 익스포저>였다. '맥스'와 '클로이'를 다시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 이야기도 게임의 퀄리티도 모두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실패를 맛본 덱 나인은 <더블 익스포저> 이후 뼈 아픈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게 됐고,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낸 후속작이 이번 <리유니온>이다.
팬들의 기대를 바닥까지 내려 놓은 덕일까.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신작 <리유니온> 스팀 평가 2,685개 중 91%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참고로 <더블 익스포저>는 68% 긍정의 복합적 평가를 받았다)
덱 나인이 절치부심이라도 한 것일까. <더블 익스포저> 때 팬들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경험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 이야기를 다시 되살려 놓았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그렇게 직접 플레이해본 신작 <리유니온>은, 왜 이런 긍정적 평가를 받는지 충분히 납득 가능할 만한 수준의 타이틀이었다. 특히 이 시리즈의 오랜 팬들이라면 더 깊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뷰에서는 <리유니온>이 어떻게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게 됐는지, 직전 작품인 <더블 익스포저>는 왜 아쉬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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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불쾌한 미완의 사춘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 (바로가기)
※ 앞선 작품들과 이어지는 이야기 구성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전작들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뷰 감상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명확해진 사건과 줄기 그리고 인물들의 동기
이번 <리유니온>은 '맥스'와 '클로이'의 이야기들을 기준으로, 앞서 나온 작품들의 줄거리를 압축적으로 소개해주고 시작한다.
기존 팬들은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 이런 이야기였지"하고 인지하고 시작할 것이고, 신규 유입자들은 "이런 내용이구나"하고 시작하면 되는 깔끔한 요약 줄거리가 주어진다.
▲ 돈 노드 개발 시절의 시리즈 첫 작품의 이야기에서부터, 직전의 <더블 익스포저>까지 모두 짧고 간결하게 소개해주고 시작한다. 화면 속 장면은 1편 당시의 이야기 소개 부분이다.
그리고 시작 지점에선, 전작들의 '핵심 분기'를 선택하고 난 뒤 본편에 진입하는 구성이 주어졌다.
'클로이'를 살릴 것인지 아카디아 만 전체를 구할 것인지 선택했던 1편의 잔혹한 분기부터, 맥스가 '클로이'를 포함한 주요 인물과 친구로 남았는지 연인 관계로 남았는지 등도 도입부에서 선택하게 된다.
<리유니온> 본편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표현 사이에서 이 초기 선택이 조금씩 영향을 준다.(그래도 큰 사건의 줄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 부담을 조금 덜어도 좋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달리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전면에 있다.
'맥스'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다시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 '클로이'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도 등장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클로이'의 성격 묘사는, 1편에서의 시원시원하고 때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존재로 그려지던 아슬아슬한 지점을 다시 살려냈다는 느낌이라 좋았다.
옷 차림새나 말투, 행동 그 외의 연출들까지, '맥스'가 플레이어블인 순간들과 '클로이'가 플레이어블인 순간들이 교차로 등장하는 과정 속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줘서 두 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 초록과 파랑 사이 색상의 머리를 한 인물이 '클로이', 갈색 머리를 한 인물이 '맥스'다.
기자의 경우, 이번 작품의 첫 시작 지점에서 '클로이'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과 '친구 관계'에 머물렀다는 선택을 하고 시작했다. 어떻게 다시 관계를 진전시키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유니온>에서 '클로이'는, 전작 <더블 익스포저> 때의 분리된 시간선이 봉합된 사건 이후, [자신이 계속해서 '맥스'의 손에 의해 죽는 악몽 같은 환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맥스'의 시간을 되돌리던 능력과 무언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클로이'는 '맥스'를 다시 찾아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한편, '맥스'는 칼레돈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본업인 사진 강사로써 발표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다. 그리고 급한 연락을 한 통 받게 된다.
바로 칼레돈 캠퍼스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맥스'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다시 학교로 향하지만, 불길 속에서 수많은 학생들의 비명이 들리고, 현장은 '맥스' 한 사람이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천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친구 '모지스'가 천문대 옥상에서 한 여성을 안고 불길 속에 갇힌 것을 보게 된다. 그 여성은 칼레돈에 있을 리 없던 '클로이'였다.
그리고 화염과 함께 건물은 무너지고, '맥스'는 어쩔 수 없이 [사진 속 시간선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다시 사용하게 된다.
시간선을 넘나든 여파로 어떤 꼬인 미래가 다가오더라도, '모지스'와 '클로이'를 살리는, 캠퍼스가 불타지 않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명확한 동기가 주어진다.

눈치채셨겠지만 이번 작품은 사건과 동기가 명확하다.
'클로이'는 악몽 같은 환상 속에서 보는, 자신이 죽은 세계와 살아있는 세계의 시간선이 겹쳐진 현실처럼 보이는 그 불편한 무언가가, 맥스의 능력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자신은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맥스'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미래로 나아가려 한다. 불이 났던 비극적인 미래에서 봤던 정보를 토대로, 같은 날 발생한 시위가 원인이었는지, 총장을 비롯해 이권을 두고 다투는 자들이 주동한 사건인지,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그래서 '미스터리 추리물'의 문법을 따르는 동시에, 일부 구간에선 '공포' 게임 같은 분위기를 주기도 하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리즈 특유의 인물들의 속사정을 알아가거나 관계를 쌓아가는 감각도 있다.


▲ 비극적인 화재 사건이 나기 며칠 전으로 돌아간 '맥스'는, 누가 캠퍼스에 불을 지르려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지, 자신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며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 그리고 '맥스'에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어떤 순간에 극적으로 나타나주는 '클로이'다.
# 그래, 이게 우리가 알던 '맥스'와 '클로이'지
직전 작품 <더블 익스포저>가 시리즈 팬들에게 더 혹평을 들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① 개발진은 '클로이'라는 인물이 이 시리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면서도, 사진과 메시지 등을 통해 멀리 어딘가에 있다는 언급만 할 뿐 '맥스'가 '클로이'에게 다시 연락하는 것을 망설이는 모습으로만 그려냈다.
② 그런 동시에 '사피'(또 다른 친구)의 생사가 교차되는 다른 시간선 사이를 오가는 진실 찾기 과정에서, '맥스'의 불안함과 유약함을 불쾌한 러브라인으로 해소한 것이 문제 중 하나였다.
초능력이 유발하는 미래의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그렇게 '책임감'을 강조하던 '맥스'가, 마음이 흔들린다고 해서 (성별도 제각각인)다른 여러 등장인물들과 키스를 하고 연인이 될 것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전작들의 서사와 감정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 직전 작품 <더블 익스포저> 속 한 장면. LGBTQ+라는 소재를 다루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맥스'의 평소 성격과 달리 미성숙한 자세로 인간을 대하고, 사건에 접근하던 게 문제였다.
2024년 10월 <더블 익스포저> 리뷰 당시 기자는 "불쾌한 미완의 사춘기", "다 큰 성인의 비겁한 사춘기"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③ 시간선을 넘나드는 능력,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플레이와 내러티브에서 아주 매력적인 소재로 녹아들지 못했었다.
④ 돈 노드 시절의 1편보다 그래픽의 품질만 좋아졌을 뿐, 캐릭터의 매력을 더 잘 보여주는 비주얼이라 하기 어려운 지점들도 많았다.
당시에 기자는 10점 만점에 6.2점을 줬다.(굉장히 낮은 점수다) 시리즈 팬으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작품이다.
▲ 전작 <더블 익스포저> 속 한 장면
이번 작품 <리유니온>은 전작 <더블 익스포저>의 특징들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이제 '맥스'와 '클로이'는 서로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맥스'가 캠퍼스에 방화 사건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클로이' 또한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 과정에 큰 도움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둘이 되었다고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맥스'와 '클로이'의 개성도 뚜렷하다. '맥스'는 생각과 걱정이 많고 '클로이'는 저돌적이지만 심성은 따뜻하다.
가장 완벽한 콤비였던 시리즈 첫 편의 그 모습처럼, 둘은 서로의 부족한 지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해준다.
▲ <리유니온> 속 '맥스'가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
▲ <리유니온> 속 '클로이'가 상대를 논파하는 장면
플레이 구성으로도 이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에 담은 사진들처럼, '맥스'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초능력을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따뜻한 걱정으로 묘사되고, '맥스'가 진짜 망설일 만한 상황일 때는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제시되거나, 다른 인물과의 대화 안에서 해법을 찾는다.
클로이는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특유의 분위기와 빠른 판단으로 상대를 논파하거나, 과감하게 뛰어들어 위기를 해결하는 때가 나오곤 한다.
이번 <리유니온>은 사건과 추리의 전개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감정의 전개 하나 만큼은 정말 명료하다.
'맥스'에겐 '클로이'가, '클로이'에겐 '맥스'가 필요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인지하고 이에 대해 확실하게 마주하는 장면이 제대로 묘사된다.
▲ 두 사람은 벌어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점이나, 지금 느끼고 있는 다시 만나 반갑다는 감정에 대해서도, 빙빙 돌아가지 않고 제대로 짚고 넘어간다.
▲ 이러한 '맥스'와 '클로이'의 관계성에 대한 묘사는, 단순히 시리즈의 오랜 팬들을 위한 "근본 서사"를 연상시키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이번 <리유니온>의 "방화 사건 속 모지스와 클로이가 죽는 미래를 막아야 한다"는 명확한 동기를 더 강화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진은 '맥스'가 '클로이'가 죽는 미래를 봤던 때의 모습이다.
그렇다, 이번 작품은 "칼레돈 캠퍼스가 불타는 비극적인 미래"를 막겠다는 사건적 동기 하나와 '맥스'와 '클로이' 두 인물의 관계 묘사에 완벽하게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작에서 매우 불쾌한 요소로 등장했던, 다른 인물들과의 불필요한 스킨십이나 난잡한 러브라인 묘사도 없다. 전문용어까지 쓰고 싶진 않지만 '순애'로 회귀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전작에서 가장 문제였던 '키스' 장면 아닐까. 이번 <리유니온>에서도 '키스' 장면이 등장하긴 하나, 앞뒤의 상황과 맥락 그리고 감정에 대한 묘사가 완전히 다르다.


사진은 '맥스'와 '클로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돌아보며 잠시 호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때의 모습이다. 두 사람이 다시 유대감을 회복하는 장면은 이미 앞서 충분히 제시된 상황이다.
이때 '클로이'는 '맥스'의 생일이 지나기 전에 '맥스'의 모습을 본딴 피규어를 선물한다.(이 피규어를 만드는 과정 또한 친구 '모지스'와의 유대와 '클로이'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귀여운 장치로 등장하니 게임에서 꼭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서로의 상황과 감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끝에 플레이어 앞엔 선택지가 주어진다. [키스한다], [손을 잡는다]. 맥락상 뜬금없게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설레는 상황으로 그려진다.
기자의 경우 둘이 '친구' 사이에 그쳤다는 선택을 초기에 하고 시작했기 때문인지, '맥스'가 카누에서 일어나 '클로이'에게 다가가려 하는 동안 배가 흔들리며 물에 빠지지 않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연출이 등장했다.
물에 빠질 뻔하는 상황 전으로 시간을 돌린 '맥스'는 '클로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

▲ 그리고 이런 귀여운 해프닝은 게임 속 요소인 일기장에서도 제대로 반영이 된다. 다음엔 제대로 감정을 전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이러니 '순애'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묘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작품에서 '맥스'와 '클로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더 진지하게 상대를 대한다.
말과 대사 표현도, 특유의 위트나 유쾌함은 살려놓은 채, 감정만 앞선 미숙한 태도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졌다.
개발사 덱 나인이 구조조정을 하고 인원구성이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더블 익스포저>와 <리유니온>은 구성, 전개, 경험의 측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게임이다.
전작 <더블 익스포저>가 "불쾌한 미완의 사춘기"였다면, 이번 <리유니온>에선 "성숙해진 주인공들의 희생과 배려"가 작품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된다.
# 시간을 되돌려도 되돌리지 않아도 미래는 원래 알 수 없는 거야
▲ 아브락사스라는 비밀 단체의 이면에 사건의 실마리가 있는지 찾기 위해 가면을 쓰고 들어가는 장면
사실 시야를 넓게 보면 이번 <리유니온>에도 아쉬운 점은 적잖게 있다.
<더블 익스포저> 때와 같은 그래픽 기반이기 때문에, 전작에서도 지적 받은 "돈 노드 시절 어린 '맥스'가 훨씬 더 예뻤고, 성인이 된 '맥스'는 아쉽다"는 외형적 호불호는 피해 갈 수가 없다.
훨씬 더 보편적인 정서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성격 묘사와 행동 동기가 주어지니 인물들에 '몰입' 자체는 잘 되는 편이지만, 게임 중간에 '가면'을 쓰고 진행하는 파트에서 '맥스'가 얼굴을 가린 게 더 예쁜 것을 보면서, 약간의 씁쓸함은 남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캠퍼스 공간 구성도 대부분 전작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문제가 된 것은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뛰는 속도'였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선 "뛰는 속도가 조금 느리네" 정도의 감상에 그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목숨을 걸어가며 막으려 했던 화재 사건 앞에서도 '뛰는 게 느린' 플레이는 감정적 답답함까지 유발했다.
▲ 범인으로 예상되는 인물을 선택해, 사건 발생을 막으려 하는 장면
한국어 자막의 경우, 화면에 출력되는 자막이 플레이어가 문장을 소화하는 데 있어 불편을 느낄 정도로, 마침표나 끊어읽는 지점이 아닌 곳에서 문장이 끊긴 뒤 다음 출력에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추리 또한 마찬가지로 다소 아쉽다. 상황과 배경을 알아가는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충분히 흥미롭지만, 문제는 '범인'과의 직접적인 연결성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의심할 만한 대상은 많은 데 비해, 그 여러 용의자들 중에 왜 '그 사람'이 방화를 하게 되는지 그 연결고리가 조금 약하다.
▲ '클로이'가 자신도 미숙한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는 장면
하지만, 게임 끝까지 가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추리가 다소 아쉽긴 해도 아무렴 어떤가.
'맥스'는 '클로이'와 '모지스'를 구하는 데 기꺼이 능력을 쓰려 할 것이고, '클로이'도 절대 가만히 도움만 기다리고 있을 인물이 아닐 텐데 말이다.
이는 전작 <더블 익스포저>로 인해 기대감이 낮아져서라거나, 이번 <리유니온>의 추리 파트가 아쉬워서와 같은 부정적인 이유 때문에 포기하는 마음이 아니다.
<리유니온>은 계속해서 '맥스'와 '클로이'의 진심을 입밖에 꺼내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보여준다. 감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클로이'는 '맥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다시 깨닫고 도움이 되고 싶어하고, '맥스'는 자신의 초능력의 여파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까봐 조심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그 감정적 전개는 꽤 설득력 있게 전해지고 있다. 서로가 소중한 이유, 서로를 지켜야 할 이유도 모두 말이다.
동시에 1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도시 전체가 사라지거나, <더블 익스포저>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간선이 꼬이고 겹쳐지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거론되고 있다.
시간을 되돌렸을 때, 그 피하고 싶던 미래에 대한 기억도, 모든 시도의 과정도 '맥스'의 기억에만 남는 그 고독감 또한 잘 다뤄지고 있다. '모지스'와 '클로이'는 미래에서 온 '맥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소중한 존재니까, 믿으니까.
그래서 '맥스'와 '클로이' 두 사람은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절대 바꿀 수 없는 비극적인 미래라는 게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시간을 되돌려도 되돌리지 못해도 원래 미래라는 건 알 수 없는 거니까.
▲ 친구 '모지스'는, 능력을 사용하면 인과가 따른다는 것도 잘 알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으로도 인과는 발생하는 법"이라 강조한다. 이번 <리유니온>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초능력의 인과로 고통받은 '맥스'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리유니온>은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답을 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설령 부분적으로 아쉬운 게 있다 해도, '맥스'와 '클로이'의 서사를 좋아해왔던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이 다루는 주제와 전개를 싫어할 수가 없다.
시리즈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추려 한 것은, 1편을 비롯해 이전 작품들의 장면을 연출에서 적절히 혼용한 부분에서도 보였다.
전작들 없이 이 작품만 단독으로 본다면 아쉬운 부분들이 두드러질 수 있겠지만, 시리즈 팬들은 덱 나인에게서 나올 거라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피날레'가 나왔다는 평을 많이 남기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1편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세계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작품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본다. <리유니온>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니까.
▲ 1편을 비롯해 전작들의 장면을 적절히 교차로 보여준 이번 <리유니온>이다.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예우가 제대로 느껴졌다. <더블 익스포저> 때도 이렇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 희생과 믿음. '맥스'와 '클로이' 같은 사이가 아니더라도, 모든 소중한 관계에서 꼭 필요한 덕목을 이번 작품은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 올바른 선택과 집중 덕에 나머지 아쉬움도 상쇄될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