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분기에 참 멋진 타이틀이 많이 나왔지만, 누군가 기자에게 최근 가장 재밌게 한 국산 게임이 뭐냐고 묻는다면 스튜디오 두달의 <솔라테리아>를 꼽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국산 게임이라거나 인디게임이라서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 메트로배니아 액션 장르 안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경험을 선사한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스팀 유저 리뷰에서도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오리>, <나인 솔즈> 같은 명작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솔라테리아>만의 '화려한 패링 액션', '촘촘한 메트로배니아 탐험', '인상적인 스토리와 연출'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입니다.
무려 2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에, 게임의 중반부는 어느 곳을 가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유저마다 다른 경험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튜디오 두달은 이 게임을 약 2년 만에 완성했는데요.
다른 장르에 비해 메트로배니아가 특히 개발 기간이 긴 편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한 비화입니다.
이 인디 팀은 어떻게 전작 <라핀>부터 이번 <솔라테리아>까지 플레이와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던 걸까요? 직접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왼쪽부터 스튜디오 두달 김민정, 이규원 공동대표입니다. 구로에 위치한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최근 출시한 신작 <솔라테리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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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링 중심의 전투, 지도 안팎의 탐험
Q. 디스이즈게임: 3월에 출시한 스튜디오 두달의 두 번째 게임 <솔라테리아> 소개를 한 번 더 해주신다면.
A. 스튜디오 두달 김민정 공동대표: <솔라테리아>는 패링 중심의 액션이 강조된 메트로배니아 게임이고요, 그림자 역병으로 인해서 몰락한 정령들의 세계에서 작은 불 전사 '톳'이 왕을 찾아 모험하는 게임입니다.
A. 스튜디오 두달 이규원 공동대표: 그리고 메트로배니아다 보니까 탐험의 재미도 갖추고 있고, 스타일리쉬한 패링 액션을 좀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 '패링 액션'이 강조된 게임입니다.
탐험 자유도에 더불어 성장 방식도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했고요. 기본적인 레벨 업으로 코어스톤 내열을 부여하는 것부터, 파츠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전투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소소하게 '요리'로 약간의 귀여움을 추가한 스탯 성장 방식도 준비했고요.
▲ 탐험 중에 구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강해지는 방법도 등장합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요리는 일시적 효과를 주는 경우가 많은 반면, <솔라테리아>에서는 영구적인 성장 효과를 부여해 줍니다.
Q. 스팀 리뷰 수가 꽤 많은 편인데, 기억에 남는 반응들이 있었나요?
A. 김민정: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스토리와 연출에 대해 좋게 봐주신 부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북미 지역, 영어권에 계신 분들이 이번 작품의 연출이 좋다고 남겨주신 리뷰가 유난히 많았어요. 영화적인 연출 등 제가 신경썼던 부분들을 집어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신 게 인상적이었고요.
한국 유저분들의 리뷰 중에는 저희가 한국적인 느낌을 넣으려고 했던 부분들, 대사 측면에서의 담으려 했던 디테일들을 알아봐주신 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메트로배니아를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 같은 장르의 명작들과 함께 언급하시면서 <솔라테리아>의 재미를 알아봐주신 분들도 많은 게 감사했고요.
여러 차례 보스전을 치르면서, 그 보스에 대해 화가 났다가도, 스토리를 보며 보스의 과거사를 알고 나니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는 분도 계셨던 게 기억나네요.
A. 이규원: 저 같은 경우에는 공식 리뷰는 아니고요. 플레이해본 친구가 저에게 해준 말인데, "이번 게임을 하면서 오랜만에 게임의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됐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 반응이었어요.
게임에 대한 권태기를 갖고 있을 때 돌파해주는 게임이 되었다는 게 뿌듯하더라고요.

Q. 잊었던 재미를 다시 느꼈다는 건 정말 최고의 극찬이네요.
전작 <라핀>의 기억을 갖고 이번 <솔라테리아>를 하신 분들도 꽤 보였고, 해외 유저분들 반응이 특히 많이 보이던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을 기대하셨었나요?
A. 김민정: 사실 북미 지역 반응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어요. 물론 위시리스트가 조금 더 있긴 했지만, 큰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는데요.
그런데 저희 게임이 독일 게임스컴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고, 출시 한 달 전에 공개한 트레일러가 북미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면서 댓글이 많이 달렸었거든요. 그렇게 알려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해외 시장을 위해 크게 다른 접근을 한 건 많지 않았는데, 저희가 추구한 핸드 드로운 그림체가 북미 지역 유저분들이 선호하는 느낌과 맞았던 것 같습니다.
A. 이규원: 처음 만들 때부터도 북미가 우리 타깃 시장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었는데, 그걸 검증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게임스컴에 가보면서 이제 간접적으로나마 북미 지역, 유럽 지역분들의 반응을 많이 느끼게 돼서, 우리 게임을 이 분들이 좋아해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했던 것 같습니다.
A. 김민정: 그래서 게임스컴 이후에는 스팀에 올리는 개발 일지나 공지도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유럽권 언어를 다 포함해서 올렸어요.
▲ <솔라테리아> 유저 리뷰 중 일부입니다.
Q. 스팀 리뷰에서 유저들이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오리>, <나인 솔즈>를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대표님 두 분 다 이 작품들을 해보셨나요?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을까요?
A. 김민정: 말씀해주신 4개 작품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이고 엔딩까지 봤습니다.
<나인 솔즈>는 저희가 <솔라테리아>를 개발하기 시작한 초기에 나온 게임인데요. 그때 <나인 솔즈>가 나오자마자 바로 플레이하면서, 얼마나 재밌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패링 중심의 메트로배니아 액션 게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도 패링이 전면에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었는데, 마침 그런 게임이 나와서 해봤더니 너무 재밌었던 거죠. <솔라테리아>와의 차이점도 확실히 있어서 다행이라 느끼기도 했고요.

장르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건,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바이블인 <할로우 나이트>가 아닐까 싶어요.
이 게임도 물론 재밌었지만, 유저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들도 있었는데, 좋은 점은 참고하고, 전투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르게 가면서, 불편했다고 느꼈던 점들은 개선하면서 개발을 했어요.
<오리와 눈먼 숲>은 저희 전작 <라핀>을 만든 것보다도 더 전에 했던 것 같은데, 감동적인 연출이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좋은 연출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고, <솔라테리아>보다는 <라핀>에 더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실크송>도 저희 개발 막바지에 나왔는데, 물론 재밌게 즐겼고요.
▲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Q. 제가 체감할 때는 <솔라테리아>가 전하려는 경험보다 <실크송>이 훨씬 어려운 게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난이도 조절 측면에서도 앞선 작품들의 영향이 있었나요?
A. 김민정: 저는 <실크송>이 저희 게임보다 쉬운 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초기에 난이도 설정을 할 때는, 출시한 버전보다 훨씬 어려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실크송> 출시 후에 저는 매콤하지만 할 만하다고 느꼈는데, "어렵다"는 유저 반응이 정말 많은 걸 보고, 저희도 난이도를 조금 낮췄죠.
아무래도 <솔라테리아>는 패링이 있다 보니까, 최고 난이도 기준으로는 패링에 익숙하지 않으면 더 어렵게 느끼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A. 이규원: 저희 패링 스타일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비교하는 게임이 <나인 솔즈>인데, <나인 솔즈>와는 감각이 또 다르다 보니까 익숙해지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난이도를 많이 조정했었습니다.
▲ <솔라테리아> 패링 예시
Q. <솔라테리아>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메트로배니아 장르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지도’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잘 조절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가야할 목표, 숨겨진 길, 어디로 다시 돌아가야 하고 등을 딱 필요한 만큼만, 알기 좋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엔딩까지 가는 내내 그 촘촘함이 유지가 되고요. 어떻게 이런 경험을 만드셨나요?
A. 김민정: 저희가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만들면서 지도는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저도 메트로배니아 많이 해봤지만 지도가 불편하면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표기를 안 해주거나, 네모 박스로만 표시되는 것들을, 저희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지도에 담으려고 했고요.
또 NPC를 만나면 대화를 주고 받는데, 이런 정보를 얻으면 그냥 대화를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대사 이후에 지도에도 반영이 되게끔 했어요. 그런 정보 필터가 추가가 되고, 따라가보면 무언가가 있구나 하는 시도를 담았죠.
물론, 그런 지도의 정보 없이도 플레이를 하다보면 마주칠 수 있게끔 설계는 했지만, 힌트를 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 지도의 정보 제공을 최대한 잘게 쪼갰어요.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중간까지 갔는데 맵 전체가 열리면 헷갈리게 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가능한 만큼 쪼갰고, 아이템도 카메라를 움직여서 보면 표기가 되게, 혼선이 없게끔 지도에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편리한 지도를 만드는 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더라고요. 아트, 프로그래머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해주셨어요.
A. 이규원: 이걸 지도로 구현하자고 했을 때부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확실히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레벨 디자인 때문에 지형을 약간 변경하면 지도도 다 변경해야 했고요.
그래도 그렇게 만들고 나니까 결과물이 확실히 보기 좋았어요. 손으로 다 그린 작업물이거든요.
A. 김민정: 저희가 만들고 싶은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적어도 저희가 원하는 지도를 만드는 데 공을 엄청 들였죠. 되게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Q. 이마헨이 등장하는 연구동 파트가 참 강렬했는데요. 맵 구간 전체가 엘리베이터로 움직여서 연결되는 기믹이 설계와 구현 모두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A. 김민정: 연구동은 신비로운 장치가 있는 지형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전엔 자연적인 공간이 많았다면, 이곳은 인간의 건물처럼 수직적인 느낌도 주고 싶었고요.
스토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라서 이걸 펼쳐놓으면 너무 큰 맵이 된다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다른 맵들과 이질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콘셉트를 살리는 방향을 고민하다가, 기획자분이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해주셔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만든 맵에서 플레이어 유도를 하는 부분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기억이 있네요.
A. 이규원: 지형 전체를 움직인다는 게 특이한 방식이고 헷갈릴 수도 있는 방식이잖아요. 심지어 세 번 움직이니까, 세 번 모두 구성이 만들어져야 해서,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게 선형적인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A. 김민정: 헷갈릴 만한 길이 있더라도 짧게 헤매게 길이를 줄이고 원래 방으로 돌아올 수 있게 했고, 다음에 갈 길은 카메라가 비춰줘서 유도하게 하는 규칙들도 세웠습니다.
A. 이규원: 개발 구현적인 측면에선 방을 움직인 게 아니라 벽을 움직여서 만들었거든요. 초기엔 움직이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형태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솔라테리아> 연구동 엘리베이터 구동 장면
# "키 액션, 패링 후 반격이 강조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Q. 개발 초기부터 '패링'을 전면에 두고 계셨는데, 이번 작품의 '패링 액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지점이 무엇이었나요?
A. 김민정: 패링을 성공했을 때의 보상과 쾌감을 먼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패링을 중심에 둔 메트로배니아를 만들자고 했을 때 메인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저항'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적의 저항을 모두 깎으면 '파이론 액션'이라는 화려한 반격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넣게 됐죠.
개발 단계에선, 적의 특수한 공격을 패링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던 패턴이었는데요. 일반 공격에 대한 패링으론 발동되지 않는 기술이었어요.
그런데 전시회에서 유저분들이 하는 모습을 보니까, 특정 액션에 패링해서 파이론 액션을 하셨을 때는 큰 재미를 느끼셨는데, 적들의 특수 공격을 놓쳐서 파이론 액션을 못했을 때는 미온적인 반응이 있어서, 파이론 액션을 더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죠.
모든 적들에게 저항을 깎고 파이론 액션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저희 게임의 특징을 더 확실히 하게 됐어요.

열기 코어를 활용한 더 스타일리쉬한 기술들도 마찬가지예요. 게임에 더 익숙해지신 분들이 열기 기술로 화려한 전투를 할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패링 박자감에 대해서도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도전 끝에 패턴에 익숙해지고, 보스와 내가 패링으로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보스전의 길이나 구성도 포션(웜혼)을 1개나 0개가 남는 때까지 버티면서 싸우면 이길 수 있게 하는 게 기획 의도였습니다.

Q. 맞아요. 항상 웜혼을 그 정도는 써야 이기게끔 되어 있더라고요.
A. 이규원: 전투 중에 계속 하는 패링이 사실 어려운 동작이잖아요. 그래서 이 기본 동작을 얼마나 어렵거나 쉽게 만들 것이냐의 조정을 계속 했어요.
한편으론 <나인 솔즈>에선 부적을 붙이는 액션이 특징적이라고 느껴졌는데, 저희 게임에선 파이론 액션이 그런 특징 중 하나인데 개발 초기엔 마주하는 빈도가 적었죠. 그래서 그걸 전면으로 더 내세웠고요.
위험을 감수한 동작인 만큼 보상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액션의 연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타임 슬로우 후에 펑 터지는 연출들을 넣으면서 손맛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Q. 특정 보스전 외엔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경험이 정말 잘 다듬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플레이테스트를 많이 하신 건가요?
A. 김민정: 국내외 전시회를 많이 나가면서 유저분들이 어떻게 하시는지 많이 지켜봤어요. 개발자들은 자연스럽게 고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작년 지스타에서도 구글 설문지를 돌려서 모든 분들에게 요청을 했는데, 800개 이상 응답이 모여서 참고할 만한 좋은 지표가 됐죠.
데모 버전에선 필드에서도 공방의 재미를 주려고 잡몹들도 굉장히 강하게 했었는데, 초반 지역의 난도도 많이 낮췄어요. 지인분들을 불러서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하기도 했고요.
A. 이규원: 패링에 보정도 많이 추가했습니다. 조금 먼저 눌러도 패링이 된다거나, 손을 떼도 잠시 동안은 패링 판정이 남아 있다거나 하는 것들인데, 이런 보정 추가 이후에 유저분들 반응도 더 좋아졌어요.
또 저희 게임의 스토리를 보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이지 모드만 둔 게 아니라 스토리 모드도 따로 만들어서 더 쉽게 플레이하실 수 있게 하기도 했고요.
전시회에서 시연 시간이 짧은 걸 보완하려고, 후반부 콘텐츠 5시간 정도의 FGT를 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 지스타 2025 출품 당시 모습
Q. 보스전마다 개성 있는 패턴들이 많이 나와줘서, 연출과 패턴에 감탄할 때가 많았는데요. 두 분의 최애 보스전과 그 이유를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김민정: 아무래도 '몰딘'이 제 최애 보스전이에요. 디렉터로 연출을 하면서, 플레이어가 '몰딘'이라는 보스에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설정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인물들은 세상이 멸망해도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이 '몰딘'은 마음이 유약하다 보니 미쳐 돌아가는 세계에서 정말로 미쳐버리는, 그래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친구거든요.
그래서 보스전의 연출도 많은 공을 들였어요. 스토리보드를 짜면서도 어떤 느낌을 줘야 할지 가장 구체적으로 먼저 떠올린 보스였고요. 전투 패턴도 빠른 편이죠.
A. 이규원: 저도 1위는 '몰딘'이긴 합니다.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작은 체구에 무기는 엄청 큰 게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서사적으로도 좋고요.
다른 걸 하나 꼽자면 성문지기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이드 보스긴 한데, 어느 정도는 '몰딘'과 비슷한 측면이 있거든요. 체구도 작고 서사도 슬프고 그러면서 빠르게 움직이고요.
# 지구에 없던 언어를 만들어 넣은 더빙
Q. 이번 작품에서 '차사'나 '해치' 캐릭터나 고궁 같은 지역 등을 보면 한국적인 색채를 담으려 하신 부분도 보이고, 또 특정 문화권이 연상되기보단 보편적인 감성으로 풀어나가려고 하신 부분들도 보이더라고요. 두 가지를 같이 의도하신 것 같은데 맞나요?
A. 김민정: <솔라테리아>가 한국형 메트로배니아를 만들려던 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한국적으로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다만, 저희가 <라핀> 때 (토끼가 프랑스어로 LAPIN이라서) 프랑스 회사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고 해서, 이번에 한국적인 느낌을 약간 첨가하고 싶었어요.
외국분들은 눈치 못채실 수 있더라도, 한국인이 보면 이거 한국적이다 하고 느낄 수 있는 정도로만 넣으려고 했죠.
재화 '온' 디자인도 신라 시대 옥색 귀걸이 유물 디자인을 기반으로 했는데, 이 세계에선 식물이 이렇게 자란다는 설정으로 넣었고요. 해치나 차사도 마찬가지였어요.
Q. 저도 그런 요소들이 반갑게 보이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음성 언어는 또 지구의 언어가 아닌 것 같고 만들어 넣으신 것 같던데 맞나요? 어떻게 만드셨는지, 그리고 이런 언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A. 김민정: 처음부터 정령들의 세계를 강조하려고 세상에 없는 외계어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영어 등 특정 언어를 그대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었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캐릭터성을 강조하려고 어떤 캐릭터는 스페인어 기반의 외계어, 어떤 캐릭터는 프랑스어 기반의 외계어를 쓰는 식의 시도도 해봤었는데, 아무리 외국어라고 해도 특정 국가의 색이 강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고민하다가 슬로베니아어를 바탕으로 저희가 많이 가공을 해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진행을 했습니다. 슬로베니아어 기반이지만 거의 원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꿔가면서 했죠.
외계어라고 해도 일관성이나 동질감은 느낄 수 있게 하려고, 이름 지명 같은 고유명사는 유지하게 했고, 말줄임표나 느낌표 물음표 등 감정 표현에 대한 부분들은 다 강조했어요.

Q. 성우분들하고 녹음하는 과정도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A. 김민정: 낯선 언어의 느낌을 내려고 하다 보니 이번에 성우분들이 다 외국분들이셨거든요. 외주 녹음 업체 감독님께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조율도 잘 해주신 덕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A. 이규원: 그래도 <라핀>의 토끼어를 녹음하던 때보단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웃음)
▲ 스튜디오 두달의 전작 <라핀>
Q. 캐릭터 이름도 어원이 다양한 것 같더라고요. 주인공 '톳'은 화톳불에서 온 것 같고 '차사'도 한국어 그대로 사용한 것 같고요. 코르는 용기(Courage)에서 따온 것 같던데, 작명 배경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김민정: 말씀해주신 게 맞아요. '차사'나 '톳'은 우리말에서 따온 게 맞고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라틴어를 변용해서 만들었어요.
'플루티스'는 라틴어 파도(fluctus)에서 변용했고, '루냐'는 라틴어 달(luna)을 변용했는데요. 파도가 달에 끌리듯이, 플루티스는 루냐에 끌리는 느낌을 넣었어요. 베리타도 진리를 뜻하는 베리타스에서 따왔고요.
물 전사 '수우'는 한자 물 수에서 음절만 하나 늘렸어요. '푸웅'도 바람 풍에서 늘린 이름이고요. 게임 속 화가 '무하'는 제가 알폰스 무하의 전기를 마침 인상 깊게 읽어서 사용했습니다.

Q. <라핀> 때도 다섯 마리 토끼의 이야기였는데, 이번 <솔라테리아>도 다섯 전사가 나오거든요. 5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초기부터 다섯 전사로 설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김민정: <라핀>도 5명이었죠. 캐릭터성을 잡을 때 안정적인 느낌을 좀 주는 것 같아요. 이런 성격의 캐릭터와 저런 성격의 캐릭터가 있으면 재밌겠지 하고 쌍을 이루다 보면, 5명 구성이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왕을 지키는 전사들을 생각했을 때, 2명은 적고 4명은 대칭적으론 편안한데 뭔가 안 맞아서, 5명으로 자연스럽게 정했습니다.
A. 이규원: <파워레인저>도 5명이니까요.(웃음) 뭔가 안정감 있고 케미도 있는 정도의 포지션인 것 같아요. 보스나 지역의 수는 초기 계획에 비해 줄어든 편인데, 다섯 전사는 처음부터 그대로 계획해왔었습니다.

# 스토리'텔링'에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스튜디오 두달
Q. 내러티브나 세계관에 신경 많이 쓰시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음악에도 힘을 엄청 주셨더라고요. <라핀> 때와 뭔가 작업 방식이 바뀌었나요?
A. 김민정: <라핀> 때는 다들 대학생이기도 했고, 저희 팀의 첫 게임이라서, 의도한 특정 부분들 외엔 음악에 힘을 엄청 주진 못했어요.
이번 <솔라테리아>에서는 제대로 하고 싶은 연출을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라핀> 때 함께 한 사운드 담당 프리랜서분이 지금도 같이 해주고 계시는데, 연출적인 요구를 디테일하게 많이 드렸어요.
BGM이 끝나고 1초 있다가 전환되는지, 2초 있다가 전환되는지, 이런 것도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페이드아웃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피드백을 많이 드렸어요.
예를 들어, 보스 처치 후에 사망한 보스의 전투 BGM이 오르골 버전으로 계속 나오고, 그 소리를 따라가면 보스가 관리했던 공간에서, 오르골을 켜고 끌 수도 있는 그런 연출들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후반부의 감정적인 연출들도 힘을 많이 줬고요.
▲ 사실 <라핀> 때도 감정을 건드리는 좋은 음악이 많았습니다. <솔라테리아>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줘서 기자도 놀라며 플레이를 했었네요.
Q. 연구동 에피소드 이후로 메인스토리가 탄력을 받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부분이 중후반부에 속하는 편이잖아요. 그 이전까지 플레이어가 나아갈 가장 큰 동력을 무엇으로 설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김민정: 자유도가 높은 메트로배니아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선형적인 이야기로 가다가, 중반부터 NPC를 만나는 순서나 지역 이동 순서가 플레이어마다 다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해뒀어요. 후반에는 다시 선형적으로 모이는 구성이고요.
이 자유도가 높은 지역들에서 중요한 정보를 너무 많이 풀어버리면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더라고요. 저희가 세세한 이야기들은 어떤 순서로 만나도 연결이 되게 플로우라인을 정리했는데, 메인스토리는 중후반에 배치를 한 편이에요.
그래서 중반부의 스토리 경험은 이런 세부 NPC들이 이끌어가는데요. 후반부에는 주인공 '톳' 자신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면, 중반까지는 이 이야기 줄기와 연결된 코르, 모소, 무하 등 NPC들의 이야기들을 만나게 했습니다.

Q. 전에 저희가 했던 인터뷰를 다시 보니까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스토리텔링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솔라테리아> 출시 후에 돌아보시기엔 설정을 암시하는 영역들이 잘 담겼다고 보시나요?
A. 김민정: 네. <라핀> 때의 플랫포밍을 하고 스토리를 보는 진행 방식의 스토리텔링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요, 플랫포밍만 하고 싶으신 분들은 불만을 느끼시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라핀>을 끝내고 다음 이야기를 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강제하지 말고 흩뿌려 놓아보자는 생각을 했고, <솔라테리아>에서 이런 목표는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배경 이야기들을 세계 곳곳에 펼쳐두고 궁금하면 확인해볼 수 있게 했죠. NPC들도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고, 플레이어가 말을 걸면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게임이라서, NPC나 지역을 만나는 순서도 플레이어마다 달라요. NPC를 안 만나고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만나도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게 경험의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런 내용의 구현이 쉽지 않았는데, 결국 해냈기 때문에 뿌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A. 이규원: 경우의 수를 정리를 잘 해도 매번 빠뜨리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플로우 차트를 그려서 선택의 가짓수를 고려해도,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극단적인 선택의 루트를 가보는 플레이어분들도 계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출시 이후에도 그런 부분들을 계속 고치기도 했습니다.

Q. 정령들의 세계 속 '역병'이라는 소재를 고르신 이유도 궁금해요. 현실 세계의 은유적 반영인가요?
A. 김민정: <솔라테리아>에 있는 '릿'(정령)들은 포식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긴 하지만 야생에 던져지면 사자보다 힘이 약하잖아요.
그런데 '릿'들의 세계에선 릿과 릿을 따르는 영물들 밖에 없는 세계라서, 이런 세계에서 '릿'들이 서로를 죽일 수 있는 재난 상황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질병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Q. 다음 작품도 준비 중이실 것 같은데, 계획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김민정: 현재 여러 기획을 고민하면서 콘셉트 아트도 그리고 폐기하고, 그렇게 차기작을 정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로 확정한 상태는 아니에요.
<솔라테리아> 출시 후에 느낀 건, 그 전엔 저의 강점이 '세계관'을 잘 만드는 것이라고 뭉뚱그려서 생각한 경향이 있었는데, 세계관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저희가 하고 싶은 '스토리텔링'에 한번 집중을 해보자는 기조 아래 차기작을 구상 중입니다.
A. 이규원: 차기작은 1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가지고 빠르게 개발해보려고 해요.
결과적으로 보면 <라핀>은 3년 정도 걸렸고, <솔라테리아>는 2년, 다음 게임은 1년 걸려서 만드는 게 목표인 상황이거든요.
<솔라테리아>를 하면서, 원래 메트로배니아 장르가 개발 기간이 길게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저희는 2년 안에 만들어보자고 속도를 내봤어요.
그런 경험 덕인지, 다음 게임은 다른 장르로 해봐도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Q. 맞아요. 메트로배니아로 20시간이 넘는 비선형 플레이를 만드는 거, 다른 개발사들이었으면 훨씬 더 긴 시간이 들었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퀄리티도 안 놓치면서 빠르게 잘 작업하신 것 같아요.
오랜만에 이 질문을 다시 드리면, 스튜디오 두달은 어떤 개발사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A. 김민정: 저는 그 사이에 조금 변한 지점들이 있었는데요. '울림이 있는 서사, 머물고 싶은 세계'가 있는 개발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저희 게임이 마치 가본 적 없는 고향처럼 노스탤지어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A. 이규원: 예전보다 이 답변이 저는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명작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있었는데, <솔라테리아>를 만들고 리뷰들도 보면서, 확실히 제가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고, 시간이 지나도 추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 왼쪽부터 스튜디오 두달 이규원, 김민정 공동대표입니다.
Q. 일단 저부터도 시간이 지나도 <솔라테리아>가 오래 기억날 것 같으니까, 어느 정도 성공하신 꿈인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솔라테리아>를 재밌게 즐겨주신 분들, 이 기사 보시고 또 앞으로 즐겨주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김민정: <솔라테리아>는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서 만든 게임입니다.
패링과 스타일리쉬한 액션 그리고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이규원: 저는 <솔라테리아>의 경험이 플레이어분들에게 오랫동안 남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즐겨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플레이해 주실 분들께도 이 게임의 경험이 추억처럼 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