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게임 개발자 협회 티가(TIGA)가 영국 게임 제작 보고서(Making Games in the UK)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게임 개발 산업은 고용 감소와 신규 창업 급감으로 '전례 없는 침체'를 겪고 있다.
티가는 세액공제율 인상과 소규모 스튜디오 지원 확대를 정부에 촉구했다. 영국 정부도 3,000만 파운드(약 604억 원) 규모의 게임 성장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티가는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작성= 포켓게이머, 번역 및 편집= 디스이즈게임

# 영국 게임 산업, 고용·창업 모두 침체기
티가와 게임스 인베스터 컨설팅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영국 내 게임 개발 고용은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이후 첫 감소이자 역대 가장 빠른 감소율이다.
해당 기간 수치를 살펴보면, 491개 회사가 3,655개의 정규 개발직을 삭감한 반면 513개 회사는 2,751개 일자리를 새로 추가했다. 영국 게임 개발 전체 인력은 28,516명에서 27,347명으로 줄었고, 개발 부문 프리랜서는 4,245명 이상으로 늘었다.
신규 스튜디오 설립은 3년 연속 30% 이상 감소했다. 스타트업 수는 281개에서 137개로 떨어지며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영국 게임 회사 수도 2023년 정점인 2,175개에서 2,110개로 줄었다.
조사 기간 동안 206개 회사가 폐업하거나 게임 업계를 떠났는데, 이는 2024년 조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직원 15명 이상 규모의 스튜디오들은 거의 1,800개 일자리를 없앴다.
지역별로는 런던에서 571개, 남동부에서 387개, 요크셔에서 178개 개발직이 사라지는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반면 개발자 1~4명 규모 스튜디오는 인력을 3.2%, 5~15명 규모 스튜디오는 9.2% 늘렸다.
플랫폼별로는 모바일 스튜디오 고용이 12.9%, PC 부문은 13.2% 각각 감소했으며, 콘솔 중심 스튜디오도 2.1% 줄었다.
티가는 영국이 국제 무대에서 불공정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며, 호주·프랑스·퀘벡이 영국보다 관대한 게임 제작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터키 같은 나라들도 게임 허브 육성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내걸고 있다.
새로 출범한 영국 비디오 게임 위원회 멤버들은 포켓 게이머 커넥츠 런던 행사에서 영국 게임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역사적으로 부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니클립의 사드 초우드리 최고경영자는 "오늘날 게임 업계에서 100명 규모 스튜디오를 새로 시작한다면, 영국은 선택지에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 포켓 게이머 커넥츠 런던에 참여한 영국 비디오 게임 위원회.
# 자금 조달 막힌 스튜디오, 늘어난 프리랜서 수
포켓게이머닷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티가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윌슨은 최신 보고서가 영국 게임 부문이 직면한 복합적인 과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부진한 소비자 게임 판매, 열악한 자금 조달 환경, 시장 포화, 팬데믹 기간의 과잉 투자, 이후 대형 스튜디오들, 특히 해외 자본 스튜디오들의 구조조정이 하락의 주된 원인입니다."
영국도 전 세계 게임 업계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해고와 폐업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윌슨은 영국 고유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많은 중소 스튜디오들에게 자금 조달이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영국의 스타트업·소규모 스튜디오 지원 정책은 일부 해외 국가들이 제공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VGEC 역시 해외 경쟁국들의 세제 혜택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VGEC를 강화하고 소규모 스튜디오의 자금 접근성을 높인다면 게임 부문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규직이 줄어드는 동안 프리랜서 계약직이 늘어난 점도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윌슨은 전체 개발 인력의 18.38%가 프리랜서라고 밝히면서, 자영업자 비율이 39%에 달하는 영국 영화·TV·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와 비교해 게임 업계 역시 고용 구조가 점차 유연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윌슨에 따르면, 2년 연속 프리랜서가 늘어난 것은 회사들이 인력을 줄이고 구조조정하면서 직원들이 게임 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계로도 흘러들어간 결과다. 프리랜서 증가폭이 전체 인력 감소폭보다 작은 만큼, 일부는 아예 게임 업계를 떠났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정규직 채용을 우선시하던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계약직을 임시방편으로 쓰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 티가 최고경영자 리처드 윌슨.
# "영국 세제 혜택, 경쟁국에 한참 못 미쳐"
윌슨은 정부가 영국 게임 업계의 회복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예산 2,350만 파운드(약 473억 원) 이하 게임의 제작비 80%에 53%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게임 성장 감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약 7,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총부가가치를 4억 8,200만 파운드(약 9,700억 원) 만큼 끌어올리며, 투자 유치와 스튜디오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어 VGEC 강화를 위한 두 가지 추가 조치도 제안했다.
"첫째, VGEC 세율을 34%에서 39%로 올리는 것으로, 총부가가치를 4억 3,620만 파운드(약 8,780억 원) 높이고 6,291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적격 지출 비율을 80%에서 100%로 높이면 총부가가치가 7억 3,170만 파운드(약 1조 4,728억 원) 증가하고 1만 551개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소규모 스튜디오 지원 방안도 덧붙였다. "영국 게임 펀드의 프로토타입 자금을 3만 파운드(약 6,000만 원)에서 10만 파운드(약 2억 원)로, 콘텐츠 자금을 15만 파운드(약 3억 원)에서 25만 파운드(약 5억 원)로 각각 확대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년간 게임 업계 지원을 위한 일부 신규 조치를 시행했다. 향후 3년간 매년 1,000만 파운드(약 201억 원)씩, 총 3,000만 파운드(약 604억 원)를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지원하는 '게임 성장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창조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3억 8,000만 파운드(약 7,648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에서도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예산 중 1억 5,000만 파운드(약 3,019억 원)는 지역 거점 지원용으로 책정됐다. 영국 예산안의 일환으로 VGEC 규정 일부도 최근 개정됐다.
아울러 영국 게임 업계는 최근 표준산업분류(SIC) 코드를 처음으로 부여받았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소프트웨어·IT 범주에 포함돼 독립적인 통계 집계가 어려웠는데, 이번 코드 부여로 정부가 영국 게임 산업의 규모와 경제적 가치를 별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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