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업계에서 대형 기업 임원이 발표회 후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해명을 내놓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뿐이다. 제품에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했거나, 실력을 과시하려다가 오히려 지뢰를 밟은 경우다. 엔비디아에게 이번 GTC 2026은 분명 후자였다.
GDC 2026에서 엔비디아 측은 올해 1월 CES에서 공개한 DLSS 4.5를 소개했다. 2세대 트랜스포머 모델을 기반으로 최대 6배의 멀티 프레임 생성을 지원해 더욱 부드러운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고, 여러 대형 게임사들도 잇따라 DLSS 4.5 지원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GTC 2026 무대에 오른 젠슨 황은 게임 업계에 깜짝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열기 넘치는 목소리로 전 세계에 DLSS 5를 선보이며, 이를 그래픽 분야의 'GPT 모멘트'이자 수작업 렌더링과 생성형 AI를 완벽하게 결합한 '신경 렌더링'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공식 시연 영상 속 조명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재질 표현은 손에 잡힐 듯 섬세했으며, 오프라인 렌더링에서나 볼 법한 영화 같은 질감마저 느껴졌다.
각본대로라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어야 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엔비디아의 예상과 달랐다./ 작성= 게임룩, 번역 및 편집= 디스이즈게임

# "저렴한 AI 필터"…게이머와 개발자의 반응
시연 영상이 퍼져나가자 기대했던 환호는 없었다. 국내외 게이머 커뮤니티에서는 일제히 비판과 의문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아무도 '프레임이 얼마나 올랐나'를 따지지 않았다. 모두가 "이 화면, 왜 이렇게 저렴한 AI 냄새가 나지?"라며 더 본질적인 문제를 짚었다.
게이머의 직감은 때로 날카롭고 가차 없다. 유출된 <바이오하자드 9> 시연 영상에서 DLSS 5는 분명 화면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반사는 더 풍부해졌고 그림자는 더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그 정교함에는 묘한 균일함이 따라붙었다.
재질마다 가져야 할 고유한 텍스처가 전부 매끄럽게 다듬어진 느낌이었고, 조명은 어딘가 과도하게 가공된 특정 미감을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여주인공 그레이스의 얼굴 클로즈업이었다. DLSS 5를 거친 그녀의 얼굴은 마치 성형을 한 것처럼 변해 있었다. 피부는 모공이 사라질 정도로 매끄러워졌고, 눈빛에서는 AI 생성 이미지 특유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더 황당한 건, 분명 비가 내리는 거리 한복판에 있는데도 캐릭터 얼굴에는 스튜디오 소프트박스 조명이라도 받은 듯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서바이벌 호러 게임이 패션 매거진 화보 촬영장으로 둔갑한 셈이었다.

게이머들은 이 느낌을 '저렴한 AI 필터'라고 불렀다. 수억 달러를 들여 완성한 AAA급 미술 자산이 숏폼 앱에서 원클릭으로 뽑아낸 결과물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업계 기술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리스폰의 렌더링 엔지니어 스티브 카롤레윅스는 "DLSS 5는 과도한 대비, 샤프닝, 피부 보정 필터를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며 표방하는 '실제 조명'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 "완전히 틀렸다"…젠슨 황의 반격과 남겨진 의문
게이머들의 비판이 미학적 차원에 머물렀다면, 개발자들의 우려는 핵심 이해관계를 직접 건드렸다.
DLSS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초창기 초해상도 재구성부터 이후의 프레임 보간 기술까지 그 핵심 원칙은 언제나 '보완'이었다. DLSS는 제한된 성능 조건에서 개발자가 원하는 화면을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하는 묵묵한 실행자였다.
그런데 DLSS 5가 '신경 렌더링'을 도입하면서 그 논리가 달라졌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하고 채워 넣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 화면에 최종적으로 출력되는 이미지 중 일부는 더 이상 게임 엔진에서 직접 나온 것이 아니라 AI가 '재창작'한 결과물이다.
여기서 모든 아트 디렉터의 머리를 아프게 할 문제가 제기됐다. AI가 그림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개발자의 화면 제어권은 어디까지 남는가?
독특한 비주얼 스타일로 승부하는 게임들에게 이는 존립 기반을 흔드는 문제다. DLSS 5가 기본값으로 모든 게임에 엔비디아식 사실주의 필터를 씌운다면, 공들여 설계한 카툰 렌더링, 손그림 스타일, 독창적인 색채 미학이 알고리즘에 의해 강제로 교정당하는 건 아닐까. 단순히 예쁘고 안 예쁜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고유한 개성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거센 비판 앞에서 젠슨 황의 대응은 빨랐다. GTC 폐막 후 진행된 미디어 질의응답에서 그는 이 논란을 정면으로 다뤘고, 다소 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젠슨 황은 "우선, 그들은 완전히 틀렸습니다"라며 게이머들의 비판을 거침없이 일축했다.
그는 DLSS 5가 단순한 후처리 필터가 아니라 3D 모델의 지오메트리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생성적 제어라고 설명했다. 게임의 지오메트리, 텍스처 등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제어권을 유지하면서 생성형 AI를 결합했다는 것이었다.
"개발자는 여전히 생성형 AI를 미세 조정해 자신들의 아트 스타일에 맞출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아트 제어권을 바꾸지 않습니다."
젠슨 황이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DLSS 5는 개발자가 원하는 대로 조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었다. 카툰 셰이더를 쓸지 말지, 세계를 유리 재질로 채울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발자 손에 달려 있으며 레이 트레이싱처럼 켜고 끄는 것도 자유라고 덧붙였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틀린 말은 없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고, 결국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렸다. 공식 문서에도 개발자가 DLSS 5의 영향 강도를 조절하거나 특정 요소에 마스크를 적용해 AI의 개입을 배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베데스다 등도 빠르게 입장을 내며 아트팀이 최종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은 '제어가 가능하냐'가 아니라 '기본값이 무엇이냐'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 제어권이 공식 홍보 차원의 말에 그친다면, 결과적으로 게임 비주얼은 어느 방향으로 수렴하게 될까.

▶ "시연에서도 별로면 좋아졌을 때 보여주지." DLSS 5 시연에 비판적인 중국 네티즌의 반응.
# 제어권은 정말 개발자에게 있는가
게이머들이 보기에 엔비디아 시연이 전달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DLSS 5의 그 과도하게 매끄럽고 하이라이트가 넘치는 화면이 바로 이 기술의 기본값이자 권장 표준이었다.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조정하거나 차단하지 않으면 게임은 자동으로 그 진한 AI 냄새를 풍기게 된다.
마치 새로운 만능 소스를 내놓은 식당에서 주방장이 넣고 싶은 만큼만 넣어도 되고 직접 배합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막상 나온 대표 메뉴마다 그 소스가 잔뜩 들어가 있다면 손님은 제어권이 정말 자기 손에 있다고 믿기 어렵다.
사실 엔비디아가 진짜로 필터 기능을 만들고 싶었다면, 차라리 제대로 만드는 편이 나았다. 게이머가 직접 고를 수 있는 스타일 옵션들, 예컨대 2D 애니메이션 모드, 유화 모드, 사이버펑크 모드 같은 것들을 열어두었다면 오히려 게이머들이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AAA 타이틀을 무차별적으로 AI화하는 방식은 게이머의 흥미도, 개발사의 신뢰도 잡지 못했다.
이번 논란은 그래픽 기술이 정해진 값을 계산하는 방식에서 AI가 알아서 채워 넣는 방식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나타난 진통이다. 화면의 일부를 AI가 결정하기 시작하면 게임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보이느냐는 더 이상 온전히 개발자의 몫이 아닐 수 있다. 이는 '프레임이 몇 개 더 나오냐'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다.

▶ (출처: 엔비디아)
본 기사는 게임룩과의 전문게재 계약에 따라 제공됩니다. (원문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