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온, 웹젠 등의 회사에서 <거상>, <임진록 2+ 조선의 반격>, <썬>, <뮤 레전드>의 운영, 기획, PM, PD로 지낸 정만손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모바일과 MMO가 지배하던 한국 게임업계의 문법을 벗어나, PC·콘솔 중심의 풀 3D 액션게임으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업계 안팎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왜 굳이 그러느냐", "모바일을 해야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합니다.
소울라이크 입문작을 표방한 <V.E.D.A>는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무대에서 잇따라 주목받으며 2024 인디크래프트 대상, 지스타 인디어워즈 최고 기대작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와 PC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두 번째 게임인 스타일리시 액션 로그라이트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까지 같은 퍼블리셔와 연속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인디 씬에서 경력 베테랑들이 3D 액션게임을 들고 도전한 사례로는 가장 선명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셈이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디’라는 이름을 이 회사가 과점하는 것은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2년 만에 다시 정만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에 24명이 2개의 액션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겁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했던가요. 트라이펄게임즈는 한국 게임업계의 선구자와 무모한 몽상가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베테랑 업계인 정만손의 “매출 곡선이 아니라 유저의 기억 속에 남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소리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Q. 대표님은 여러 인터뷰에서 “BM이 아니라 재미로 승부하고 싶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업계에서 너무 자주 소비돼 다소 진부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트라이펄게임즈에서 그 말은 정확히 무엇을 뜻합니까?
처음 회사를 생각했을 때는 한국에서 PC·콘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적은 상황이었습니다. 모바일게임이나 MMO를 많이 만든 멤버들은 모바일로 MMO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거의 룰처럼 있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보니, 프로듀서로서는 회사의 요구와 방향을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강한 BM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왜 게임 만드는 게 재밌고, 왜 계속 이 업계에서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때 제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매출이 많이 나는 게임을 만들었을 때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요하긴 해도, 그게 제가 게임을 만들면서 느끼는 본질적인 행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분들이 “그 게임에 내 추억이 있다”, “그 경험이 기억난다”, “감사하다”고 말해줄 때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저도 아이가 셋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아빠가 이런 게임 만들었어”, “같이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도 생겼고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잘하는 게 무엇인가”를 봤을 때, 공동창립자들과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풀 3D 액션과 PC·콘솔이었습니다. 그래서 PC·콘솔 액션 게임을 바탕으로 재미를 추구해보자고 결론 내렸고, 지금 트라이펄게임즈는 그 결과로 두 개의 액션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Q. 2021년 12월 창업 이후 이제 햇수로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초창기부터 “인디도 제대로 된 3D 액션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의식을 드러냈는데, 대표님이 보기에 한국 인디 생태계가 특히 취약했던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글로벌과 한국은 결이 많이 달랐습니다. 한국은 전체적으로 매출 잘 나오는 게임을 개발하는 쪽으로 주목하는 경향이 너무 강했습니다.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스타트업도 다 비슷했습니다. 물론 회사라는 게 매출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너무 자주 “이 장르가 잘 됐으니 우리도 그거 하자” 식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인디 씬에서도 저희처럼 경력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사례가 많지 않았습니다. 뛰어들더라도 모바일게임 중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생태계다 보니 인디는 주로 대학생이나 젊은 팀들이 끌어가는 구조였고, 경력 있는 개발자가 인디 씬에서 회사를 키워가는 사례는 적었습니다.
반면 글로벌에서는 슈퍼자이언츠게임즈(하데스의 개발사) 같은 팀을 굉장히 좋은 사례로 봤습니다. 대기업 출신의 맴버들이 창업해 작은 타이틀들을 만들면서 회사만의 아이덴티티를 쌓고, 팬덤을 만들고, 결국 더 큰 성공으로 가는 경로가 있었죠.
저희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시작했을 때는 주변에서 정말 많이 말렸습니다. “왜 굳이 그러느냐”, “모바일 해야지”, “아이들 생각해야지”, “어떻게 돈 벌려고 하느냐” 같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온 길도 순탄하지 않았고, 업계 안의 선입견을 뚫고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 PC&콘솔 게임, 한 걸음 한 걸음씩
Q. 그간 해외 게임쇼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도 있었을 텐데, 한국과 가장 크게 달랐던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에서는 저희를 두고 “인디가 맞냐 아니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런데 해외 게임쇼를 나가서 인디관에 함께하면 전 세계에서 온 인디게임들을 다 보게 되는데, 거기서는 <V.E.D.A>(이하 베다)나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이하 레못플) 같은 게임을 보고 인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를 거의 못 봤습니다.
오히려 “10명 안팎으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냐”, “컨셉 좋다”, “아트 괜찮다”, “액션 좋다”, “도와줄 거 있냐”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도전 자체를 응원하는 문화죠.
전시 문화도 달랐습니다. 한국은 PC·콘솔 게임을 내보내면서도 B2B 관점이 너무 강하거나, 모바일게임에 적합한 방식으로 부스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PC 게임은 기본적으로 모니터가 설치돼야 하고, 의자도 있어야 하고, 앉아서 플레이하는 동선도 중요하고, 스팀 위시리스트를 어떻게 유도할지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해외 게임쇼에 출전할 초반에는 그런 부분이 잘 반영되지 않은 디자인의 부스가 꽤 많았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회사 이름보다 게임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회사명이 메인으로 크게 걸리고 게임명은 작게 붙는 경우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최근 1~2년 사이에는 한국도 많이 개선됐다고 봅니다. PC·콘솔 게임 출품도 늘었고, 전시 방식도 그에 맞춰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그간 트라이펄게임즈가 게임쇼에서 받은 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Q. 왜 계속 액션게임을 개발니까? 잘 만들기도 어렵고 경쟁도 치열한데 말이죠. 패드로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피로하다고들 그러는데 여전히 새로운 액션게임이 유의미한 시도라고 보십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장르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장르는 트렌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장르든 퀄리티 좋게 만들고 그 장르 유저들에게 통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전제에서 액션게임은 글로벌에서 여전히 메인스트림 장르입니다.
액션게임의 강점은 컨트롤을 통해 캐릭터를 조작하고, 그걸 통해 성취를 얻는 감각입니다. 이건 모바일이 주기 어려운 정반대의 장점입니다. 모바일 액션은 결국 자동전투나 보정에 의존하게 되고, 보다 보면 액션 자체보다 성장의 재미가 중요한 RPG 쪽으로 많이 갑니다. 저희는 액션 자체에 방점을 찍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모바일에서 액션을 제대로 즐기려면 패드를 연결해서 하거나, UMPC 같은 환경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액션에서 중요한 건 손맛과 타격감입니다. FPS가 오랫동안 계속 사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수많은 액션게임이 나와도, 결국 손맛과 액션과 우리만의 특징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이 누구냐를 보면, 저희는 오랫동안 액션을 만들어 온 멤버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액션이 저희의 장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 창업 멤버 다수가 과거 함께 일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이탈률도 낮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조직 운영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초반에는 인원도 적었고 <베다> 하나만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획적인 부분까지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인원이 늘고 프로젝트가 두 개가 되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창업할 때는 내가 원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거기서 점점 멀어지는 감각도 있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있고 두 개의 타이틀을 잘 출시해서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표의 역할, 즉 사업과 회사 운영 쪽에 조금 더 쏠리게 됐습니다.
결국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계획한 대로만 가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습니다. 변화에 맞게 환경을 세팅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거기에 잘 적응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저희는 7년 이상 함께 일했던 분들과 창업했고, 지금은 10년 넘게 함께한 멤버도 있습니다. 나중에 영입한 분들도 대부분 저희와 함께 일해본 분들 위주였습니다. 그런 신뢰와 팀워크가 지금 조직의 큰 자산입니다.
지금은 이사 두 분이 각각 <베다>와 <레못플>의 PD 역할을 하고 있고, 저는 사업 조직과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회사 인원은 현재 24명입니다.
Q. <베다>는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임인지 다시 되돌아볼까요? 현재 개발은 어느 정도 와 있습니까?
<엘든 링>이 출시되고 얼마 안 됐을 때 기획했습니다. 소울라이크가 진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저도 PS5를 사고 엘든 링을 해봤는데, 3 ~ 4시간 만에 포기했습니다. 더 못하겠더라고요. 처음엔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내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울라이크 입문작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다크소울 3>를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저한테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글로벌에 나 같은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아서 조사해봤고, 소울라이크를 해보고 싶은 사람은 굉장히 많지만 실제로 구매하고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소울라이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베다>를 시작했습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잠깐 <레못플> 쪽을 먼저 손댄 적도 있었고, 이후 투자를 받으면서 자금이 확보돼 2팀으로 나뉘어 개발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시작 기준으로는 거의 4년 가까이 됐지만, 실제 개발 기간은 3년 정도입니다.
중간에 큰 변화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6등신 캐릭터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참신하게 봐주셨는데, 주목도가 올라가고 기대치도 같이 올라가면서 “8등신으로 더 멋있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그래픽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리소스를 다시 만드는 일도 있었고, 그런 변화가 2~3번 있었습니다. 큰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꽤 큰 조정들이 있었습니다.

# 24명의 개발팀, 2개의 액션게임
Q. 글로벌 CBT를 통해 <베다>는 어떤 반응을 얻었습니까?
최근 스팀에서 글로벌 CBT를 했습니다. 저희가 메인 타깃으로 잡은 “소울라이크 입문 희망자”, “입문은 했는데 엔딩 못 보고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평이 좋았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계속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반면 매니아층은 완전히 다른 눈높이로 봤습니다. 그래픽이 좋아지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올라가다 보니, 인디게임의 소울라이크가 아니라 AA급 게임처럼 보게 된 겁니다.
그래서 “조작감을 더 올려야 한다”, “이 정도면 더 해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많았고, 결국 <엘든 링>이나 프롬소프트웨어 게임들과 비견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은 그 기대치를 어떻게 해소할지 방향을 잡고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좋아해주신 부분은 분명했습니다. SF 세계관, AI가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인지 해가 되는 존재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스토리라인, 보스전투, 아트 퀄리티, 사운드와 액션감은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보스까지 가는 단계 구조와 전체적인 조작감을 더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왜 <베다>보다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가 먼저 나오게 된 겁니까?
스마일게이트와 두 게임 모두 PC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계속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레못플>이 더 대중적이고, 진척도도 <베다>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트라이펄게임즈가 만드는 게임 중 더 대중적인 작품을 먼저 시장에 내놓고, 그 다음에 <베다>를 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베다>가 11월 얼리액세스, <레못플>은 7월 얼리액세스가 목표입니다. <베다>의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어떤 순서로 내놓는 것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Q. <레못플>은 같은 액션 계열이지만, 스타일리시 액션 로그라이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IP에 맞춘 장르 조정입니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재미”를 다르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까?
<레못플>은 스타일리시 액션 로그라이트 장르로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이 IP의 캐릭터성과 액션을 잘 살리려면 소울라이크 전투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작품은 호쾌한 전투가 가진 액션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봤고, 그걸 스타일리시 액션으로 풀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 자체가 탑 등반물이기 때문에 로그라이트와도 잘 어울립니다. 기존 로그라이트 게임들은 횡스크롤, 탑뷰, 쿼터뷰처럼 고정 카메라 시점이 많았는데, 저희는 풀 3D 프리카메라 시점의 스타일리시 액션으로 특징을 주고 싶었습니다.
<베다>가 소울라이크 전투의 재미를 주려는 게임이라면, <레못플>은 확실히 스타일리시 액션의 재미를 주려는 게임입니다. 다만 둘 다 액션게임이기 때문에 공통점도 있습니다. 둘 다 손맛이 있어야 하고, 성취감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소울라이크는 상대 행동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그런 리듬의 맛이 중요하고, 스타일리시 액션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얼마나 화려한 콤보와 연쇄 전투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차이는 거기에 있습니다.
웹툰 원작 액션게임 <레못플>
Q. <베다>의 출시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곧바로 차기작 제작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부에서는 두 게임을 어떤 관계로 봅니까?
<베다>는 우리 회사를 일으켜주고 알려준 소중한 첫 자식입니다. 지금은 완성도를 위해 다듬는 단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소울라이크는 매니아층이 두텁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고, 시간이 걸립니다.
<레못플>은 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카드이기도 했습니다. 지원사업으로 시작했고, 이후 IP 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두 프로젝트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라기보다, 액션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시장과 층위를 시험하는 병렬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베다>는 우리 색을 세운 작품이고, <레못플>은 더 먼저 시장과 만나는 작품이 된 셈입니다.
Q. <베다>에서 얻은 교훈 가운데 <레못플>에 가장 직접적으로 이식된 것은 무엇입니까?
<베다>를 만들면서 풀 3D 액션 게임의 구조를 많이 잡아놨습니다. 카메라를 포함해서 액션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여러 기본 시스템들이 있었고, 그런 부분이 많이 이식됐습니다.
다만 <베다>와 <레못플>은 액션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팀 전체를 그대로 옮긴 건 아닙니다. <베다> 쪽에서 애니메이션 총괄을 하셨던 이사님이 <레못플> PD를 맡으면서 기획을 진행했고, 거기에 새 멤버들이 합류하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레못플>은 처음에 프로그래머 두 분과 PD 한 분, 총 3명으로 8 ~ 9개월 정도 만들었습니다. 그 뒤 핵심 재미를 검증해서 “액션 된다, 로그라이트 된다”는 판단이 나왔고, 그 이후 7명으로 늘렸고 지금은 10~12명 정도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Q. 게임판 <레못플>은 원작 재현이 아니라 외전 형식의 독립 스토리라인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습니까?
IP 계약을 하고 기획을 구체화하면서 기존 사례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100% 모바일게임이었고, 스토리 모드가 있어도 결국은 가챠형 RPG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게임들은 초반에 IP 파워로 3개월 정도는 잘될 수 있지만, 그 뒤로 급격히 동력이 꺼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다른 매체가 그대로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소설이 영화가 되고, 웹툰이 드라마가 되면 항상 잘리고 각색되는 부분이 생기지 않습니까.
저희도 PC·콘솔 싱글 게임으로 <레못플>을 만들면서 원작 전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오히려 모두에게 아쉬운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원작 캐릭터와 세계관은 유지하되, 원작에는 없던 별도의 이야기를 게임으로 풀자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원작 팬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경로를 주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게임 자체로 재미있게 들어오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원작 세계관을 독립적인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레못플>
# “웹툰 소재 게임은 저점매수” 이유는?
Q. 웹툰 IP 게임은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오히려 “웹툰 소재 게임이야말로 저점매수”라고 봤습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지원사업 기반 IP 게임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기간도 짧고, 예산도 제한돼 있고, 올해 안에 내야 하는 식의 조건이 붙다 보면 장르와 플랫폼과 스코프가 다 제한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게임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시스템에 IP를 얹는 식으로 가기 쉽습니다.
반면 좋은 IP를 직접 가져와 제대로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웹툰 IP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이나 인디는 오히려 IP가 절실한데 사용료와 계약 부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게임과 웹툰이 손잡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웹소설이 웹툰이 되고,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고, 애니가 되는데 게임 쪽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 결국 가장 강한 성공 사례인데, 그 이유도 저는 결국 액션을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동전투 중심이었다면 지금 같은 반응은 나오기 어려웠을 겁니다.
웹툰 IP 게임은 시장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아직 제대로 된 성공 사례가 적어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Q. <레못플> 원작의 가장 특이한 설정은 주인공이 아니라 무기들이 자아를 갖고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걸 게임 디자인에 어떻게 녹였습니까?
로그라이트는 영구적인 성장과 일시적인 성장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설정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은 레벨업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대신 자아를 가진 두 무기, 엘과 루가 영구적인 성장을 담당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무기 외에도 여러 에고가 있는 아이템들이 있어서, 캐릭터가 쓰는 스킬을 그쪽으로 성장시키게 구조를 나눴습니다. 원작 설정을 시스템으로 옮긴 셈입니다.
또 엘과 루의 티키타카 대사는 원작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더 맛깔나게 만들 예정이고, 성우 녹음까지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 단계까지 가면 원작을 더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레못플>은 PC·콘솔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확장도 열어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구상은 어떻습니까?
모바일도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액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바일로 옮길 때 액션의 감각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시장 변화도 빠르기 때문에 콘솔 버전 출시 시점쯤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데드 셀> 같은 방식으로 유료 판매 모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패드를 연결해서라도 같은 액션을 모바일에서 즐기게 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많은 유저에게 다가가기 위해 인앱결제 모델을 붙이는 추가 개발입니다.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과금이 심한 구조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스마일게이트와는 <베다>에 이어 <레못플>까지 연속으로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더 강력한 파트너십을 가져갈 계획인가요?
스마일게이트는 개발사의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계약 관계라고 해서 대기업식의 강한 갑을 구조로 끌고 가려는 느낌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두 게임을 같이 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물론 결국 어떤 계약이든 윈윈해야 합니다. 스마일게이트도 그 부분을 같은 생각으로 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그게 깨지면 관계가 바뀔 수도 있겠죠. 다만 지금까지는 좋은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데스>도 인디라면…
Q. 대표님 스스로 아직도 트라이펄게임즈를 “인디 회사”라고 부릅니까?
네. 저는 저희를 인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기준은 한국식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인디 씬이 글로벌과 다른 결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런 논쟁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슈퍼자이언츠게임즈도 처음엔 10명 미만으로 시작했고, <하데스>를 만들 때도 20명 정도였습니다. 저희도 한 타이틀당 10명 수준입니다. 두 타이틀을 동시에 만들고 있지만, 그건 거대한 전략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걸 현재 잘 해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10명 정도가 풀 3D 게임을 만들고, 독립적으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과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면 저는 그걸 인디라고 봅니다. 웹툰 IP를 썼다고 자동으로 인디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 구조와 제작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Q. PC·콘솔로 움직이고 있는 다른 회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입니까?
저희가 추구했던 성공에 가까운 길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처음 3명이 창업했을 때 픽셀아트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우리가 픽셀아트의 섬세함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를 따져봤습니다. 결론은 아니었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노하우의 문제였고, 그걸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 거라고 봤습니다.
저는 어떤 장르든 상위 10% 안에만 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유저들이 “이건 뭐지?”, “해봤더니 디테일이 좋다” 같은 인상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투자 시장도 어렵고 상황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정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자기 강점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지금 가장 큰 힘이 되는 순간은 무엇입니까?
창업하고 나서 해외 게임쇼를 나가본 게 사실 처음이었습니다. 20년 넘게 개발을 했지만, 창업하고 나서야 제 게임을 들고 본격적으로 해외 무대에 서게 된 거죠. 힘들긴 했지만, 그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일 힘이 되는 건 결국 유저분들입니다. “여기 트라이펄게임즈다”, “여기 <베다>다” 하고 알아봐 주시는 것 자체가 큰 힘입니다. 피드백 하나하나가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그렇게 유저와 호흡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업계와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최근 들며 재미로 승부하려는 게임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스팀에서 그런 회사들 게임에 위시리스트 하나 눌러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최고의 취미생활 중 하나인 게임의 핵심인 ‘재미’에 집중해 만드는 한국 게임들에 관심주시고, 응원해주시고,구매해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그런 사례들이 더 많아져야 한국 게임산업도 더 성장할 수 있고, 글로벌에서도 잘되는 게임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