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원작 코믹스 및 애니메이션 팬이든, 오픈월드 액션 RPG를 좋아하는 팬이든, 두 부류의 사람들 중 한쪽이라도 꽉 잡는 선택을 했어야만 하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 넷마블의 이번 신작 앞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있을 듯하다. 서문에서 먼저 밝히면, 기자는 <칠대죄>(특히 멜리오다스와 호크)의 팬인 동시에, 오픈월드 액션 RPG 장르도 꽤 많이 한 유저다.
이번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뭔가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부분부분 떼어놓고 보면 공들여 만든 티가 많이 난다. 하지만 그 총합이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오거나, 깔끔하게 소화되질 않았다. 응원하던 타이틀이기에 더 씁쓸하다.
오픈월드 장르 개발에 품이 많이 드는 것도 모두가 잘 알고, 메인스토리 풀 더빙, 오픈 스펙 기준으로 결코 짧지 않은 분량, 넷마블의 강점인 카툰 렌더링까지, 다수의 유저들이 박수를 쳐줄 만한 부분이 분명 많다.
그러나 실제 경험의 총합에선 의문이 남는다. 짧은 단위의 A/B 테스트가 아닌, 전체 분량에 대한 피드백이 충분히 누적된 게 맞는 걸까. 특히 <칠대죄> 팬들에게 어필이 될 만한 포인트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1월에서 3월로 출시를 미루며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고, 출시 직전 미디어에게 공유된 사전 플레이 빌드에서까지 무기 뽑기 삭제 등 핵심 BM 수정이 들어갈 정도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뜯어고친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는 확실히 보인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부 합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고, 출시 시점 전후의 모습이 어떻든 이후에도 '더 나아질 여지와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게임이 플레이는 무료인 라이브서비스 게임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와 승부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믿고 싶고, 진심으로 응원한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인 건 느껴진다, 그러나...
넷마블 입장에선 꽤나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것이다. 오픈월드 개발 난도가 높은 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수준이고, 액션과 탐험을 강조하면서 멀티플레이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기본 골조 자체는 꽤 준수하다. 캐릭터 하나에 무기를 3가지를 쓸 수 있는데, 각 무기마다 모션도 성장 빌드도 다 다르다.
4명의 캐릭터를 스위칭 하며 진행하는 전투는, 요즘 이런 스타일의 게임들이 흔히 그렇듯 태그 스킬(교체기)도 있고, 캐릭터끼리의 시너지도 꽤나 중요하다. 충분히 스택만 쌓았다면 '합기'라고 부르는 두 캐릭터들끼리의 협동 기술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조합도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어드벤처 게임으로 줄 만한 재미에서의 고민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또는 특정 퀘스트마다 이벤트 형식으로 진입하게 되는 미니게임이나, 특수 조작 기믹들이 꽤 있다.
큰 배를 끌고 가다가, 작은 배로 고속주행을 해서 레이싱을 한다거나, 공중에서 바람길을 타고 활공하는 것도 꽤 자주 쓰이고, 광산에서 광차를 타거나 순환하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때도 있다.
배를 끌고 항해를 하는 것만 다소 조작감이 좋지 못했던 것을 제외하면, 비행이나 잠수 등 여러 탐색 과정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특정 보스전에서는 특수 기믹이 등장하기도 했다. 거대해진 보스의 몸을 암벽등반하듯 올라가 열린 심장을 공격해야 하는 방식이 그 예시 중 하나다.

넷마블의 강점인 카툰렌더링 표현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괜찮은 비주얼을 잘 채워줬다.
메인스토리 기준 풀 보이스 더빙을 한 것도, 컷씬 연출 및 스토리 비중이 꽤나 높은 것도, 엄청난 작업량이었을 것이다.
두 개의 원작인 <일곱 개의 대죄>와 <묵시록의 4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있는데, 이들의 비주얼과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팀 유저 평가를 기준으로 왜 글로벌 평균으로는 복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일까? 오픈 초기에 짧게만 경험해봐서 아직 제대로 된 평가라 보기 어려운 걸까. 버그를 모두 걸러내긴 어려운 오픈월드 게임 특유의 QA 난도도 한몫을 했다.
# <칠대죄>스러움에 대한 견해 차이

서문에 밝혔듯, 기자는 <일곱 개의 대죄>를 꽤나 좋아했던 팬 중 한 명이다. 특히 카지 유우키 성우가 열연한 멜리오다스를 좋아하고, 쿠노 미사키 성우가 귀여움을 극대화한 호크도 최애캐 중 하나다.
이번 게임 <칠대죄: 오리진>이 멜리오다스와 엘리자베스의 아들 '트리스탄' 중심의 서사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액트 9 후반부까지도 멜리오다스가 로어(세계관 기록물)나 대사 속 언급 외엔 등장조차 안 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회상 장면 컷씬 등으로 얼굴이라도 내비쳐 줄 만 한데, <일곱 개의 대죄>의 핵심 인물들 중 이번 <칠대죄: 오리진>의 중반부까지 제대로 나와준 쪽이 더 적은 건, 꽤나 치명적이다.
물론, <칠대죄>와 <묵시록의 4기사>까지 원작 2개의 많은 등장인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등장시킬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고, 라이브서비스 게임인 만큼 앞으로의 업데이트 분량에 대한 고려도 했을 것이다.
▲ 이번 작품은 왼쪽 두 사람, 티오레와 트리스탄 중심의 이야기라 보시면 된다.


이번 <칠대죄: 오리진>에선 '시간선' 및 '다른 공간'을 넘나드는 스케일의 위협이 등장한다. 기존 <칠대죄> 등장인물도 이번 작품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여러 액트 중에서도 '킹'이 요정왕으로서 거대한 몬스터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 대한 연출과 이어지는 전투는 꽤 인상적이었던 편이다. 전투 스케일도 좋았고, 기존 원작의 향취도 잘 간직한 액트였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킹'과 '티오레'의 활약이 돋보인 액트를 제외한 나머지 액트들이 전반적으로 다 루즈했다는 것이다.
원작을 코믹스나 애니메이션으로 보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칠대죄>는 원래 꽤나 잔인한 작품이다. 처절함이나 위기를 표현하기 위한 수위도 높고, 선혈이나 절단 표현도 종종 나오곤 했다.
그런 압도적 힘의 차이 앞에서 '각성' 또는 '폭주'하며 상황을 뒤집거나,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엄청나게 진지하거나 차가운 모습을 보이며 '역으로 압도'하는 재미가 강조된 작품이 <칠대죄>였다.
그런데 이번 <칠대죄: 오리진>의 경우, 너무 순한맛의 왕도물이다. 트리스탄과 티오레는 '호기심'과 '선의'(좋은 의도) 하나만으로 계속해서 위기에 몸을 던진다.
오픈월드 게임답게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여러 사건을 해결하러 나서게 되는데, 그 전개 과정에 동기가 빈약하고 느슨하다. 자연스럽게 트리스탄이나 티오레의 대사가 그렇게 많아도, 평면적인 인물로만 느껴지게 된다.



충분히 더 매력적일 수 있는 구간이 많았는데, 너무 아쉽다. 주인공 일행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이 다 예상 가능한 범주의 평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이들이 서로 보여주는 케미의 영역도 그렇다.
비슷한 측면에서, 빌런들의 정체나 동기도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최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겠지만, 유저들은 며칠을 플레이해도 사이다 구간이 나오지 않을 때 게임에 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번 게임의 국내 이용 등급은 15세 이용가지만, 스토리의 전개나 연출은 (일부 장면만 제외하면) 전체 연령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원작이 얼마나 강렬했고, 그 강렬한 장면들이 팬들 기억에 오래 남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해석한 매력이 많이 다르다는 게 느껴질 것이다.
아래는 원작 중 하나에 해당하는 <묵시록의 4기사> 애니메이션 예고편이다.
# 재미와는 별개로 매끄럽지 못했던 전투와 성장
스팀 리뷰 중에 전투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는 평도 꽤 보였는데, 초반부를 기준으론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3개의 무기 중 특정 빌드를 더 깊게 파고들어가며, 다른 캐릭터와의 조합까지 고려하게 되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전투의 재미가 조금은 빛을 발하는 편이었다는 말은 꼭 드리고 싶다.
그러나 이 전투와 성장에 대한 설계가 게임 전체의 흐름으로 놓고 보면, 앞뒤 '호흡'이 안 맞는 지점이 꽤 많았던 게 아쉽다.
가령, 사전 리뷰 빌드를 기준으로 기자는 충분히 그 뒤의 이야기를 더 볼 의향이 있었음에도, 액트 9-24까지 진행한 후 플레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의 스킬 이펙트가 적과 화면을 꽤 많이 가리고, 선후 딜레이도 조금씩 있는 편인데, 적의 패턴은 너무 강력하고 빠르며 연속적이었기 때문이다.
수평적 확장 외에도 수직적 성장이 꽤 많이 강조된 편이라서, 캐릭터의 스펙이 충분하지 않으면 보스 패턴 몇 차례에 금세 죽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충분히 성장하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 또한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요구되는 성장 커브가 완만하게 오르는 느낌이 아니라, 특정 구간들을 경계로 비약하는 느낌이 강한데, 이를 위해선 장비부터 마스터리 등 여러 세팅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다.
필요로 하는 재화를 충분히 수급하기 위한 과정으로 필드 탐색 및 전투, 던전 도전 등을 요구하는데, 이 배치와 난도도 필요한 수준에서 적정 수준으로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아녔다.
아마 개발진은 PC/콘솔 게임이라면 도전 난도가 조금 높은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군의 공격이 적을 포함한 시야를 덮는 때가 너무 잦고, 적의 사전행동과 플레이어의 입력 딜레이 사이의 간극이 짧다.
또한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스태미나 제한 및 적의 넓은 공격 범위로 인해, 중후반부를 기준으로 공격을 보고 곧바로 피하는 때보다 공격 패턴이 시작된다 싶으면 멀리 빠져있다가 치고 빠지는 흐름을 반복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패턴을 기다렸다가 치고 빠지는 플레이는, 태그 스킬이나 필살기가 호쾌한 것과는 정반대의 전투 템포라서, 전투를 풀어내는 방향성이 충분히 일원화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줬다.



이미 충분히 좋은 IP와 검증된 재미가 있는 장르가 아닌가. 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현하고 좋은 게임으로까지 만드는 과정엔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기자도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일부 아쉬운 지점들이 더 마음에 걸린다.
원작 <칠대죄>를 서브컬처의 범주에 두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번 게임은 <원신>, <명조>의 구조와 유사한 부분들이 적잖게 있다 보니 이용자들도 '서브컬처 게임'으로 인식하고, 비판 여론의 상당수도 거기에서 비롯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를 해결할 것은, 원작 안팎의 팬들이 원하는 <칠대죄>스러움을 스토리나 연출, 이번 게임에서 재해석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다시 풀어내는 방법뿐이다.
이제 첫발을 뗀 라이브서비스 게임이니,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 <칠대죄: 오리진>을 플레이하며 야근을 하던 지난 며칠 사이 강남에서 찍은 사진이다. 일단 게임 출시 자체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소식이 전해진 듯하다. 넷마블도 국내와 해외 홍보에 많은 힘을 줬다는 게 느껴진다.
의미 있는 피드백들을 잘 취합해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서, 애니메이션이 다 못 채워주던 만족감을 제대로 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