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제휴 미디어인 게임룩의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특정 국가 및 기업에 대한 평가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출처: 텐센트)
# 텐센트 게임 자산,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으로
3월 4일, 파이낸셜타임스·로이터 등 외신들은 미국 고위 관리들이 내부 회의를 열어 텐센트의 미국·핀란드 게임사 투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현재 텐센트의 주요 미국 게임사 투자처는 세 곳이다. 전액 출자 자회사인 라이엇게임즈, 초기에 투자해 약 28% 지분을 보유한 에픽게임즈, 그리고 소량 지분을 가진 로블록스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텐센트 자회사 수퍼셀이 이번 심사에 포함된 것은, 미국 내 사업 비중이 높고 미국 이용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갑작스러운 소식 같지만, 텐센트 입장에서는 전혀 기습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와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완화 조치를 논의해왔다.
즉, 텐센트는 이번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최소 1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텐센트 투자 심사 자체는 수년째 이어져 온 만큼, 심리적 준비는 그보다 더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의 표면화는 그간 중국 일반 대중과 테크 업계 안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받아 온 게임 산업이 이제 미·중 패권 경쟁의 공식 협상 테이블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자산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정부가 틱톡에 이어 텐센트를 재차 겨냥하면서, 향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수의 중국 게임사에도 장기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아마 대부분의 예상과는 다소 다른 결론이 나올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처럼, 텐센트 단독 사례만 놓고 보면, 텐센트가 미국 게임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거래다. 최근 2년간 성사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사우디 자본의 EA 인수 등에서 형성된 주가 배수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지정학 경쟁의 리스크 요인임이 분명하지만, 텐센트 입장에서는 미국 자산을 정리하고 현금을 회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받아들이지 못할 거래는 없다, 결국 가격의 문제
텐센트의 미국 게임 자산 매각을 구체적으로 논하기 전에, 먼저 현재 글로벌 게임 시장의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련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여전히 한 자릿수 성장에 머물고 있다. 2025년 기준 성장률은 5.3%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고성장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모바일게임 시장의 급팽창 덕분이었다.
2020년 이후에는 주요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이 겹치면서, 사실상 글로벌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특수 이후의 거품이 꺼지는 조정 국면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회사마다 성과는 달랐으며, 장수 IP 전략과 신규 흥행작을 앞세운 텐센트는 이 기간 게임 업계의 명백한 승자였다.
세상에 팔 수 없는 회사나 사업은 없다. 현재 게임 사업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냉대받는 처지다. 업계 전체 성장률이 낮고 프로젝트 실패 리스크가 높은 데다, 한때 주목받았던 VR/AR 개념과 메타버스 열풍도 식어버렸다. 주요 해외 대형사들은 게임 팀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특히 최근 2년간 AI가 몰고 온 충격은 게임 업계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열풍이 미·중 게임주 전반에 드리운 그늘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테크 기업이든 자본시장이든, 관심의 무게중심은 이미 AI 쪽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
사면초가의 글로벌 게임 업계 속에서,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에픽게임즈·로블록스에 일찍이 투자한 것은 보기 드문 윈-윈이었다. 텐센트 입장에서 이 세 회사는 미국 게임 업계에서 손꼽히는 우량 자산이었고, 미국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텐센트가 귀한 초기 투자자였다.
이 중 임직원 수 5,000명에 달하는 라이엇 게임즈는 해외 게임사 가운데 드물게 서비스형 게임(GaaS)을 제대로 이해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로블록스는 동명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최대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간 활성 이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메타버스 콘셉트를 내세워 상장한 첫 게임사이기도 하지만,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말할 것도 없다. 언리얼 엔진 5가 현재 전 세계 AAA 대작 프로젝트의 1순위 엔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 (출처: 라이엇 게임즈)
텐센트가 이 세 회사를 실제로 처분해야 한다면, 로블록스는 가장 간단하다. 공개 시장에서 지분을 매도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비상장사인 라이엇게임즈와 에픽게임즈의 지분이다.
텐센트 전액 출자 자회사인 라이엇게임즈를 기준으로 거래 금액을 간략히 추산해보자. 최근 수년간 미국 자본시장에서 이루어진 게임 업계 주요 인수합병은 테이크투의 징가 127억 달러 인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687억 달러 인수, 사우디 자본의 EA 550억 달러 인수 등이다.
이 중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당시 주가수익배수는 약 30배, EA 인수 당시는 약 50배였다. 텐센트의 현재 주가수익배수가 약 20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미국 증시 분위기는 분명 거품이 낀 상태다.
이 시점에 30~50배 배수로 라이엇게임즈·에픽게임즈 지분을 매각해 30에서 50년 치 수익을 한 번에 현금화한다면, 재무적으로는 분명 이득이 되는 거래다.
추산컨대, 액티비전 블리자드 수준의 배수를 적용하면 라이엇게임즈의 가치는 최소 200억~300억 달러에 달하고, EA 수준으로는 500억 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 비상장사 M&A 거래에서 통용되는 배수로 계산해도, 라이엇게임즈의 현금흐름 수준으로는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규모 거래에서 트럼프가 적합한 미국 내 인수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잠재적 후보는 제한적이다. 미국 토종 게임 대기업인 테이크투,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애플 같은 빅테크, 한 발 물러서면 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사모펀드, 혹은 e스포츠에 열성적인 사우디 자본 정도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AI 열풍 속에서 미국 빅테크들도 게임 사업에 대해 각자 나름의 새로운 셈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가 인수하든, 미국 자산 매각은 텐센트의 의지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요구한 것인 만큼,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해 EA의 천문학적 인수 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핵심 중개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미국 권력층이 정치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가문의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라이엇게임즈가 그 다음 타깃이 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를 매각하면, 텐센트에 얼마나 타격이 될까
앞서 언급했듯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에픽게임즈 지분을 매각하면 수십 년 치 수익을 일시에 현금화하는 셈이다. 재무 관점에서만 보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 거래다. 실제로 매각이 완료된다면, 상장사 텐센트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텐센트의 게임 전략 관점에서 생각해봐도, 미국 게임 자산을 처분한다 해서 텐센트의 게임 사업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중국 시장에서의 양사 협력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의 핵심 타이틀인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전략적 팀 전투(TFT)>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텐센트가 이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를 직접 담당해왔다.

▶ (출처: 라이엇 게임즈)
따라서 지분 관계가 끊기더라도, 텐센트는 중국 퍼블리셔로서의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게임 업계 관행상 개발사는 통상 매출의 25~30%만 가져가며(모바일게임은 그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중국 시장 매출의 대부분은 퍼블리셔인 텐센트 몫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PC게임 시대에 블리자드 게임의 중국 서비스가 나인시티에서 넷이즈로 넘어갔던 것처럼 퍼블리셔가 교체되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텐센트와 라이엇게임즈가 지분 관계를 청산하더라도, 이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것이지 두 회사 간 사업 협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텐센트는 수년간 중국 내 라이엇게임즈 생태계를 깊이 운영해온 만큼, 퍼블리셔를 교체할 현실적 이유가 없다. 다른 중국 게임사들 역시 미·중 갈등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단기적으로 라이엇게임즈라는 뜨거운 감자를 가로채려 나설 의향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바로 최근인 3월 2일, 텐센트와 라이엇게임즈의 합작법인 텐징 e스포츠는 자본금을 약 10억 5,000만 위안으로 증자했는데, 이는 약 98% 늘어난 수치다. 향후에도 텐센트와 라이엇게임즈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지금의 텐센트는 십수 년 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서비스 이전설이 돌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텐센트의 자체 개발 라인업은 이미 외산 게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으며, MOBA·슈팅 등 주류 장르 전반에 걸쳐 탄탄한 자체 개발작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같은 스타 스튜디오를 매각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자사 게임 사업에 과도한 충격을 주지 않을 이유다.
# 비즈니스 밖에선, 여전히 미·중 패권 경쟁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보면 텐센트가 미국 게임 자산 현금화를 마냥 거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결국 미·중 지정학적 경쟁이다.
몇 년에 걸쳐 질질 끌었던 틱톡 사태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국가 데이터 안보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 서비스 무역 항목에서 미국 자신도 흑자국이기 때문에, 관세라는 수단으로 중국을 직접 압박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도 이 미·중 경쟁 구도에 서서히 편입되면서, 진짜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른 중국 게임사들의 상황이다. 텐센트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강력한 중국 내 사업으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사들에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만약 미래에 미·중 간 게임 분야 경쟁이 더욱 격화된다면, 중국도 쓸 카드가 없지는 않다. 미국 기업 중 중국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스팀과 애플 앱스토어다. 중국 iOS 게임 시장 규모는 대략 1,000억 위안 수준이며, 이 중 애플이 가져가는 수수료만 해도 연간 수백억 위안에 달한다.
스팀의 경우, 밸브가 공개한 복수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스팀 플랫폼의 최대 이용자 집단은 중국 사용자로,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밸브 역시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끝으로, 미국에서 게임 사업을 영위하는 중국 해외 진출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압박에 직면했을 때 택할 수 있는 대응책도 몇 가지 있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해외 법인 설립과 미국 현지 파트너사 발굴, 두 가지가 꼽힌다.
최악의 경우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지만, 이미 많은 기업들이 그에 대한 심리적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정학적 목적으로 각 업종의 정상적인 영업 환경을 반복적으로 교란해온 탓에, 처음의 두려움은 점차 무감각으로, 나아가 '차라리 과감하게 접자'는 심정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자본시장에 거품이 낀 상황을 감안하면, 훗날 결산의 날이 왔을 때 고점에서 미리 미국 자산을 정리해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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