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보호를 둘러싼 규제 압박이 게임 업계로 번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플랫폼에 선제적 관리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입법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도 최근 온라인 환경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공개 협의를 시작했다.
영국 디지털 정책 컨설팅사 플럭스 디지털 폴리시의 정책·공공업무 디렉터 실리아 폰틴이 이 협의를 게임 업계의 시각에서 짚었다. / 작성= 포켓게이머, 번역 및 편집= 디스이즈게임

# 연령 제한부터 디자인까지, 62개 핵심 질문
영국 과학혁신기술부가 '온라인 세상에서 성장하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공개 협의를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부터 게임 사이트까지 인터넷 전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는 내용으로, 게임 업계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협의는 어린이와 온라인 서비스에 관한 62개 질문으로 구성됐으며,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가'나 '어떤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같은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답변란이 혼합된 형식이다. 의견 제출 기한은 5월 26일까지다.
협의 내용은 어린이의 온라인 이용 시간, 중독, 자존감 등 기술 사용이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룬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게임 업계와 직접 관련된 핵심만 추리면 이렇다.
소셜미디어 법적 최소 연령 및 디지털 동의 연령 상향, 라이브스트리밍·낯선 사람 연결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능 접근 제한, 좋아요·댓글 같은 긍정 반응 표시·알림 및 푸시 알림·콘텐츠 추천·뽑기 상자를 포함한 인앱 구매 같은 디자인 요소 접근 제한, 일일 화면 시간 제한이나 이용 시간대 제한 같은 기타 접근 제한, AI 챗봇 접근 제한, 연령 확인의 효능·유해성·이점 등이다.
한편 이는 정부가 증거를 모으려는 항목들이지, 실제로 시행이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협의 문서 곳곳에서 비디오 게임의 긍정적 영향이 언급된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겠지만, <넘버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의 교육적 가치를 짚는 한편 게임 전반을 사회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평가한다. 다만 낯선 사람 연결 기능에 대한 비판과 화면 시간에 관한 우려도 담겨 있다.

▶ (출처: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유튜브)
# 정치권 압박과 포괄적 금지의 위험성
협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실무적·정치적 이유가 함께 있다.
현재 의회를 통과 중인 아동 복지 및 학교 법안에 상원이 막판에 소셜미디어 금지 조항을 밀어 넣었다. 해당 조항은 하원 논의에서 삭제될 수도 있지만, 호주의 금지 시행 이후 누적돼 온 압박을 한층 키웠다. 논의가 계속되면서 이슈는 소셜미디어를 넘어 온라인 활동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전면 금지에 줄곧 반대해 왔다. 충분히 따져보고 금지 자체가 새로운 피해를 낳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많은 아동 옹호 단체들도 이에 동의한다.
금지를 지지하는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꺼낸 카드는 대안 입법이다. 온라인 유해 요소에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하고, 첫 조치의 방향은 이번 협의로 잡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뜻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 협의가 중요하다는 사실만큼은 결과와 무관하다.
업계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는 것이다. 온라인 안전법 적용 대상을 통째로 포괄하면 16세 미만은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있는 게임을 모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플레이어 기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해당 서비스는 지금껏 필요 없었던 연령 확인까지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상원 초안의 출발점이다. 서비스 단위로 적용되는 규정이라, 아이들이 게임이라도 할 수 있게 음성 채팅만 막는 식의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반면 정부가 초안 금지 조항을 빼고 세밀한 규제를 만들 권한을 새로 확보한다면 훨씬 유연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물론 게임이 연령 제한 측면에서 별도 영역으로 인정받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소셜미디어 색채가 짙은 기능들이 전혀 다른 맥락에 쓰이는 경우 불균형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의 '업적' 시스템은 좋아요·연속 기록·팔로워 수 같은 긍정 반응 기능과 나란히 언급되는데, 이런 틀로 보면 업적도 소셜미디어의 중독성 있는 사회적 비교 문제의 일환이 된다.
그러나 게임에서 업적은 추가 도전 과제나 진행 상황 기록 같은 게임 고유의 긍정적 요소로 쓰인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규제는 전혀 다른 성격의 기능까지 한꺼번에 금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개인의 성취를 글로벌 지표로 확장해 사회적 맥락을 더한 스팀의 '도전 과제'. (출처: 스팀)
# 업계의 대응과 사회적 활동으로서 게임의 가치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협의 문서가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적극 구하고, 응답자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여지를 열어 두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생활의 부작용뿐 아니라 순기능도 고루 다루며, 제한 조치의 이득이 부작용보다 큰지도 묻는다. 많은 아동 옹호 단체들이 온라인 공간의 순기능을 이유로 전면 금지에 반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잠재적 금지 범위를 논하는 이 자리는, 게임만의 특성과 규제가 세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게임은 훌륭한 사회적 활동이지만, '사회적(Social)'이라는 것과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다르다.
게임의 사회적 측면이란 사람들이 같은 순간 함께 플레이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문자·음성 채팅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이를 뒷받침하지만, 공유와 소통 자체가 목적인 소셜미디어와는 본질이 다르다.
협의 문서는 게임 사이트가 전통적인 소셜미디어와 기능·위험 프로필이 유사하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만 이것이 기능·특징·위험에 따른 판단임을 인정하고, 어린이·청소년 전용 계정이 연령에 맞는 게임 경험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데도 긍정적이다. 16세 미만을 서비스 전체에서 차단하는 대신, 게임을 모든 연령에게 열어 둘 유연성을 남겨 두는 셈이다.
우선 협의 문서를 읽어야 한다. 수십 페이지지만 지금 논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 다음 제안된 조치들이 자사 비즈니스에 어떻게 맞닿는지 꼼꼼히 살피되, 행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업계 현실이나 플레이어의 기대와 동떨어진 내용이 있다면 지적하고, 잘 짚어낸 내용이 있다면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문제를 지적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균형 잡힌 효과적인 규제를 만들려면 정책 입안자에게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기능, 안전 보호 기능, 보호자 통제 기능의 다양성과 효과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업계 종사자들이다. 지금이 목소리를 낼 때다.

▶ (출처: 로블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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