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 타이베이 게임쇼 현장에서 뜻밖의 만남을 경험했습니다.
바로 대만 인디게임계에서 조용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 <활협전>(活俠傳)의 공동제작자 새(鳥)와 곰(熊)을 만난 것입니다. 사전 인터뷰 약속도 없는 상태였지만, 그간 쌓인 궁금증과 감탄을 애써 눌러가며 두 개발자에게 조심스레 접촉을 시도했고, 결국 긴 설득 끝에 이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활협전>은 단 두 명의 제작자가 6년에 걸쳐 개발한 2D 무협 RPG로 유려한 문장과 방대한 텍스트, 입체적인 캐릭터, 쓸쓸하고 강렬한 분위기로 중화권은 물론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공식 번역 패치와 입소문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2024년 최고의 인디게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두 개발자는 어떻게 <활협전>을 만들었을까요? 그 창작의 뿌리와 철학을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 봅니다.
활협전의 두 제작자 새(왼쪽)와 곰(오른쪽)
Q. 두 분이 <활협전>이라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떠올린 핵심 아이디어나 “이 게임만의 한 문장 콘셉트”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처음에는 곰이 창작한 또 다른 판타지 소설을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희는 신인이었고 경험과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 간단한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그때 구상한 것이 바로 모바일용 탄막 회피형 게임 <활협전>이었죠.
하지만 제작 도중 점점 욕심이 생겨, 스토리 모드,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 결투 시스템, 새로운 캐릭터들을 계속 추가하면서 지금의 <활협전>이 되었습니다.
Q. 무협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기존 무협 게임이나 소설과는 어떤 차별점을 만들고자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단지 새와 곰(새는 프로그래밍을, 곰은 아트와 스토리를 맡았다) 두 사람이 무협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던 무협의 전성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 시절의 무협이 그리워서 <활협전>이라는 작품을 통해 전성시대의 무협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현대인의 삶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많은 것들을 건너뛰게 되고, 모든 것은 당연스레 여겨집니다. 주인공은 가장 멋지고 가장 강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별한 인연이나 배경, 비급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초기 무협에는 그런 '당연한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삶의 고난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많았고, 그 고난 속에서 주인공에게 남과 다른 점이 있었을 수 있지만, 결국 대협이 된 것은 무공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 쉽게 내리지 못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활협전>의 ‘협’(俠)이라는 것이 실로 무공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Q. 정말 오랜 기간 2인 소규모 팀으로 개발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소규모 팀 개발에서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저희는 정말 많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듯, 출발 시 가장 먼저 맞닥뜨린 현실적 어려움은 자금 문제였습니다. 각자 약간의 저축이 있었지만, 점점 커지는 프로젝트 앞에서 매우 불안했습니다.
저희에게는 이전 실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활협전>의 텍스트 분량이 200만 자에 달한다고 하면, 모두가 두 사람이 허풍을 친다고 그랬습니다. 이 작품을 좋게 보지 않는 의견도 많았고, 이에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어쩌면 세간의 말대로 <활협전>이 완전히 실패할지도 모른다고요.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주류에 편승하여 무림맹에 가입하고, 미남을 주인공으로 삼으면 인생이 순탄하고 플레이어들도 더 만족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저희는 기존 무림맹의 이념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서무림맹에 가입하여 용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Q. (곰에게) 홀로 방대한 이야기를 작성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이야기를 쓸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곰: 매우 힘들지만, 동시에 매우 즐겁습니다. 창작은 언제나 제 꿈이었습니다. 가장 뛰어난 작가일 필요는 없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영감은 다방면에서 옵니다. 때로는 독서에서 느낀 바가 있고, 때로는 일상생활에서, 때로는 인생의 깨달음에서 옵니다.
Q. 겉보기에는 <활협전>이 무협의 틀을 깨는 요소가 많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오히려 전통 무협에 가까운 면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클리셰를 파괴하는 것 같지만 사실 협의(俠義)를 강조하는 복고적인 무협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의도하신 것인가요?
A. 네, 우리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무협의 황금시대 말기를 경험했고, 지금 사람들에게 왜 저희가 옛 무협을 그토록 그리워하는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Q. <활협전> 창작에 영감을 준 무협 작품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거나 참고하신 무협 소설이나 게임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무협 소설로는 김용(金庸)의 시리즈를 가장 추천하며, 그중에서는 <연성결>(連城訣)을 제일로 꼽습니다.
Q. 주인공 세력을 당문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문은 일반적으로 무협 작품에서 주인공 문파로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흥미로웠습니다. 특별히 당문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당문은 암기를 던지고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래 창작자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정파의 당당하고 우아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아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주인공이라면 역시 장검을 쓰는 게 더 멋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희는 광명(光明)스러운 정파 이미지를 가진 주인공을 만들 생각이 없었기에, 정·사(正·邪) 양면을 오가는 당문을 주인공의 문파로 선택했습니다. 정파의 부담이 없으니 플레이어가 더 자유롭게 본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강호에는 한 가지 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Q. 주인공 조활의 설정과 외모가 매우 독특합니다. ‘천하 제일의 추남’이라는 파격적인 외모를 지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주인공에게 성장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작품에서 '먼저 억누른 뒤 나중에 올린다'(先抑後揚)는 기법을 씁니다. 예를 들어 시작부터 파혼당한다든가 하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은 주인공의 진짜 결함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주인공은 여전히 범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인이며, 독자와 플레이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책을 덮고 게임을 끄면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그 주인공이 초인이 아니라면요? 하늘의 은총도 받지 못하고, 벗어날 수 없는 못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역풍을 맞으며 나아가, 온갖 고난을 뚫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정말로 있을까요? 있습니다. 그 사람은 조활일 수도 있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끈 후에도, 그 용기를 인생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굴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갈 수 있습니다. 왜 용연(龍淵)이 되어야 합니까?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천하 제일 추남으로 묘사되는 조활
# 강호에는 한 가지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Q. <활협전>은 조활이라는 캐릭터의 성장사일 뿐 아니라, 소규모 팀으로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온 두 분의 분투 과정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 출시 전후로 두 분의 인생관, 혹은 '협'(俠)이라는 글자에 대한 이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저희의 '협'에 대한 이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 근원을 알고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무공이 없지만, 의로움을 위해 감히 천하의 큰 금기를 범하는 협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다만 인생관은 확실히 변했습니다.
Q. 게임의 텍스트 분량이 이미 방대함에도, 플레이어들은 서생(瑞笙) 관련 후속 스토리나 다른 여주인공의 개인 루트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분량이나 일정 때문에 아쉽게 삭제해야 했던, 가장 안타까웠던 설정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네, 많습니다. 두 사람이 쓰고 싶은 내용은 많았지만, <활협전>은 어디까지나 상품인 디지털게임입니다. 퍼블리셔와 협력 계약이 있는 상황에서 일정과 시장 반응에 책임을 져야 했고, 플레이어의 의견을 수렴하며 많은 내용을 타협하여 삭제하거나 합쳐야 했습니다.
비장의 무기로 아껴두었던 뛰어난 에피소드들도 이로 인해 수정·재집필해야 했고, 어떤 인물은 영영 등장할 기회를 잃었으며, 어떤 결말에는 더 이상 도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Q. 게임 초반, 랜덤 주사위 시스템은 그 '불합리성'으로 게임의 난도를 올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조활의 '험난한 인생'을 상징하는 핵심 재미가 되었습니다. 개발팀이 설계 시 랜덤'과 플레이어의 선택 사이의 균형 철학은 무엇이었나요?
A. 저희는 원래 불운을 피하기 어려운 인생을 설계하려 했지만, 이러한 좌절에도 보상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행화선(杏花仙)이 은밀히 운명이 당신에게 빚진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언젠가 운명의 편애가 필요한 순간에 기적을 일으켜 주는 기능을 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계는 너무 비인간적이어서 당연히 논란이 일었습니다.
게임 출시 초기에 플레이어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기에, 새(鳥)가 즉시 야근하며 수정했고, 실장 예정이었던 숙연(宿緣) 시스템을 역천(逆天) 시스템으로 간소화해 회차 플레이 요소로 사용했습니다.
Q. <활협전>의 OST와 사운드 디자인은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돋워줍니다. 쓸쓸하면서도 깊은 감정선을 담은 음악들의 톤은 처음부터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분위기나 메시지가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자야기군서>(子夜寄君書) 원곡을 곰이 작곡한 것 외에는 — 그 의미는 '너무 보고 싶다'입니다 — 나머지 모든 음악은 유화(幽火) 선생님이 제작하셨습니다. 새곰이 요청할 때, 문천상(文天祥, 남송의 충신)의 짧은 이야기를 제공했습니다. 문천상이 학문을 닦고 연애를 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생 역정을 그린 것으로, 이 핵심적인 순간들을 감정의 참고로 삼아 유화 선생님께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이해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Q. <활협전>은 한국에서도 ‘남다른 문장력’으로 유명합니다. 한때 한국 플레이어들이 AI 번역기를 통해 플레이했을 때도 많은 분들이 “문장력이 번역기를 뚫고 나온다”라며 감탄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뛰어난 문장력은 어떻게 갖추시게 되었나요? 혹시 원래 소설가를 꿈꾸셨던 것은 아닌가요?
A. 곰: 과찬이십니다. 감격할 따름입니다. 저는 확실히 줄곧 소설가,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다니, 이 생에 소원이 없습니다.
제 방법은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독서 외에도,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겸허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타인의 원래 말을 잊더라도, 이미 융회관통(融會貫通, 모든 것을 아우러 관통함)하여 제 자신의 역량이 되어 있습니다.
이상은 저 곰의 심법(心法)이니, 감히 혼자 간직하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자 합니다.
Q.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특히 감탄했던 점은 불교, 유학, 의학 등 전문 지식을 습득하면 이에 따라 상당히 전문적인 대사가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토리상 불교나 의학, 유교 등에 대한 묘사가 자세한데, 이런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로 공부하신 것이 있는지요?
A. 곰: 전문 분야의 지식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봐요. 그래서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 외에도, 스토리를 위해 공들여 연구합니다. 깊이 통달했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AI에게 물어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왜냐하면 AI는 허풍을 쳐서 거짓말을 하고, 그 때문에 비웃음을 살 수 있습니다. 종이책은 그러지 않습니다. 종이책은 전자(電子)의 것보다 조금 더 정직해서 자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합니다.
Q. <활협전>의 캐릭터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뚜렷한 성격과 개성을 보여줍니다. 캐릭터를 창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각 캐릭터의 개성을 확립하는 본인만의 방법이나 철학이 있나요?
A. 곰: 저는 사람의 마음을 중시합니다. 인물을 창작할 때 심리학 관련 지식을 활용했습니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방법은 '뜻대로 되지 않는 아쉬움이 일어나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당신이나 저나 마음속에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고, 누구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굴곡이 우리의 마음을 서로 다른 모양으로 다듬어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Q. 혹시 개발진 입장에서 “이 장면/스토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특히 애착을 가진 부분이 있을까요? 또한 수많은 대사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명대사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곰: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강릉(江陵) 공성전, 풍우산(風雨山)의 변, 소사매(小師妹, 당묵령)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밤에 조활에게 달려간 장면, 설산에서 불쑥 끼어든 사부의 임종 회상, 금향궁(錦香宮)에서의 선인과 범인의 바둑 대국 등, 모두 매우 만족스러운 스토리입니다. 대사를 꼽자면 '천하에 가장 적막한 일은, 그대와 멀리 이별할 때'(天下寂寥事,與君闊別時) — 이 구절이 언제나 저 자신을 가장 감동시킵니다.
Q. 개발진 분들께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여러 인물 중 특별히 정이 가는 캐릭터를 꼽는다면요?
A. 새(鳥): 소국(小菊), 소매(小梅), 하후란(夏侯蘭), 아미파(峨嵋)의 작은 얼굴 제자.
곰(熊): 소사매(小師妹)
벌레(蟲): 엽운주(葉雲舟)
쥐(鼠): 하후란(夏侯蘭)
Q. <활협전>의 도입부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당문의 삼사형이 문파를 홍보하지만, 국수를 먹던 농민에게 비웃음을 사며 “당문이 나서니 (대답해주느라) 내가 찬 국수까지 먹게 되네. 과연 당문이야.”라는 조롱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죠. 소설에서 도입부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시작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게임이 이런 장면으로 시작되는 데에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곰: 이 부분을 쓸 때 먼저 대안추(大眼錐, 그 행인)가 어떤 사람일지 가정합니다. 사람이 악담을 내뱉는 동기와 목적을 상상할 수 있으니 그 말투를 헤아리는 것도 비교적 쉬웠습니다. 대안추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모릅니다. 그는 그저 입으로 한마디 한 것뿐이지 손을 댄 건 아니니, 이 정도 일로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빌미로 있는 힘껏 신랄하게 구는 것입니다.

Q. 초창기 기획에 따르면 <활협전>은 탄막 회피형 모바일 게임으로 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지금과 같은 PC 기반의 방대한 RPG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개발 방향 전환이 게임 시스템 설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처음 구상했던 게임플레이 콘셉트의 흔적이 현재 게임 디자인에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새: 저희가 원래 만들려고 했던 것은 확실히 '서바이버' 류의 '탄막 회피형' 모바일 게임이었습니다(당시에는 서바이버류 게임이 지금처럼 인기 있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는 탄막 공격에 회피만 할 수 있고 스스로 공격할 수 없었으며, 난이도가 매우 높아 캐릭터는 약 5분마다 한 번 죽었습니다.
나중에 더 많은 서사가 추가되었고, 안코(ANKO) 요소(랜덤 주사위와 선택지로 스토리 방향을 결정하는 만화 창작 기법)가 결합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원래의 구상은 '전역'(戰役)과 결투에서의 '입공'(嘴攻, 말 공격)에 일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Q. <활협전>이 여러 차례 패치를 거쳐 완성도가 높아진 뒤, 이를 눈여겨본 한국 팬들이 AI 번역을 활용한 비공식 한글 패치를 제작했고, 패치 배포 후 약 1주일 만에 한국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개발진께서는 이러한 한국에서의 폭발적 인기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당시 한국 팬들의 반응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고, 또 이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것은 저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며, 동시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플레이어분들의 열정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저희 페이스북 팬페이지에는 한국 플레이어분들의 DM과 격려가 자주 옵니다. 교류를 통해 저희 팀원 쥐(鼠)가 감탄한 것은, 한국 커뮤니티가 매우 진지하게 고증을 하고 많은 설정과 배경을 깊이 이해하며, 때로는 언급하지 않았던 복선까지 발굴해 낸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감탄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창작에 이렇게 큰 열정을 쏟아주신 데 감사드리며, 일동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Q. 특히 하후란 캐릭터가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최근 진행된 공식 캐릭터 인기 투표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런 결과는 예측하셨나요? 하후란의 높은 인기와 팬들의 성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A. 사부의 매력은 무적입니다. 이야기를 쓸 때부터 저희도 깊이 느꼈습니다. 그녀가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그녀는 확실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성입니다.
Q. 게임 출시 후 스토리나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해석이나 평가 중에 개발진으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의외의 해석이나 반응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새: 곰은 종종 의도적으로 여백을 남겨 말을 확정짓지 않고, 플레이어들이 다른 각도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각자 다른 해석이 나오는데, 저희는 한결같이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예상 밖이었던 평가를 말하자면, 개방 방주 왕이장(王二壯)이 세상을 떠날 때 만당(晚唐)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풍우>(風雨)를 인용했는데, 생방송에서 이것이 곰이 쓴 시로 오인되어 한바탕 품평이 이루어졌습니다.
곰의 꼬리가 단번에 올라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곰이 곧 이상은입니다. (웃음)
#부수고 다시 지은 30만 자의 엽운상 루트
Q. 가장 최근 업데이트로 추가된 엽운상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업데이트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공개된 엽운상 루트는 3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높은 완성도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엽운상 스토리의 개발 과정 비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곰: 최근 업데이트된 마왕편 스토리는 사실 대폭 수정·재집필한 결과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어떤 캐릭터의 비중을 없애고, 그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회수하여 단지수(段智秀)로 변신시켰습니다.
또한 예정대로 실장하지 못했던 청성(靑城) 유학 스토리 라인과 지옥도 관련 스토리를 스토리 라인에 융합시켜 강호에 다시 등장시켰습니다.
정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결과는 좋았습니다. 개작 후의 스토리도 마찬가지로 짜임새 있고 이치에 맞으며, 원래 버전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Q. 엽운상 이야기의 완성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또 이번 스토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주제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가장 공들였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입니다. 이 스토리 라인의 주제는 '의'(義)입니다. 곰은 이 이야기를 쓸 때, 많은 캐릭터의 입장과 신분을 빌려 '의'의 형태를 논합니다. 의라는 것은 무턱대고 맹목적으로 믿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매우 심오한 것입니다.
Q. 엽운상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를 꼽자면 무상조사(無相祖師) 오향(吳鄕)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주인공과 대비되는 서사를 보여주는 인물인데, 이러한 대비되는 캐릭터 구도는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A. 새: 이 질문은 제가 답할 수 있습니다. 곰이 분명히 의도한 것으로, 그의 배경을 깊이 파고들면 주인공 조활과 비슷한 고난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또 다른 가능성을 측면에서 보여줍니다.
최근 추가된 엽운상 루트
Q. 무상조사의 이름 ‘향’(鄕)은 한자 그대로 ‘시골’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조활(趙活)의 이름은 ‘살 활(活)’자를 써서 부모가 “빨리 살아버려라(=빨리 죽어버려라)”라는 악담처럼 지어준 것인데요. 오향(吳鄕) 역시 이름에 그런 사연이 담긴 걸까요? 혹시 부모가 “우리 마을에서 사라져버려라”라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지어준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조활은 확실히 천한 이름(賤名)이 맞지만, 무상조사 오향은 천한 이름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이름일 뿐입니다. 사실 오향이 젊은 시절 겪은 고난은 조활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따를 만한 상관도 만났고, 고락을 함께한 동포도 있었으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빼앗긴 후, 그의 증오가 그토록 깊어진 것입니다.
Q. 그 외에도 엽운상 루트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로 단지수(段知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단지수는 겉보기엔 분명 악역이지만 묘하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악역 캐릭터성은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선악을 단순히 구분하기보다 입체적으로 만드시는지 궁금합니다.
A. 네, <활협전>은 많은 부분에서 이런 처리를 합니다.
플레이어가 보는 것은 주인공 조활의 눈에 비친 세계이지만, 조활이 볼 수 없는 곳에서도 많은 일들이 묵묵히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의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배경과 이야기가 있으며, 조활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곳에서 그들도 자신만의 과거와 성장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복잡하여, 서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누구나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저희는 과도한 판단을 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선택을 플레이어에게 맡깁니다.
Q. 궁극적으로, 플레이어들이 <활협전>을 통해 어떤 감정이나 기억을 느끼길 바라셨나요? 게임을 모두 끝마친 유저에게 개발진으로서 "이런 점을 느꼈으면 좋겠다" 혹은 "이런 경험으로 남았으면 한다"라고 기대한 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협(俠)이란 사실 고대의 초능력자가 아니라 어려운 선택 앞에서 용기를 내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이야기 속에 깊은 축복을 숨겨 두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플레이어분들은 분명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까?
A. 저희는 여전히 <활협전>의 콘텐츠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이며, 무료 형태로 계속 콘텐츠를 업데이트·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순전히 저희가 하고 싶어서이며, 여러분이 이후의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의 역량이 닿는 범위 내에서 다른 작품으로도 활협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