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사가 대기업과 같은 발상을 한다면,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방구석에 인어 아가씨> 등 다양한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작품을 개발한 테일즈샵의 한준 대표는 22일, 일산 KINTEX에서 개최된 '일러스타+깨쓰콘'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인디 게임회사의 서브컬처 접근법'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한준 대표는, 인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는 전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테일즈샵 한준 대표
# 눈 뜨고 보니 시장이 바뀌었다.
모바일 게임이 막 태동하던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도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가령 과거에는 '서사'를 무기로 하는 여러 저가 모바일 게임들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또 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스팀 미연시 게임들이 '인터넷 방송'에 좋은 소재로 주목을 받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어느 날 눈 떴더니' 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는 정말 힘든 시장이 되었다고 한준 대표는 설명했다.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같은 대기업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개발한 높은 퀄리티의 게임들이 시장을 휩쓸었다.
특히 이들 대기업의 작품들은 기존 인디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인 '서사'의 영역도 가져가 버렸다. 아무래도 대자본이 투입된 작품들은 인디 게임보다 뛰어난 연출을 보여줄 수 있다. 최근 발매하는 중국 서브컬처 게임은 인디 게임사는 따라잡을 수 없는 고 퀄리티의 3D 그래픽을 이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들 게임들은 대부분 '스토리는 공짜'로 제공한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대기업들이 서브컬처 패권을 다투는 공룡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디 게임사가 기존에 하던 데로 현재 시장에서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한다면, 자연스럽게 대기업 작품들과 차별성이 없어진다.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무언가 '기존의 전략' 만으로는 안 되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대기업 입장에서 '서브컬처'는 일본 미소녀 문화의 스토리, 비주얼 문법을 가지고 있으며 BM을 최적화하고 자본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한준 대표는 정의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준 대표 또한 '자신도 모르게' 대기업의 서브컬처 게임과 동일하게 '일본 미소녀 문화'를 기본으로 게임 개발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인디 서브컬처 게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브컬처'는 본래 일본에서 유래된 용어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브컬처'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 하위 문화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한준 대표는 이런 일본의 현 서브컬처 게임을 보면서 초심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 '초심' 이란 바로 '서브컬처는 본래 제작자의 특정 요소에 대한 집착과 파고들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준 대표는 최근 일본 게임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꼽았다.

하나는 바로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니디걸 오버 도즈>. 이 게임은 개발자의 멘헤라'에 대한 애정, 사랑, 집착, 파고들기가 가감 없이 들어가 있다. 그 덕분에 많은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오히려 이 게임의 성공 이후 '멘헤라' 속성의 캐릭터가 현실 세계 및 다른 대기업 서브컬처 게임에도 다뤄지기 시작했다.

또 하나 꼽은 게임은 바로 PC및 스위치 등에서 발매된 <마법소녀의 마녀 재판>. 이 게임은 제작사가 '소녀가 처형되는 과정'에 대한 큰 애정이 느껴지며, 처형되는 다양한 방법, 상황, 성격을 잘 표현했다. 이런 '대기업은 함부로 시도하지 못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덕에 뜨거운 반응이 나올 수 있었다.

한준 대표는 "서브컬처는 본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일반인들에게 '먹어보라고' 노력하는 역사 그 자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포장' 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령 <마법소녀의 마녀재판>의 경우에도, 굉장히 마니악한 소재지만 아트를 통해 그 소재를 굉장히 순화하고,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포장을 잘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서브컬처 게임이 시도하는 '미소녀'는 게임성의 '핵심'이 아니라, '포장'이다.
한준 대표"결론적으로 인디 게임사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퀄리티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인디 게임이 살아 남으려면 인디 게임 만의 '민첩성'(빠른 의사 결정, 빠른 발매 등),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 또 과감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과감성' 이라는 무기가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그래서 많이 미치고, 재미있는 것, 도파민이 터지는 것을 항상 찾고 있다. 이상하면 이상할 수록, 이쁘게 포장만 잘한다면 커뮤니티나 인방에서도 많이 화제가 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