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 1편과 2편을 개발한 스웨덴의 타르시어 스튜디오(Tarsier Studios)가 3편 대신 선택한 새로운 타이틀 <리애니멀>을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1편은 노란 우비의 '식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싱글 플레이 전용이었고, 2편은 협동 게임처럼 보이지만 두 명의 캐릭터를 혼자 플레이하는 싱글 게임이었는데요. 이번 게임은 혼자서 혹은 둘이서 함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발매된 슈퍼매시브 게임즈의 <리틀 나이트메어 3>도 똑같이 AI 동료와 혼자 플레이하거나 두 명이 캐릭터를 하나씩 맡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두 게임 모두 스팀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로 전부 플레이할 수 있으니, <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팬이거나 협동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두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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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나이트메어의 팬이라면 비로소 만족할 공포
스산함이 감도는 검은 바다에서 조각배를 모는 소년. 물에 빠진 소녀를 건져내고 한없이 침울해 보이는 섬으로 향합니다. 다른 친구들을 구하고 섬을 빠져나갈 생각이지만 우울한 안개가 드리운 섬 곳곳의 위협들은 희망을 품기 어렵게 합니다.
<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잔혹 동화에 가까웠고, 최근의 3편은 거기서 조금 더 귀여워진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포스러움이 다소 퇴색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리애니멀>은 <리틀 나이트메어> 1, 2편에서 보여준 기괴함과 징그러움만 뽑아내 게임 속 세계에 펼쳐 놓은 것만 같습니다. 혐오스러운 형태로 인체와 결합된 동물들과 뒤틀리고 일그러진 외형의 사람들은 마주치는 순간마다 섬뜩함을 줍니다.
어느 정도 둘러볼 수는 있지만 제한된 시야로 공포감을 높이는 고정 카메라 연출은 아이들이 마주한 세계의 위압감과 숱한 추격전의 긴박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요. 쩍쩍 갈라지는 듯한 거친 효과음이나 불쾌한 숨소리 등 사운드 효과도 탁월합니다.
이전 시리즈들에서 실상은 어떻든 귀엽게 생긴 식스와 노움들에게 매력을 느낀 분들이라면 3편도 호감을 느낄 법하지만, 경악스러울 정도로 기이한 괴물들이 위협해 오는 소름 끼치는 세계에 매료됐다면 <리애니멀>에 비로소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 로컬과 온라인 협동을 지원하는, 협동 게임으로 돌아왔다. 싱글플레이는 AI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다.
▶ 이목구비와 온몸이 뒤틀린 사람들로 가득한 세계. 가죽만 남은 사람들을 다림질 하는 세탁소는 이곳에서 평범한 풍경이다.
# 대화도 하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캐릭터들은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대화도 나눕니다. 무수한 추측만 남기곤 했던 <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와는 달리 모호함을 걷어내고 명확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걸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진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많지 않은 대화는 이들이 어떤 과거를 겪었고 지금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이 모든 게 무얼 의미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타이틀인 만큼 조금은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도 더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개발사는 이번에도 캐릭터들의 사정과 사건의 발단을 몇 가지 상징으로 어렴풋하게 보여줍니다.
아무런 읽을거리나 구체적인 설명은 없죠. 이전 게임들보다는 추측 난이도가 평이해졌다는 생각은 들지만, 더 깊게 파고들어 분명하게 알고 싶다는 마음에 아쉬움은 남습니다.
대신 이런 모호한 스토리텔링이 게임의 공포를 더 생생하게 유지하는 면도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플레이어들을 만들어 내며, 이후 발매될 3개의 DLC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고요.
저도 덕분에 남은 수집 요소를 찾을 겸 3회 차를 하고 히든 엔딩까지 봤습니다. 여전히 개운하진 않지만요.
▶ <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와는 다르게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들.
▶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들로 추측하는 재미도 분명 있지만 조금만 더 설명해줬으면 하는 갈증이 남는다.
# 길쭉해진 캐릭터와 직관적인 조작
이전 게임들보다 거대해진 세계에 어느 정도 비율을 맞췄는지, 주인공들은 살짝 길쭉해진 모습입니다. 애니메이션도 디테일해져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게 만들고요. 잠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거나 체크 포인트에서 리스폰 혹은 불러오기할 때 상황에 맞는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조작은 간단하고 직관적입니다. 듀얼센스 기준으로 세모 키는 대부분의 상호작용에 해당하며, 사다리는 근처에서 이동하면 자동으로 오르내립니다.
점프와 앉기, 조명 켜기, 던지거나 공격하기 등 일반적인 키가 배정되어 있어 기억하기 쉽고요. 점프하는 게 아니라면 낙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 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에 덜 친숙한 플레이어도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으니 확실히 긍정적인 면이죠.
다양한 탈것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조작감은 평소의 쾌적한 이속에 비해 조금 굼뜨게 느껴지긴 합니다. 대신 구간이 길지 않고 사실감을 주는 정도여서 크게 불편을 느낄 부분은 아닐 듯했습니다.
▶ 리스폰 될 때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들.
▶ 조작은 직관적이며,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동속도도 쾌적한 편이다.
# 정교하게 연결된 맵과 훌륭한 레벨 디자인
기대했던 비주얼과 게임성으로 전반적으로 감탄하며 플레이했지만, 특별히 만족스러웠던 건 짜임새가 굉장히 좋은 맵 디자인이었습니다.
9개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정교하게 연결된 맵은 마치 <다크 소울> 시리즈처럼, 초반에 봤던 막혔던 길로 돌아 나와 이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새로운 길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완전히 탐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곳을 멀지 않은 시점에 기발한 방식으로 만나게 되는 등 연결된 맵을 보여주는 방식도 재치 있고요. 지도나 나침반은 없지만 훌륭한 레벨 디자인으로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 앵글의 섬세함부터 동료 캐릭터의 가이드, 문에 달린 방울과 조명, 이전에 확실히 주목하게 만들었던 장소와 재회하게 되는 동선 등 곳곳에 기가 막히게 배치된 장치들이 퍼즐을 해결하고 탐험해 나가는 재미를 줍니다.
▶ 커다란 맵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명확해, 다급한 추격 상황에서도 혼란스럽지 않다.
# 비밀다운 비밀들이 채운 탐색의 재미
탐색의 재미도 상당합니다. 게임을 단순히 진행하는 건 아주 쉽지만 가면과 포스터 등 수집할 수 있는 여러 '비밀'들은 말 그대로 비밀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숨겨져 있습니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쉽기 때문에 공략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2회차만으로도 전부 찾는 건 어려울 수 있고요. 저는 결국 앞서 언급했듯 3회차를 했지만요.
개인적으로는 을씨년스러운 맵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 오래 누벼도 좋았고 이어지는 맵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맛이 상당해 전혀 괴롭지는 않았습니다. 찾아냈을 때의 성취감이 영영 못 찾을 것만 같은 답답함을 가뿐히 이기는 순간이 많았고요.
탐색을 위한 엔딩 이후의 편의성도 잘 갖춘 편입니다. 특정 챕터에서 놓친 게 있거나 도전 과제(트로피) 획득이 필요하다면 원하는 챕터를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거든요.
또 세이브 파일이 아닌 프로필로 획득 내용이 저장되기 때문에 한 번 획득한 비밀은 새로운 게임을 어느 챕터에서 시작해도 공유됩니다. 단, 히든 엔딩과 특정 비밀은 시작부터 끝까지 조건을 갖춰야 해서 처음부터 플레이해야 하고요.
수집 현황을 챕터마다 보여주면 좋았겠다는 욕심이 들긴 했지만, 도전 과제를 참고해 3개 챕터를 묶어서 확인할 수는 있었습니다. 한 챕터가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요.
▶ 가면, 포스터 등 챕터마다 숨겨진 비밀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 대다수는 아주 꼼꼼히 환경을 살펴야 찾을 수 있다.
# 총평
<리애니멀>은 기괴하고 섬뜩한 공포를 한기가 서린 북유럽의 대자연과 폐허가 되어 버린 삶의 공간에 펴 바른 듯한 게임입니다.
짐승 같은 인간들과 인간을 닮아 버린 동물들이 점점 더 폐허로 만들고 있는 세계, 그리고 이 거대한 세계와 아이들의 작은 체구가 이루는 대비는 게임의 어떤 장소에 발을 들이든 마음 한구석을 미묘한 불안과 불쾌로 물들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진행해도 1회차에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짧으므로 분량만 따진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게임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유쾌한 것들만은 아니기에 정서적 피로도를 고려하면 적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값어치를 분량만 두고 판단하진 않는다 해도, 일반적으로 볼 때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만약 협동 플레이를 한다면 한 명만 구매해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친구 패스'를 지원한다고 하니, 이를 활용하는 게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리애니멀>을 플레이하기 위한 적정 비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리틀 나이트메어>의 이전 시리즈들과 닮은 불쾌하지만, 더 보고 싶어지는 공포감과 탐험하며 탐색하는 묘미가 있는 호러 어드벤처를 경험하고 싶다면 후회는 없을 겁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