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주름과 질환이 늘어가는 어르신들을 자주 마주친다.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한 자원이라는데, 그래서 더 잔인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만보기가 걸음을 세어주듯이, 모래시계처럼 지나간 시간을 담아줬으면 하는 헛헛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대안이랍시고 '방치형 게임'을 거론하는 게 참 어쩔 수 없는 게이머다 싶긴 하지만, 누군가에겐 소소하게 작은 도파민과 보상감을 얻는 공간이리라 생각한다.
아마 본지 기사를 많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자는 방치형 게임들의 취재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오래 진행해왔었다. 이번에 국내 출시를 한 <미송자의 노래>도 그래서 레이더망에 계속 걸리던 게임이다. 작곡가나 성우진이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화려했기 때문이다.

김영선, 최한, 여민정, 김하루, 김도영. 기자처럼 성우 덕후가 아니어도 아마 여러 콘텐츠를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여러 차례 접해본 이름과 음성일 것이다. 사쿠라바 모토이, 이와다레 노리유키 등 유명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다.
고전 도트 JRPG의 향취를 최대한 살려 현대적인 방치형으로 재해석하겠다고 나선 게임이 과연 어땠을지 궁금해, 직접 사전 플레이 코드를 받아 게임을 만나봤다.

일단, 한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다. 기대감을 너무 크게 가지지만 않는다면,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게임은 아니다.(기대감을 너무 과도하게 크게 가지진 마시라)
정말 솔직한 감상으로는, 방치형 및 성장의 영역에선 콘텐츠는 풍부했으나 아주 특색이 강한 게임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재밌게도 기자의 눈길을 끈 건, 정작 게임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접하게 되는 미니게임의 깊이였다. 왜 잘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미니게임에 오히려 엣지가 있었다.
이하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정말 '시간'만 있으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해결되게끔, 각종 콘텐츠와 시스템, 성장의 허들이 많이 낮은 게임이다. 지킬 세계가 너무 많아 새로운 게임을 하나 더 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으시는가.
그냥 서브게임도 아니고 서브서브게임 정도로 문턱이 낮다면,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소쿠리에 담아 보상으로 바꾸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엔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방치형 게임 그 자체로는 무난하게 익숙한 맛, 동시에 부담이 많이 적은
▲ 일단 처음 게임에 접속하거나, 시간이 조금 지나 방치 보상이 쌓인 채로 게임에 접속하면 이런 레드닷의 홍수 속에서 항해를 하게 된다. 뭘 해야 한다고 시키는 비중보다는, 뭘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알려주는 비중이 훨씬 높으니 부담은 덜어도 좋다.
얼핏 처음 보면 인터페이스에 너무 정보가 많아 보일 수 있는데, 양 옆의 날개 부분의 인터페이스는 접는 게 가능하고, 결국 보상 순회를 돈 뒤엔, 하단의 탭들을 드나드는 시간이 더 많으니, 콘텐츠의 흐름은 산만하지 않은 편이다.
여기서도 눈썰미가 좋은 분은 아마 중앙에서 살짝 아래쯤에 6명의 캐릭터가 일렬로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은 6명의 캐릭터가 하나의 파티를 이뤄 싸우는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 주요 보상이 각기 다른 여러 전투 콘텐츠들이 있는데, 큰 맥락에선 6명의 파티로 어떤 '전략'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 각 캐릭터의 좌상단에 있는 속성 마크와 화면 전체의 좌상단에 있는 리볼버 모양의 속성 시너지가 보이실 것이다.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속성'과 '스킬'의 시너지를 신경쓰며 '파티'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핵심이다.
▲ SSR급 캐릭터인 헤르모드(국내 성우 김영선)의 스킬 및 탤런트 설명들을 보면 아실 수 있지만, 스킬 및 상태이상, 각종 효과의 디테일은 꽤나 깊이가 있는 편이다.
여러 전략을 시도해보며 최적의 조합이 무엇인지 연구해볼 맛이 있는 정도의 복잡성인데, 캐릭터마다 특징이 다들 많이 달라서 파티 전체의 고점을 한눈에 바로 알긴 쉽지 않은 편이다.
대신 이를 위해 여러 파티 세팅을 편하게 구성해볼 수 있게 게임은 허들을 굉장히 많이 낮춰뒀다.
▲ 대표적인 예시가, 모든 파티 캐릭터에 공유되는 발키리(플레이어) 레벨과 장비가 아닐까 싶다.
▲ 성물이나 소환수 도감 등의 효과 적용도 마찬가지다. 특정 계열 또는 파티원 전체에게 적용되는 강화 효과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원하는 속성 및 스킬 시너지 효과를 발견하기 위해 언제든지 파트를 바꿔도 좋다는 의미다.
# JRPG의 향취도 있고, 보상을 얻는 여러 방식도 있긴 하다. 다만...
▲ 게임이 출시 전부터 계속해서 강조했던 JRPG의 향취를 살리고자 했다는 점은, 아주 짙은 향까지는 아니어도 은은하게 계속해서 느껴진다.
아주 짧은 탐색 조작과 전투가 결합된 콘텐츠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다.
▲ 각자 스킬, 속성, 세부적인 설정이 많이 다른 여러 SSR(상위 등급)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잘 나갔던 방치형 뽑기 게임들이 일정 시행 횟수수 이상 도전해 '뽑기 레벨' 자체를 올려야 상위 등급 캐릭터가 나올 확률이 올라가는 방식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면, <미송자의 노래>는 색상이 다른 상자마다 상위 등급이 나오는 확률이 다른 방식을 택해, 조금 더 직관적으로 높은 보상을 자주 얻는 느낌이다.
▲ 보상을 얻는 방식도 전투 일변도가 아니다. 당연히 시간에 대한 누적 보상을 주기도 하고.
▲ 땅굴파기로 경로를 만들며 보상을 채광하는 방식도 있고.
▲ 일종의 농장, 마을 경영 구조도 가지고 있다. [광갱]이나 [농작물 탈취] 같은 항목도 보이실 텐데, 다른 플레이어의 광산과 농장에서 보상을 조금씩 가져가는 PvP와 결합된 방식도 부분적으로 섞여 있다.
다만,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들의 양과 질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나, '도파민'이 엄청나게 강한 편이냐 하면, 솔직한 체감으론 매번 정직하게 보상을 받는다는 인상이 강했다.
# 캐릭터 파티 기반의 전략도 도전적이지만, 미니게임이 의외의 재미 요소였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도전의 허들은 낮은 대신, 스킬 및 속성, 각종 펫과 유물, 소환수 세팅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전략'을 만들어가는 목표 자체는 꽤나 도전적인 게임이다.
그런 한편, 이 게임에서 또 다른 도전적인 재미를 제시하는 의외의 콘텐츠가 있었는데, 바로 이벤트 등과 연계된 미니게임들이었다.
▲ 1-1 스테이지만 보면 너무 쉬운 한붓그리기처럼 보이겠지만
▲ 조금만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나면 머리를 꽤나 써야 하는 구간들도 등장한다.
위의 2-3 스테이지를 예시로 들면, 한붓으로 지나간 자리는 색상이 바뀌는데, 같은 색상으로 가로줄이 정렬되면(테트리스 사라지듯이) 가로줄 전체가 삭제되어주는 룰이다. 전체 블록을 모두 한 번의 한붓그리기로 없애야 한다.
우리가 흔히 한붓그리기로 색상을 맞춘다고 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블록을 파랑 또는 노랑으로 맞추려 들기 쉽지만, 이 스테이지에선 위의 가로 두 줄은 노란색으로, 맨 아랫줄은 파란색으로 정렬해 한 번에 없애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색상과 상관 없이, 모양으로만 가로 또는 세로 줄을 꽉 채워 없애버리는 [블록 블라스트] 미니게임도 마찬가지로, 초반엔 쉽지만 뒤로 갈수록 꽤나 도전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퍼즐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유저 반응도 조금 나뉘겠지만, 개인적으로 <미송자의 노래>가 출시 전에 어필한 여러 요소들에 못지 않게, 이런 깔끔하면서도 이겨보고 싶은 난도의 퍼즐이 간간이 등장하는 게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오늘(2월 6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미송자의 노래>는, 안에 담긴 콘텐츠의 색채가 다양한 만큼, 플레이하는 게이머마다 느끼는 장단점이 조금씩 다를 것으로 보인다.
너무 큰 기대 없이, 예쁘고 오밀조밀한 서브서브 게임 포지션의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게임에 발을 담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