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실존했던 무장과 요괴들이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액션 시리즈 <인왕>이 세 번째 타이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에도 막부의 3대 쇼군이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인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되어 플레이하게 됩니다.
여성형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지만 검술 사범인 ‘야규 무네노리’로부터 도련님이라거나 풍채가 커졌다거나 하는 말을 듣게 되고, 모든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은근히 남성형으로 대하기 때문에 인물 관계의 어색함에 민감하다면 남성형 캐릭터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역사적으로나 서사적으로는 부자연스럽지만, 더 애착이 가는 여성형 캐릭터로 70시간에 걸쳐 플레이를 마쳤는데요. 모든 미션과 수집 요소를 마무리하며 꼼꼼히 플레이하는 동안 어떤 점들이 마음에 들었고, 또 아쉬웠는지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일본의 옛 시대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
이야기는 쇼군의 갑주 착용식이 예정된 날, 하늘에는 정체 모를 붉은 오염이 퍼지고 요괴들이 난동을 부리며 시작됩니다. 어수선한 틈바구니에서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건까지 일어나고, 주인공은 나라의 안위를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죠. 교토의 부흥기인 헤이안 시대부터 막부 말기의 에도 시대까지 넘나들고 이벤트성으로 방문하게 되는 또 다른 시간대도 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무수한 시간여행물들에 비해 특출난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습니다. 배경은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감탄이 나오는 볼거리가 있다거나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은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연출마저도 멋들어지게 포장해 주지 못하고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인왕> 시리즈가 보여준 스토리 중에서는 가장 흥미롭고, 친숙한 인물과 요괴들을 곳곳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즐거움이 있습니다. '히미코'라는 곱고 상냥한 시간 여행 가이드도 함께하고요.
▶ 이야기는 쇼군의 갑주 착용식을 앞두고 시작된다.
▶ 시간 여행의 안내자이자 이번 시리즈의 히로인 ‘히미코’
# 손은 더 바빠졌지만 쉬워진 기력 관리
<인왕> 시리즈는 기력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액션 게임입니다.
공격 동작 후 푸른 빛이 모일 때 키를 눌러 기력을 회복하는 ‘잔심’은 1편부터 이어져 온 핵심 시스템입니다. 2편에서는 잔심의 효과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들이 추가돼 복잡도는 높아졌었는데요.
이번에도 변화의 방향성은 같습니다. 기력 관리는 쉬워졌지만, 손은 더 바빠졌죠. 구체적으로는 기존 스타일에 가까운 ‘사무라이’와 별개로 ‘닌자’ 스타일을 쓸 수 있게 된 건데요.
사무라이 스타일에서는 자세를 변경하며 잔심을 발동해 더 많은 기력을 회복하는 이제까지의 전투 스타일에, 이전에는 제한적으로 쓸 수 있던 ‘받아치기’를 사무라이 스타일일 땐 항상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받아치기로 기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더 편해졌죠. 여기에 게이지를 모아 발동하는 ‘기술 연마’로 기력을 소모하지 않고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닌자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기력을 굉장히 적게 쓰는 데다 잔심의 타이밍에 ‘안개’를 발동해 기력 소모 없이 회피할 수 있습니다. 또 기력을 쓰지 않고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인술은 닌자 스타일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요.
사실상 두 가지 액션 게임을 하는 수준으로 체계는 확장하면서 기력 관리의 난이도는 대폭 낮춘 셈입니다.
▶ <인왕> 시리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잔심’
▶ 사무라이 스타일에서는 별도의 설정 없이도 ‘받아치기’를 할 수 있게 됐다.
▶ 닌자 스타일에서는 잔심 대신 ‘안개’로 기력 소모 없이 회피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적의 배후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공격하면 높은 피해를 줄 수 있다.
# 착 감기는 손맛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스타일
물론 두 가지 스타일의 전투 스타일을 익혀야 하니 2편보다도 초반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고도 남는 절묘한 스타일 연계와 탁월한 손맛은 전작의 액션 쾌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저는 이번 시리즈의 핵심 재미가 사무라이와 닌자 스타일을 전환하는 ‘전심’에 있다고 봤습니다. 적이 붉게 빛나는 큰 기술을 쓸 때 피격 타이밍에 맞춰 ‘전심’을 발동하면 스타일을 전환하면서 반격하고 적의 기력을 크게 깎아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판정이 여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두 가지 스타일을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쓰게 되더라고요. 사무라이의 받아치기, 닌자의 저스트 회피인 ‘간파’와 함께 성공했을 때의 전율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전투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수 있고 특정 스타일로 대응하는 게 더 편한 적도 있지만, 두 스타일을 한껏 활용할 때 게임이 더 쉽고 재밌어집니다. 전투 자원을 더 많이 쓸 수 있는 건 당연하고, 패시브 스킬들이 두 스타일을 전환하며 플레이할 때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짜여 있거든요. 그래도 고집스럽게 한 가지 스타일에 집중하겠다고 해도 언제든 즉시 전환할 수 있어 게임 진행에 지장은 없습니다.

▶ 붉은 빛의 적의 큰 기술에 맞춰 ‘전심’을 발동하면 반격하며 스타일이 전환된다.
▶ 패시브 스킬들은 두 스타일을 전환하며 사용할 때 시너지를 내게끔 설계되어 있다.
# 복잡도를 소화하지 못한 메뉴 화면의 UI
두 가지 스타일을 플레이한다는 건 그만큼 세팅할 것들도 두 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외형부터 장비와 수호령, 스킬 등 전부 두 벌의 세팅이 필요합니다. 총 14가지 무기마다 지정할 수 있는 연속 기술이라든지 방향 및 점프 등에 조합하는 기술 등 세세한 커스텀 기술도 사무라이와 닌자 스타일에 각각 다르게 설정하게 되고요.
메뉴도 몇 페이지는 더 늘었고 ‘폐지 게임’들만큼 수급하는 아이템의 수도 많으므로 정말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긴 합니다. 정리가 쉬워 보이진 않지만 눈에 잘 들어오는 화면 구성도 아니어서 원하는 기능과 기술을 찾는 것도 번거롭고요.
장비의 옵션 화면은 이전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단순하게 확장해 아쉬웠습니다.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개발 효율까지 고려하면 좋은 선택이겠지만, 큰 변화를 준 시스템인 만큼 과감히 개편해 직관성을 높일 필요도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 총 14가지의 무기는 각각 세부 스킬들을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다.

▶ 스킬의 관리 화면은 사용성도 아쉽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 장비 화면은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타일만 추가했다.
# 오픈 필드에서의 짜임새 좋고 알찬 탐험
그래도 큼지막한 새로운 시도가 더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션을 반복하는 것만이 아닌 탐험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오픈 월드 스타일의 구성입니다.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거쳐 준비됐다는 판단이 들면 강적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도, 내키는 대로 나아가며 새 발견을 하고 진행도가 높아지면 다른 수집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쾌적한 연속성, 주의 깊은 탐색과 순차적으로 해금되는 수호령 능력으로 숨겨진 길을 찾는 성취감,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유용한 보상과 배경과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고 적당히 흥미를 주는 서브 미션까지 탐험을 이루는 많은 요소들이 매끄럽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인왕>다움은 ‘지옥’ 콘텐츠로 더했습니다. 지옥은 메인 퀘스트에서 진입할 수 있는 큰 던전과 자유 탐험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전장들인데요. 피해를 입으면 최대 체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디버프를 받지만, 이곳에서 획득한 무기를 계속 사용해 애용도를 높이면 고유한 무기 스킬을 얻을 수 있어서, 소소한 긴장감과 파밍의 재미를 더하는 부분이었습니다.
▶ 여러 시대로 나뉜 오픈 필드에서 수집품을 모으며 성장할 수 있게 됐다.
▶ 이전처럼 미션을 재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며, 사이드 미션도 주어진다.
▶ 지옥에서 얻을 수 있는 지옥 무기는 애용도를 높이면 고유한 스킬을 얻을 수 있어 파밍의 재미를 주는 요소.
# 총평
<인왕 3>는 크고 작은 부분에서 많은 개선을 이뤘지만, 파밍 시스템과 액션의 기본 스타일에서 이전 시리즈의 디자인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더 복잡해지기만 한 메뉴 화면의 구성이나 새 지역의 설렘을 주지 못하는 평이한 비주얼은 오히려 전보다 아쉽기도 하고요.
하지만 손이 허투루 바쁘지 않은, 경쾌하고 다채로운 액션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두 가지 스타일이 되어 두 배의 재미로 거듭났습니다. 비교적 단조롭고 반복적이던 진행 과정도 쾌적한 오픈 필드에서 탐험으로 성장의 과정을 크게 발전시켰고요. 비록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액션과 그 무대가 되는 필드에서의 경험을 높은 완성도로 다듬어 냈기에 다른 단점들은 사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기민한 조작감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손맛부터 길 잃은 고다마들에게 친절을 베풀며 느끼는 뿌듯함까지, 이번 시간 여행은 꽤 야무져서 출발한다면 한참은 돌아오기 어려울 겁니다.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