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24.2%, 로블록스 -13.17%, 테이크투 -7.93%
지난 금요일 나스닥 주요 게임주들이 일제히 무너지며 큰 충격을 주었다. 구글 딥마인드가 발표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지니’ 때문이었다.
AI가 제작 공정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투자 자본이 게임사에서 AI 원천 기술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기존 엔진의 위상을 위협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뒤흔든 ‘지니’는 과연 무엇일까?
# 실시간으로 환경을 예측하는 범용 월드 모델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젝트 지니’는 지니 3와 나노 바나나 프로,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월드 모델이다.
수동으로 설계된 정적인 3D 공간을 불러오는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이 물리 법칙과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주변 환경을 즉석에서 예측하고 생성해 내는 것이 핵심이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시바견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 세계 생성 과정을 예시로 들었다. 이용자가 환경 프롬프트에 '야생화가 핀 알프스 초원과 통나무집'을 입력하고, 캐릭터 프롬프트에 '3인칭 게임 시점의 시바견'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스케치 생성을 실행하면 입력 정보를 바탕으로 세계의 근간이 될 시각 이미지가 마련된다. 이어지는 세계 생성 단계를 거치면 단순 영상 생성을 넘어 사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 완성된다.
▶ 환경 프롬프트와 캐릭터 프롬프트를 입력해 스케치를 생성한다. (출처: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 생성한 스케치를 토대로 가상 공간을 만든다. (출처: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 WASD 또는 방향키를 조작해 가상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출처: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 프로젝트 지니 공개 후 요동친 게임 시장
기술 공개 당시 시장은 이미 AI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태였다.
1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의 분기 실적 발표가 그 도화선이었다. 지능형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29%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직전 분기 성장률 40%보다는 둔화된 수치였다. 이를 기점으로 AI 버블론이 힘을 받아 관련주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이에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며, 금속, 암호화폐 시장에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이 일어나 자산 시장에 큰 변동이 생겼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 지니의 등장은 게임 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했다. 발표 직후 유니티 주가는 24.2%, 로블록스는 13.17%, 테이크투 인터랙티브는 7.93% 급락했다.
▶ 유니티의 주가 차트 (일봉)
▶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주가 차트 (일봉)
특히 엔진 기업 유니티의 급락은 프롬프트만으로 가상 세계를 생성하는 기술이 기존 개발 플랫폼의 희소가치를 낮출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다.
시장은 이를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닌, 코딩과 렌더링을 거치는 전통적 제작 체계를 근본적으로 대체할 기술로 받아들였다. AI 기반의 예측·생성 방식이 기존 개발 공정의 효용성을 무력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당일 시장을 휩쓸었다.
이후 시장의 대응은 명확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며 현재까지도 심화되고 있다. 유니티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AI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을 확신하는 이들은 원천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한 구글을 매수하고 있으며, AI가 인간 고유의 설계와 커뮤니티적 유대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들은 강력한 이용자 생태계를 확보한 로블록스 등을 매수하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 로블록스의 주가 추이 (2월 3일자 5분봉)
# 전문 인력 대체는 시기상조라는 현장의 목소리
게임 개발 현장의 전문가들은 시장과는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가 폭락이 게임 개발의 고유한 복잡성과 공학적 한계를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프로젝트 지니는 초기 연구 단계인 만큼 성능 면에서 뚜렷한 제약을 보인다. 현재 생성 가능한 가상 세계 분량은 60초 수준이며, 시각적 품질 또한 720p 해상도와 초당 24프레임(fps) 출력에 머물러 있다.
특히 캐릭터 조작 시 발생하는 응답 지연은 실시간 상호작용을 매끄럽게 구현하기에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이 있다.
유비소프트의 요니 다얀 제작 총괄은 이처럼 불안정한 영상에 막대한 시가총액이 증발한 사태는 투자자들이 게임 개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4K 해상도와 실시간 광원 효과가 보편화된 시장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지속 시간과 낮은 화질로는 유의미한 몰입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격차는 결국 '기획'이라는 본질적 한계로 이어진다. AI 기반 스토리텔링 플랫폼 스토리그라운드의 앤드류 그린 CEO는 설계가 결여된 공간은 게임으로서 가치가 없음을 강조하며, 물리 법칙과 서사 밸런스는 정교한 기획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고서머 컨설팅의 에릭 크레스 대표 역시 과거 구글이 ‘스테디아’를 통해 겪은 실패를 상기시키며, 기술적 우위가 AAA급 대작의 완성도나 생태계 운영 노하우를 단번에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프롬프트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영역을 강조한 앤드류 그린 CEO. (출처: 앤드류 그린 링크드인)
한편 이번 프로젝트 지니의 모태가 된 초기 모델 ‘지니’는 지난 2024년 3월 110억 개의 매개변수와 20만 시간 이상의 플레이 영상을 학습한 형태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이미지 한 장으로 2D 플랫포머 게임을 생성하던 실험적 수준의 기술은 2년 만에 3D 공간의 물리 법칙을 스스로 시뮬레이션하는 ‘지니 3’로 비약적인 고도화를 이뤄냈다.
불과 2년 만에 평면에서 공간으로 진화하며 게임 시장을 뒤흔든 만큼, 향후 구글이 업계의 회의론을 확신으로 바꿀 만한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4년 발표한 인공지능 '지니'가 생성한 2D 플랫포머. (출처: 구글 딥마인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