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대사처럼, 기자 역시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빈말이 아니다. 지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원웨이티켓 스튜디오의 신작, <미드나잇 워커스>를 정말로 해봤기 때문이다.
당시 <미드나잇 워커스>에선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력한 좀비들이 수많은 참가자를 좌절시켰고, 기자 또한 그 좀비 소굴에서 수없이 바닥을 굴렀던 ‘초보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호되게 당해놓고 왜 또다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냐고? 과연 게임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발진이 지난 테스트의 혹독한 피드백을 수용해 칼을 갈았다고 선언했으니, 그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기대를 품고 다시 한번 좀비 소굴에 몸을 던졌다.
자, 여기 다시 돌아온 경력직(?) 참가자의 시선으로,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여전한지 낱낱이 파헤쳐 봤다.
▶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대를 안고 다시 빌딩 안에 발을 들였다.
# 어떤 게임인가?
<미드나잇 워커스>는 좀비들로 가득 찬 고층 빌딩에서의 생존을 다룬 게임이다. 정체불명의 주최자가 개최한 이 잔혹한 데스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오직 부와 명성을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건물을 탐험하며 장비와 아이템을 수집하고, 살아서 탈출하면 획득한 전리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전형적인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다. 서두부터 게임의 설정을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게임쇼’라는 설정이 시스템 전반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익스트랙션 슈터가 넓은 평지의 구조물과 자연경관을 무대로 했다면, 이 게임은 16층 규모의 수직적인 건물을 배경으로 삼았다.
마치 백화점처럼 층마다 다른 테마를 가진 이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 하나둘씩 폐쇄되어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 시간이 지나면 무작위 층에 독가스가 살포되어 해당 층이 폐쇄된다.
무기 또한 게임쇼의 취지에 맞게 엄격히 통제된다.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무기는 고철을 모아 만든 조잡한 근접 무기가 대다수다.
자연스럽게 게임은 근접 전투 위주로 흘러가는데, 무기를 휘두르는 궤적에 따라 피격 판정이 달라지는 등 디테일이 살아있다. 각 무기의 사거리와 모션을 파악해, 거리 조절과 회피를 적절히 섞어가며 싸우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주최 측의 악취미적인 결정에 따라 건물 전체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발 딛는 모든 곳에 좀비가 도사리고 있고, 운이 나쁘다면 다른 참가자와 조우해 목숨을 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처절한 사투 끝에 무작위로 열리는 탈출 포드를 스캐너로 찾아내 탑승해야만 비로소 생환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기본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이번 얼리 액세스 빌드에서 달라진 점을 이야기할 차례다. 기자는 앞서 진행된 스팀 넥스트 페스트 빌드는 솔로로, 이번 얼리 액세스는 3인 스쿼드로 플레이했다.
이를 통해 이전 솔로 플레이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와 새로운 재미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 가방 두둑이 물건을 챙겨 탈출!
# 확실히 달라졌다, 긍정적으로
지난 스팀 넥스트 페스트 당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게임 내내 마주쳐야 하는 좀비들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겨운 전투 끝에 얻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이번 얼리 액세스 빌드에서는 전반적인 난이도가 크게 완화된 것이 체감됐다. 흔히 마주치는 일반 좀비들의 TTK(Time-to-Kill, 처치 소요 시간)가 적당하다고 느껴질 수준까지 단축되어 쾌적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물론 모든 좀비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지난 데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좀비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플레이어를 감지하면 맹렬히 달려오는 러너, 마주치면 비명부터 지르는 하울러, 아무리 때려도 “눈도 깜짝 안하는” 라이엇 좀비 등이 그 주인공이다.
▶ 아무리 때려도 "눈도 깜짝 안하는" 라이엇 좀비. 문 부수고 나올 때 깜짝 놀랐다.
이들의 등장으로 좀비의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됐다. 일반 좀비들은 플레이어의 탐색과 파밍을 방해하는 장애물 역할을, 특수 좀비들은 주요 파밍 지역을 배회하며 방심한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낮추되, 리스크에 걸맞은 리턴을 배치해 플레이어의 도전을 유도하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이러한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신규 모드인 ‘서바이벌’이다.
아이템 레벨 제한이 있는 ‘루키’ 모드가 초보자 채널이라면, 서바이벌 모드는 무제한 자유 채널이다. 고등급 장비로 무장한 풀템 유저와 최소한의 장비만 걸친 알몸 유저가 한자리에 모이는 정글 같은 곳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진짜 매력은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 먹을 거 없어요! 살려주세요!!
서바이벌 모드에는 보상이 적다는 이전 피드백이 무색해질 정도로 가치 있는 전리품이 도처에 깔려 있다. 녹색 등급 아이템은 기본이고, 운이 좋다면 보라색 아이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강력한 특수 좀비들이 즐비하기에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 살아서 돌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만, 높은 위험도와 충분한 보상이 맞물리다 보니 플레이어들이 굳이 무리해서 층을 이동하지 않는 경향도 생겨났다.
덕분에 기본 장비만 입고 입장해 빠르게 아이템만 챙겨 탈출하는 소위 ‘도끼런’ 플레이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아, 리스크 없이 누리는 “책임 없는 쾌락”의 달콤함이란!
이 외에도 근처 캐비닛에서 좀비가 튀어나온거나 특정 구역 입장 시 문이 닫히며 좀비 떼가 쏟아지는 함정 등 긴장감을 높이는 이벤트가 다수 추가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지난 데모와 비교하면 <미드나잇 워커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져 있었다.
▶ 도끼런 중에 만난 고인물. 공격 한 번 없이 비밀 금고를 열어서 귀중한 아이템을 나눠줬다.
# 숙제처럼 남은 놓쳐버린 것들
분명 ‘좋아진 것’은 맞지만, 얼리 액세스 단계부터 “이 게임은 완벽하다 ”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 게임을 꽤 재미있게 즐긴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아쉬운 부분도 눈에 많이 보이는 편이다.
특히 3인 스쿼드로 플레이하며 겪은 문제들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스쿼드의 탈출 시스템이다.
팀원 모두가 협력해 사선을 뚫고 탈출 포드를 찾았는데, 야속하게도 포드는 1인용이었다. 포드 앞에서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생존자를 정하라는 것일까?
보통의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가 탈출 구역 내 모든 팀원을 생환시키거나, 인원수에 맞게 일회성 탈출구를 열어준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개발사는 긴박한 상황에서 누가 탈출할지 논의하고 양보하는 ‘인간적인 드라마’를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힘들게 찾은 포드에 냅다 머리부터 집어넣는 아군을 보고 있자면, 남아있던 인류애마저 잃게 될 뿐이다.
▶ 사람은 둘, 탈출 포드는 하나. 뭐,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누가 나갈지 결정해야 하나...
애초에 누굴 탈출시킬지 논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인게임 보이스를 제외하면 팀원과 소통할 수 있는 비언어적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 기능은 아예 없고, 핑 시스템은 단순히 지점을 찍는 수준에 그친다. 하다못해 그 유명한 ‘돈 슛(Don't Shoot)!’ 제스처라도 넣어줬다면 게임의 양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최적화와 버그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권장 사양을 상회하는 PC 환경임에도 최하 옵션에서 스터터링(버벅거림)이 지속될 정도로 최적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매치 시작이나 종료 시 클라이언트가 완전히 멈춰 로비 화면조차 보지 못하고 게임이 시작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버그역시 존재한다 처치된 좀비가 T자로 벌떡 서는 버그는 애교 수준이다.
▶ 3D 게임을 대표하는 T자 버그는 기본
▶ 스쿼드 멤버들이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 버그도 있다.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세계관을 게임 내에 제대로 녹여낼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좀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거대한 데스 게임의 배후는 누구인지, 건물 밖 세상은 어떤지 설명이 전무하다. 그저 유쾌한 느낌만 내는 분위기와 단편적인 연출로 퉁치고 넘어갈 뿐이다.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몰입감은 핵심 요소이며, 디테일한 내러티브는 이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경쟁작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드나잇 워커스>는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데 부족한 면이 있는 건 아닌지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 싶다.
▶ 그래서 선생님은 누구신가요...?
<미드나잇 워커스>가 기성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확실한 개성을 지닌 게임임은 분명하다. 이 게임 특유의 맛이 취향에만 맞는다면, 누구보다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문제들이 이번 얼리 액세스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라면, 데모 버전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직관적이지 못한 UI, 기이한 조작감, 부족한 편의성 같은 부분들 말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개발진의 개선 의지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패치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로드맵도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것을 위한 얼리액세스라는 것을 보여주 듯.
<미드나잇 워커스>는 이제 막 얼리 엑세스 첫발을 내디딘 미완의 작품이다. 하지만 가능성만큼은 확실하게 증명했다. 앞으로 꾸준한 개선을 통해, 쟁쟁한 익스트랙션 슈터 강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