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전략 디펜스 게임 <명일방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하이퍼그리프가 '그리프라인'(GRYPHLINE)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신작을 선보였다. 지난 1월 22일 서비스를 시작한 <명일방주: 엔드필드>(이하 엔드필드)가 그 주인공. 모바일과 PC, 심지어 PS5에서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의 게임이며, 원칙적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라이브 게임이지만, 캐릭터 뽑기(가차) 기반의 BM을 가진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수준 높은 고퀄리티 비주얼과, 풍부한 콘텐츠, 무엇보다 전작 <명일방주>의 IP를 뒤를 잇는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의 실체는 어떠할까?
# '전선 깔고', '공장짓는' 게임
<엔드필드>는 게임의 큰 구성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 기반의 '오픈월드 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캐릭터 수집(주로 뽑기) → 캐릭터 육성(재화 파밍) → 오픈월드 탐색 → 퀘스트 클리어 → 스토리 감상 → 다음 필드로 이동'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이는 <원신>이나 <명조: 워더링 웨이브> 같은 기존 라이브 서비스형 오픈월드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엔드필드>는 저 흐름의 중간에 각종 아이템의 '생산'과, 그 생산을 자동으로 문제없이 구축해야 하는 일종의 '공장 시뮬레이션' 요소가 있다는 것이 차별화된다. 그것도 단순한 곁다리 요소가 아니라, 사실상 <엔드필드>의 '메인 콘텐츠', '핵심 재미요소'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공장 건설'은 쉽게 말해서 <커맨드 앤 컨커>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일꾼, SCV 시점(...)에서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필드에는 다양한 '광맥'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채굴기를 설치해서 각종 광석을 채집해야 한다. 이렇게 채집한 광석을 '여러 공정'을 거쳐서 다양한 생산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생산 시설을 '어떤 식으로' 배치하느냐, '어떻게 생산 라인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원활한 생산'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식으로 생산한 생산품은 NPC에게 팔아서 이득을 얻을 수 있거나, 향후 게임 진행에 활용하게 되기 때문에 소홀이 할 수 없다.
광석을 캐고 싶다면 채굴기를 설치하고,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필드 곳곳에 '중계기'(전신주)를 설치하고, 전선을 연결해야 한다.
전선은 '80m'로 길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중계기를 설치하고, 또 전선을 연결할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심지어 이런 '공장 건설'은 메인 스토리의 진행 단계에 따라 '새로운 시설'이 해금되는가 하면, 기존 보다 훨씬 효율적인 생산 매커니즘, 혹은 도전 과제가 차근차근 해금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생산 라인 구축했으니 끝'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끊임없이 '건설한 생산 라인을 갈아 엎고' → '새로운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 '상위 매커니즘이 해금되거나 새로운 필드가 나오면 다시 갈아 엎고' → '또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의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필드 탐색이나 전투 콘텐츠, 각종 메인 스토리 진행보다 이 '공장 건설 시뮬레이션'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플레이어는 설정상 엔드필드 공업의 '관리자'지만, 실제 게임에서 하는 일을 보면 공사 건설 현장 반장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엔드필드>의 '공장 건설' 자체는 다른 샌드박스형 공장 게임과 비교해봐도 충분히 '시뮬레이션 게임' 으로서의 재미가 좋다는 것이다.
<팩토리오> 같이 진짜 제대로 된 샌드박스형 공장 게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라이트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풀 3D의 아름다운 비주얼로 자신의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다른 공장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엔드필드>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완벽하게 효율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실제로 이를 달성하면 충분한 쾌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공장 게임,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미는 충분히 제공한다.
# 테마파크 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게임
<엔드필드>는 '공장 건설' 이라는 핵심 콘텐츠 외에도 게임 내에 정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RPG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탈로스 2' 행성의 필드를 누비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게 된다. 일종의 '퍼즐' 형태의 미니 게임도 존재하고, 갈 수 없는 길을 돌파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도 있고, 미지의 적과 만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오픈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필드 탐색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적들과 마주치고, 또 강력한 적들과의 전투 콘텐츠도 다수 준비되어 있다. '보스와의 전투' 같은 경우에는 단순하게 칼을 휘두르고, 스킬만 연타한다고 끝이 아니다. 보스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하고 기믹에 따른 '공략'도 진행해야 한다.
게임의 전투는 최대 4명의 캐릭터들이 한 필드에 동시에 나오고, 플레이어는 이 중 한 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형태다. <엔드필드>에서 전투는 이들 4명의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적에게 '상태 이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각종 스킬을 '연계'하는 형태인데, 꽤나 전략적이고 유저들에게 계속해서 머리를 쓰게 한다.
무언가 빠른 속도의 쾌감 넘치는 전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다양한 전투 시스템과 기믹을 제대로 활용해서 적을 물리칠 때의 '손맛'은 충분히 평균 이상은 한다.
'패링', '적의 강력한 공격을 끊기' 같은 여러 전투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고, 꽤나 손맛이 좋은 전투를 선보인다.
고퀄리티의 비주얼로 선보여지는 스킬 컷신
이 밖에도 <명일방주> 같은 전략 디펜스 게임을 '3D로 즐기는' 느낌을 주는 디펜스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는가 하면, 일종의 '로그라이크'형 도전 콘텐츠에, 다른 유저들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 기능까지. <엔드필드>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할까? 현재 게임은 크게 보면 '4번 협곡'과 '무릉'까지 2개의 지역이 오픈 되어 있는데, 모든 콘텐츠를 충실하게 즐긴다면 10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이 정기적으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라이브 게임'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즐길 거 많고, 할 거 많은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명일방주> 전작을 3D 시점으로 즐기는 듯한 디펜스 게임
<다크소울> 같은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다른 유저들과의 상호작용' 시스템들도 존재해서 소소한 재미와 분노(?)를 선사한다. 예로부터 남의 말은 믿을거 하나도 없다고 했다.
# 참을수 없는 '불편함', 그리고 '복잡함'
<엔드필드>는 게임 속에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콘텐츠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매일 매일 해야 하는(이른바 숙제)도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다. 문제는 플레이어가 즐겨야 하는 여러 콘텐츠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며, 무엇보다 유저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알람에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기는 하는데, 문제는 현재 플레이어가 있는 필드에서의 해야 할 일만 알려준다. 그래서 모든 필드를 한 번씩 방문해서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체크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숙제'에 대한 편의성 문제다. 이 게임은 매일 매일 유저가 접속하면 챙겨야 하는 콘텐츠만 살펴봐도 '재활용 센터', '물자관리', '제강호 생산시설 관리 및 채집', '디펜스 게임', 여기에 자기 '생산시설 관리' 등등. 정말 해야 하는 '숙제'가 많고 복잡하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숙제(심지어 게임에서는 '업무'로 표현한다)를 '한 눈에' 현황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유저들이 하나하나 어디에 무슨 콘텐츠가 있었는지 '기억해 뒀다가', 해당 숙제를 해야 하는 지역을 일일이 방문해서 해결해야 한다. 최소한의 편의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최신 라이브 게임에 비하면 너무나도 복잡하고, 또 귀찮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필드를 빠르게 돌아다닐 수 있는 '집라인'을 곳곳에 설치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사실 대부분의 '숙제'는 굳이 매일 매일 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매일 매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생산라인 구축' 또한 이런 방식의 공장 게임, 혹은 유사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본 유저라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완전 초보자'들이 익숙해지기에는 가이드가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내가 왜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짜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유저들이 초반에 방향을 잃고 헤맬 수가 있다.
기타 게임을 해보면 자잘한 부분에서도 '불편한 점', '귀찮은 점'. 조금만 신경썼으면 얼마든지 유저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점' 들이 많이 노출된다.
공장을 건설하면서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라'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일종의 튜토리얼 모음집인 '시뮬레이션'을 던져주고 유저들이 스스로 '알아야 하는' 식으로 가이드를 해준다.
남이 만든 생산 시설을 그대로 '카피+페이스트'로 손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청사진' 시스템. 문제는 게임 내에서는 다른 유저들과 청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외부 사이트를 통해 '코드'를 일일히 받는 수 밖에 없다.
'어딘가' 생산 라인에 문제가 생겨서, 생각한대로 생산이 안된다? 그러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시스템이 알려주...지 않는다. 하나하나 일일이 점검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다.
집라인에 탄 상태에서는 '맵'을 띄울 수가 없어서 가야 하는 지점의 방향을 일일히 외우고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정작 열심히 이동했더니 '이 길이 아닌가봐?' 하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심지어 이런 게임의 '불편함'과 '복잡함'은 BM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게임은 '캐릭터 뽑기' 중심의 유료 과금 모델을 선보이는데, 문제는 단순한 '캐릭터 뽑기' 그 자체만 봐도 직관적이지 않고 유저들이 일일히 '해석'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게임 대비 이 게임의 '과금 부담'이 낮냐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유저들에게 비호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게임의 '캐릭터 뽑기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모든 설명을 꼼꼼히 읽고 해석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싸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게임의 '스토리'와 서사. 이 게임은 굳이 분류하면 '서브컬처' 지향의 게임이고, 실제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문제는 전작인 <명일방주>도 그랬지만, 소위 '개발자들만 아는' 어려운 고유명사와, 오직 이 게임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가 난무한다는 것.
<엔드필드>는 분명 정상적이라면 '스토리'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인해 게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게이머 입장에서는 '스토리' 그 자체도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게임 초반부에는 '기억을 잃은 주인공'에게 너무 과도할 정도로 설명을 남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킵을 찾게 만든다.
그나마 전작보다 나은 점은 이 게임은 3D 게임이라,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여러 상황에 대한 묘사를 텍스트가 아닌 비주얼로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나마' 상황 자체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캐릭터의 비주얼이나 연출은 2026년 최신 게임다운 고퀄리티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있는 게임' 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좀...
# 진입장벽을 넘기는 힘들지만, 일단 넘어가면 무섭게 '몰입'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엔드필드>는 '진입장벽'이 무척이나 높고, 게임 자체도 복잡해서 익숙해지기 어려운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원신>이나 <명조: 워더링 웨이브> 같은 게임을 기대하고 온 게이머라면 게임 초반부에 '배신당했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기존 게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앞에서 테마파크 게임이라고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섞어서는 안 된' 콘텐츠들을 섞은 게임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
워낙 배울 것이 많은 게임이기 때문에, 극초반 '튜토리얼' 구간만 수시간이 넘어간다.
하지만 이런 진입장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생산라인을 짜는 재미', 필드 곳곳에 중계기와 집라인을 설치하고, 필드를 개척하는 구간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엔드필드>는 굉장히 무섭게 '몰입할 수 있는' / '재미 있는' 게임으로 변모한다.
"아니, 분명 완벽하게 생산라인을 설계했는데 이게 왜 안 되는데?! 다음에는 이렇게 시도해봐야지" ← 이 과정이 '귀찮다', '어렵다'가 아닌, '재미있다'로 느껴진다면… 축하한다 어쩌면 <엔드필드>는 당신의 인생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익숙해진 이후에도 '불편함'은 가시지 않지만, 그래도 <엔드필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이기 때문에 향후 업데이트 등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