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타이베이게임쇼는 닌텐도와 서브컬처 팬덤의 축제였고, 일본 스팀 게임 퍼블리셔들의 진격의 장이었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B2C 체감 밀도는 지난해 지스타를 압도했다. B2C와 B2B가 한 자리에서 열릴 정도로 위축됐던 타이베이게임쇼는 확실히 부활했다. 게임사 참여와 관람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위기의 지스타’가 벤치마크해야 한다. /타이베이=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콘솔과 서브컬처 팬덤의 축제
닌텐도는 타이베이 게임쇼에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객원기자가 “체감 상으로는 닌텐도가 절반이 넘었다”고 했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IP를 가진 이 게임사는 4년 연속 대만 게임쇼에 참여하며 매년 공간을 키워왔다. 신작 발표보다 기존 유명 IP를 즐기는 방식으로 대만의 팬들을 배려했다.
저스트단(Justdan), 에이서 게이밍(Acer Gaming) 등 대만 유명 게임 총판 및 퍼블리셔들도 일본 콘솔 게임 타이틀을 들고 나왔다. 일부에는 캡콤(Capcom)도 게임쇼에 나왔다고 했지만, 캡콤이 직접 부스를 낸 게 아니라 “저스트단이 취급(유통)하는 캡콤 타이틀을 전면에 세운 형태”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보다 일찍 선진국이 된 대만에는 콘솔 게임 유저들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시장이 작아, 일본 게임사들은 지사보다는 현지 유통사를 통해 시장을 공략해왔다.
가장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고 발길을 모은 것은 서브컬처 게임이었다. 트라이펄게임즈 정만손 대표는 한 문장으로 타이베이게임쇼를 설명했다. “대만게임쇼는 서브컬처게임으로 가득.”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대만은 한국과 달리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 일본 식민지 시기 전후에 있었던 청나라와 국민당 정부의 압제가 너무 가혹해서 일본 식민지 시절에 대한 평가가 한국과 다를 수밖에 없다.
대만 국적기 에바항공(EVA Air)에 헬로키티(Hello Kitty) 비행기가 등장할 정도로, 대만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서브컬처 게임이 흥할 수밖에 없는 토양이다.

중국산 게임들은 양안 관계 악화로 중국 본사 브랜드가 아니라 해외 퍼블리셔/로컬 브랜드 간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눈에 띄었다. 니지겐(NIJIGEN) 부스에서 <명조: 워더링 웨이브>, <아주르 프로밀리아> 같은 중화권 기대작이 '로컬 쇼케이스'처럼 배치되는 장면이 그랬다.
한국 쪽에서는 <브라운더스트2>와 <스타세이비어> 같은 서브컬처 타이틀이 존재감을 보였다. 대만이 일본 문화와 닮은 점 중 하나는 성인 문화에 대한 관대함이다. 대만에는 성인게임이 발달해 있다. 타이베이게임쇼 행사장 코스플레이 모델의 노출 수준도 지스타 초창기 느낌이 났다.


한국 게임사들의 대만 공략법
<브라운더스트2>의 부스와 <스타세이비어> 부스에 대만 서브컬처 팬들이 몰렸다. <브라운더스트2>는 2024년 4월에 등급 상향(성인 인증이 필요한 방향) 노선을 공지하며 타깃을 더 명확히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듯, 화끈한 코스플레이 모델로 카메라 플래시를 유도했다. 지난해 AGF 때처럼 등에 매는 노란색 가방을 나눠준 <스타세이비어>도 2026년 3월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타이베이게임쇼를 첫 오프라인 무대처럼 활용하며 대만 게이머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인이 세운, 대만 최대급 게임 퍼블리셔 해피툭(HappyTuk)은 한국 라운드원 스튜디오(Round1Studio)이 개발한 야구 게임 <스트롱 히트: 올 인>(Strong Hit: ALL IN)을 들고 나왔다. 라운드원 스튜디오는 <마구마구> 개발진 출신이 주축으로 설립한 개발사다. 대만 프로야구 공식 라이선스를 확보해 대만 야구 시장을 잡는다는 목표다. 대만에서 야구가 차지하는 위상은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타이베이 중심가에 타이베이 돔(Taipei Dome) 같은 돔구장을 세울 정도다.

넷마블은 소니(SIEK)와 협력을 통해 에이서 게이밍(Acer Gaming) 부스에서 PS5 버전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선보였다. 최근 한국 메이저 게임사들이 크로스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넷마블은 이번 게임쇼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Top5 게임사였다.
그와 함께 넷마블은 타이베이게임쇼에서 <뱀피르: 블러드 인헤리터> 기자회견을 열고 대만 출시일(2026년 3월 11일)을 공개했다. ‘리니지라이크’ 시장을 놓고, 대만에서 화제를 모으는 <리니지 클래식>과의 정면승부 구도도 더 선명해졌다.
<리니지 클래식>은 2월 7일 프리 서비스(사전 공개 성격)를 시작하고, 2월 11일 월정액 과금 전환을 예고하며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타이베이게임쇼 기간 기자가 대만에서 유튜브를 켜면 <리니지 클래식>이 초기 추천 영역을 체감 상 절반 이상 빈번하게 점유했다.

인디 부스에 진격한 일본 스팀게임 퍼블리셔
대만에는 큰 게임 개발사가 없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시프트 이후 많은 개발자들이 급여가 훨씬 높은 중국 회사로 이동했다. 수많은 게임사가 도산하거나 사업을 변경했다. 그후 대만 게임 개발 씬을 이끄는 주역은 <반교>(Detention)의 레드캔들 게임즈(Red Candle Games)나 <오퍼스>(OPUS)의 시그노(SIGONO) 같은 인디게임 스튜디오다.


하지만 올해 타이베이게임쇼 인디게임 공간의 주역은 일본 스팀 게임 퍼블리셔들이었다. 슈에이샤 게임즈(Shueisha Games), 피닉스(Phoenixx), 파르코 게임즈(PARCO GAMES), 포켓페어 퍼블리싱(Pocketpair Publishing) 같은 일본 퍼블리셔들이 상대적으로 대형 부스를 통해 적극적인 브랜딩에 나섰다.


여기에 플레이즘(PLAYISM)까지 더해지며, 일본 퍼블리셔 부스가 인디 공간의 표정 자체를 바꿔 놓은 느낌이 강했다. 이들의 라인업은 ‘일본 게임’보다 ‘해외 게임’이 더 많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추후 다시 다룰 예정이다.
한국 인디게임들도 타이베이게임쇼에 적극 나섰다. 스토브는 메인 스폰서로 참가하며, 현장 부스에서 <골목길: 귀흔>, <폭풍의 메이드>, <사니양 연구실>, <과몰입금지2: 여름포차>, <아키타입 블루>,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 등을 전시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태그를 달고 <슬레이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502호>, <스페이스 리볼버>, <글러트니>가 출전했다. BIC는 타이베이게임쇼와 부스 공간을 서로 무상 지원한다.

타이베이게임쇼 인디 공간은 참가비 문턱이 낮다. 카셀게임즈, 공감오래콘텐츠는 "약 200만 원" 정도의 부스로 출전했다. ‘인디 하우스’의 쇼케이스 스탠드 패키지 중심으로 구성돼, 소규모 팀도 현실적으로 도전 가능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페퍼스톤즈, 웨이웨이, 스카고게임즈, 밀크엠파이어, 월넛펀치, 프로젝트모름, 콘코드, 이키나게임즈, 비아 스튜디오 등 한국 팀도 이런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
한국 인디게임 개발사들은 쇼케이스 스탠드는 “얼리버드는 약 25만 원, 정상 가격은 약 50만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금액 부담이 낮아지면, 해외 행사 경험이 적은 팀도 “한 번쯤 도전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그리고 이런 해외 쇼케이스가 계약과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스튜디오BBB는 지난해 이곳에서 만난 일본 퍼블리셔와 <모노웨이브>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 그 회사(피닉스) 부스에 전시됐다.

기타: 수상, 중국, 그리고 파티
타이베이게임쇼 인디 게임 어워드 2026에서 한국 인디 타이틀 <그레이테일>이 최우수 모바일게임 부문을 수상했다.
양안 관계 악화로 중국 게임사들의 모습은 확실히 줄었다. 기자가 참가한 전 세계 게임쇼 중 중국의 존재감이 가장 낮았다. 대신 일본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행사 첫날 두 개의 큰 파티가 열렸다. 해피툭(HappyTuk)이 연 파티에는 주로 한국 게임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노래방 기계를 대여했고, 노래를 부르면 위스키 한 병을 제공했다. 타이베이게임쇼 공식 파티는 앱스플라이어(AppsFlyer)와 엑솔라(Xsolla)가 후원했다. 파티에 참석한 한국 게임인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나왔다.
“지스타도 이런 건 좀 배웠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