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혼합 현실(MR) 시장 진출을 두고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하는 것은 차라리 너그러운 편이다. 실제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퀘스트 헤드셋을 담당하는 하드웨어 부문과 다수의 게임 스튜디오를 포함하고 있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은 2025년 12월 31일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 191억 9,000만 달러(약 27조 6,393억 원)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또한 전년 대비 12%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로써 리얼리티 랩스가 지난 6년간 기록한 누적 적자만 약 835억 5,000만 달러(약 120조 3,370억 원)에 달하게 됐다. 연도별 손실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0년 66억 2,000만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2022년 137억 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결국 190억 달러를 돌파하며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023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인정하면서도 리얼리티 랩스가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한 매우 장기적인 베팅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의 베팅이 옳을지 장담할 수 없다던 당시 발언은 오늘날 메타의 부진을 예고한 복선이 되어 돌아왔다.
실제로 리얼리티 랩스 내부에서 해고는 이미 일상이 된 분위기다. 메타는 장기 계획이 순항 중이라고 설명해 왔으나, 정작 이면에서는 정기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여왔다.
심지어 최종 실적 발표를 불과 몇 주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도 리얼리티 랩스 소속의 VR 스튜디오 여러 곳을 폐쇄하며 정리 작업을 이어갔다. <아스가르드의 분노> 개발사 산자루 게임즈와 <바이오하자드 4 VR>의 아마추어 스튜디오 등이 그 대상이다. <배트맨: 아캄 섀도우>를 개발한 카모플라주 역시 대규모 해고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러한 행보는 메타의 전략적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잔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VR의 소비자 보급 속도가 일반적인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디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메타는 올해 VR과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대신 AI 안경을 필두로 한 웨어러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여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의 모멘텀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메타의 10-Q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리얼리티 랩스는 향후 운영 비용의 약 70%를 AI 안경 등 웨어러블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퀘스트 헤드셋을 포함한 VR 부문에는 30%만 배정할 계획이다.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올해 손실액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올해를 적자의 최고조로 보되, 이후부터는 점차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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