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콘코드>."
작년 12월 깜짝 공개돼 1월 27일 출시된 신작 FPS <하이가드>에 대한 평가는 위의 말로 굳어가는 모양새다. 그래서 호기심이 들었다.
사실, <하이가드>의 트레일러를 TGA에서 봤을 때부터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배틀로얄 FPS의 전설 <에이펙스 레전드>의 개발진이 참여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게임에 '탈 것'이 등장한다는 점, 세 번째는 공성전과 비슷한 모습의 교전이 등장해 "과연 어떤 시스템을 가진 게임일까? 새롭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녹여낸 신작 FPS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출시되면 한 번쯤 플레이해야겠다고 마음 정도는 먹어 둔 상태였다. 신작 FPS는 거의 플레이해 보는 편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플레이해 본 결과, 적어도 <콘코드> 급의 망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플레이해 본 <콘코드>는 그야말로 '게으르면서도 자만심만 넘치는' 게임이었다.
'이거 할 시간에 차라리 <데스티니 2> 복귀해서 시련의 장이나 도는 게 낫겠다' 싶은 슈팅 감각, 개성 없는 캐릭터,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게임 모드, 그리고 마치 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굴던 스토리 장치와 시즌 패스까지... <콘코드>를 보며 느꼈던 "도대체 뭐 이런 게임이 다 있지?"라는 황당함은 <하이가드>를 플레이하는 동안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하이가드>의 개발진은 인터뷰에서 "우리 게임은 반드시 뜬다"는 태도로 거들먹거린 적도 없다.
▲필자는 <콘코드>를 해 봤다. 이 게임은 가지고만 있어도 훈장감이라던데, 플레이 경험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FPS의 슈팅 감각 자체는 확실히 '짬바'가 있는 개발자가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고(진짜로 <에이펙스 레전드> 생각이 많이 난다), 게임 모드 역시 3:3 하나에 집중했다.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에 대한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신선한 편이며, 트레일러에서 강조됐던 '탈 것'을 활용한 전투 역시 상당히 게임에 잘 녹아들었다. 마치 트레일러처럼 탈 것을 활용한 추격 교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기지 공성전에서 진행되는 정신 없는 난투 역시 익숙하면서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래서인지 <에이펙스 레전드>에 익숙한 일본 유저들이 곧잘 플레이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게임 템포 역시 이외로 빠른 편이고, 나름 '역전'의 재미를 느끼도록 구성한 부분도 돋보였다. <콘코드>처럼 대규모의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것이 아닌, 소규모 신생 개발사에서 만들어졌다는 점도 가장 큰 차이다. 부족한 예산에도 한국 시장을 중요시한 것인지 풀 더빙까지 해 출시됐는데, 더빙이 의외로 잘 됐다는 점도 놀라웠다.
문제는, 이런 장점들을 덮어 버릴 만한 심각한 단점들이 <하이가드>에 선적해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빌린 시스템들은 그다지 잘 맞아떨어지거나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탈 것이 있다는 이유인지 첫 페이즈의 맵 전투는 그냥 허허벌판에서 싸우도록 만들어졌다. 슈팅의 감각은 좋은데 적을 맞췄을 때의 타격감은 굉장히 오묘한 편이라 내가 적을 '얼마나' 때렸는지 알기 어려우며, 사운드는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최적화가 나쁘다. 할 말이 없어서 최적화를 탓하는 게 아니라, 안 그래도 프레임이 중요한 난전 위주의 FPS인데 교전 프레임이 도저히 안 나와서 '샷건'과 같은 무기를 쓰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을 정도였다. 여기에 그래픽까지 흐리멍덩하니 처음 시작했을 때는 미칠 지경이었다. 10시간 가까이 플레이하며 느낀 <하이가드>의 평가가 나쁜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이펙스 레전드>+<러스트>+<팔라딘스>=<하이가드>"라는 한 스팀 평가의 캡처본을 봤다면, 정말 그렇게 이해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에이펙스 레전드>와 비슷한 속도감과 슈팅 감각을 기반으로, 여러 게임에서 차용한 요소와 판타지풍을 섞어 공성 FPS라는 유니크한 영역을 구축하고자 시도한 게임이 <하이가드>다. (만약 이 게임의 시스템을 대략적으로 안다면 이 문단은 스크롤을 쭉 내려도 좋다.)
게임은 대략 세 페이즈로 나뉜다. 첫 페이즈는 번째는 '방어'다. 이 게임에는 부술 수 있는 벽이 있다. 벽은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로켓 런처와 같은 무기를 사용하거나, 그냥 열심히 사격하거나, 기본 근접 공격을 통한 QTE를 통해 부술 수 있다.
게임이 매칭되면 일단 캐릭터를 고른 후, 자신들이 방어할 본진의 모습을 고른다. 어떤 기지는 마치 성처럼 솟아 있고, 어떤 기지는 사막에 묻힌 기지처럼 생겼다. 기지로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암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을 고를지 모르겠다면 선택한 캐릭터 조합에 맞춰 게임 시스템이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그렇기에 게임을 시작하면 <시즈>처럼 준비 시간이 주어진다. 준비 시간 동안에는 5개의 벽을 강화할 수 있다. 강화한 벽은 기본 근접 공격을 통한 QTE로는 부술 수 없고, 로켓 런처와 같은 아이템을 2~3번 사용해야 파괴된다.
▲방어할 기지의 생김새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흥미로운 부분
▲광질 혹은 벽 파괴시 등장하는 미니 게임은 정말 쉽다. 엇박 같은 것으로 괴롭히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상자 파밍은... 말 그대로 <에이펙스 레전드>의 그것이다.
이후에 시작되는 2페이즈는 일종의 두 번째 준비 시간이자 '탐색전'의 시간이다. 플레이어는 기지를 나가 넓은 맵을 탈것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마치 '배틀 로얄' 게임처럼 상자를 열어 무기와 방어구를 파밍하며, 필드 곳곳의 광석을 캐 재화를 얻어 이곳저곳에 있는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시간부터 별도의 버튼을 눌러 탈것에 탑승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도 하다.
배틀 로얄처럼 장비마다 등급이 존재하며, 당연히 등급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성능 (반동 등)이 상승한다. 캐릭터의 스킬이나 궁극기의 쿨타임을 줄이거나, 리스폰 시간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부적과 같은 아이템이 있기도 하다. 물론, 운이 좋아 시작부터 고등급 아이템을 찾아 장비의 차이로 인한 불쾌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라운드마다 등장하는 아이템의 등급 제한이 있다. 가령 첫 번째 탐색전에서는 파랑 등급 이상의 무기나 방어구가 나오지 않는다.
참고로 파밍이 존재한다고 해서 별도의 힐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체력과 쉴드는 공격받지 않으면 일정 시간 후 빠르게 회복된다. 회복 아이템의 배제는 상당히 괜찮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무기 역시 성능이 올라가면 대미지가 강해지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탄창이 늘어나거나 반동이 줄어드는 편의성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 등급인 유니크에서는 일반 샷건이 2번 연속 발사되는 등 별도의 특성이 붙는다.
이런 게임에 중요한 '눈'(조준경) 역시 간단한 편의성으로 해결했다. 조준경은 무기를 조준한 상태에서 별도의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즉시 교체한다. 단점이라면, 기본 버튼이 달리기와 동일하기에(시프트) 바꿔주지 않으면 난전에서 조준경이 계속 바뀌어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다.
▲파밍 운빨 망겜은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물론 원하는 무기군이나 옵션이 안 나오면 귀찮아지지만.
참고로 광물이나 벽을 근접 무기로 부술 때는 별도의 리듬 QTE를 수행해야 한다. 어려운 것은 없고, 항상 똑같은 간격으로만 버튼을 누르면 되며, 하나의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를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부쉈을 경우, 다음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를 공격할 시에는 즉시 파괴되도록 해 게임 템포가 늘어지지 않고,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탐색전은 1분 30초 정도인데, 여기서 30초 정도가 남으면 맵 중앙에 '쉴드브레이커'라는 아이템이 생성된다는 안내가 나온다. <하이가드>는 상대방의 기지 체력을 완전히 깎아내야 승리하는 게임인데, 기지는 쉴드로 보호받고 있기에 상대방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쉴드브레이커'라는 아이템을 가져가 열쇠처럼 꽂아 넣어야 한다. 보통 적당히 파밍을 한 후, 플레이어들은 쉴드브레이커 근처로 이동해 교전한다. 쉴드브레이커를 획득하면 맵에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기되며, 쉴드브레이커를 가지고 사망할 시에는 즉시 자리에 드롭하기에 상대방이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는 보통 두 번에서 세 번 정도의 교전이 발생한다. <하이가드>에는 리스폰이 있기 때문이다. 쉴드브레이커 근처 교전에서 승리하고, 상대방의 기지로 열심히 달려가면 보통 중간쯤에서 상대방이 부활해 달려온다. 여기서 한 번 정도 다시 승리해야 상대방의 기지에 쉴드브레이커를 꽂아 넣을 수 있다.
만약 지면 상대방이 빼앗을 것이고, 다시 반대로 아군이 부활한 후 수비하러 가는 양상이 나온다. 참고로 여기서 '그럼 서로 견제만 하면 게임이 안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쉴드브레이커가 등장한 후 일정 시간 동안 결과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에 돌입해 리스폰이 불가능해진다.
▲이 페이즈에서는 탈것이 핵심이 된다.
상대방의 기지에 쉴드브레이커를 꽂았다면 그다음부터는 공성전이 시작된다. 공성 탑이 포탈을 타고 등장해 쉴드브레이커를 꽃은 지역의 쉴드를 해제해 주고, 공격팀은 제한된 리스폰 횟수를 가지고 진입해 상대방 기지에 폭탄을 설치해 파괴해야 한다. 폭탄 설치 지점은 세 구역으로, 보통 양옆으로 A와 B 지역이 있으며, 기지 깊숙이 코어가 존재한다. 코어는 폭탄 설치 후 파괴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파괴에 성공하면 즉시 게임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양측 진영 기지의 체력은 총 100이며, 쉴드브레이커를 꽂았을 때 30을 차감한다. 여기서 사이트에 폭탄을 설치해 파괴에 성공하면 40이 차감된다. 당연히 상대 기지의 체력이 30 이하인 상태에서 쉴드브레이커를 꽂으면 즉시 승리한다. 이외로 수비팀 또한 상대방 기지의 체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방어에 성공할 경우에는 공격팀의 기지 체력이 30 감소한다.
즉, 첫 번째 공성전에서 방어가 승리할 경우 양 팀의 기지 체력은 70-70이 된다. 방어 성공을 위해서는 공격팀의 리스폰 횟수를 모두 소진하거나, 쉴드브레이커를 꽃은 장소에 등장하는 공성 탑을 파괴하면 된다.
▲쉴드브레이커를 둘러싼 전투는 탈것을 타고 넓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공성전은 좁은 지역의 건물을 두고 정신 없이 발생하는 난투가 위주가 된다.
공성전에서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아까 언급했던 1페이즈로 게임이 되돌아간다. 더욱 고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하는 필드에서 아이템을 파밍하고, 다시 등장한 쉴드브레이커를 얻어 상대 기지로 가져가고 공성전을 진행한다.
이런 탐색전에서 한 팀은 반드시 쉴드브레이커를 상대의 기지에 꽂게 되기에 방어가 계속 승리하더라도 총합 라운드는 4를 넘어서지 않는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양 팀 기지의 체력이 10밖에 남지 않기에 쉴드브레이커를 꽃은 측이 곧바로 승리한다.
▲그렇기에 짧은 게임은 5분 이내에 끝나기도 하지만, 긴 게임은 30분까지 간다.
# 이 게임은 마라탕입니다. 그런데 초콜릿을 넣은
이렇게 시스템만 늘어놓고 보면 <하이가드>는 꽤 흥미로운 게임이다. 슈팅의 감각도 나쁘지 않고, 나름 이런저런 시스템이 섞여 어느 정도는 굴러가는 편이다. 3vs3의 게임임에도 공성전에서는 템포 빠른 난전의 재미가 잘 느껴지기도 하는데, <에이펙스 레전드>에서 초반 건물을 끼고 발생하는 교전의 느낌이다. 실제로 문의 생김새가 <에이펙스 레전드>와 비슷하기도 하며, 점프 슬라이딩을 반복하며 빠르게 미끄러지듯이 이동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여기에 탈것을 응용해 조금 더 먼 거리를 단번에 움직일 수 있기도 하다
탈것 역시 나쁘지 않다. 조작감 자체는 상당히 쾌적하고, 탈것은 체력이 높지 않아 총을 맞다 보면 금세 말이 사망하고 플레이어가 낙마하기에 완전히 대놓고 타기는 어려워 기본적인 FPS의 교전 감각을 크게 바꿔버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종종 탈것을 활용한 추격전이 발생하면 꽤 재미있기도 하다.
▲오우~ 익숙한 문?
문제는,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움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신생 개발사의 첫 게임이기에 그런지 여러 면에서 완성도의 부족이 눈에 띈다는 편이다.
쉴드브레이커가 생성되는 자리에 미리 자리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고가치 아이템이 있는 보급 상자를 선택하고 쉴드브레이커 교전은 공격해 들어가는 식으로 공략할 것인지 취사 선택하라는 기획적 의도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맵을 빙글 돌아야 하니 불편하다.
특히, 양 팀이 보급 상자 근처에서 교전할 경우에는 승리하더라도 쉴드브레이커가 생성되는 지역까지 가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기에, 상대방의 기지에 쉴드브레이커를 가져가 꽂아 넣기 위해서는 다시 두 번 정도 교전에서 승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부분은 후술할 '이득을 보는 느낌이 없다'는 문제와 겹치기도 한다. 맵 디자인 때문에 한타를 이겼는데 딱히 얻어가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쉴드브레이커가 생성되는 자리에 미리 자리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고가치 아이템이 있는 보급 상자를 선택하고 쉴드브레이커 교전은 공격해 들어가는 식으로 공략할 것인지 취사 선택하라는 기획적 의도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맵을 빙글 돌아야 하니 불편하다.
특히, 양 팀이 보급 상자 근처에서 교전할 경우에는 승리하더라도 쉴드브레이커가 생성되는 지역까지 가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기에, 상대방의 기지에 쉴드브레이커를 가져가 꽂아넣기 위해서는 다시 두 번 정도 교전에서 승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부분은 후술할 '이득을 보는 느낌이 없다'는 문제와 겹치기도 한다. 맵 디자인 때문에 한타를 이겼는데 딱히 얻어가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왜 이리 중앙부 구획을 극단적으로 나눴는지 모르겠다. 샛길 좀 만들어 주면 안 되나? 이외로 탈것이 있음에도 생각 없이 혼자 다니면 합류가 느리다.
쉴드브레이커를 상대방의 기지로 가져가는 교전은 더하다. 맵이 허허벌판이고 쉴드브레이커를 가진 사람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맵에 엄폐물이나 건물도 거의 없기에, 서로 먼 언덕에서 견제만 하면서 상대방의 실수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긴장되는 대치전이라기보단, 딱히 할 게 없어 답답하다. 아무리 탈것이 있기에 그렇더라도 이렇게 허허벌판으로 만들어야만 했나 싶다.
▲맵 디자인이 지극히 단순하다.
공성전은 정신 없는 난전의 재미를 잘 살려내긴 했지만, 다인큐가 아니라면 전략적인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시스템을 응용할 거리가 적다는 이야기다.
가령 <시즈>는 '공사'가 정말로 중요하다. 어느 벽을 강화시킬 것인가, 어느 벽을 파괴해 놓을 것인가, 강화 벽을 추가로 강화하는 '미라'와 같은 캐릭터가 있는가, 공격 측은 '써마이트'와 같은 캐릭터가 있는가 등등... 그런데 <하이가드>는 여러 시스템을 섞은 만큼 <시즈>와 같을 정도로 벽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기는 어렵기에 이런 시스템을 단순화해 놓았고, 기지의 구조 역시 단순한 편이다.
이런 시스템이 세세하다면 여러 게임의 시스템이 섞인 만큼 게임이 너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그만큼 응용할 거리도 딱히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기지의 생김새를 정한다던가, 벽을 강화하는 시스템의 존재가 게임에서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파밍 시스템 역시 동일하다. '굳이 있어야 하나'싶다.
대놓고 말하면 <더 파이널스>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3인 팀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교전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타겟팅한 핵심이 비슷하기도 하다.
<더 파이널스>는 초기부터 다양한 시스템을 응용할 수 있도록 했고, 홍보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덕택에 출시 직후부터 정말로 다양한 전략 양상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가령 포탑을 대거 설치해 상대방이 '우주 방어'를 하면, 아래 층에서 바닥을 파괴해 방어의 근간을 무너트려 버리거나, 아예 건물 전체를 다수의 폭발물로 파괴해 버리는 식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하이가드>는 그렇다기보단, 그냥 눈치를 보다가 상대방이 덜 보는 쪽으로 벽을 한 두개 부수고 들어가서 전략적인 부분보단 플레이어의 실력이나 센스에 의존하는 난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벽을 파괴하거나 강화하는 시스템, 기지 선택을 활용한 전략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필자의 연구 부족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게임에서 무언가 기상천외한 수를 통한 전략의 재미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대부분은 다인큐를 짜서 플레이하는 FPS 마니아가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솔로큐를 돌리는 사람임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
그나마 괜찮았던 부분은, 수비 팀 지역의 '창문'이나 '문'같은 경우는 오직 수비 팀만이 열고 닫을 수 있기에 이런 시스템에서는 나름 수비 측의 지형적인 강점이 어느 정도 유의미하게 발현됐다는 것 정도다.
▲파괴 시스템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은 편이다.
'수비 팀'에게도 메리트를 주기 위함인지 방어에 성공하면 공격 팀의 기지 체력이 깎인다는 점도 오묘한 포인트다. 물론, 수비 측에게 승리했을 시 이런 이점을 주지 않는다면 "막아도 어차피 기지 체력은 까였고 상대방은 멀쩡한데, 이미 게임 끝난거 아니야? 열심히 수비해서 뭐 해?"라는 좌절감을 줄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교전에서 계속해서 패배하더라도, 공성전 수비를 이 악물고 성공해낸 후 마지막 탐색전 교전에서 승리해 역전하는 쾌감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공격 쪽에도 "내가 잘 해서, 쉴드브레이커 교전 이겨서 기지까지 배달하는 데 성공시켰더니, 우리가 공격으로 뚫고 들어가야 하는 공성전을 졌다고 체력을 똑같이 감소시켜?"와 같은 생각을 주는 것 같다는 인상이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쉴드브레이커를 상대방의 기지까지 배송해 꽂아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걸 성공시키더라도 공성전을 지면 쉴드브레이커 획득 과정에서의 교전 승리가 말짱 도루묵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여러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해 섞어낸 것 자체는 나쁘지 않고 나름 신선하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봤을 때는 무언가 어쩡쩡하다는 것이다. FPS로써의 감각만이 좋다고 게임을 플레이하기엔 이미 시중에는 훌륭한 감각을 가지고 롱런하는 게임이 많다. 그리고 FPS 마니아라면 보통 그 게임 중 하나는 플레이하고 있고, 새 게임이 내세운 시스템이 그다지 특출나지 않다면 자신이 하던 게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기본적인 슈팅은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도 하다. 사운드가 굉장히 나쁘다. 위아래 구분이 어려우며, 멀리 있는 소리도 굉장히 크게 들려 거리 감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소리를 듣고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상당히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게임 초기부터 많은 플레이어가 거리 감각이 헷갈려 팀원과 멀리 떨어져 있다가 허겁지겁 교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교전 감각이 <에이펙스 레전드>라는 것 또한, 사실 뒤집어서 보면 <에이펙스 레전드>나 하는게 낫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무빙 역시 슬라이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의도적으로 제한' 시킨 부분이 많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런 시스템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긴 하다. 위 게임은 30분 내내 교전에서 맞다가, 마지막 교전을 어쩌다가 승리함으로써 역전했다. 물론, 상대방은 기분 나쁘겠지만.
▲적을 우회해 달려가 쉴드브레이크를 꽂아버리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본진 텔레포트가 있다거나, 리스폰을 기다릴 때에는 상점 구매가 가능하고 NPC가 "화나는 건 알겠지만, 아머는 챙겼는지 확인해"라는 대사를 건네는 등 센스 좋은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전반적인 시스템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보이는 편.
# <더 파이널스>의 사례만 보아도...
정말 간단하면서도 나쁘게 말하자면 <하이가드>는 <더 파이널스>의 하위 호환이자 열화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두 게임은 정말 여러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필자가 두 게임을 처음으로 플레이하고 느낀 감정도 어느 정도 비슷했다.
과거 <더 파이널스>를 테스트 과정에서 접하고 느꼈었던 것은 "정말 잘 만들었고 대단하다. 최적화도 좋다. 그런데 이 게임이 롱런할 수 있을까?"였다. 소규모 PvP 게임은 오래가기 쉽지 않다. 팀원과의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게임의 진입 장벽이 갈수록 빠르게 높아지고, '플레이어의 실력'과 '다인큐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혼자 즐기기 어렵다.
가령 배틀로얄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배틀로얄 게임의 좋은 점은 못 해도 어느 정도 등수를 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이 겹치면 나보다 실력이 훨씬 높은 플레이어를 이겨내는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적 팀이 서로 교전하는 도중에 우연찮게 근처를 지나가다 끼어드는 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그냥 자기장이 찾아오는 중간에 자리를 미리 잡은 후, 지형적 이점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면 된다. 지형이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잡힌다면 못 하는 사람도 잘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팀 단위의 PvP 게임은, 게임을 못 하면 정말로 상대방을 이길 수단이 없다. 실력 편차에 따른 불쾌감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더 잘하는 사람이 이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 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사실 거의 없다는 것이다. PvP 게임에서 항상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내가 남들보다 잘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패배하면 대부분 "팀원 탓"을 하고, 종종 운 덕분에 승리하는 경우가 생겨도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개발적인 관점에서 이런 심리가 게임 디자인에 적용되기도 한다. 가령 격투 게임이 대중적이지 못한 이유는 '남 탓할 거리'가 없다는 점이 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이터널 리턴>의 솔로 모드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기도 하고(솔로는 '팀원 탓'을 못 하니까), 이 점을 개발진이 방송에서 실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5명 이상이 참여하는 게임이라면 남 탓할 거리가 많지만, 소규모로 진행되는, 게다가 상대 팀과 정면 대결해야 하는 게임은 이런 심리 문제가 더욱 크게 와닿는다.
<하이가드>와 같은 게임은 반응 속도와 기본적인 센스가 더욱 크게 요구되는 빠른 템포의 FPS다 보니 더더욱 그렇고, '모든 플레이어가 알아서 잘'하지 않는 이상 상호 간의 답답함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Z축의 사용 제한도 그렇고, 캐릭터의 스킬과 맵의 디자인도 맛있는 변수를 창출해 내기는 부족하다. 플레이어가 유입되고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류의 게임은 보통 소규모로 전투가 진행되는 만큼 게임 시스템이 크게 복잡해지기 어렵다 보니, 5인 이상이 진행하는 MOBA류(혹은 <카스>같은 고전 FPS) 등과 비교하면 전략, 전술 포인트가 비교적 단순해 게임 양상이 결국 '잘 싸우면 됨'으로 귀결되어 빠르게 질리는 감이 있기도 하다. 처음엔 맛있지만 빨리 질리는, 자극적인 불량 식품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하이가드>의 유저 그래프 추이를 보면 <더 파이널스>와 어느 정도 유사한 모양새다. 그렇게 완성도가 괜찮았고, 출시 직후 많은 호평을 들었던 <더 파이널스>도 빠른 유저 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는데, 출시 직후 평가까지 좋지 못한 <하이가드>가 어떤 유저 그래프를 그리고 있을지는 상상되는 그대로다. 정말로 엄청나게 하락하고 있다. <더 파이널스>는 그래도 감소세가 완만한 편이었다.
▲소규모 팀전 단위의 FPS는 정말 잘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최적화! 최적화! 최적화!
사실, 이 모든 것을 따지기 전에,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실제적인 문제가 <하이가드>의 발목을 가장 강하게 붙잡고 있다. 최적화가 나빠도 너무 나쁘다는 것이다.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3070Ti 기준 최하옵 60프레임 정도의 퍼포먼스가 나왔는데, 교전 시에는 이마저도 떨어졌고, 핑 문제 그리고 상대방이 사용하는 무빙 테크닉들이 겹쳐 정말로 근접 난전은 재미있으면서도 오래간만에 여러모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샷건이 꽤 강한 게임인데, 샷건 싸움은 포기해야 했을 정도.
<몬스터 헌터 와일즈> 처럼 차라리 싱글 게임이었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순간의 판단과 에임이 승패를 가르는 속도감 있는 FPS다. 참고로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FPS 마니아 친구들을 모아 <하이가드>를 플레이하고 의견을 들어보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사양으로도 최하옵 교전 50프레임이 안 나와", "그래? 그러면 내 컴퓨터에선 돌아가지도 않겠네" 모든 대화가 이런 식으로 끝나버렸다. 결국 혼자서 외로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다.
▲프레임이 안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서 최적화가 나쁘다는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최적화가 잘 돼도 프레임을 더욱 올리려고 일부러 최하옵으로 플레이를 하는 장르가 FPS 아니던가.
이런 류의 FPS는 어떤 사양을 가지고 있건 (장르 마니아라면) 최하옵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사실 그래픽이 관여하는 부분은 적고, 보다 원활한 프레임 속에서 교전의 재미를 즐기는 것이 더욱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이가드>는 옵션을 낮춰도 프레임이 안 나오고, 옵션을 낮추면 또 낮추는 대로 게임의 그래픽이 심각하게 흐리멍덩해진다. 단순히 안티 에일리어싱이 켜지지 않아서 자글자글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 해상도 크기를 100%로 맞춰도 마치 80%처럼 흐리다. 아예 안 보일 수준은 아니지만, 원거리 교전을 하면 정말 모니터를 열심히 쳐다봐야 한다.
기본적인 시스템부터 개발의 한계로 완벽하지 못해, 익숙한 FPS의 감각에 조금은 독특한 게임 시스템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최적화가 이래 버리니 '익숙한 FPS의 감각'이라는 그나마의 장점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 <하이가드>다. 위 문단에서 말했듯이 <하이가드>의 유저 지표를 보면 정말 명확하게 보인다.
사실, 깜짝 출시임에도 출시 직후 9만의 피크 동시 접속자를 달성했다는 것은 FPS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이가드>를 한 번쯤 플레이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다음 날 게임을 켜지 않았다. 첫인상이 매우 나빴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30일 패치로 인해 최적화 문제가 상당수 해결됐다.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전반적인 프레임이 크게 올랐다. 이런 것들을 보면 얼리 액세스를 선택하던가, 개발을 더 하고 나와야 하지 않았나 싶다.

# 마케팅의 실패
여기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마케팅'이 최적화 다음으로 크게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안 그래도 평가가 좋지 못했던 작년의 TGA에서―주최자 제프 케일리의 배려로 예정에 없다 나온 것이라곤 하지만―너무나 큰 관심을 끌어 버린 것이다.
<하이가드>는 개발 규모가 작은 게임이고, 여러 인터뷰를 종합하면 마케팅은 별도로 하지 않은 채 깜짝 출시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고 의견을 받아 가며 게임을 개선해 운영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펙스 레전드>와 비슷한 효과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TGA에서의 깜짝 공개는 '명백한 악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행사의 말미에 '특급 공개'라며 갑작스레 상영된 <하이가드>의 트레일러를 보며 <콩코드>를 연상했다.
안 그래도 기대작의 공개가 적어 시청자들이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이때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서서 "여러분 화나셨죠? 절 욕해 주세요!"라고 소리쳐 버린 듯한 모양새였다. 속된 말로 말하자면 "너 심심했는데 잘 걸렸다"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여러모로 <하이가드>의 마케팅은 '깜짝 공개'의 나쁜 선례로만 남을 듯하다. 누군가에겐 '억까'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물은 이미 제대로 엎질러졌고,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다.
차라리 TGA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하이가드>가 <콘코드>처럼 '진짜 아무도 안 하는 게임'이 될 것 같지는 않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즐긴 입장으로써 안타까울 뿐이다. <하이가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말로 엉망으로 망쳐 버린 첫인상과 따로 노는, 완성도가 낮은 시스템들을 차근차근 복구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도 최근 5:5 모드가 급하게 추가되었는데 덕분에 상당히 할 만해진 편이다.
▲<하이가드> 개발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TGA 나가지 말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