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29일) 개막한 '타이베이 게임쇼 2026' 현장, 독창적인 게임성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일본의 게임 개발사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부스를 마련하고 아시아 게이머들을 맞이했다.
이번 행사에는 올해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사루하시 켄조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난 1년간의 소회와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글로벌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창립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대표작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필두로 전략 시뮬레이션 RPG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특유의 아기자기한 2D 아트워크와 깊이 있는 ‘야리코미(파고들기)’ 요소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들은, 최근 사내 기획 공모전인 '니폰이치 기획제'를 통해 기존 IP에 안주하지 않고 신선하고 실험적인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개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사루하시 대표는 '다작(多作)'을 통한 개발자의 성장을 강조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신작 라인업을 소개했다.
특히 최근 아시아 동시 발매로 성과를 거둔 <흉란 마계이즘>에 이어, 힐링과 공포가 공존하는 독특한 생활 시뮬레이션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그리고 감성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사신 공주와 이서관의 괴물> 등 개성 넘치는 신작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루하시 대표를 만나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그리는 미래와 신작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사루하시 켄조 대표이사.
# ‘취임 1주년’ 사루하시 대표의 글로벌 비전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사루하시 켄조 대표 (이하 사루하시 대표): 안녕하세요,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대표이사 사루하시 켄조입니다. 1년 전 사장에 취임하여 여러분과는 처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개발, 영업, 홍보 전반에 관여해 왔으며,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도 더욱 힘을 쏟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사장 취임 1년이 지났습니다. 회사를 이끄는 동안 느낀 점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변화, 혹은 성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사루하시 대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게임 회사이며, 저는 그 4번째 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사장이 되고 나서 우리에게 고객에게 사랑받는 IP가 정말 많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IP를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이 우리 회사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실감한 1년이었습니다. 저희 유저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도 계십니다.
이번 1월, 일본 발매일에 맞춰 <흉란 마계이즘>을 아시아 지역에 동시 발매할 수 있었던 것이 지난 1년 중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동시 발매, 혹은 동시 발매가 어렵더라도 일본 발매와 시차를 줄여 아시아 지역 로컬라이즈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습니다.
Q.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이하 CLE)와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의 협업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사루하시 대표: CLE의 첸 대표님과는 제가 예전에 SIE를 통해 <디스가이아 5> 아시아판을 낼 때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시아 지역 로컬라이즈 파트너였죠. 첸 대표님은 로컬라이즈와 현지 발매에 열정이 넘치고 함께 일하기 즐거운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CLE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취했고, 제가 사장에 취임하는 타이밍에 맞춰 본격적으로 협업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협업 소감은, 니폰이치 소프트웨어가 아주 큰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게릴라적인 프로모션이나 기민한 움직임을 많이 취하는데, CLE 역시 우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업무하기가 매우 편합니다.
앞으로도 이미 발표된 타이틀을 포함해 CLE와 연계하여 한글판을 비롯한 아시아 전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다작(多作)'이 곧 개발자의 성장”
Q. 작년 발표회에서 6개의 신작을 한 번에 공개했고, 그중 절반가량이 연내 발매 예정입니다. 다작보다는 적은 타이틀에 리소스를 집중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현재의 다작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루하시 대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원래 1년 동안 내부에서 많은 타이틀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상품을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고 고객의 평가를 받는 것까지가 하나의 사이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의 타이틀을 완성하며 개발자가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이 매년 축적됨으로써 고객이 기뻐할 상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타사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기간의 길고 짧음과 관계없이 디렉터 한 명 한 명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공개된 프로젝트 <고블(GOBBLE)> 같은 사내 기획 공모전 출신 작품들이 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적인 타이틀이 늘어나는 한편, 기존 대형 IP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험적 도전과 안정적인 IP 운용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고 계십니까?
A. 사루하시 대표: 말씀하신 대로 <고블> 같은 도전적인 타이틀과 <디스가이아> 시리즈 같은 기존 타이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팬이 있는 타이틀을 지속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 개발팀은 새로운 게임, 새로운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고 신규 IP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도전'과 '기존 유저들에 대한 존중', 이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비로소 우리답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기는 어렵지만,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고 싶습니다.

▶ 작년 3월 신작 발표회에서 공개된 니폰이치 소프트웨어의 신작 <고블>. 아직까지는 콘셉트 아트 정도만 공개된 상태다.
Q.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고품질의 2D 아트워크로 호평받아왔지만, 최근 3D로 전환하며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표현과 기술적 진화를 어떻게 이뤄나갈 생각입니까?
A. 사루하시 대표: 3D 기술 부분에서 매력적인 모델링이나 모션을 만드는 타사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내에 프로젝트를 횡단하는 '그래픽 기술 향상 위원회' 같은 팀을 만들어 전반적인 그래픽 레벨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 팀이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받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합니다.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플래그십 타이틀인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최신작에서는 이러한 기술 향상의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출시된 <흉란 마계이즘>부터, 출시 예정인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사신 공주와 이서관의 괴물> 까지 다양한 장르에 동시에 도전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주력 장르 외에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루하시 대표: 개발팀이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자가 스스로 생각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개발의 첫 번째 유저는 기획자 본인입니다. 기획자가 '내가 고객이라면 이게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한 것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죠. 그렇기에 기존 시리즈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의 입장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기획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니폰이치 게임의 최대 강점은 ‘야리코미(파고들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고들기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어려운 과제인데요. 파고들기 요소의 밸런스를 어떻게 조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사루하시 대표: <디스가이아>를 예로 들면 방침은 정해져 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파고들기 없이 일반적인 육성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게 만듭니다. 라이트 유저는 여기서 만족해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파고들기 요소를 배치해 더 즐기고 싶은 유저가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다만 시대가 흐르면서 유저들의 성향이 변했고, 적정 밸런스를 찾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팀에 젊은 멤버들을 투입해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고, 동시에 시리즈를 지켜온 베테랑들과 의견을 교환하게 하여 최적의 밸런스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마음만 먹으면 레벨 9999까지 육성이 가능한 <디스가이아> 시리즈.
# 니폰이치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변화
Q. <흉란 마계이즘>에 대한 질문입니다. 액션 RPG 장르와 9999 레벨까지 성장하는 특징에서 <디스가이아> 시리즈가 연상됩니다. 두 작품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요?
A. 사루하시 대표: 세계관적으로 <흉란 마계이즘>은 <디스가이아> 시리즈와 같은 마계 중 하나를 배경으로 하므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흉란 마계이즘>의 장르가 '액션 RPG'라는 것입니다. <디스가이아>는 SRPG로서 전략이 중요하지만, '파고들기'를 통해 압도적인 성장으로 전략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었죠.
<흉란 마계이즘> 역시 액션 게임이지만, 플레이어의 컨트롤 실력이 중요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성장시켜 그 실력 차이를 무시하고 돌파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장르의 상식을 깨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Q. <흉란 마계이즘>의 PS5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간의 차이가 있습니까?
A. 사루하시 대표: 기능적인 차이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하드웨어 성능에 따른 로딩 속도나 화질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 액션 RPG로 장르적 변화를 시도한 <흉란 마계이즘>
Q. <사신 공주와 이서관의 괴물>은 전작인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나쁜 왕과 훌륭한 용사>의 작풍을 계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리즈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지요? 개발자(각본)가 같은 멤버가 참여하여 개발된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A. 사루하시 대표: 이전 두 작품과 세계관이나 이야기적인 연결은 없습니다. 전작을 안 해보신 분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작 팬들이라면 알 수 있는 소소한 요소는 숨겨져 있습니다.
제작진의 경우, 이 그림책 시리즈는 일러스트레이터 오다 사야카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입니다. 오다의 그림체와 세계관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며, 세 작품 모두 오다가 메인 일러스트를 담당했습니다. 각본의 경우 오다 디자이너가 각본 담당자와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오다 사야카 님도 사내 기획 콘테스트 출신인데, 사장 취임 후에도 이 콘테스트는 계속되나요?
A. 사루하시 대표: 네, '니폰이치 기획제'라는 이름으로 1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회사의 중요한 문화이므로 제가 취임한 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미 한 번 진행했습니다. 거기서 뽑힌 타이틀도 언젠가 여러분께 공개될 것입니다.
▶ <사신 공주와 이서관의 선물> 스크린샷. 그림책 시리즈의 익숙한 화풍이 눈에 띈다.
Q. 그간 그림책 시리즈가 책을 읽고 넘기는 연출로 동화의 느낌을 줬다면, <사신 공주와 이서관의 괴물>에선 염소인 ‘메르’가 종이를 먹는다거나, 주인공 ‘모노’가 페이지 뒤로 숨는 등 이전보다 훨씬 동화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 강화된 것 같습니다. 이런 연출을 활용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A. 사루하시 대표: 기존 그림책 시리즈가 페이지가 넘어가는 등 그래픽적인 연출에 그쳤다면, 이번 세 번째 타이틀에서는 '게임으로서의 그림책'을 더 강화하고 싶었습니다. 유저가 그림책에 쌍방향으로 간섭할 수 있도록 종이를 먹거나 페이지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넣어 게임성을 높였습니다.
Q. 전작들과의 발매 간격이 이번엔 5년으로 꽤 길어졌는데 이유가 있나요?
A. 사루하시 대표: 의도적으로 5년을 비운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하고 싶은 기획이 많았고, 새로운 기획들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그림책 시리즈의 차례가 조금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 종이를 먹거나, 페이지를 넘겨 몸을 숨기는 등 그림책의 요소를 게임 플레이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사루하시 대표: 온라인으로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라 잘 전달되었는지 걱정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개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