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숨이 턱 막히는 회사를 탈출하고 동화 속 유토피아로 가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웬걸, 동화 속 주인공들마저 회사로 잡혀 가서 일이나 하고 있었다니.
동화 속 인물들이 주식회사라는 거대한 감옥으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 <해피엔딩 주식회사 탈출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게임이다. 닌텐도의 명작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고전 RPG와 퍼즐 기믹이 잘 어우러져 있다.
겉모습은 순수하고 무해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늘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해피엔딩 주식회사에 입사해보자./작성=콘솔도레미(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퍼즐과 전투의 핵심은 ‘동료들의 능력’
전투를 반복하며 선형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는 JRPG 형식의 게임을 독특하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퍼즐’이다. 게임 소개에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명시된 만큼, 시리즈 팬이라면 곳곳에 배치된 오마주 요소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두 개의 횃대에 불을 붙여 보물 상자를 등장시키거나, 폭탄꽃을 이용하여 가로막힌 길을 뚫는 기믹은 닌텐도식 퍼즐에 익숙한 유저라면 금방 풀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히 미로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길을 찾는 퍼즐은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를 오마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퍼즐 ‘두 개의 횃대에 점화하기’.
퍼즐 해결의 핵심 열쇠는 동료들의 능력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만나는 동료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플린트의 방패 던지기, 용 틴더의 화염 방사, 음악가 볼프강의 연주 기술 등을 유기적으로 활용해야 다양한 퍼즐을 풀어낼 수 있다.
초반부 퍼즐은 동료 한 명의 능력만으로도 풀릴 만큼 쉽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여러 동료의 능력을 연계해야 한다. 플린트의 방패에 틴더의 불을 옮겨 붙여 두 개의 횃대를 동시에 점화하거나, 불을 붙인 후 볼프강의 바람 능력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소화해야 하는 식이다. 쉬운 퍼즐로 능력을 학습시킨 뒤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는 레벨 디자인이 돋보인다.
▶ 음악가 볼프강의 능력은 직접 WASD키로 연주하여 사용할 수 있다.
전투 시스템 역시 전략적인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공격력 수치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배치와 능력을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앞줄의 적이 나무 방패를 들고 있다면 틴더의 화염으로 태우거나 볼프강의 하단 돌파로 파훼해야 하며, 뾰족한 무기를 든 적에게는 반격을 피하기 위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플린트를 필수적으로 기용해야 한다.
또한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의 ‘액션 커맨드’ 시스템을 차용하여, 공격 리듬에 맞춰 버튼을 누르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패링을 해야 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턴제 전투에 리듬 액션의 맛을 더한 것이다. 필드에서 적을 먼저 타격하면 선제공격 기회를 얻는 ‘스트라이크 시스템’ 역시 원작의 오마주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동료와의 협동을 강조하는 ‘시너지 포인트’ 시스템도 존재한다. 이 포인트를 활용하면 동료 전체의 체력을 회복하거나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동료가 늘어날수록 더 강력한 합동 공격이 가능해진다.
물론 퍼즐과 전투 모두 아쉬운 점은 있다. 익숙한 맛이라 퍼즐이 쉽게 풀리는 것은 장점일 수 있으나, 그만큼 ‘혁신성’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건 오마주구나!’ 하고 반가운 마음은 들지만, 이 게임만이 가진 독창적인 색깔은 다소 옅은 편이다.
전투 시 여러 동료 중 단 두 명만 선택해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쉽다. 전투 중에 동료를 교체할 수 있긴 하지만, 교체 시 턴을 소비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어 번거롭다. 또한 동료와의 유대를 강조한 시너지 기술보다 일반 공격을 난사하는 것이 전투 효율이 더 좋다는 점도 밸런스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액션이 가미된 턴제 전투.
#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반전 가득한 스토리
주인공인 용사 플린트는 영원한 숙적인 드래곤 틴더를 처단하기 위해 성으로 향한다. 비장한 각오로 성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음산한 던전이 아닌 쾌적하고 잘 정돈된 현대식 사무실이었다. 당황한 플린트를 맞이한 것은 드래곤이 아닌 매니저 ‘미스터 문’이었다.

▶ 드래곤의 성 속 깔끔한 프런트와 사무실?
미스터 문은 이곳이 현실 세계의 거대한 기업인 ‘해피엔딩 주식회사’이며, 동화 속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곳이라 설명한다. 그는 동화 속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만, 플린트의 눈에는 그저 자신을 속이기 위한 틴더의 수작으로 보일 뿐이었다. 결국 반격을 시도한 플린트는 미스터 문에게 단숨에 제압당해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은 신세가 되어 작아져 버린 용 틴더와 조우한다.
▶ 틴더 또한 해피엔딩 주식회사에게 당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된 상황. 플린트와 틴더는 공공의 적인 해피엔딩 주식회사에 맞서기 위해 손을 잡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약점을 파악하려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승진’하는 수밖에 없다. 탈출을 꿈꾸지만, 점점 더 회사에 뼈를 묻게 되는 그림이 펼쳐진다.
원수 지간이었던 이 둘은 공공의 적을 만나고, 동료가 되어 해피엔딩 주식회사에 반격할 전략을 꾀한다. 하지만 해피엔딩 주식회사의 약점을 알아낼 방법은 이곳의 일을 잘 도와줘서 ‘승진’하는 방법뿐이었다. 어째 탈출이 아니라 회사에 더욱 뼈를 묻는 느낌이다.
이렇듯 용사와 드래곤 서사처럼 보이는 평범한 이야기는 ‘주식회사’라는 요소를 만나 독특한 인상을 전한다. 회사 콘셉트에 맞춰 주인공 전용 책상이 존재하며, 미션을 수주하려면 이메일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세이브 포인트는 사무실 복사기이고, 체력 회복 아이템은 직장인의 포션인 커피라는 점이 웃음을 자아낸다.
▶ 퀘스트를 받기 위해 이메일을 꼼꼼히 확인하자.
각 스테이지는 동화책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알던 동화와 사뭇 다르다.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책 속에서는 해피엔딩 주식회사의 지원을 받아 대형 건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돼지들을 만날 수 있다.
건물 신설을 위해 파괴될 위기에 처한 늑대 마을. 플린트와 틴더는 늑대 방랑 음악가 볼프강을 동료로 만나서 마을을 구할 작전을 꾀한다. 선역이 악역이 되고, 악역이 선역이 된 비틀린 동화 세계 속 인물들을 구해내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 주요 업무는 동화 속 세상을 구하는 것!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게임은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의 오마주를 확실하게 담고 있으며, 시리즈 특유의 감성을 충실하게 재현하였다. 게임 자체의 혁신성은 다소 아쉬운 편이지만, 고전식 퍼즐의 맛을 그리워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킥 포인트는 내러티브이다. 순수한 모습에 감춰진 어른들의 이야기와 유쾌한 블랙 유머, 패러디 요소까지 즐길 거리가 많다. 마치 달콤한 사탕 같으면서도 끝맛은 씁쓸한 에스프레소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가장 큰 단점은 한글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모 버전에서는 한국어 지원이 있었으니, 관심이 있다면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언젠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플린트와 틴더는 회사에서 결국 탈출하게 될까?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페이지를 넘겨보자.
🔎콘솔도레미 - 게임 리뷰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깊이 있는 분석으로 게임의 진가를 찾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