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TGA 기습 공개로 글로벌 기대를 모았던 <하이가드>가 출시 직후 유저들의 냉혹한 평가를 마주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와일드라이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하이가드>는 지난 1월 27일 기습 출시했다. <에이펙스 레전드>와 <타이탄폴>의 핵심 개발진이 설립한 스튜디오라는 이름값에 더해, 유료 구매 방식이 주류인 서구권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무료 플레이 방식을 선택했다는 소식은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1월 27일 출시 첫날 동시 접속자 9만 7천 명을 기록했으나, 흥행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9일 현재 스팀 내 유저 평가는 긍정적 36% 수준에 그치며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초기 접속자 수도 빠르게 빠져나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28,000건 리뷰와 함께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하이가드>. 출처 스팀 하이가드 공식 페이지
# 파밍부터 공성전까지, 3단계로 이어지는 흐름
<하이가드>는 3대3 기반 슈팅 장르의 문법에 여러 인기 장르의 요소를 한 판의 게임 안에 녹여낸 복합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임은 크게 세 단계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진행되도록 설계되었다.
첫 단계는 <에이펙스 레전드>처럼 광활한 맵을 누비며 아이템을 파밍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배틀로얄 방식으로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전장 곳곳의 보급 상자를 확보하며 이어지는 본 교전에 대비해 팀의 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기지 보강도 이 시기에 이뤄지나 대개 파밍이 우선시된다.
▶ 아이템 파밍 정면. 출처 IGN 공식 유튜브
이어지는 두 번째 단계는 특정 목표 점령을 위해 팀 간의 화력을 집중하는 전술적 교전 단계다. 이 과정에서 거점을 선점하고 유지하는 능력은 팀의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마지막 승부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된다.

▶검 형태의 '실드브레이커' 선점을 위해 교전하는 장면. 출처 IGN 공식 유튜브
마지막 단계는 상대 본진의 심장부를 습격해 파괴하는 공성전이다. 앞선 단계에서 구축한 모든 장비와 전술적 우위를 총동원해 적의 방어망을 뚫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상대의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장면. 출처 IGN 공식 유튜브
전체적인 맵 구조는 MOBA 장르의 전형적인 특징인 상단, 중단, 하단의 3개 공격로로 설계되어 있어 전략적인 이동이 요구된다. 플레이어는 적을 처치하거나 전장 곳곳의 자원을 채집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강력한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본진 침투에 필요한 공성 도구를 상점에서 구매해야 한다.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장치는 '실드브레이커'다. 이 장치는 설치에 성공할 경우 적 기지의 강력한 보호막을 일시에 무력화하여 아군의 본진 진입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지의 체력을 즉시 30포인트나 깎아버리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실드브레이커를 확보하려는 공격 측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수비 측의 교전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전기 파괴를 위해 폭탄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등 <레인보우 식스 시즈>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전술적 플레이가 동시에 요구된다.

▶ 정해진 위치에 실드브레이커를 설치해 작동한다. 출처 IGN 공식 유튜브
또한 개발진은 광활한 맵을 빠르게 횡단하기 위한 말 형태의 탈것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로 MMORPG에서 활용되던 탈것을 도입한 것은 광활한 맵 구조에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플레이 호흡을 보완하고, 기동성을 앞세워 전장 곳곳의 자원을 채집하거나 급박한 교전지에 신속히 합류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 이도 저도 아닌 게임, 장르 융합의 딜레마
여러 장르의 장점을 모았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실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을 '리그 오브 발로란트 팔라딘스 식스 시즈'라는 조롱 섞인 별칭으로 부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너무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섞으려다 보니 각 장르가 가진 본연의 재미가 희석되었다는 비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틀로얄 팬들에게는 초반에 공들여 아이템을 모았음에도 결국 승패가 마지막 단계의 실드브레이커 쟁탈전 하나로 허무하게 결정되는 방식이 큰 불만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빠른 교전과 공성전의 긴박함을 즐기려는 유저들에게는 아이템 상자를 여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초반 파밍 단계가 흐름을 끊는 불필요한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3대3이라는 소규모 인원 대비 지나치게 넓은 전장 구조는 플레이 흐름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맵은 MOBA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전선을 유지하거나 긴장감을 만들어줄 '미니언' 같은 유닛이 전혀 없어, 전장이 공허하고 생동감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교전 발생 빈도가 낮아지고, 슈팅 게임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투가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교한 사격 실력보다 캐릭터별 스킬과 공성 도구의 활용이 승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히어로 슈터 장르의 고질적인 난제이기도 하다. <하이가드>는 여기에 MOBA식 운영과 복잡한 공성 시스템까지 더했고, 사격의 손맛을 기대한 FPS 선호 유저들에게는 슈팅 게임의 범주를 벗어난 게임이 되어버렸다.

'리그 오브 발로란트 팔라딘스 식스 시즈'라며 타 게임 이름을 섞어 장르의 모호함을 비꼰 리뷰. 출처 스팀
# 단순 나열 넘어선 독창성이 과제
이러한 <하이가드>의 사례는 최근 시장에서 퇴장한 <슈퍼바이브>가 겪었던 실패를 연상시킨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 제작진이 주도하여 MOBA와 배틀로얄을 결합했던 <슈퍼바이브> 역시 초기에는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았으나, 명확한 핵심 유저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단순히 요소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어느 쪽의 팬덤도 확실하게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색 지대'에 갇힐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 2월 26일 서비스 종료되는 <슈퍼바이브>
결국 <하이가드>가 장기적인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르적 결합을 넘어선 독자적인 게임성의 정립이 시급하다. 현재 스팀 커뮤니티에서는 인원수를 5대5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 전장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부터, 파밍 단계의 비중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지고 있다.
향후 서비스 유지 여부는 이러한 유저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얼마나 신속하게 최적화하고, <하이가드>만의 대체 불가능한 재미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