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내 노동자 권익 보호를 주도하는 ‘노동 코커스’ 소속 의원 40여 명이 일렉트로닉 아츠(EA) 인수 건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120여 명의 의원이 소속된 노동 코커스는 최근 연방거래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투자자들이 추진 중인 EA 인수 및 비상장 전환 거래를 엄격히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인수가 게임 산업 내 권력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1월 22일 전달된 서한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55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원들은 PIF가 <배틀필드> 및 <에이펙스 레전드>를 서비스하는 EA의 지분 93.4%를 확보할 경우,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대규모 해고나 스튜디오 폐쇄, 저임금 국가로의 업무 외주화 등 무리한 비용 절감을 강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EA는 미국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 중 하나인 만큼, 인수 이후 비대해진 지배력이 노동자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원들은 연방거래위원회의 2023년 합병 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지침은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거나 임금을 억제하고, 독점 기업이 인력 채용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합병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의원들은 이번 인수의 규모와 미국 게임 노동 시장에서 EA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거래로 인해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사들 사이에 이사진이 겹치거나 소유 구조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지배구조가 중복되면 업체들이 서로 담합해 임금을 낮추거나 채용을 제한하고, 합의 하에 상대 기업의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는 등 반노동 관행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이는 결국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의원들은 연방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를 심사할 때 노동자들이 이러한 조직적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지 엄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A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미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EA는 이번 인수가 당장 추가적인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더라도 게임 개발에 관한 창의적인 권한은 여전히 회사가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거래를 엄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이미 미국 통신노동자조합이 같은 목소리를 낸 바 있으며, 미국 상원의 유력 의원들도 각자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소유이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PIF는 그동안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실제로 PIF는 지난해 자회사 새비 게임즈를 통해 <포켓몬 GO> 개발사인 나이언틱을 인수했으며, 이전에도 닌텐도,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엠브레이서 그룹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PIF는 사우디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이른바 ‘컬처워싱’의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 감시 기구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PIF가 인권 침해에 직접 기여하고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했다. 국제 앰네스티 역시 표현의 자유 탄압, 여성 및 성소수자 차별, 이주 노동자 학대 등을 주요 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PIF 의장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은 2018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도 관련이 있다.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빈 살만은 가장 최근인 2025년 11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살해 사건 연루에 대한 질문을 받는 등 여전히 해당 의혹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전문가들은 이번 거대 인수가 성사될 경우, 새로운 소유주들이 자국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게임사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고 간섭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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