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세계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자유로운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페이블(Fable)>이 돌아온다. Xbox는 지난 23일 진행된 ‘개발자 다이렉트’를 통해 신작 <페이블>의 상세 정보와 출시일을 공개했다.
이번 작품의 개발은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로 오픈 월드 레이싱의 지평을 열었던 영국의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Playground Games)가 맡았다. 개발진은 이번 작품을 “원작의 단순한 리메이크나 후속작이 아닌, 시리즈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라이언헤드 스튜디오의 원작 3부작이 남긴 유산을 존중하되,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만의 기술력과 감성으로 게임 속 ‘알비온(Albion)’이라는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다.
# “<페이블>은 판타지가 아닌 동화다”
“영웅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페이블>의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페이블>의 랄프 풀턴(Ralph Fulton) 디렉터는 이번 작품을 선택과 결과에 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액션과 드라마, 영국식 유머, 도덕적 딜레마, 그리고 ‘닭 몇 마리’로 가득 차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페이블>만의 동화 같은 경험을 만들어낸다.
▶ <페이블>의 '게임 마스터'인 랄프 풀턴 디렉터
프로젝트의 시작 당시, 개발진은 라이온헤드 스튜디오가 남긴 문장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페이블>은 판타지가 아닌 동화다.” 이들은 <더 위쳐>, <엘더스크롤>, <반지의 제왕> 같은 웅장하고 진지한 ‘판타지’와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마법이 깃들었을 때 벌어지는 친밀하고 기발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러한 동화적 세계관을 완성하는 것은 시리즈 특유의 ‘영국식 유머’다. 게임 전반에는 <오피스>나 <피프 쇼> 같은 영국 코미디 특유의 현실적이고 어색한 유머 코드가 깊게 배어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다큐멘터리 인터뷰 형식을 차용한 연출이 게임 플레이 중간에 삽입되어, 캐릭터가 화면 밖의 플레이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상황을 비꼬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 플레이어의 마법으로 닭이 되었던 적이 마법이 풀린 이후에도 닭처럼 행동하는 모습. 이런 유머가 게임 전반에 깔려있다.
# 수 많은 NPC와의 자유로운 상호작용
게임의 무대가 되는 알비온은 목가적인 언덕과 마법에 걸린 숲, 쇠락한 도시 블러드스톤, 화려한 수도 보워스톤 등 다채로운 지역으로 구성된다. 플레이어는 한적한 시골 마을 ‘브라이어 힐’의 평범한 아이로 시작해 자신의 영웅적 능력을 자각하게 되며, 수수께끼의 인물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돌로 변해버리는 재앙을 마주하고 모험을 떠나게 된다.
▶ 원작 3부작이 그랬듯, 한적한 시골 마을 속 평범한 아이였던 주인공은
▶ 누군가에 의해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돌로 변하는 사건을 계기로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번 신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적 진보는 바로 ‘상주인구’ 시스템이다. 알비온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NPC들은 단순한 배경 내지는 퀘스트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들은 각자 고유한 이름과 직업, 성격,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이들과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특정 NPC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하루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수도 있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집을 구매해 세를 놓고 세입자가 된 NPC와 갈등을 빚거나, 자신의 사업장에 그들을 고용하는 등 경제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NPC들은 플레이어의 행동을 기억하고 각자의 주관에 따라 반응한다. 이는 <페이블> 시리즈가 자랑하는 ‘게임 속의 게임’으로서,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알비온이라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 NPC와의 결혼을 통해 애아빠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 목격자에 따라 행동의 결과도 달라진다
<페이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도덕성 시스템 또한 현대적으로 진화했다. 과거의 선과 악을 나누는 단순한 이분법적 수치 대신, 이번 작품에서는 목격자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평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객관적인 선악은 존재하지 않으며, 플레이어의 행동을 누가 목격했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을에서 닭을 걷어차는 행동을 누군가 목격했다면 ‘닭 쫓는 자’라는 평판이 생기고, 이 소문은 마을 전체로 퍼져나간다.
중요한 점은 이 평판에 대한 반응이 NPC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주민은 그런 행동을 경멸하며 야유를 보낼 수도 있지만, 다른 주민은 오히려 그런 악동 같은 모습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거나,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거나, 도둑질하는 등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에 서로 다른 반응과 평가가 이어진다.
이러한 평판은 상점의 물건 가격부터 결혼 가능 여부까지 게임 내의 다양한 요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세워나가야 한다.
▶ 닭을 뻥 걷어차면 '닭 쫓는 자'라는 평판을 얻게 되고
▶ 이 평판은 이후 다른 NPC와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자유로운 전투와 선택이 만드는 세계
원작의 핵심 요소인 힘, 기술, 의지력(Will)을 바탕으로 한 전투 시스템 역시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개발진은 검을 휘두르다가 즉시 파이어볼을 던지는 것처럼 근접 공격과 원거리 공격, 마법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유동적인 전투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홉스와 밸버린 등 원작의 대표적인 적들과 함께, 불을 내뿜는 거대한 닭 ‘코카트리스’ 같은 새로운 적도 등장한다. 모든 적은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무기와 능력을 사용해 이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새로운 적인 거대한 닭 '코카트리스'. 닭이 참 많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창발적 플레이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가령 홉스 무리와의 전투 도중 적들을 유인해 적이 다른 적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요소들로 인해 플레이어는 혼란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더 익살스러운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선택과 이에 따른 결과’라는 시리즈의 철학은 전투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를 관통한다. 게임 초반에 만나는 거인화된 정원사 ‘데이브’를 죽일지 살릴지와 같은 선택은 단순히 퀘스트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알비온의 풍경을 영구적으로 바꿔놓는다. 거대한 시체가 마을 밖에 방치되어 집값에 영향을 주거나, 유가족 NPC가 플레이어를 평생 원망하는 등 선택의 결과는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변화로 돌아온다.
오픈 월드 탐험 역시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다. 튜토리얼 이후에는 레벨 제한이나 강제적인 동선 없이 알비온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할머니를 구하는 메인 퀘스트를 잠시 미뤄두고 먼 북쪽 마을에 정착해 농부로서의 삶을 살거나 부자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도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이다.
▶ 마법으로 거대화된 정원사 '데이브'
▶ 만약 그를 죽이면 그의 시체가 마을을 덮쳐 인근 집값이 떨어진다.
16년의 공백을 넘어 새롭게 재탄생되는 <페이블>, 게임은 2026년 가을 PC와 Xbox, PlayStation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