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공정 내 생성형 AI 도입이 보편화되면서 AI 활용 범위에 대한 공시 의무를 두고 업계의 기준 정립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밸브는 개발 보조 도구와 최종 생성물을 분리해 관리하는 스팀의 신규 규정을 도입하며 AI 콘텐츠 운용에 관한 구체적인 투명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작성= 게임룩, 번역 및 편집= 디스이즈게임
# AI 공시 논란과 스팀의 현실적 절충안
게임 개발자들은 오랫동안 'AI 사용' 표기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에픽게임즈의 창립자 팀 스위니는 과거 "AI 공시는 빠르게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클로드 코드와 같은 프로그래밍 도구나 포토샵 같은 그래픽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이 전면 통합됨에 따라, 향후 AI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게임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AI 보조를 받아 코드 몇 줄을 쓴 것까지 일일이 밝혀야 한다면, 그런 라벨은 공기처럼 어디에나 존재하게 되어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팀 스위니가 X에 올린 AI 공시 반대 발언
하지만 관련 발언이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후, 스팀 플랫폼은 '표기하느냐 마느냐'라는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는 대신 최근 AI 콘텐츠 관리 규칙을 더욱 세분화하고 명확히 했다. 스팀은 '개발 보조'와 '생성 콘텐츠'를 구분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새로운 규정 아래에서 밸브는 AI를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등 막후의 개발 작업을 지원하는 행위는 강제 공시 범위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게임 본체의 시각적 요소, 오디오, 텍스트와 관련된 '사전 생성' 및 '실시간 생성' 콘텐츠는 엄격한 투명성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 신작 5종 중 1종이 AI... 밸브가 설정한 경계선
업데이트된 스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규제의 초점은 '플레이어의 감각적 경험' 층위에 정밀하게 맞춰져 있다. 이는 개발자가 작업 흐름 개선, 코드 작성 보조, 혹은 초기 컨셉 디자인 단계에서 AI를 사용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최종 소재로서 플레이어에게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면 대중에게 공시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밸브가 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선을 그었다.
첫째는 사전 생성 콘텐츠다. 이는 개발 기간 중 AI 도구를 이용해 제작된 아트 에셋, 음악, 코드 혹은 텍스트를 말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공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제삼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을 반드시 약속해야 한다.
둘째, 실시간 생성 콘텐츠다. 이는 게임 실행 과정에서 AI가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생성하는 대화, 텍스처 혹은 퀘스트를 의미한다. 이러한 콘텐츠에 대해 개발자는 AI 사용 여부뿐만 아니라, AI가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게임 내에 어떤 안전장치를 설치했는지 밸브 측에 공개해야 한다.
▶ 스팀의 AI 콘텐츠 공지 중 일부
밸브가 이처럼 공시 정책을 고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성형 AI 게임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삼자 데이터 분석 기관인 토털리 휴먼 미디어의 최신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스팀 플랫폼에서 AI 사용을 공시한 게임의 수는 기하급수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스팀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자발적으로 밝힌 게임은 10,000개를 넘어섰으며, 이는 플랫폼 전체 게임 라이브러리의 약 8%에 달한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2025년 한 해 동안 출시된 신작 게임 중 5개당 1개(약 20%)가 어떤 형태로든 AI 생성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초 공시 데이터가 약 1,000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 수치는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8배 가까이 증가했다.
# 커뮤니티 신고 도입, AI 콘텐츠의 투명성
생성형 AI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진 플레이어 층을 안심시키기 위해, 스팀은 상점 페이지에 개발자의 AI 공시 정보를 강제로 노출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용 규제 시스템인 AI 콘텐츠 신고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스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는 도중 실시간 AI 생성 콘텐츠가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혐오 표현, 성인용 콘텐츠 혹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 소재 생성 등)를 발견했을 때 스팀 인터페이스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규제의 권한을 커뮤니티에 위임하여 수억 명의 플레이어를 '자율 모니터링 주체'로 활용하는 조치다.
이러한 행보는 서구권 커뮤니티에서 거의 일치된 호평을 얻고 있다.
앞서 게임 내 AI 사용과 관련하여 <더 파이널스>의 AI 성우 사용,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의 홍보 이미지 내 AI 드로잉 사용 등의 사건이 레딧과 트위터에서 대규모 항의 물결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은 규제되지 않은 AI가 게임 품질의 저하를 초래하고 인간 예술가들의 생존 공간을 박탈할 것을 보편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너로드>로 유명한 인디 게임 퍼블리셔 후디드 호스의 CEO 팀 벤더는 최근 생성형 AI를 '암세포'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자사 퍼블리싱 계약에서 AI 생성 에셋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행보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 레딧의 스팀 전용 채널에 올라온 개발자들의 반응
미술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AI 프로그래밍은 플레이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라 커뮤니티의 수용도가 비교적 더 높은 편이다. 실제로 스택 오버플로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발자의 50%가 매일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경력이 풍부한 개발자일수록 사용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많은 프로그래밍 도구에 이미 AI 보조 기능이 통합되어 있는 만큼, 만약 이러한 작업까지 일일이 공시해야 한다면 AI 사용 공시는 순식간에 실효성을 잃고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 정직함 앞세운 밸브의 중도 노선 전략
밸브의 신규 규정은 AI를 직접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플레이어에게 '알 권리'와 '감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대립 정서를 효과적으로 완화했다. 개발자 입장에서 밸브의 신규 규정은 일종의 '규제 완화'인 동시에 '경고'이기도 하다.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프로그래밍 도구의 AI 통합'이라는 현실적 고민을 언급했던 팀 스위니의 견해에 부합하는 완화책이다. 그러나 AI 소재를 사용하여 적당히 눈속임으로 제작하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는 점은 무거운 경고로 다가온다.
밸브의 이번 행보는 업계 리더로서 노련함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AI라는 거스를 수 없는 기술적 파도 앞에서 에픽게임즈는 기술의 일반화를 강조하며 공시의 의미를 부정하는 선택을 했으나, 이는 소비자로서 플레이어가 가지는 정서적 요구와 알 권리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반면 밸브는 개발 단계에서의 AI 도구적 속성은 인정하되, 소비 단계에서의 콘텐츠적 속성은 엄격히 관리하는 실무적인 중도 노선을 택했다
광범위한 게임 개발자들에게 이제 당면한 과제는 자신의 개발 프로세스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규칙이 명확해진 만큼 '정직함'이 최선의 전략이 되었다. 커뮤니티를 핵심으로 하는 스팀 플랫폼에서 플레이어의 신뢰를 잃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놓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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