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두운 뒷세계를 살아가는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용과 같이> 시리즈가 지난해 12월,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혹자는 유치하고 신파적이라 말하지만, 문자 그대로 “피와 땀, 눈물이 흐르는” 이 뜨거운 이야기에 매료된 이들도 적지 않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중 한 명이다.
2009년 출시된 <용과 같이 3>는 시리즈 중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린 작품이었다. 새로운 무대 오키나와의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다소 빈약한 서사와 작위적인 전개, 무엇보다 밸런스가 붕괴된 전투 시스템은 끝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팬들의 기대가 자연스레 리메이크 버전인 ‘극(極)’으로 향했던 이유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대는 현실이 됐다. <용과 같이 극 2> 이후 9년의 긴 공백을 깨고, <용과 같이 극 3>가 오는 2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이번 타이틀을 준비하며 용과 같이 스튜디오의 호리이 류스케 프로듀서는 “완전한 신작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전했다. 이미 2018년에 그래픽 리마스터 버전을 선보였던 상황에서, 단순한 반복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심기일전해 신작에 버금가는 쇄신을 감행했다.
과연 그 호언장담은 사실일까? 출시에 앞서 미리 체험해 본 <용과 같이 극 3>는 그 자신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스토리의 큰 줄기만 남긴 채 시스템을 갈아엎고, 콘텐츠를 새롭게 채워 넣은 이번 작품은 우리가 알던 3편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16년 만에 ‘극’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오키나와, 그곳에서 마주한 놀라운 변화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 단순 리메이크 그 이상… 메인 콘텐츠 대격변
우선 작은 변화부터 짚어보자. 주연 중 한 명인 ‘시마부쿠로 리키야’의 배우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카사마츠 쇼’로 바뀌었다. 영화 <굿뉴스>와 <모범택시 3>의 그 배우가 맞다. 워낙 인상이 강렬한 배우라 원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거슬리는 정도까진 아니었다. 리키야 외에도 몇몇 인물들의 얼굴이 바뀌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 <용과 같이 3>의 리키야(왼쪽)와 <용과 같이 극 3>의 리키야(오른쪽).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콘텐츠의 변화는 상당히 크다. 시리즈의 대표적인 메인 콘텐츠였던 캬바쿠라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나팔꽃에서의 일상’과 ‘반항아의 용’이 채웠다.
‘나팔꽃에서의 일상’은 키류가 운영 중인 보육원 아이들과 교류하는 콘텐츠다. 바쁘게 ‘일(?)’ 하러 다니는 키류 대신 아이들을 돌보던 하루카를 도와, 집안일을 해치우고 아이들과 어울려야 한다.
학교 숙제, 재봉, 곤충 채집 등 미니 게임도 다양하고 꽤 재미있다. 사진 속 물건이 시험관인지 플라스크인지 묻는 숙제는 플레이어의 상식을 테스트하고, 재봉은 이름만 재봉이지 실상은 <아웃런>이나 <소닉 드리프트> 같은 레이싱 게임의 형식을 따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즐긴 미니 게임인데, 직접 해보면 손맛이 꽤 좋다.
이렇게 미니 게임으로 유대를 쌓고, 텃밭 가꾸기와 요리로 ‘아빠 노릇’을 하다 보면 키류의 ‘아빠 랭크’가 올라간다. 랭크가 오르면 키류의 능력치도 상승하니, 아이들과 함께 아빠도 성장하는 셈이다. 유대가 깊어지면 아이들의 서브 퀘스트도 해금된다. 원작의 보육원 파트를 게임 플레이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영리한 기획이라 할 만하다.
▶ 옆에서 이상한 힌트 주지 말라고!
▶ 말이 재봉이지, 경로를 따라 최대한 빠르게 전진하는 것이 영락없는 레이싱 게임이다.
▶ 쿠킹 마ㅁ... 아니, 쿠킹 파파!
또 다른 메인 콘텐츠 ‘반항아의 용’은 원작에 없던 완전 신규 요소다. 오키나와에서 우연히 만난 레이디스 팀(여성 폭주족)을 돕는다는 설정인데, 키류가 특공복까지 맞춰 입고 조장 노릇을 톡톡히 한다.
구성은 전작의 ‘야쿠몬’과 비슷하다. 멤버들의 스탯과 특징을 고려해 팀을 짜고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니까. 차이점이라면 키류가 리더로서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 그리고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엉겨 붙어 말 그대로 ‘패싸움(!)’을 벌인다는 점이랄까.
이 외에도 동성회에 원한을 품은 강적과 싸우는 ‘보복자’, 어플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 ‘LaLaLa 러브랜드’ 등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친다. 콘텐츠 볼륨만 놓고 보면 원작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 특공복 입고 애들 패싸움에 끼어든 키류
▶ 이렇게 보니 나름 잘 어울리는 듯...?
# 더 화려하고 호쾌해진 액션 전투
사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전투다. 원작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받던 전투 시스템이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원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원작의 전투는 적들이 가드를 너무 잘해서 해외에선 ‘Blockuza(Block+Yakuza)’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적들의 가드가 워낙 굳건하다 보니, 이를 무시하는 잡기나 상대 공격을 받아치는 ‘코마키류 3대 오의’에만 의존해야 했다. 결국 전투가 단조로운 패턴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원작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의 전투는 어떨까? 핵심 변경점 중 하나는 ‘류큐 스타일’의 등장이다. 오키나와 지역 전통 무술인 ‘오키나와 고무도’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로,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틴베로친(단창과 방패)’, 쌍절곤, 톤파, 낫 등을 사용하는데, 특정 무기를 장착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커맨드를 입력하면 해당 무기를 꺼내 공격하는 방식이다.
무기를 쓴다는 특징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공격 범위가 넓고 시원시원하다. 노를 휘둘러 전방의 적들을 쓸어버리기도 하고, ‘스루진(끝에 무게추가 달린 사슬)’을 빙빙 돌려 주변 적들을 한 번에 공격할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반항아의 용 콘텐츠의 섬멸전 같은 일대다 전투에서 사용하면 흡사 무쌍류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다고 류큐 스타일이 1:1에서 약한가? 천만의 말씀. 기본 무기인 틴베로친의 성능이 꽤 출중하다. 패링으로 적의 공격을 끊을 수도 있고, 사이 혹은 쌍낫으로 이어지는 러시 콤보의 범위와 화력도 상당하다. 원한다면 엔딩까지 이 스타일만 사용해도 문제없을 수준이다.
▶ 넓은 범위를 공격해 일대다 전투에서 걸출한 성능을 자랑하는 류큐 스타일
▶ 그렇다고 1:1이 약한 것도 아니다.
▶ 눈을 보니 죽은 것 같은데...?
키류를 상징하는 ‘도지마의 용’ 스타일은 기존 스타일에 전작의 ‘파괴자’ 스타일을 더한 느낌으로 재해석됐다. 전체적으로 주먹과 발을 크게 휘두르는 묵직한 공격들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 스타일의 진가는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사용 가능한 ‘드래곤 부스트’ 모드에서 드러나는데, 러시 콤보 뒤에 이어지는 피니시 홀드가 호쾌하고 강력하다.
이런 변화를 통해 게임은 과거의 오명은 확실히 씻어냈다. 전투는 더 이상 이 작품의 단점이 아니다. 몇몇 모션에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시리즈 특유의 전투의 쾌감은 원작을 넘어, 기존 다른 작품과 비교해봐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본작의 류큐 스타일은 후속작에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 도지마의 용 스타일은 힘있고 거친 느낌의 공격이 주를 이룬다.
▶ 드래곤 부스트 모드에선 콤보 만으로 강격한 잡기 공격이 연계된다. 파워 밤!!
▶ 진짜 용이 나오는 필살기 드래곤 피니시
# ‘덤’이 아니다! 본편만큼 알찬 <용과 같이 3 외전>
이번 시연에서는 <용과 같이 극 3>와 함께 출시되는 <용과 같이 3 외전>도 함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기존 외전작들처럼 스탠드얼론으로 판매되는 방식이 아니라 본편에 수록된 형태지만, 스토리와 콘텐츠는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잘 알려졌듯 이번 외전의 주인공은 <용과 같이 3>의 핵심 인물 미네 요시타카다. 이번 외전은 벤처기업의 젊은 CEO였던 그가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어떻게 동성회에 투신하게 됐는지를 다룬다. 우연히 목격한 야쿠자들의 싸움에서,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절대적인 유대’를 갈망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여기까기는 사전에 공개된 정보이고, 이번 시연에선 그가 동성회 5대 회장 도지마 다이고를 만나는 장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다이고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지 궁금했던 미네였지만, 정작 부하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다이고의 무른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낸다. 이 미묘한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자아내는 연출이었다.

▶ 다이고의 무른 태도에 실망하며 자리를 떠난 미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전투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미네의 스타일은 키류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키류가 힘 있고 거친 느낌이라면 미네는 굉장히 절제된 테크니션 같다. 일본 슛복싱을 기반으로 해 펀치가 빠르고 콤비네이션도 다양하다. 가드나 회피 후 잽으로 콤보를 시작해 킥과 니킥을 섞어 넣는 감각은 흡사 격투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미네는 배틀 스타일이 하나로 고정된다. 대신 ‘어둠의 각성’이라는 전용 시스템이 존재한다. 전투를 하면 사슬에 감긴 하트 모양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이를 소모하면 드래곤 부스트 모드와 유사한 상태가 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공격 동작이 굉장히 크고 강력해진다. 결국 이 게이지를 언제, 얼마나 써서 각성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전투의 관건이 될 듯하다.

▶ 키류에 비하면 굉장히 아크로바틱한 미네의 전투 스타일
▶ 어둠의 각성 모드로 들어가면 마치 폭주한 듯 공격이 굉장히 난폭해진다.
외전의 서브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하 파이트 클럽’은 도전형 전투 콘텐츠다. 제한 시간 내에 강적을 상대하는 ‘헬 파이트’와 익스트랙션 스타일의 ‘서바이벌 헬’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서바이벌 헬 모드인데, 던전에서 동료와 아이템을 챙겨 탈출한 뒤 이를 장착해 미네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최근 트렌드인 로그라이크와 익스트랙션 장르의 문법을 반영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또 다른 하나는 ‘칸다 카리스마 프로젝트’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악의 비호감 캐릭터로 손꼽히는 칸다 츠요시의 평판을, 부하인 미네가 대신 관리해 주는 콘텐츠다. 메인 에피소드를 진행하거나 거리의 양아치들을 퇴치하면 점수가 쌓여 칸다의 평판 랭크가 오른다. 랭크가 오르면 칸다와의 유대 스토리가 해금되는데, 이를 통해 칸다가 미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확인 수 있다. 물론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 던전을 탐험해 아이템을 모으고 탈출해야 하는 서바이벌 헬 모드
▶ 칸다 카리스마 프로젝트에선 거리의 양아치들을 퇴치해서 칸다의 평판을 올려야 한다. 그나저나 랭크 이름이 상당히 폭력적이다...
▶ 칸다의 유대 퀘스트 중 한 장면. 이상형의 기준도 참 대단하신 칸다 형님
▶ 모범 답안(?)으로 응수
▶ 나름(??) 챙겨주시려고 노력하신 것이었다.
종합하자면 <용과 같이 극 3>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토리의 큰 줄기만 같을 뿐, 뻗어나가는 세부 이야기와 콘텐츠는 원작의 인상 정도만 남기고 싹 다 바뀌었다. 히로시 류스케 프로듀서가 왜 굳이 ‘신작 게임’이라고 강조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용과 같이> ‘극’ 시리즈가 늘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원작을 해봤는데 굳이 또 해야 하나?”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인 이번 작품은 이 물음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놓았다. 2009년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본편부터 외전까지, 게임은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원작을 즐긴 이든 아니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시리즈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제시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