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제휴 미디어인 게임룩의 분석 보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특정 국가 및 기업에 대한 평가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 게임 개발사 사이게임즈가 지난 1월 9일, 전액 출자 자회사인 사이게임즈 AI 스튜디오 설립을 정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와 <그랑블루 판타지> 등 사회적 현상을 일으킨 작품들을 만들어온 엔터테인먼트 거두 사이게임즈가 인공지능 기술을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기업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새로 설립된 스튜디오는 AI 기반 툴과 서비스의 연구 개발 및 배포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창작자들이 법적 규범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부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AI 스튜디오 설립은 사이게임즈의 일시적인 흥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 열린 ‘CEDEC 2025’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사이게임즈 기술팀은 이미 사내에서 AI 툴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한 바 있다. 번거로운 오류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 간소화부터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소셜 미디어 내 이용자 피드백 분석, 시각 AI를 통한 게임 에셋의 글로벌 도덕 및 문화 기준 부합 여부 자동 검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분산되어 있던 기술적 시도를 별도의 독립 법인인 사이게임즈 AI 스튜디오로 통합한 것은 더욱 강한 신호를 내포한다. 전통적인 게임 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IT 산업 표준에 부합하는 실체를 구축함으로써, 더욱 유연한 급여 체계와 순수한 기술적 분위기를 조성해 치열한 인재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자사 게임 서비스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기술 파고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 효율과 장인 정신 사이,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
▶ "우마무스메를 삭제할 때가 됐군", AI 자회사 설립 소식 관련 부정적인 반응
AI 자회사 설립 소식이 전해지자 사이게임즈는 예상대로 엇갈린 반응을 마주했다. 현재 미호요를 비롯한 여러 게임사가 채용 과정에서 AI 보조 설계 능력을 갖춘 미술 인재를 찾거나, 수주가 걸리던 개념 도출 과정을 며칠로 단축하는 컨셉 가속기로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효율성의 증대는 이용자들에게 종종 ‘영혼의 상실’로 해석되곤 한다. 특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나 <원신>처럼 캐릭터성이 강한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용자가 캐릭터에 비용을 지불하는 핵심 동력은 캐릭터의 ‘영혼’과 ‘장인 정신’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우려가 커뮤니티 내에서 급격히 확산되며 분노와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이게임즈는 발표 직후 이용자들을 향한 공개서한을 긴급히 게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 사이게임즈의 공개서한
이 대응 공지에서 사이게임즈는 최초의 간략한 발표가 생성형 AI를 둘러싼 복잡한 사회적 논란을 간과했음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현재 서비스 중인 어떤 제품에도 생성형 AI로 제작된 미술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향후 관련 적용 계획이 있더라도 사전에 고지 없이 독단적으로 시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약속했다.
사이게임즈는 서한을 통해 “우리는 게임 문화의 구축자인 아티스트들의 존엄과 열정, 그리고 마음을 깊이 존중한다”고 밝혔다. 기존 제품들이 모두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다듬어졌음을 강조함으로써, 기술을 수용하는 동시에 ‘AI 남용’과는 거리를 두어 이용자들의 마음속에 ‘창작자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긴 이러한 성명에 대해 커뮤니티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일각에서는 “모든 기업의 이런 성명은 겉치레일 뿐이며, 비난받는 행위를 계속하되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기업의 성명이 겉치레일 뿐이라는 커뮤니티의 반응
# ‘머신러닝 천국’ 뒤에 가려진 인력난과 제도적 딜레마
도덕적 사용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게임즈 AI 스튜디오의 설립은 일본 게임 업계의 전면적인 AI 전환을 알리는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 비용이 급등하고 공기 압박이 거세지는 오늘날,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 경쟁사인 DeNA 역시 일찌감치 AI를 통한 인력 대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상은 높지만 일본 IT 산업이 마주한 또 다른 곤혹스러운 현실은 하이엔드 AI 인재의 극심한 부족과 미스매치다. 일본 게임 산업이 창의성과 미술 영역에서는 독보적이지만, 기저의 AI 알고리즘 분야에서는 구글, 오픈AI 및 신흥 AI 유니콘 기업들의 압도적인 공세에 직면해 있다. 최상위권 머신러닝 엔지니어들에게는 순수 AI 기술 기업이나 구글 같은 외국계 기업이 전통적인 게임 제조사보다 훨씬 높은 연봉과 직업적 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재 확보의 어려움 외에도 일본 콘텐츠 산업이 AI를 대하는 깊은 모순적 태도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저작권 보호 체계를 갖춘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공정 이용’의 허용 범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오픈AI의 소라와 같은 생성형 비디오 모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해 왔으며, 특히 ‘쿨 재팬’의 핵심 자산인 특정 화풍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모방 생성하는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 왔다.
▶ 한편 규제가 다소 느슨해진 듯, 현재는 <포켓몬>의 리자몽도 생성이 가능해진 모습이다. 이미지 출처: ChatGPT
하지만 이러한 보호주의적 겉모습 이면에서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 시대의 낙오를 피하고자 매우 공격적인 산업 진흥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저작권법 제30조의 4다. 이 조항은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을 스스로 향유하거나 타인에게 향유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 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데이터 마이닝과 모델 학습에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글로벌 기술 업계에서는 ‘머신러닝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생성된 결과물의 저작권 침해는 엄격히 단속하면서도,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활용에는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이러한 ‘분열적인’ 정책은 현재 일본 창작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곤경이다. 일본 내 화가와 성우들은 원본 콘텐츠의 무단 수집을 막기 위한 입법 보호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국가 정책은 데이터의 ‘합법적 도용’을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게임즈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그 사이에서 AI 기술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규제와 윤리라는 외줄 위를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되었다.
본 기사는 게임룩과의 전문게재 계약에 따라 제공됩니다. (원문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