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방송을 폭넓게 보는 분들이라면, 최근 며칠 사이에 유독 많이 언급되고 있는 타이틀이 있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드래곤 퀘스트 7 리이매진드>가 그 주인공인데요. (스팀 버전 기준)1월 8일에 공개된 '데모'만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드퀘 7 리이매진드>에 호평을 남기고 있는 분들이, 평상시에 <드퀘> 시리즈를 많이 했거나 JRPG 장르를 엄청 좋아하던 분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정확히는 아직은 데모)으로 처음 <드퀘>에 입문하는 분들도 있었을 정도죠.

40년된 시리즈에, 그것도 호불호가 갈린다는 JRPG에, 지금 올라타는 게 가능한가 싶으시겠지만, 이번 <드퀘 7 리이매진드>는 조금 다릅니다.
고전의 향수와 현대적인 감각을 적절히 섞었고, 마치 피규어들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깔끔한 그래픽, 귀를 사로잡는 음악, 2026년의 템포에 맞는 각종 편의성까지. 흠을 잡는 게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모 분량도 3시간 안팎으로 짧지 않은 편이고, 본편에서 데이터 연동도 된다고 하니, 여러분도 <드래곤 퀘스트 7 리이매진드>의 매력을 한 번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이하 직접 데모를 플레이하며 느낀 바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한 번도 안 접해본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춰 작성된 기사입니다.
# 예쁘고 화려한 건 기본, 구작에 대한 향수와 신작으로서의 신선함을 동시에!
"바다 건너에는 더 넓은 세상이 있어. 어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히 있을 거야."
'주인공'은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호기심 많은 소년입니다. 왕국의 왕자인 '키퍼'와 마을의 소꿉친구 '마리벨'과 함께 마을 밖, 섬 밖, 세상 밖에 우리가 모르던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아내고 증명하고 싶어 하죠.
PS1 황혼기 시절의 흥행작이었던 원작 <드퀘 7>(2000년 作), 첫 번째 리메이크였던 3DS 버전(2013년 作)을 접해보셨던 분들이라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시작이겠습니다.
동시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게 큰 강점입니다.
▲ 왼쪽부터 주인공과 마리벨입니다.
▲ 노란 머리의 왕자 키퍼까지 모두 호기심이 많은 친구들이죠.
▲ 한눈에 알 수 있으시겠지만 컷씬과 인게임 그래픽 모두 굉장히 깔끔하고 모던합니다. 키퍼의 머리와 턱이 좀 큰 편이긴 하지만, 그건 이젠 하늘의 별이 되신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볼> 작가)의 캐릭터 디자인 취향이니, 이내 곧 눈에 익으실 겁니다.
▲ 마리벨이 특히 더 예뻐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 상황에 맞는 표정, 화면 연출, 성우 연기 모두 탄탄합니다.
단순히 유쾌한 모험담 아니겠나 싶으시겠지만, 이어지는 본격적인 스토리의 도입은 꽤나 암울하고 무거운 편입니다.
데모 분량에서는 '우드파르나' 지역의 이야기까지 진행할 수 있는데, 이 마을의 스토리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일 수 있는 반전을 가지고 있죠.
누가 악인이고 누가 배신자인가. 나쁜 것은 사람인가 마물인가. 주인공(용사) 일행의 노력은 이들에게 정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가. <드퀘 7>은 원작에서부터도 집요하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특유의 분위기는 <드퀘 7 리이매진드>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주인공 일행의 시선은 순수하게 하되, 사람들과 이 세상이 마주하고 있는 갈등은 결코 가볍지 않게 하는 적절한 선을 연출적으로도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 왜 마을의 이름이 '우드파르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 마을 사람들은 어떤 비극을 후회하고 있는 것인지.
▲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지만, 여러분이 마주하게 되는 진실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클래식 명작답게 복선과 그에 맞는 결말들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참 좋고요.
이번 <드퀘 7 리이매진드>는 시리즈의 올드팬과 뉴비를 모두 사로잡을 만한 독특한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주요 사운드트랙은 현대적인 음질로 훨씬 더 풍성하게 구성한 반면, 특정 효과음들은 8비트, 16비트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게끔 일부러 향취를 남겨둔 것이 눈에 띕니다.
'디오라마풍'으로 재해석된 3D 그래픽도 마찬가지로, 조작의 편의성이나 시인성은 모두 챙기면서도,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장난감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다는 새로운 감각도 주고 있죠.

# JRPG가 이렇게 편해도 돼?
<드퀘 7 리이매진드>를 강력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편의성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흔히 생각하는 턴제 전투 특유의 귀찮고 느린 부분들을 완화해주는 시스템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일단, 큼직한 맵에서는 '느낌표'로 표시되는 지역이 메인스토리의 다음 목적지인데, 그곳으로 바로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맵 위에 통통 뛰어다니는 적들과 마주하면 턴제 전투로 진입하는 방식인데, 이 또한 전투력 차이가 일정 수준 이상 날 때는, 전투 화면에 진입하지 않고 바로 처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필드 이동 중에 파티원 전체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단축키도 따로 있어서, 아이템을 하나하나 쓰거나, 전투 중에 회복에 집중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죠.
▲ 느낌표 마크가 큰 도움이 됩니다. 쾌속 진행을 원하는 분들은 마크만 따라가도 무방하고, 사람들이나 동료와의 대화를 다 보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천천히 진행하는 것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죠.
▲ 느낌표 자리로 바로 순간이동하는 편의 기능도 정말 편합니다.
▲ 전투력 차이가 나면 배틀 없이 필드의 적을 바로 처치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실질적인 전투 페이즈 또한 매우 많은 편의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매 턴 명령을 내려 도구를 꺼내 쓰거나, 기술을 쓰게 할지 선택하며 플레이어의 지시를 따르게 할 수도 있고, 공격 중심으로, 방어 중심으로, 다채로운 스킬과 도구를 쓰며-와 같은 방식으로 '자동 전투'를 수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 진행 속도도 일반, 빠름, 매우 빠름까지 지원해서, 매우 빠름으로 자동 전투를 수행하게 하면, 이렇게까지 편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쾌적한 진행이 가능합니다.
물론, 강력한 적들을 상대할 때는 어느 정도 레벨 업을 하고 가거나, 장비를 갖추고 가서, 플레이어가 직접 지시를 내리는 편이 더 낫지만,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반복 전투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 <드퀘> 시리즈의 근본 슬라임도 당연히 있고요.
▲ 스킬과 전투 장면들도 시원시원하고 화려합니다.
▲ 각 캐릭터마다 정신을 집중한 버스트 스킬도 있어서 단조롭지 않은 전투 국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 성장하면서 스킬을 해금하거나
▲ 적들의 '마음'을 모아 능력을 부여해주는 액세서리처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죠.
▲ 초반 구간인데도 이렇게 재밌는 걸 보면, 본편의 긴 호흡 또한 기대가 됩니다.
<드퀘 7> 원작이 그랬듯이, 이번 작품 또한 석판을 모아 다양한 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디오라마풍으로 만들어둔 맵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들도 있고, NPC들과의 대화에서도 다양한 힌트와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 세밀한 감성이 전달되고 있으니, 성장만 빠르게 하고, 탐색은 꼼꼼히 둘러보는 방식도 추천할 만합니다.
▲ 석판을 모아 바깥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심에 있습니다.
▲ 탐색 과정에 있는 퍼즐들도 적절한 선에서 재미를 더해주고 있고요.
▲ 한국어 지원 상태도 굉장히 준수한 편이라, 여러 대화를 꼼꼼히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드퀘> 40주년을 빛낼 만한 작품이 될까
2026년은 게임씬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젤다의 전설>, <메트로이드> 40주년, <소닉> 35주년, <페르소나>, <포켓몬> 30주년, <동물의 숲> 25주년 등이 모두 겹친 해거든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들이 각자 올해 무언가 '큰 거 온다'를 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알고 1월에 데모, 2월에 본편을 공개하는 이번 <드퀘 7 리이매진드>를 다시 보면, 이 작품이 해야 할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죠.
물론, <드퀘> 1편은 1986년 5월 27일에 발매됐기 때문에, 만 나이(?)로 엄밀히 따지면 지금은 39.7주년쯤의 시점이긴 합니다. <드퀘 7 리이매진드> 외에도 추후 이어질 작품들에 대한 대형 소식을 전하는 방법 또한 함께 병행되겠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단순히 40주년 직전의 시동을 거는 선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데모 버전에서부터 새로운 플레이어층에게도 어필하는 것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게 굉장히 고무적이죠.
첨부한 웹드라마 형태의 광고는, 긴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드퀘> 시리즈가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부자(父子) 사이의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에 발매된 3편의 HD-2D 리메이크 버전을 홍보할 때 사용된 웹드라마죠.
가슴이 뭉클한 광고인 것은 확실하지만, 앞서 발매된 'HD-2D 형태의 리메이크'(3편, 1, 2편 합본 순으로 발매)들이 추억을 가진 팬들에겐 최고의 작품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신규 팬들에게 선뜻 추천하기에 적합한 타이틀이었느냐 하면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퀘> 내지는 JRPG를 단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일지라도 쉽게 입문할 수 있게, 허들을 정말 많이 낮춰둔 이번 <드퀘 7 리이매진드>는 매우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신규 팬의 유입은 <드퀘> 시리즈가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수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

JRPG라는 장르를 정립한 역사적인 시리즈 중 하나인 만큼, 이번 <드퀘 7 리이매진드>가 다음 세대를 유입하는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고,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한 <드래곤 퀘스트 12> 또한 시리즈의 획을 다시 긋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데모부터 큰 기대를 모았으니, 다가오는 2월 5일 콘솔, 2월 6일 스팀으로 발매될 <드래곤 퀘스트 7 리이매진드>가 어느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