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월드식 탐험과 높은 자유도가 트렌드가 되어버린 게임 시장. 그 속에서 일부 마니아층은 그들만의 갈증이 쌓이고 있었다. 정제된 고전 게임의 맛, 고전식 퍼즐은 어느 순간 최신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 속 <메트로이드 프라임 4 비욘드>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내보였다.
닌텐도 마니아라 하더라도 <메트로이드> 시리즈를 ‘제대로’ 즐겨본 유저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마니아틱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온 팬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재미와 감각을 공유해온 셈이다.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의 시선 속에서, 18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나온 최신작이 지닌 어깨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니아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대중화를 노렸다는 고민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여실히 느껴졌다. 동시에 그 고민이 만든 빈틈도 분명 존재한다. 어떤 게임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스캔’해 보도록 하자./작성=콘솔도레미(유튜버), 편집=한지훈 기자
※ 본 리뷰는 한국닌텐도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받아 진행되었습니다.

# 5개의 열쇠를 찾아라, 사무스 아란에게 주어진 사명
은하연방 UTO 연구소에서 발생한 사일럭스와 우주 해적의 습격. 그 여파로 주인공 사무스 아란은 갑작스럽게 행성 ‘뷰로스’로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사무스는 5개의 ‘마스터 텔레포트 키’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을 부여받는다.
텔레포트 키를 찾기 위해 탐험하던 중 동료 ‘마일즈 매켄지’를 만나게 된다. 이 시끄럽지만 밉지 않은 동료 덕분에 사무스는 다양한 능력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뷰로스에 불시착하여 잃어버린 능력을 하나둘 회복하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파워슈트’를 개발해 나간다. 사무스가 얻는 능력은 단순한 전투 수단에 그치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퍼즐과 기믹을 푸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 사무스 아란의 사명, 5개의 키를 모아야 한다.
▶ 사무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든든한 동료
# 퍼즐의 해법이 되는 다양한 능력
사무스의 팔에 달린 슈터 ‘암 캐논’은 기본 공격인 ‘사이킥 빔’을 발사하는 장치로 일반적인 FPS의 공격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 더해 ‘컨트롤 빔’이라는 특수한 능력 역시 사용할 수 있다. 차징하여 빔을 발사하면 무려 L 스틱으로 빔의 경로를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컨트롤 빔 사용 시에는 시간이 잠시 느리게 흐른다. 이를 이용해 3개의 오브젝트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퍼즐도 풀어낼 수 있다.
사무스는 동그란 ‘모프 볼’로 변신하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모프 볼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공간도 진입할 수 있다. 모프 볼 상태에서 사이킥 에너지를 모아 ‘사이킥 봄’을 만든 뒤, 그것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이동과 퍼즐을 적극적으로 결합한 퍼즐 설계이다.
▶ 경로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컨트롤 빔’.
▶ 모프 볼 상태에서는 좁은 경로도 진입할 수 있다.
여기에 본작에서 추가된 새로운 이동 수단 ‘바이올라’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라를 타고 이동하면서 ‘프로젝틸’을 발사해 적을 처치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 후에는 용암 위를 건너는 기능이 추가되어 이동 경로를 확장할 수 있다.
이렇게 획득한 능력은 퍼즐을 푸는 데 사용될 뿐만이 아니라 보스전에서도 그대로 요구된다. 소위 ‘공격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해당 던전에서 배운 기믹을 충실히 활용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 즉 전투는 별개의 콘텐츠가 아닌 던전 설계의 일부인 것이다. 퍼즐과 전투를 분리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묶어낸다는 점에서 고전 팬들이 좋아하는 퍼즐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 솔 밸리를 누비는 바이올라.
▶ 컨트롤 빔을 이용해 동시에 3개의 핵을 파괴해야 보스가 스턴에 걸린다.
# 익숙한 던전의 맛, 고전 퍼즐의 문법
앞서 기재한 새로운 능력들은 여러 던전을 돌며 순차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마스터 텔레포트 키를 찾는 것뿐만이 아니라,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던전을 탐험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의외로 던전의 에어리어를 전부 클리어하기 전에 꽤나 빠르게 키를 발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던전 탐방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능력 업그레이드 요소를 찾기 위해서 구석구석 던전을 다시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던전의 퍼즐은 고전 퍼즐의 문법을 충분히 따른다. 다음 스테이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행 퍼즐을 클리어해야 한다. 대부분의 퍼즐은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스무스하게 해결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시리즈임에도 꽤나 쉬운 편이라 입문작으로도 적합하다.
그중에는 꽤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한 퍼즐도 존재한다. 던전을 탐험하다 보면 공정 라인의 집게 모양 기계에 잡혀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등장한다. 이 구간에서 모프 볼 상태로 바퀴 공정에 진입하면 동그란 모프 볼을 ‘바퀴’로 착각한 기계가 사무스를 집어 들어 다음 루트로 옮겨 준다. 이처럼 창의성을 이용해 해결하는 방식은 고전 퍼즐 특유의 재미를 살린다.
▶ 모프 볼로 자연스럽게 바퀴 공정에 진입하자.
퍼즐이 막히더라도 걱정 없다. ‘스캔’ 기능을 통해 퍼즐에 대한 힌트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리지 않는 문을 스캔하면 “뒤에서는 열 수 있음”이라는 대략적인 설명을 해준다. 이 경우 ‘아, 컨트롤 빔을 활용하여 뒤에서 열면 되겠구나’하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보스전에서도 스캔을 통해 클리어 기믹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스캔 기능이 단순한 힌트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캔은 힌트를 줄 뿐만이 아니라, 특정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퍼즐 풀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이 스캔 기능은 양날의 검이다. 퍼즐의 난이도를 낮춰주긴 하지만 스캔이 완료될 때까지 로딩 시간이 꽤 길어 흐름을 뚝뚝 끊기 때문이다.
▶ 탐색의 기본이 되는 스캔.
‘지금 안 풀리면 일단 다른 곳에 가라’, 고전 퍼즐 마니아라면 이러한 진행 방식에 꽤 익숙할 것이다. 던전의 퍼즐은 한 번에 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던전 ‘볼트 포지’를 탐방하다 보면 고리를 걸 수 있는 ‘그랩 노드’를 마주하게 된다. 이 구간은 고리를 걸어 줄을 타고 이동하는 능력인 ‘사이킥 그래폴’을 얻기 전까지는 진입할 수 없다. 문제는 이 능력이 시기상 한참 뒤에 획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퍼즐 마니아라면 이 노드를 본 순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아, 지금은 갈 수 없구나. 다른 곳에서 능력을 얻고 돌아와야겠네.’ 즉 진입 불가능한 공간을 먼저 보여준 뒤, 다른 곳에서 능력을 획득한 후 다시 해당 공간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모든 능력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각 던전을 완벽하게 탐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각 던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새로운 능력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은근한 답답함도 동반한다. ‘얻긴 할 건데, 도대체 언제 주는 거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러한 고전 퍼즐 게임의 전통적인 방식은 다른 부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공간의 변이’이다.
던전 볼트 포지는 전력을 공급하기 전과 후의 진행 루트가 바뀐다. 볼트 포지에서는 특정 오브젝트를 움직이게 하려면 타워 전체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동력원을 찾아 전력을 공급하고 나면 “와 됐다!”하고 기뻐할 틈도 없이 찌릿거리는 전기가 온 공간을 메운다. 즉 ‘감전을 피해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과제가 추가된다. 목표 지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동안 밟아온 길과 다른 경로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 처음에는 진입할 수 없는 공간.
▶ 사이킥 그래폴을 얻고 나면 진입할 수 있다.
# 자유도 높은 탐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형적 구성
솔 밸리는 드넓은 사막이다. 사실 솔 밸리는 탐험할 요소가 가득한 꿈의 공간보다는 꽤 황량한 인상을 준다. 물론 많은 탐험 요소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탐험 설계에서 오브젝트 배치의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즉 ‘정보값’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과도하게 많은 오브젝트가 배치되어 있으면 어디를 가야 할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혼란을 준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균형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탐험할 요소 자체가 좀 적은 편이다. 탐험 요소를 못 찾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탐험할 요소가 풍부하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수준이다. 휑한 사막을 달리다 보면 심심해지는 순간이 온다.
겉보기에는 무언가를 찾아 자율적으로 탐험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명확하게 선형적인 루트로 설계되어 있다. 특정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미리 획득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던전을 일부 클리어하고 나면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은 어디로 가 보는 것이 어때?”하고 통신해 준다. 이것이 자칫 자율적인 탐험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다음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능력을 획득하는 경로가 감각적으로 직관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각 던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오고 가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 불편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불의 던전인 ‘플레어 풀’에서는 일부분을 클리어하면 용암 폭포가 길을 막아버린다. 용암을 얼리고 폭파하기 위해서는 ‘아이스 샷’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스 샷은 정확히 대척점에 위치한 던전 ‘아이스 벨트’에 가야만 획득할 수 있다. 여러 던전을 반복적으로 다니는 것은 던전의 구성을 학습하기엔 좋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불러일으킨다.
결국 솔 밸리의 탐험 구조는 자유로운 탐험보다는 퍼즐 해결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 설계에 가깝다. 이는 퍼즐을 풀어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플레이어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인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공간 탐험에서 오는 밀도 높은 탐색과 발견을 기대했다면 꽤나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 다음 경로를 통신을 통해 알려주는 동료.
# 대중과 마니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
확실히 이번 작은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를 ‘뉴비’들도 한 번쯤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다소 적은 콘텐츠 볼륨, 쉬운 퍼즐 난이도, 그리고 새로운 공간보다는 기존 공간을 재활용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꽤나 아쉽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을 거쳐 발매된 신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골수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자유도 높은 게임들 사이에서, 고전적인 퍼즐에 목말라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이 작품 덕분에 <메트로이드 프라임> 시리즈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리웠던 고전 퍼즐의 맛을 느낄 수 있어 꽤 만족스럽게 플레이했다. 고전식 퍼즐을 그리워했던 마니아, 그리고 고전 퍼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뉴비 유저 모두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시 바이올라를 타고 솔 밸리를 화려하게 달려보자.
- 직관적이고 쉬운 난이도로 시리즈 입문작으로 충분
- 다양한 능력과 퍼즐 기믹의 연계
- 부족한 콘텐츠 볼륨과 탐험 요소
- 같은 공간을 재활용하는 방식
콘솔도레미 - 게임 리뷰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깊이 있는 분석으로 게임의 진가를 찾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