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명성을 높인 대표작이자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세계적인 액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던 SF 액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그중에서도 1991년 개봉한 두 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성공적인 속편이었습니다.
고품질의 16비트 게임을 만들어 온 영국의 개발사 비트맵 뷰로는 이 불멸의 명작에 그들이 품고 있는 애정을 듬뿍 담아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습니다. /작성=깐(게임 리뷰어), 편집=한지훈 기자

# 고전적인 아케이드 스타일의 런앤건 슈팅
<터미네이터 2D: 노 페이트>는 1990년대의 향수를 일으키는 고전적인 아케이드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좌우로 달려가며 여덟 방향으로 총을 쏘고 가까이에선 적을 타격하는 <콘트라(우리에겐 ‘혼두라’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후 확립된 전통적인 사이드뷰 런앤건 슈팅 게임의 틀을 따릅니다. 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정확한 위치 선정을 해야 하며 좌우에서 등장하는 적에게 재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슬라이딩과 점프로 회피하고 가끔은 사물이나 지형지물 뒤에 엄폐하기도 하고요.
캐릭터는 영화 속 주요 인물인 사라 코너와 존 코너, T-800으로 각기 다른 무기와 공격 기술을 사용하는데, 공통적으로 기본 탄약은 무한이며 재장전 없이 사격할 수 있습니다. 또 동전을 넣으며 초조해하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컨티뉴 횟수에도 일부 모드와 난도에서는 제약이 있습니다.
▶ 네 가지 난이도는 적 개체수 및 체력과 행동 속도, 보스 패턴, 컨티뉴 여부 등 차이가 있다.
▶ 달리며 슈팅하는 런앤건을 기본으로, 여덟 방향으로 조준하는 고전 아케이드 방식.
# 부드러운 픽셀 그래픽과 추억의 음악들
이 게임의 레트로한 미감은 가장 강력한 장점입니다. 영화 속 명장면은 놀랄 만큼 부드러운 픽셀 그래픽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비율에서 조금 부자연스러운 부분들도 없진 않지만, 사라 코너가 점프하며 사다리를 붙잡을 때 보여주는 관성이나 T-1000이 흐물거리며 액체화되었다가 경찰을 모방하는 모습 등, 유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은 이 개발사가 왜 오랜 시간 픽셀 아트에 매진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또 거대한 기계 보스들과의 전투들은 사이드뷰의 단면에서도 영화 속 장면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처럼 다각도의 애니메이션 연출로 스케일을 체감하게 하고요.
결정적으로 원작의 대표곡을 포함해 듣기만 해도 시간 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음악들은 달리며 총을 난사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릴 만큼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줬습니다.
▶ 액체화와 대상 모방을 하는 T-1000의 움직임도 부드럽게 구현했다.
▶ 거대 보스들과의 전투도 카메라 연출을 더 해 영화적 스케일이 느껴지는 편이다.
# 게임 플레이로 다시 구성한 명장면들
게임의 기본 줄거리는 영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의 시퀀스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를 통해 더 감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라 코너가 병원을 탈출하는 스테이지에서는 잠입 게임으로 디자인을 했고 이 스테이지에서만 자물쇠 따기 액션으로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T-800이 바이커들의 옷을 뺏어 입는 스테이지는 벨트 스크롤 액션처럼 종방향의 이동을 추가했고, 존 코너를 구하며 오토바이에서 샷건을 쏘는 스테이지는 스릴 넘치는 추격전으로 구현됐습니다. 엄지를 들어 올리는 바로 그 명장면이 등장하는 제철소 스테이지에서는 공포 그 자체인 T-1000에게 한 번만 붙잡혀도 날카로운 송곳 팔에 사망하는 무자비함을 더했고요.
▶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사라 코너는 자물쇠도 따야 한다.
▶ T-800이 존 코너를 태우고 달리며 샷건을 쏘는 장면은 추격전으로 구성했다.
▶ T-1000의 무시무시함은 송곳 팔에 찔리면 즉사하는 것으로 표현됐다. 컨티뉴가 없는 모드로 플레이하다가 당하면 굉장히 서글퍼진다.
# 선형적이고 반복적인 플레이와 적은 분량
영화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보니 스토리 모드를 완료하는 플레이 타임은 컷신을 전부 감상해도 90분가량으로 영화보다도 짧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몇 가지 숨겨진 아이템도 있지만 동선을 늘릴 만큼 복잡도가 높진 않았고요.
스토리 모드를 완료하면 다시 플레이하면서 T-800의 칩을 초기화하지 않고 다이슨 사장을 죽이도록 하거나 사라가 다이슨을 직접 처리하는 경우에 일어나는 대체 엔딩을 볼 수 있지만 결말만 조금 달라질 뿐 등장했던 스테이지의 순서와 플레이 캐릭터를 바꾸는 정도에 그칩니다. 게다가 두 가지 대체 엔딩을 확인하면 해금되는 '미래를 구할 어머니' 모드는 모든 루트에서 사라 코너로 플레이하는 스테이지들을 전부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특전 모드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추가 모드인 아케이드 모드는 컷신을 줄인 핵심 스테이지만 몇 가지 요약한 모드로 20분 정도의 분량이며, 보스 러시 모드는 사라 코너와 존 코너 중 선택해 진행할 수 있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한 모드와 스테이지 트레이닝 모드도 있지만 이건 정말 단순한 반복 콘텐츠였고요.
전체적으로 다른 엔딩이 있음에도 매우 선형적이고 얕은 플레이에 콘텐츠 재활용의 비중이 너무 높은 데다 분량까지 몹시 적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스토리 모드는 컷신을 제외하고 40분 남짓이 걸린다. 다른 분기와 추가 모드들은 대부분 기본 구성의 반복이라, 다른 콘텐츠를 즐겨도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다.
▶ '미래를 구할 어머니' 모드는 사라 코너가 등장하는 스테이지의 모음에 불과해 특전이라기엔 다소 실망스러웠다.
# 총평
<터미네이터 2D: 노 페이트>는 원작 영화의 분위기와 비주얼을 2D 그래픽으로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 낸 작품입니다. 영화의 이야기와 설정을 존중하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엔딩을 추가해 플레이의 가치를 높이기도 했고요.
모든 콘텐츠를 해금하고 완료하는 데 4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분량이 적고 그마저도 반복되는 것들이 많다는 건 확실히 아쉽습니다. 다만 이미 보여준 원작에 대한 세심한 재현과 고스란히 담아낸 향수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에 그만큼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원작 영화의 명성을 빼고 볼 경우 더 실망스러울 거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요.
결국 이 게임은 원작 영화와 90년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추억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장면의 맛을 살리는 다양한 스테이지 구성
- 유려하고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 원작의 감동을 곱씹게 하는 음악과 음향
-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두 가지의 대체 엔딩
- 추가 모드를 전부 마쳐도 너무 적은 분량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제가 남기는 기록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