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의 <Good Goodbye>, 임영웅의 <순간을 영원처럼>, 하츠투하츠의 <FOCUS>, 요네즈 켄시의 <IRIS OUT>, natori의 <Propose>. 열거된 노래 중 몇 곡이나 알고 있는가? 12월 첫주 유튜브에서 발췌한 '한국 인기곡 Top100'에 실린 수록곡이다.
유튜브는 무수히 많은 취향이 모이는 전장이다. 이 차트에는 플레이브나 이세계아이돌이 조째즈, 마크툽과 함께 어울린다. 과거의 차트는 유행의 지도였지만, 지금의 차트는 개별 알고리즘의 교차점에 가깝다. 우리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
▶ 유튜브의 한국 인기곡 Top100
3위에 링크된 <IRIS OUT>은 가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일본 곡으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주제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올해 한국에서만 33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상반기에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560만 명이 봤다.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글로벌 팬덤을 위시한 IP를 바탕으로 한다. 10~20대 중심의 N차 관람, 굿즈 소비 등이 포함된 동원형 흥행 구조다.
올해 액면상 국민 다섯 명 중 한 사람이 한 영화를 보는 일(천만영화)은 일어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300만 명이 보았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300만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흥행 공식은 완전히 분화됐다. 모두가 같이 보는 영화는 줄어들었지만, 특정 집단이 폭발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힘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전 국민이 같은 시기, 같은 것을 보며 웃고 떠들던 공통 경험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국민MC, 국민여동생, 국민가수, 국민배우는 더이상 탄생하지 않는다. 국민예능, 국민드라마도 없다. 당장 TV를 켜고 아무 예능이나 골라보시라. 그때 그 사람이 계속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민배우 이순재 선생이 작고했다. 그가 '대발이 아빠'로 열연한 <사랑이 뭐길래>의 평균 시청률은 59.6%를 기록했다. 그가 '유의태'로 나온 <허준>은 최고 시청률 64.8%를 기록했다. 9시면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시던 우리 할아버지도 <허준>만은 꼭 챙겨보셨다. 이제 그런 TV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국민게임도 탄생하지 않고 있다.
▶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TV를 시청하는 모습. 오늘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 (사진 출처: 한국기록원)
일본의 평론가 아즈마 히로키는 근대 사회를 지탱하던 거대담론이 지금에 이르러 그 기능을 잃고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사회 규범은 없고, 수많은 작은 이야기나 취향과 데이터가 난립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한국 문화의 상황이 딱 그렇지 않은가? 이 이야기가 담긴 <동물화된 포스트모던>도 나온 지 언 20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이 책을 인용하는 것조차 이제는 지루한 일이 되었다.
유튜브가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없앤 것도 올해 7월 일이다. 콘텐츠의 소비가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개인화된 패턴을 보이면서 모두가 보는 인기 영상보다는 각자에게 알맞은 영상을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유튜브 측은 "인급동 방문 횟수가 크게 감소했고, 특히 지난 5년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공론장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10대 여성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전에, 10대 여성들이 같은 것을 좋아하기는 할까?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장은 저서 <관점을 파는 일>에서 "매스미디어가 지배하 시절에 틈새시장은 시장성과 확장성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스마트폰이 매스미디어를 대체하는 지금 사실상 거의 모든 시장이 틈새 시장이 되었다"라고 지적한다. 가장 밀도 있고 뾰족한 콘텐츠가 니치 마켓에서 성공하는 시대다. 게임사들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텐트폴이나 AAA라고 부를 만한 게임을 점차 제작하지 않고 있다. 개발비는 폭증했고, 제작 기간은 길어지면서 실패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AAA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개념이 되었고, 그 틈에서 니치한 프로젝트가 생존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중문화는 과연 '대중'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브컬처는 정녕 '하위'문화에 불과한가?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민트로켓처럼 기존의 방식보다는 "다른 형태로 싸우는" 회사들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금요일 개최를 확정한 AGF의 인파를 보라. AGF는 매년 흥행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전시 공간도 확대 일로에 있다. 오늘날 팬덤은 <승리의 여신: 니케>의 '도로롱 스노우 메이커'를 구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다.
누가 오늘날 상황을 "제어해야 할 신호"라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뒷물결이 되어 떠내려갈 것이다. 대신 필요한 것은 세분화된 취향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날카로움이다. 뭉툭한 대중성으로는 어느것도 벨 수 없다. 모두를 노리는 콘텐츠는, 곧 누구를 위한 콘텐츠도 아니다. 당신의 기획은 누구를 겨누고 있는가?
▶ 지난 주 열렸던 AGF 2025 현장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