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게임’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화려한 코스를 달리며 드리프트 실력을 겨루고 속도전을 하는 그림. 어느 순간부터 레이싱 게임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장르적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트랙, 비슷한 조작감, 비슷한 룰을 반복하다 보면 신선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커비의 에어 라이더>는 이러한 익숙함에서 오는 루즈함을 정면으로 마주하여 기존 레이싱 게임과는 다른 유니크한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였다. 동시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도 많다.
국내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낮았던 게임큐브 버전의 <커비의 에어라이드>가 닌텐도 스위치 2 버전으로 재탄생하여 다시금 주목받을 기회가 생겼다. 전작을 계승하면서도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독특한 시스템을 추가한 것이 그 시절 경험해 보지 못한 재미를 지금 세대에게 전달해 주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닌텐도 팬들이라면 친숙하게 여길 레이싱 게임 <마리오 카트>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마리오 카트> 식의 레이싱 게임을 기대하고 왔다면 이 게임은 놀라움과 동시에 불편함도 안겨줄 수 있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대담한 게임이다.
※ 본 리뷰는 한국닌텐도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받아 진행되었습니다.

# 양날의 검, 빠른 속도와 독특한 조작
이 게임의 첫인상은 ‘통제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이다. 섬세한 조작이 관건인 레이싱 게임을 생각하고 접근하면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보통 레이싱 게임은 스틱을 앞으로 기울이고, 가속 버튼을 누르며 속도를 직접 조절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내가 조종하고 있다’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커비의 에어 라이더>의 머신은 아무것도 조작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는 형태이다.
▶ 빠른 속도로 코스를 달리는 커비
다른 레이싱 게임을 떠올리며 L 스틱을 기울이다간 “L스틱을 기울이지 않아도 머신이 앞으로 이동합니다!”라는 시스템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머신을 조종하기보다는 내가 머신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강하다. ‘반생명체’라는 내러티브적 콘셉트를 인게임에서도 녹여낸 것일까?
이렇게 빠른 속도와 더불어 독특한 조작 방식이 초반 입문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주변의 적을 공격하면 가속이 붙기 때문에 그만큼 라이벌의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공격 커맨드가 ‘L스틱을 좌우로 빠르게 흔드는 것’이다. 후술할 내용이지만 이것은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의 조작 방법과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주행 방향을 조정하는 커맨드와 공격 커맨드가 겹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작의 혼란을 일으키고 불편감을 주기도 한다. 빠른 속도와 함께 독특한 조작 방법이 더해져 초반 입문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제작진도 이를 인지했는지 튜토리얼은 매우 친절하고 상세한 편이다. 혹시 게임을 시작했다면 바로 레이싱을 하지 말고, 튜토리얼을 먼저 하도록 해보자.

▶ 상세하고 친절한 튜토리얼
# 커비에서 느껴지는 대난투의 맛?
<별의 커비> 시리즈와 <스매시브라더스>(이하 대난투) 시리즈의 아버지 사쿠라이 마시히로. 어쩌면 이 게임이 <대난투>의 DNA를 물려받는 것은 당연하다.
<대난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어? 이거!’ 하고 반가울 만한 요소들이 많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머신을 타는 캐릭터 ‘라이더’가 추가되며 이것을 <대난투>와 같이 ‘참전’이라고 표현한다. 승리 연출, UI와 디자인 모두 <대난투>를 연상시킨다. 원버튼 액션에 집중했다는 것도 <대난투>와 비슷하다. 게임의 조작은 ‘L스틱을 조작’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 <대난투>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승리 연출
▶ 새로운 라이더가 추가되면 ‘참전’이라는 표현을 쓴다.
# 커비의 아이덴티티를 레이싱 게임에 녹여낸 ‘카피 능력’
커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카피 능력’일 것이다.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능력을 흡수하는 커비만의 독특한 능력. 이 능력이 승패의 핵심 요소이다.
적을 쓰러뜨리면 가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잘 처치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그걸 잘하기 위해서는 카피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피 능력들은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레이싱 게임에 전투를 본격적으로 섞으면 어떤 느낌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설계다.
▶ 차징 후 뿜어내는 모으기 카피
▶ 빠른 속도로 앞지르는 달리기 카피
# 커스터마이징이 더 재밌는데…? 금손들의 창의성
사실 이번 작품의 가장 뜨거운 화제는 바로 ‘커스터마이징’이다. 대부분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이목구비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색깔을 조정하는 정도이지만 이번 작의 커스터마이징은 머신에 직접 ‘그려내는’ 방식이다. 닌텐도 게임 중 <미토피아>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떠올리면 쉽다. 유저들은 다양한 도형과 선, 스티커, 그리고 장식품 등을 활용하여 나만의 머신을 꾸밀 수 있다.
이러한 자유도 높은 시스템 덕분에 그야말로 장르 대통합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닌텐도 유저들이 좋아하는 온갖 시리즈가 반겨주고 있다. 이 시스템을 접한 금손 유저들은 얼마나 설렜을까. 창의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창작의 장이 열렸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레이싱 보다는 커스터마이징 구경에 시간을 더 많이 쏟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만든 나만의 머신은 게임 내 재화인 ‘마일’로 구입할 수 있다. 인기가 많은 디자인일수록 시세가 점점 높아지니 원하는 디자인을 갖고 싶다면 마일을 꼭 모아두자.
▶ <젤다의 전설> 시리즈 하일리아의 방패를 표현한 머신

▶ 스티커와 도형을 활용하는 자유도 높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 낯설지만 매력적인 과감한 시도
<커비의 에어 라이더>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이다. 전통적인 레이싱 게임을 생각했다면 긴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잘 녹여내어, 기존 레이싱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커비 특유의 카피 능력을 레이싱 게임에 결합한 점, <대난투> 감성이 살아 있는 조작과 연출, 그리고 유저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하나로 뒤섞이며 유니크함이 완성되었다.
<별의 커비>와 <대난투> 팬이라면 곳곳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 있고, 레이싱 게임 유저라면 신선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으며, 금손 유저라면 커스터마이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익숙함을 원한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독특하고 새로운 맛의 레이싱 게임을 찾고 있다면 <커비의 에어 라이더>는 충분히 매혹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별의 커비> 팬, <대난투> 팬에게는 반가운 오마쥬 요소들
-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자유도 높은 커스터마이징
- 입문 난이도가 높아 긴 적응시간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