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이 인디게임의 계절로 기억되기 시작한 지도 꽤 된 편이다. 8월엔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 12월엔 비버롹스(작년까진 버닝비버)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비버롹스도 벌써 4회를 맞이했다. 작년에 이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장소도 동일하다 보니, 12월 5일(금요일)부터 12월 7일(일요일)까지 진행될 행사의 첫날, 눈 온 뒤 정체가 있던 평일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AGF(아니메 X 게임 페스티벌)과 날짜가 완전히 겹쳐 어느 한쪽이 썰렁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올해 행사의 분위기를 먼저 보여드리고,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실 '어떤 게임을 보고 가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려 한다.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과 비슷한 게임이 있는지 보시며, 주말 방문에 참고하셔도 좋겠다./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인디게임 좋아해서 왔어요! 구성도 좋았던 비버롹스
▲ DDP 중앙 지하 쪽으로 오시면 '비버롹스' 행사를 보실 수 있다.
▲ 입구에선 스탬프 랠리를 돕는 걸 겸해, 내부에서 부스를 찾기 편하게 가이드북도 나눠준다.
▲ 오프라인 전시에는 82개 팀이, 온라인 전시에는 281개 팀이 참가했다. 게임들의 퀄리티도 예년보다 높아졌다는 인상이다.
▲ 마스코트인 비버 캐릭터!
▲ 순서상 출구 쪽에 있지만, '아웃 오브 인덱스' 공간엔 인디 중에서도 더 실험적인 게임들이 모여 있다. 박선용 개발자를 비롯해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전엔 비버롹스와 별도로 진행했던 행사인데, 작년에도 올해도 비버롹스와 함께 하고 있다.
서로 공간을 내어주기도 하고, 다양성을 더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관람객도 공유하니 윈윈의 구조다.
▲ 아웃 오브 인덱스 안에 있는 게임 예시. 해외 게임들도 많이 보인다.
▲ 네이버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이 모인 특별 공간도 따로 있었다. 익숙한 IP 및 게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은 <마음의 소리> 조형물.
▲ 당연하지만 비버롹스 본행사장 안에도 해외게임들이 있다. 일본에서 3인 개발로 만들어진 <SAEKO: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 부스.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끌기도 했던 작품이다. 스팀 버전도 있긴 하나, 스토브 독점으로 공식 한국어 지원이 있어 스토브에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 특정 게임을 보러 왔는데 줄이 길어서 엄두가 잘 나지 않으셨던 경험이 있으신가? 이번엔 플리더스 부스 옆에 이렇게 시연 PC를 많이 둬서 현장 출품작 전체를 골라서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줄에 대한 걱정을 좀 덜어두셔도 좋다는 의미다.
이 밑으로는, 참가한 많은 작품 중에서 완성도, 참신함, 기자 개인의 취향을 일부 더해 꼽은 '꼭 보고 가셨으면 하고 추천하는 게임'들을 소개하려 한다.
# 원더포션 <산나비: 귀신 씌인 날>
긴 설명이 필요할까. 11월 27일 출시 이후 1,657개 스팀 리뷰 중 96%가 긍정적인 '압긍'을 기록한 DLC <산나비: 귀신 씌인 날>이다. 비버롹스 현장에선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아가고자 하는 팬들로 가득했다.
지스타 출품 부스 때는 기대감으로 찾아왔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귀신 씌인 날> 출시 이후였기 때문에 재밌게 플레이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할 겸 팬 미팅의 성격이 더 강했다. 게이머들에겐 재미를, 개발자들에겐 희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 팀 테트라포드 <스테퍼 레트로>
<스테퍼 케이스>를 했던 분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스테퍼 레트로>도 비버롹스에 찾아왔다. 이 게임은 심지어 AGF에도 함께 참가한 작품이다. 12월 5일, 오늘 스팀에 액트 1의 데모도 공개됐으니, 그 버전을 여유롭게 따로 즐겨보시는 것도 강력 추천한다.
세계관이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성공하는 국내 인디개발사가 극히 드문 만큼, 개인적으로 팀 테트라포드가 도전하고 있는 여정을 더더욱 주목하고 있다.

# 바이 위치라이트 <더 매거스 서클>
마법진을 마우스로 직접 그려넣는 뱀서(뱀파이어 서바이버즈)라이크 게임 <더 매거스 서클>이다. 더 화려하고 매끄러워진 마법 덕에 플레이엑스포 때보다 현장 시연 유저들의 반응도 좋아 보였다.
아트 스타일도 특색 있고, 플레이 템포가 주는 매력도 확실해서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비버롹스 현장에 오신다면 꼭 해보고 가시길 추천한다.

# 베이스제로 <바티스피어>
심해의 공포 속에서 당신은 미지의 대상과 함께 서로를 레이더로 탐지하는 생존 보드게임을 하게 된다. 이번 비버롹스에서 만난 게임 중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 저격이었던 타이틀이다.
<벅샷 룰렛>, <인스크립션> 처럼 3D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심리전 및 보드, 전략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비버롹스에서 이 부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픽셀리안 <크로노 서울>
카드 전략 게임에 액션 쾌감을 더하면 이런 스타일이 되지 않을까. 적절한 선에서의 화려함, 얼핏 격투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들의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하는 연출이 로그라이크 덱빌딩의 재미를 극대화시켜준다.
지스타 때도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즐기고 갔던 게임인데, 이번 비버롹스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크로노 서울>을 강력 추천한다.

# 페퍼스톤즈 <힙스 앤 노지즈>
이번 비버롹스에 나온 게임들 중 스타일리시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 아닐까. 카페 경영과 꿈 속에서의 싸움을 적절히 섞은 독특한 게임 <힙스 앤 노지즈>다.
2026년 1분기 얼리 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그 전에 이 게임을 만나보고 싶다면 비버롹스에 와보시라. 독특한 아트풍이 눈 앞에 계속 아른거리게 될 지도 모른다.

# 5민랩 <언더스티드: 과거에서 온 편지>
동전 닦기, 물건 고치기 ASMR이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감성에, 가슴을 시큰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너무나도 적절하게 더한 <언더스티드: 과거에서 온 편지>다.
평소 같으면 미출시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에 이 지면을 더 활용하려 했겠지만, 지금의 스팀 '압긍' 평가 이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추천작이기에 다시 한번 엄지를 올려보려 한다. 잔잔한 감성이 이 겨울날씨와도 아주 잘 어울리고, 게임의 플레이타임도 많이 길지 않은 편이니, 이 따뜻함을 여러분의 가슴에도 들여보시길 추천한다.

# 트라이펄게임즈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
이런 스타일의 액션 게임을 인디 팀이 만든다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트라이펄게임즈의 <레벨업 못하는 플레이어>다. 함께 출품한 <베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레못플> 쪽을 꼭 즐겨보시길 권하고 싶다.
대기업 넷마블이 <나 혼자만 레벨업> IP로 여러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것처럼, <나혼렙>과 대척점에 있던 원작 IP <레못플>(주인공만 레벨업을 못하는 설정)이 게임으로 찾아왔다. 경력직 인디라는 별명을 가진 트라이펄게임즈엔 업계 경력이 긴 인원이 많은 만큼, 게임의 만듦새 또한 남다른 편이다.

# 아이언디어 게임즈 <루나락시아 -까치는 종말을 노래하네->
고전 오락실 감성이 기반에 있는, 하지만 독특하고 멋진 아트도 함께 있는 소울라이크 로그라이트 <루나락시아>다. 2D 아트임에도 전투가 진행되는 시점이 백뷰인 점, 움직임과 액션의 동세가 특이한 점이 눈길을 끌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부스다.
이런 식의 장르 믹스는 자칫 잘못하면 자신만의 개성을 잃기 쉬운데, <루나락시아>는 독특한 플레이와 아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 높이 평가하고 싶다. 비버롹스에 오신다면 이 게임을 꼭 해보고 가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