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좋아하는 분들 중엔 인디 특유의 참신한 플레이를 만나고 싶어서, 배 곯아가며 게임을 만드는 팀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디게임 개발팀들을 응원하는 분들이 참 많다. 제2의 <스컬>, <산나비>가 나왔으면, K-인디게임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갔으면 하고 바라는 게임 팬들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2일)부터 4일(목요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코리아 인디게임 쇼케이스 2025'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인디게임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내 인디게임의 성과와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2022년부터 시작돼 4년째 이어진 행사로, 작년까진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라는 이름의 자리였다.
올해는 게임 시연 및 소개를 하기 위해 나선 35개사들의 라인업도 출중한 편이고, 콘진원도 이 행사에 여러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식들이 전해졌고, 어떤 게임들이 소개됐으며, 주목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지 이번 기사에 모두 담아보려 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 "O, X로 게임에 대한 의견을 들어주세요" 한국 인디게임 버전 <샤크 탱크>?
▲ 왼쪽부터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를 운영 중인 게임 인플루언서 김성회,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다.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샤크 탱크>를 아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투자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나와서 발표를 진행하면, 유명 투자자들이 이를 살펴보고 자신들의 투자 의사를 밝히는 방송이다. 자신의 상품을 어필하는 참가자들의 발표 방식, 투자자들의 날카로운 의견을 보는 재미가 백미인 방송이라 국내에서도 애청자들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콘진원이 올해 인디게임 쇼케이스에선 한국 인디게임 버전 <샤크 탱크>라는 콘셉트로 재밌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상의 투자 심사를 받고 싶어하는 팀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게임과 개발 과정을 두고 공개 질의를 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용기 있게 무대에 올라 가상 투자 심사를 받은 게임들은 <너티>, <프로젝트 레버넌트>, <할케미스트>, <그날의 신문>이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 <너티>의 개발사 주식회사 사달러의 조영원 PD
► <프로젝트 레버넌트>를 개발중인 메이플라이의 유환진 대표
► <할케미스트>의 개발사 팀 플라스크의 서경덕 대표
► <그날의 신문>의 개발사 다이빙 스튜디오의 정찬영 대표
유튜버 김성회와 디스이즈게임 임상훈 대표는 공개 질의 과정에서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의 난항, 팀 구성,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각 게임의 특장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개발팀들과 나눴다. 응원의 말도,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날카로운 질문도 함께 오갔다.
로그라이크 디펜스 게임 <너티>를 개발 중인 조영원 PD는, 과거 1인 개발을 했던 시기 반지하 자취방에서 게임을 만들던 시기에 컴퓨터를 도난 당해 개발 중이던 코드까지 모두 잃어버린 웃픈(?) 사연을 공유했다. <너티> 개발 과정에선 AI를 적극 활용하며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도전 중이다.
정밀 사격 게임 <프로젝트 레버넌트>를 개발 중인 유환진 대표는, 2D 횡스크롤 슈팅임에도 총알의 경로 전체가 타격점이 아니라, 마우스 포인트의 사격 지점만 총알이 맞는 특유의 기믹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이 방식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날카로운 질문에 "뒤에 있는 적을 먼저 죽일 수 있고, 전투 과정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명쾌한 답변을 하며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했다.
두 캐릭터를 교체하며 전투와 퍼즐을 해결해가는 메트로배니아 게임 <할케미스트>를 개발 중인 서경덕 대표는, 손으로(심지어 마우스로) 하나하나 도트를 다 찍어가며 만드는 작업 방식 덕에 자신들의 아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2인 개발을 하고 있기에 의사 결정 과정이 빠른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신문사를 운영하는 게임 <그날의 신문>을 개발 중인 정찬영 대표는,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소개했다. 관련 논문도 많이 찾아보고,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를 번역하며 활용하는 등의 과정이 공개 질의 과정에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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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사의 키 아트였던 우주복 차림으로 콘솔 패드를 든 이미지. K-인디게임 세계를 넘어 우주로 가자는 의미, 개척하지 못했던 우주에 발을 뻗는 도전처럼 인디 씬에서 참신한 도전이 많이 이어지길 응원하는 의미 등이 함께 반영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 콘진원의 대중소 상생은 내년에도 계속, 새로 들어온 대기업들은?
2025년 1년 동안 콘진원은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대기업 3사와 함께 MOU를 맺고 인디 개발사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일명 '대중소 상생 협력' 과정을 이어왔다.
오늘 행사에선 2026년에 새로 힘을 보탤 대기업들이 소개됐다. 컴투스홀딩스, 크래프톤, 토스와 MOU를 추가적으로 맺고 내년부턴 6개사와 함께 인디게임 지원에 힘쓰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더 다양한 형태의 제안들도 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토스는 HTML5 기반 게임의 활성화에 대한 관점들을 더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소 상생 협력 지원에서 대기업과 인디게임사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이점의 다양성이 조금 더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 콘진원과 컴투스홀딩스, 크래프톤, 토스와의 선도기업 MOU 체결식 장면
# 인디게임 취재 전문으로 하는 기자가 추천하는 사심픽은?
앞서 <샤크 탱크> 스타일로 공개 질의 무대에 오른 4개 게임도 좋았는데, 기자가 마음을 빼았긴 게임들을 몇 개 추가로 더 추천하고 싶다. 그 정도로 이번에 참가한 35개 게임 중 좋은 게임 라인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취향과 맞는지 비교하며 읽어보셔도 좋겠다.
◆ 리자드 스무디 <셰이프 오브 드림즈>
<히오스>를 좋아하는 마음이 사무쳐서 만든 그 게임. MOBA맛으로 버무려낸 로그라이크, 게임을 망가뜨리는 재미로 하는 그 게임.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이미 워낙 유명해서 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미 출시된 게임이 이 자리에 나온 것도,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의미도 있었다. 아직 안 즐겨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서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 슈퍼웨이브 스튜디오 <There is NO PLAN B>
추리물을 좋아하시는가. 그런데 캐릭터나 세계관이 뻔한 건 이제 지겨우신가. 밋밋한 텍스트 플레이 대신 더 세련되고 다채로운 플레이를 원하시는가. 이 게임의 출시를 기다려보셔도 좋겠다. 국내 인디 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게임



◆ 팀 테트라포드 <스테퍼 레트로>
<스테퍼 케이스>를 해보셨던 분들이라면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정규 후속작. 연달아 추리 게임이라 기자의 추리 사랑이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장르를 떠나 수준급의 스토리와 끌리는 설정을 자랑하는 팀 테트라포드의 게임들이다. 국내 인디씬에서 이렇게 시리즈물로 연이어 흥행 가능성이 언급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이 게임을 한 번 더 주목하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 키위 사우르스 <파멸의 오타쿠>
"온라인 세상 안에 진짜 친구들이 있다고!!!" 사이버 인싸, 현실에선 히키코모리인 주인공이 공동구매 총대를 메게 됐다가 돈을 날려먹었다? 500만원을 14일 안에 마련해야 한다고? 전개만 들어도 흥미로운 <파멸의 오타쿠>는 인게임 플레이 방식들도 매력이 통통 튄다. 기자와 함께 이 게임의 출시를 기다려보자.



◆ 화이트카이트 <할로원더밴드>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게임, 스토리도 아트도 각종 애니메이션 연출도 모두 심장이 저릿하게 카와이한 게임 <할로원더밴드>다. 단순히 노트만 보며 박자 맞추는 방식이 아닌, <리듬천국> 스타일의 플레이로 상황에 맞게 노트 입력 방식이 재치 있게 등장하는 그런 게임이다. 리듬게임은 어려워서 잘 안 하시는가? 입문 난이도도 낮으니 이 게임의 데모를 꼭 즐겨보시라. 기자처럼 <할로원더밴드>의 팬이 될 것이다.



